손민석
1 h ·
정의당에 속한 사람들이 '노회찬 정신'을 언급할 때마다 마음이 안 좋다. 왜 그런 얘기를 하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성폭력으로 인해 생을 마감한 박원순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사람들이 뇌물 수수로 그런 선택을 한 노회찬에 대해서는 관대한 것 자체가 문제적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노회찬은 생의 마지막에 이르러서까지 거짓말을 한 사람이다. 그는 드루킹으로부터 2천만원이나 되는 큰 돈을 받은 적이 없다며, 되려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을 상대로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그러다가 유서에서는 4천만원이나 받았다고 고백하지 않았던가. 그의 과오에 대해 엄격하게 대할 필요는 없겠지만 굳이 계속 언급하는 것으로 긁어부스럼을 만들 필요가 있는가.
노무현의 죽음의 아류 버전으로 보여 더 마음이 안 좋다.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노회찬 정신 운운하는 이들 붙잡고 매번 물어보는데 제대로 답을 해주지를 않으니 더 답답하다. 노회찬과 노무현의 정신에 대해 악의를 갖고 말하자면 정말 안 좋게 말할 수도 있다.
이들의 공통점이란 죽음으로 책임을 회피한 것이다.
뇌물받고 들키자 책임지기 싫어 죽음으로 도피한 정치인들을 내세워서 무엇을 하겠다는건가. 나도 이렇게 말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대중을 상대할 때 이 얘기 안 나올 것 같나?
민주당이 노무현 정신 운운하다 저 지경이 된 것 아닌가. 보편성을 잃고 오컬트 집단이 되어버린 걸 왜 따라 하려고 하는건가?
게다가 정의당은 노회찬이 만든 정당도 아니다. 노회찬이라는 정치인은 민주노동당 이래로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을 정치적 자산으로 하고 있었는데, 진보신당이 망할 때 그 정치적 자산을 쥐고 심상정과 함께 정의당으로 도망친 사람 아니던가. 매번 책임지지 않고 도망친다는 게 노회찬 정신의 본질이다. 정의당은 노회찬 정신 운운하다가 문제를 직시하지도 못하고 당을 모욕하고 버리며 도망치는 인간들 따라 망할 것이고 이미 그렇게 됐다. 노회찬 따라 도망치는 장혜영, 류호정 등을 노회찬 정신으로 어떻게 비판할건가?
당이 추구하는 이념이 명료하지 않으니 죽은 사람한테 상징성을 부여해서 그를 통해 사람들을 묶으려는건데 그래서는 오래 못 간다. 죽은 사람은 말이 없으니 그에게 온갖 상징성과 의미를 부여해서 세계관을 형성하려는 시도는 오래 가기 어렵다. 결국에는 현실의 다양성을 포괄할 수 있는 매개체가 필요한데 한 사람의 생이 현실을 감당하기에는 현실의 무게가 너무 무겁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의 정의당이나 좌파정당들이 하듯이 온갖 사상, 이념 등을 다 섞어서 이념의 종합선물세트를 만들어서도 곤란하지만 반대로 추상적인 이념 자체를 의인화해서 구체성을 부여하려는 시도도 한계가 크다. 결국에 중요한 건 현실의 다양한 계층/계급들과 접할 수 있는 '통로'로서의 당 조직을 만드는 것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누구를 대표할 것인지부터 논해야 한다.
추상적으로 기후위기의 시대니까 기후위기의 해결을 위한 '제7공화국'의 건설 같은 추상적인 논의가 아니라 구체적으로 기후위기로 인해 한국의 어떤 지역, 어떤 인종, 어떤 계층, 어떤 계급이 피해를 보고 있는데 이것이 어떻게 우리 보편의 문제로 확장되는지를 논의하고 생각해야 한다. 막연하게 노동자 얘기를 해서도 안되고 막연하게 혁명을, 사회주의를, 여성주의를 논해서도 안된다. 구체적으로 어떤 여성, 어떤 노동자, 어떤 변혁 등을 말할지를 논해야 한다. 당은 키메라가 되어야 한다. 당이 사회 그 자체가 되지 못한다면 당은 다른 시민단체와 다를 게 없어진다. 저 근대국가, 이미 사회의 보편성을 전유하고 있는 근대국가의 관료제와 근대성을 놓고 투쟁하겠다는 각오로 당을 만들어야 한다. 자꾸 돌아가신 분을 자기 편한대로 소환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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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comments
박성우
저도 노회찬 운운에 대해 선생님과 거의 똑같이 바라보고 있어서 글을 보고 놀랐습니다... ㅎㅎ;
손민석
박성우 그러네요. 저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라니 다행입니다.
Luke Lee
어쩌면 그만큼 한국 정치 사회에 남은 인물(?)이 없다는 방증이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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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석
이관식 그것도 사실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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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우
저도 노회찬 운운에 대해 선생님과 거의 똑같이 바라보고 있어서 글을 보고 놀랐습니다... ㅎㅎ;
손민석
박성우 그러네요. 저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라니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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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그만큼 한국 정치 사회에 남은 인물(?)이 없다는 방증이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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