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15

이병철 - -'다시'에 대한 이야기를 어떻게 만들어 가는가.

이병철 - -멀리서 벗이 찾아오다/ 가을답지 않는 가을이지만, 바람 없이도 절로 낙엽지는 이 계절은 벗들이 더욱... | Facebook
이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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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벗이 찾아오다/
가을답지 않는 가을이지만, 바람 없이도 절로 낙엽지는 이 계절은 벗들이 더욱 그리워지는 때다.
어제 세 벗이 멀리서 찾아왔다. 
일적, 사발, 와월당, 나와 지리산 연찬과 정치학교, 생명운동을 함께하는 젊은(?)벗들인데, 모두 네댓 시간이 넘게 걸리는 먼 거리에서 온 것이다. 
숲마루재에서 그리 멀지 않는 남녘 바닷가 횟집의 정자에 벗들과 함께 앉아 한 잔의 소주를 기울이며 시국과 인류 문명과 지구생태계와 생명운동에 대한 생각과 걱정과 방책들을 두서없이 나눈다.

이곳 바닷가 횟집은 멀리서 벗이 찾아오면 즐겨 모시는 자리인데, 11월 중순인데도 날씨가 너무 따뜻하여 야외에 앉아 있어도 춥다는 느낌이 전혀 없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날로 극심해지는 기후변화 현상으로 이제는 지구 온난화(global warming)라는 표현 대신 지구 비등화(global boiling)란 말로 바꾸었다고 하는데, 이는 지구의 기온 상승이 단순한 "지구 온난화(global warming)"라는 일상적인 경고 수준을 초과하여 마치 지구가 끓어오르는 상태에 가까워졌음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한다.

우리는 그동안 '전환'이라는 말을 중요한 키워드로 사용해 왔다. 지리산 정치학교를 '문명 전환을 위한 정치학교'라고 내세운 것도 이런 까닭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갈수록 깊어지는 한 생각은 과연 '인류 문명의 "전환"은 가능할까.'라는 의문이다. 지난 인류의 문명사를 보거나 지금 이루어지고 있는 형태를 보더라도 사실상 '전환'은 가능하지 않다는 쪽으로 생각이 기울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전환을 위해 애쓰기보다는 붕괴 이후를 새롭게 준비하는데 더 역량을 모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그것은 이미 내 역할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에게 남은 여력이 있다면 그것은 산파의 역할이 아니라 호스피스 역할이라고 자임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나라 안팎으로 모든 것이 무너지고 있다. 대전환기, 대격변와 대혼돈기, 지금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이 위기 시대를 무엇이라고 이름하든, 분명한 것은 다시 시작해야하는 것이라면 가장 우선해야 하는 것은 그 '다시'에 대한 이야기를 어떻게 만들어 가는가. 라는 것이 지금 내 생각이다. 

멀리서 온 반가운 벗들과 함께 남녘 바다의 갯내음을 맡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두서 없이 나누다 보니 어느새 하루 해가 저물어 간다

오후 여섯 시가 가까운 시각, 이미 어둠이 내려와 있는 마산역 광장 앞에서 아쉬운 작별을 나눈다. 모두들 다음 날의 일정 때문에 다시 먼길을 되짚어 돌아가야 한다. 
늦가을 하루, 천리길을 멀다않고 찾아준 벗들이 고맙고 반가웠다.
'벗이 있어 멀리서 찾아오니 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논어, 첫 장인 학이편, 두 번째 구절이다. 성인도 이러할진데, 어찌 반갑고 기쁘지 않겠는가.
벗들이 앞서 열어갈 새 세상을 그려본다. 이 또한 설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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