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으로 향하는 아내-
가난한 청년변호사와 평생을 약속하고 생면부지 성남으로 와 팔자에 없던 월세살이를 시작한 25살 아가씨.
먹고 살기도 어려운데 인권운동 시민운동 한다며 나대는 남편을 보며 험한 미래를 조금은 예상했겠지만 세상사람들이 다 지켜보는 가운데 회술레를 당할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게다.
아무리 그래도 여자인데 금가락지 하나 챙겨 끼지 못하고, 아이들 키우고 살림 하느라 그 곱던 얼굴도 많이 상하고, 피아노 건반 누르던 예쁘고 부드럽던 손가락도 주름이 졌지만 평생 남의 것 부당한 것을 노리거나 기대지 않았다.
남편 업무 지원하는 잘 아는 비서에게 사적으로 음식물 심부름 시킨 게 죄라면 죄겠지만, 미안한 마음에 음식물 값에 더해 조금의 용돈도 주었고 그가 썼다는 법인카드는 구경조차 못했다.
아내는 내가 불필요하게 세상사에 참견하고, 거대한 불의를 고치고야 말겠다는 오지랍 당랑거철 행각으로 수배를 받고, 검찰청 구치소를 들락거리는 것까지는 참고 견뎠지만, 선거출마는 이혼하고 하라며 죽어라 반대했다.
고생해도 내가 하지 니가 하냐는 철없는 생각으로 아내 말을 무시한 채 내 맘대로 정치에 뛰어들었다.
겉으로는 화려해 보이는 시장, 도지사였지만 변호사때보다 못한 보수에 매일이다시피 수사 감사 악의적 보도에 시달렸다. 이해타산을 따지면 할 이유가 없는 일이었지만 나름 의미있는 일, 하고싶은 일이었고, 그래도 아내와 가족들은 안전했다.
그런데 대선에서 패한 후 본격적인 보복이 시작됐다.
수년동안 백명에 가까운 검사를 투입한 무제한 표적 조작수사가 계속됐다. 천번을 향하는 무수한 압수수색, 수백명의 소환조사, 사람들이 목숨을 버릴만큼 강압적인 수사로 없는 먼지를 털어 만든 기소장이 연거푸 날아오고, 구치소에서 구속을 대기하기도 했지만, 진실은 나의 편이라 얼마든지 견뎌낼 수 있었다.
그러나 동네건달도 가족은 건들지 않는다는 속설을 믿은 나의 상식과 달리 아내와 아이들이 공격표적에 추가됐다.
반복적이고 집요한 장기간 먼지털이 끝에 아이들은 다행히 마수에서 벗어났지만 아내는 희생제물이 되었다.
선물까지 일일이 뒤져, 혹여 값 나가는 것이 있으면 다시 포장해 돌려주고, 사람을 만나는 것조차 조심하며 살아온 아내가 공개소환 수사에 법정에 끌려 다니는 장면은 남편 입장에서 차마 눈뜨고 보기 어렵다.
안그래도 힘든 남편이 자기 때문에 더 힘들까봐 아무렇지 않은 척 활짝 웃고 말하지만 얼마나 수치스럽고 억울하고 힘들까.
재판 받는다며 일찌감치 준비하고 나서는 아내를 볼 때마다 숨이 막힌다. 소설 속에서나 읽었던 가슴이 미어진다는 말을 이 나이가 되어서야 체감한다. 숨이 막히고 쪼그라들며 답답해진 가슴을 양손으로 찢어 헤치면 시원해 질 것 같다.
남자는 태어날 때 부모상 당했을 때 죽을 때 말고는 울지 않는다는 경상도식 가부장적 교육 탓도 있겠지만 나는 웬만해선 울지 않는다. 그런데 나이 탓이겠지만 아무 잘못 없이 나 때문에 중인환시리에 죄인처럼 끌려다니는 아내를 보면 그렇지 못한다. 지금 이 순간도 가슴이 조여오고 숨이 막힌다.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1990. 8. 9. 잠실 롯데호텔 페닌슐라에서 007미팅으로 만난 붉은 원피스의 아가씨.
만나는 순간부터 이 사람 없이는 살 수 없다고 생각했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
평생, 아직도 나를 자기야라고 부르며 자신보다 남편과 아이들을 더 챙기는 혜경아.
미안하다.
죽고싶을만큼 미안하다.
언젠가, 젊은 시절 가난하고 무심해서 못해준 반지 꼭 해 줄께.
귀하게 자라 순하고 착한 당신에게, 고통과 불행만 잔뜩 안겨 준 내가 할 수 있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혜경아,
사랑한다.
Eunju Yoon
눈물납니다! 어려울수록 두 분의 찐사랑 더욱 깊어지겠지요~
2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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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영희
·
하늘이 알고 땅이 압니다.
대표님도 사모님도 힘내세요. ㅠ
고달프지만 지금 흘리는 피눈물이 우리 사회를 환하게 밝히는 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함께합니다!!
3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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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근
·
대표님의 진심과 애틋함이 담긴 글에 먹먹해집니다.
사모님도 대표님도 끝내 잘 이겨내실 겁니다.
국민의 양식과 역사의 진보를 믿고 부디 기운내십시오!
3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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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사랑
흔들리지않고! 지치지않고! 끈질기게! 함께 합니다!!!
민주당 화이팅! 이재명 화이팅!!!
22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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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
·
얼마나 심정이 찢어지는 고통을 느끼실지 공감합니다 ㅜㅜ
2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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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수
어차피 윤돼지 길어봐야 내년3월이라...
차기대통 이재명은 염려할거없다
16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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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섭
·
정치검사 쉑히들 인간이 아닙니다.~성남의 인권변호사 이재명을 기억합니다. 힘내십시오. 천군만마가 응원하고 있습니다.
22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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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광표
·
함께 조금만 참고 이겨내시면 좋은 날 옵니다.
윤석열 때문에 정말이 악올라 죽겠습니다.
대표님 국민 보시고 힘내세요.
제자리에서 윤석열 국민의 똥과 열심히 싸우고 있겠습니다.
2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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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익
지금 겪는 고난은 장차 올 영광이 다 잊게 할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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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 Yun Park
눈물이 앞을 가리네요.ㅠㅠ 짐승보다 못한 놈들에게 정권 물려준 자들이 원망스럽고 분노가 치밀어 오릅니다. 대한민국의 정의와 상식은 죽었다. 쉬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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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성
고생 끝에 낙^^
쓴 커피 뒤에 먹는 달콤한 초콜렛은 더 맛이 있습니다. 이 어려움 이기고 나면 분명 더 좋은 세상이 기다릴 겁니다. 이제 공개적으로 사랑 이야기를 해도 되는 좋은 세상이 되었습니다 대표님의 그 절절한 호소 마음 누구나 다 이해할 겁니다 이해 못 하는 자들은 그들의 뇌수를 똥으로 대체한 자들입니다. 그런 자들을 설득하려 하지 마십시오.
사악한 자의 결실은 17%라는 숫자가 말해 줍니다. 동네 양아치 만치도 못 함 자를 이미 심판했습니다. 결코 용기 잃지 말고 꼭 좋은 나라 만들어 봅시다
2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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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달
멋쟁이 이재명 굳세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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