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조년의 맑고 낮은 목소리] 다시 평화로운 세계를 생각하며
기자명 금강일보 입력 2024.11.12
한남대 명예교수
나는 일평생 전쟁을 통하여 자기 지배영역을 넓히려고 다른 나라 사람들이 살고 있는 지역을 아주 잔인하게 침략하여 마구 짓밟아 약탈과 착취와 억압과 살상을 어마어마하게 저질렀던 사람들이 영웅으로 추켜세워지는 것을 이해할 수가 없다. 예를 들어 알렉산더, 씨저, 징기스칸, 나폴레옹, 히틀러 등으로 대표되는 전쟁으로 시작하여 전쟁으로 그들의 삶을 마감한 사람들이 왜 영웅일까? 아무리 승리한 전쟁을 이끌었다고 할지라도, 단순히 생각하면 그들은 그냥 전쟁범죄자들이지 않았던가? 나는 그들이 휩쓸고 지나간 지역들에 대한 이야기를 읽을 때마다 끔찍스러워 소름이 끼치는 것을 느낀다. 어느 곳 하나도 온전하지 못하고, 어느 사람 하나도 깊고 아픈 상처를 입지 않은 이가 없었던 전쟁의 폐허를 생각할 때 맘 편한 사람이 있을까? 지금 우리가 사는 이곳 이 시간에 혹시 그런 끔찍한 일이 일어나지나 않을까 하는 어떤 예감이 들어 매우 두렵다. 그 두려움이 현실이 된다면 어떨까?
내가 판단하기에 우리가 사는 이 지역은 전혀 안전하지 못한 화약고가 아닌가 하는 느낌이다. 갈라진 나라 한 쪽은 핵무기로 무장하였다고 엄포를 놓고, 다른 한 쪽은 세계에서 군사강국의 선진그룹에 속한다고 자랑한다. 한 쪽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지역에 군대를 파견하였다는 소문이 있고, 그에 대응하는 한 쪽은 다른 한 쪽에 살상무기를 공급할 수도 있다는 말을 국정 최고책임자가 쉽게 말한다. 한 쪽이 핵무기로 위협하면 역시 다른 핵무기로 대응할 수 있다고 정치책임자가 공공연히 말을 아주 쉬운 듯 내뱉는다. 그러면서 서로 망하면 망하는 것이란 투로 툭툭 말을 던지는 사람들은 참 진정한 맘으로 그렇게 하는 것인가? 혹 그들은 책임진 사람으로서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할지라고 차마 할 수 없는 말이 바로 그 말이지 않을까? 서로 너도 나도 다 망해버리자고 결심한 사람 아니고는 할 수 없는 아주 무책임한 말이다. ‘너 죽고 나도 죽자’면서 사납게 싸우던 사람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렇게 보면 혹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역에서 어떤 형태로든 그런 전쟁이 터지지 않을까 하는 불안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비록 살얼음판 위를 걷는 듯하기는 하였지만, 이제까지 평안하게 지냈으니 앞으로도 그러리라는 생각을 할 수가 없는 상황이 됐단 말이다. 그동안 아주 오래도록 노력하고 애를 써서 만들어놓은 전쟁을 막거나 서로 사이좋게 살 수 있는 길을 찾자는 협약들이나 논의들을 다 없는 것으로 돌려버리는 적대언표들과 정책들이 펼쳐지는 것은 참으로 슬프기 짝이 없는 행위들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떠한 형태로든 국가수반의 자리에 앉은 사람들은 쉽게 전쟁을 말하고 떠들어도 되는 것인가? 국민의 행복한 삶과 안녕과 질서를 유지하겠다고 하면서, 그것들과는 전혀 정반대의 입장에 있는 전쟁에 대한 생각과 이야기를 쉽게 할 수 있는 것일까? 이러할 때 평화로운 세상에서 살고 싶고, 그런 세상을 만드는 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맘먹은 나는 어떤 일을 하여야 할까?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고 그곳에서 살고 싶어 많은 노력을 한 퀘이커들의 입장을 내 입장으로 살고 싶은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나는 다음과 같은 확신과 행동지침이 내 것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 “우리는 모든 전쟁의 원인을 소멸시키는 정신과 힘 속에서 살도록 불려나왔습니다. 여러분은 진리 정신에 맞지 않는 모든 전쟁과 전쟁준비를 반대하는 증언을 잡고 지키는데 충실하십니까?
- 여러분 자신의 삶 속에 전쟁의 씨앗을 품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을 관찰하십시오. 우리들의 증언에 꽉 잡혀 있으십시오.
- 만약 다른 어떤 이들이 폭력행사에 빠지거나 준비를 하고 있을지라도 그들 역시 하느님의 자녀라는 것을 언제나 기억하십시오.”
(퀘이커 ‘조언과 물음’ 중에서)
나는 이 대목에서 내 속과 생활 속에 혹시 전쟁의 씨앗을 품고 살고 있지는 않는지 살펴보라는 말과 누구인가가 전쟁이나 폭력을 행사한다고 할 때, 그들 역시 나와 똑같은 하느님의 자녀라는 사실을 잊지 말고 기억하라는 말이 참 가슴에 와 닿는다. 그러나 전쟁에 관한 한 나 개인은 무기력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 다다라 매우 안타깝고 슬프다. 겨우 한다는 것이 싸우지 말자는 말밖에 더 할 수 없는 것이 참 슬프다. 그래도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 ‘대통령은 더 이상 전쟁에 대한 말을 국민들 앞에서 하지 마시오.
- 남이 핵무장을 한다고 하여 우리도 그렇게 하자는 정책을 펴지 마시오.
- 지금 일어나고 있는 전쟁지역에 살상무기를 지원할 생각까지도 하지 마시오.
- 조금이라도 상대방을 자극하여 도발할 수 있는 언행을 하지 말고 혹시 그런 일을 하는 단체들이나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과 함께 하지 마시오.
- 이 모든 것들은 죽음과 어둠의 언행일 뿐이라는 것을 알지 않소?
- 그 대신 살림과 빛과 밝음의 말과 행동을 하시오.
- 서로 도우면서 살자, 함께 손잡고 번영의 길을 걷자, 너나 내 속에 똑같은 진리의 씨가 자리잡고 있으니 그것을 함께 가꾸고 키우자고 말하시오.
- 내가 존중받으면서 행복하고 평화롭게 살기를 간절히 바라듯이 상대방도 그러하리라고 믿고 존중하는 맘으로 말을 부드럽게 하시오.
-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곱다”는 속담을 나라와 나라, 사회와 사회 사이에 주고받을 수 있는 모범을 보이시오.
- 첨단무기를 생산하고, 판매하며, 구입하는 일을 중단하고,
- 있고 없음을 사이좋고 평화롭게 서로 나눌 수 있는 정책을 개발하고 펼치시오.’
이런 맘들과 말을 수없이 많은 일반 시민들이 용산을 향하여 끊임없이 쏟아내면 참 좋겠다.
평화로운 삶을 기대한다면서도 맘이 가볍고 산뜻하지 않고 왜 이렇게 맘이 먹먹하기만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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