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트 포획 - 엘리트는 어떻게 정체성 정치를 (그리고 모든 것을) 포획하는가?
올루페미 O. 타이워 (지은이),권순욱 (옮긴이)두번째테제2024-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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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쪽
책소개
차별받는 사람들, 소수자들, 억압받는 당사자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자신의 권리를 쟁취하는 중요한 정치적 행동으로서, 정체성 정치라는 개념이 세계적으로 또 우리나라에서 최근 특히 진보 정치와 사회운동의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로 등장했다.
정체성 정치는 피억압자가 자신의 이론을 바탕으로 스스로 사회를 바꾸는 움직임을 해 나간다는 의미에서 기존 진보 정치의 맹점을 메꿔 주고, 당사자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게 한다는 점에서 일부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 왔다. 한편, 이러한 당사자성에 대한 강조가 왜곡되어 그러한 당사자들 가운데 일부에게만 주목을 집중하게 되고, 진정 이루고자 하는 구조적인 변화에 대해서는 소홀하게 된다는 점에서 비판받기도 한다. 이렇게 정체성 정치와 관련한 여러 가지 의견들이 격돌하고 있고, 실제 다양한 정체성을 지닌 당사자들이 진보 보수를 막론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정치적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제는 낯설지 않게 된 정체성 정치라는 정치의 새로운 양태가 현실에서 어떻게 드러나고 있을까? 새로운 인물들을 등장시키기도 하지만, 이러한 인물들의 위상만 세워 줄 뿐 원래 달성하려고 했던 새로운 세계 만들기에는 실패하고 있는 것 아닐까? 정체성 정치로는 진정 새로운 정치를 구성해낼 수 없는 것일까?
목차
감사의 글 7
서론 11
1. 엘리트 포획이란 무엇인가? 35
2. 방Room 독해하기 67
3. 방 안에 있다는 것 111
4. 새로운 집 짓기 149
5. 중요한 것은 세계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199
옮긴이의 말 213
찾아보기 225
책속에서
P. 96 “엘리트 포획elite capture”이라는 개념idea은 이러한 두 가지 지적을 서로 조화시킬 수 있다. 최근에 의미와 용법이 변화된 정체성 정치가 경찰의 살인을 막거나 감옥을 비우게 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정체성 정치 덕분에 여러 사람, 조직, 제도가 자신들의 정치와 심미를 구현할 수 있는 새로운 언어를 갖게 된 것도 사실이다. 비록 정체성을 활용해 내려진 정치적 결정이 사실은 그 정체성을 지닌 주변화된 사람들의 이해관계와 무관하거나 반대될지라도 말이다. 한데 이러한 특징은 정체성 정치가 활용되는 방식 때문이지, 정체성 정치의 본질 때문은 아니다. 분파적이지 않은 변혁적 연합 정치coalitional politics를 가로막는 것은 여기서 말하는 “엘리트 포획”이지, 정체성 정치가 아니다. _ 26쪽
게임이 지닌 이와 같은 특징은 실제 사회적 환경의 특징과도 겹칠 수 있다. 그리고 이 점이 응우옌이 “가치 포획value capture”이라고 설명한 현실 세계에서의 과정이 지닌 핵심을 이루고 있다. 가치 포획이란 풍부하고 미묘한 가치에서 출발하지만, 사회라는 야생에서 그 가치의 단순화된 버전과 마주하며 우리의 가치를 단순화하는 방향으로 수정하는 과정을 말한다. 접기
P. 125 존중 정치는 정의로운 상태로 한 발 나아가려면, 사람들의 상호작용을 주변화된 이들의 소망에 따라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존중이라는 관점은 완전히 근거가 없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한계를 갖고 있을 뿐더러 오도될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게임에서 엘리트 포획과 우리 사회구조의 여타 억압적 측면을 강화하지 않도록 하는 것은 우리 생각보다도 훨씬 까다로운 일이다. 심지어 우리가 방의 권력 분배를 정확히 규명하는 전략을 사용하더라도, 이는 어려운 일이다. 접기
P. 211 함께하기, 즉 연대의 정치는 비록 존중이 결함 있는 행동 모델을 제공하긴 했지만 좋은 출발점이다. 하지만 함께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우리는 어디로 갈지 함께 결정해야 할 뿐 아니라 그곳에 가기 위해 필요한 일도 해야 한다.
추천글
한국에서 정체성 정치의 전성기가 있었던가? 우리만의 담론도 세력도 아직 무르익지 않았는데 왜 벌써부터 정체성 정치는 “부르주아지의 것”이라고 비난받을까? 이런 설익은 진단은 정체성 정치에 대한 이해도 비판도 가로막는다. 문제는 정체성 정치가 아니라, 어떤 종류의 진보 정치든 필요에 따라 집어삼키는 ‘엘리트 포획’이다. 빼앗긴 정체성 정치가 어떻게 변혁을 가로막는지 알고 싶다면, 엘리트 포획의 양상과 맥락을 먼저 살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미리 날아든 경고장이며 동시에 정체성 정치를 되살리겠다는 도전장이다. 정체성 정치를 둘러싼 납작한 비판에 답답했던 이들, 정체성 정치의 힘과 의미를 복원하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은 좋은 출발점이 될 것이다.
- 김정희원 (애리조나주립대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공정 이후의 세계》 저자)
올루페미 타이워는 불타오르는 사상가다. … 책이 주는 교훈은 명확하다. 우리가 스스로 생각하면서 깊고 역동적으로, 어렵지만 연대 가운데 서로 협력할 때만, 세계를 다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 로빈 D. G. 켈리 (『자유의 꿈 ― 흑인들의 급진적 상상력』 지은이)
도덕적 긴박감으로 가득 찬 뛰어난 글쓰기. 이 책은 논쟁 그 이상이다. 우리의 운동이 승리하는 데 필요한 힘을 키우는 방법을 제시한다.
- 나오미 클라인 (캐나다의 언론인, 작가, 반反세계화 진영의 운동가,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 저자)
초부유층이 점점 더 지배하는 세상에서 정치적 가능성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중요하고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는 책.
- 아미타브 고시 (소설가, 《육두구의 저주》 저자)
저자 및 역자소개
올루페미 O. 타이워 (Olúfẹmi O. Táiwò) (지은이)
저자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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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지리아계 미국인으로 캘리포니아 대학교 로스앤젤레스 캠퍼스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조지타운 대학교 철학과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흑인 급진주의 전통, 반식민주의 사상, 독일 관념론, 현대 언어철학, 현대 사회과학, 사회운동의 역사와 사상가들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이론적 논의를 전개하고 있다. 또한 주로 기후 정의와 식민주의의 교차점을 탐구하는 여러 글을 썼으며 저서로 《배상에 대한 재고찰Reconsidering Reparations》이 있다.
최근작 : <엘리트 포획> … 총 9종 (모두보기)
권순욱 (옮긴이)
저자파일
신간알리미 신청
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했으며 정치외교학 석사과정을 수료하였다. 보호무역주의 귀환의 국내 정치적 요인과 반세계화 운동 등에 관한 논문을 쓰고 있다. 정체성 정치에 대한 비판적 논의를 소개한 《오인된 정체성: 계급, 인종, 대중운동, 정체성 정치 비판》을 옮겼다.
출판사 제공 책소개
정체성 정치가 문제가 아니다
진짜 문제는 ‘엘리트 포획’이다!
존중 정치를 넘어, 현실의 구조를 구축하고 재구축하는
새로운 ‘세계 만들기worldmaking’, 구성적 정치constructive politics를 탐구하다!
차별받는 사람들, 소수자들, 억압받는 당사자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자신의 권리를 쟁취하는 중요한 정치적 행동으로서, 정체성 정치라는 개념이 세계적으로 또 우리나라에서 최근 특히 진보 정치와 사회운동의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로 등장했다. 정체성 정치는 피억압자가 자신의 이론을 바탕으로 스스로 사회를 바꾸는 움직임을 해 나간다는 의미에서 기존 진보 정치의 맹점을 메꿔 주고, 당사자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게 한다는 점에서 일부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 왔다. 한편, 이러한 당사자성에 대한 강조가 왜곡되어 그러한 당사자들 가운데 일부에게만 주목을 집중하게 되고, 진정 이루고자 하는 구조적인 변화에 대해서는 소홀하게 된다는 점에서 비판받기도 한다. 이렇게 정체성 정치와 관련한 여러 가지 의견들이 격돌하고 있고, 실제 다양한 정체성을 지닌 당사자들이 진보 보수를 막론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정치적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제는 낯설지 않게 된 정체성 정치라는 정치의 새로운 양태가 현실에서 어떻게 드러나고 있을까? 새로운 인물들을 등장시키기도 하지만, 이러한 인물들의 위상만 세워 줄 뿐 원래 달성하려고 했던 새로운 세계 만들기에는 실패하고 있는 것 아닐까? 정체성 정치로는 진정 새로운 정치를 구성해낼 수 없는 것일까?
나이지리아계 미국인으로 조지타운 대학교 철학 교수인 올루페미 O. 타이워의 2022년 저작《엘리트 포획: 엘리트는 어떻게 정체성 정치를 (그리고 모든 것을) 포획하는가?》는 이러한 문제에 적절한 해답을 제시해 준다. 올루페미 O. 타이워는 한국에 처음 번역 소개되는 철학자로 《배상에 대한 재고찰》 등의 저서를 통해 인종자본주의, 식민주의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제시했으며 흑인 급진주의 전통과 제3세계 반식민주의 사상, 독일 관념론, 현대 언어철학, 현대 사회과학, 사회운동의 역사와 사상가들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이론적 논의를 전개하는 떠오르는 신진 학자다.
이 책에서 저자는 정체성 정치에 대한 여러 논의와 그에 대한 비판의 중심 주제인 ‘엘리트 포획’이라는 현상을 분석하며 도돌이표뿐인 ‘정체성 정치 논쟁’을 다른 관점에서 개입하고자 한다. 미국의 흑인 급진 정치 전통과 제3세계 해방운동 등의 자원을 활용하여 저자는 주변화되거나 상처 입은 집단의 목소리를 듣자는 ‘입장 인식론’에 근거한 정체성 정치의 실천이 오히려 이들의 목소리를 배제하는 역설을 불러일으키는 점을 재조명한다. 한편 저자는 소위 ‘정체성 정치 비판’이 합리적 핵심을 지적하고는 있지만, 그 핵심이 정체성 정치에만 한정되지는 않는다고 분명히 말한다. 저자는 우리가 실제로 비판해야 하는 것은 바로 엘리트 포획이라는 현상이고, 이 현상은 어느 정치에서든 민주적 책임성의 압력이 미약한 상황에서 나타나는 문제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당사자성 기반 운동 내부의 특정 규범, 문화, 제도가 이 운동이 엘리트에 의한 포획에 취약하게 만든 이유라고 지적한다.
책에서 저자는 입장 인식론의 특정한 실천 방식을 ‘존중 정치’로 명명하며 정체성 정치의 에토스로 드러나는 존중 정치의 함정과 정체성 정치의 진정한 의의를 다양한 사례를 통해 제시한다. 미국 흑인 여성 페미니스트 조직 컴바히강공동체, 미국 흑인 사학을 정립한 카터 G. 우드슨을 중심으로 한 흑인 지성사를 참조하면서 제3세계 혁명운동가 아밀카르 카브랄과 기니비사우의 경험, 파울루 프레이리의 문화적 실천론과 미국 철학자 C. 티 응우옌의 게임에 대한 이론, ‘벌거벗은 임금’ 우화에 대한 분석을 통해서 엘리트 포획이 나타나는 이유와 양태들을 짧은 책 속에 녹여 내고 있다. 특히 미국 흑인사와 식민지 해방과 관련하여 소개되는 다양한 인물들은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이들로, 독자들은 그 자체로 21세기 일어났던 해방운동의 역사와 그 긍정적 유산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결론적으로 협소한 정체성 정치에서 벗어나 해방과 문제 해결을 위한 구성적 정치로 나아가는 대안적인 ‘세계 만들기’를 제안한다. 우리가 머무는 ‘방’이라는 비유를 통해서 문제 해결을 함께해 나가는, 힘을 합치는 것만이 진정 우리가 원하는 세상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해방을 위한 연합의 정치라는 목적 없이, 정체성 정치는 엘리트 포획의 길로 나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체성 정치의 문제점이 부각되는 현시점에, 이 책은 관련된 다양한 논쟁점들을 제시하고 토론을 촉발한다. 접기
책소개에 따르면, 저자는 ˝협소한 정체성 정치에서 벗어나 해방과 문제해결을 위한 구성적 정치로 나아가는 대안적인 ‘세계만들기‘를 제안한다.˝고 한다. 그럴 듯하다. 읽어 보고 싶다. 하지만 아무리 ‘구성적 정치‘라 하더라도 정치 자체가 제약ㆍ한계가 없었던 적이 있었던가, 궁금하다.
laboreran 2024-10-20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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