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13

"시대착오적 세계관 586 청산해야"... 채진원 경희대 교수

"시대착오적 세계관 586 청산해야"... 채진원 경희대 교수

"시대착오적 세계관 586 청산해야"... 채진원 경희대 교수
입력2025.04.21.  주간조선
김연진 기자 TALK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 photo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채진원(53)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정치적 양극화'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정당의 이념이 진보와 보수로 나뉘는 것이 아니라 중도 성향의 비율이 줄어들면서 진보는 극진보로, 보수는 극보수로 가게 되는 현상이다." 정당 내 견제와 균형이 해체되고,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만 커지는 상황을 짚은 것이다.

채 교수는 정치적 양극화의 원인 중 하나로 586 정치인의 '내로남불'을 지적한다. 2019년 법무부 장관 후보로 지명된 조국 교수의 '자녀 대학 입시비리 의혹'을 놓고 극단적 진영 대결 구도가 만들어진 '조국사태'가 대표적이다.

채 교수는 "당시 조국을 옹호했던 586 정치인들은 국민정서와 법감정을 무시하고 위선적인 허물을 적극적으로 방어했다"며 "자신이 옳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상대를 적폐세력으로 낙인찍는 것은 성리학적 사유구조의 특징"이라고 했다.

그는 "최근 구치소에 수감된 조국 전 대표가 파면당한 윤석열 전 대통령을 비판한 것도 '나는 소악, 상대는 거악'이라는 구도 속에서 자신의 죄를 가려버리는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조국사태로 본 586 정치인의 세계관'이라는 책을 낸 채 교수를 지난 4월 14일 서울 중구에서 만났다. 

다음은 채 교수와의 일문일답.

- 586 운동권 정치를 청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데. 
"586 운동권 세대가 시대착오적인 세계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성리학자들의 '위정척사론(바른 것을 지키고 사악한 것을 배척한다)'과 586 운동권그룹의 도덕지향성과 이분법적 선악관은 매우 유사하다. 586세대가 21세기에 17세기 조선시대의 사대부적 사고를 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적으로는 '내로남불'이고, 외교적으로는 '소중화적 주체 철학'이다. 이 철학은 자신을 정의와 진리를 대변하는 성인군자로, 상대는 척결해야 할 '토착왜구'나 '적폐세력'으로 본다."

- '나는 옳고 상대는 틀렸다'는 사고방식이 문제라는 것인가. 
"민주화의 상징인 586 세대에 대해 국민들은 도덕적이고 상식적일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그런데 조국사태에서 보여준 것처럼 이들은 조국 전 장관의 허물과 위선을 비판하는 국민들을 자유한국당 지지자로 매도하고 조 전 장관을 옹호하는 모습을 보였다. 586은 겉으로는 공정과 정의를 부르짖으면서도 반칙과 특권을 일삼고, 기득권을 지키려고 한다. 우리가 민주화의 주역인데 어떻게 비판하느냐며 자신들에 대한 공격을 민주주의 프레임으로 막고 있다. 이분법적인 세계관 속에서 완벽함을 추구하면 비판을 수용할 수가 없게 된다. 완벽한 자신에게 흠집이 나면 안 되기 때문에 부조리와 위선을 덮어버리는 것이다."

- 그럼에도 지난 22대 총선에서 제기된 '586 운동권 심판론'은 실패했는데. 
"그동안 '인적 청산'과 이재명에 대한 '안티테제(반정립)' 구호만 나왔기 때문에 설득력이 별로 없었다. 이 대표가 '나도 586인데 민주화운동 한 게 잘못한 것도 아니고 잘라야 할 이유인가'라고 하지 않았나. 단순히 586 나가라 할 게 아니라 이분법적 사고가 어떻게 경제를 망쳤고, 2030세대를 루저로 만들었는지를 명확하게 설명해야 한다. 대안적 세계관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사람만 바뀐 채 세계관 안에 포획돼 있을 수밖에 없다. 586세대가 기득권을 쌓고는 분배를 안 했기 때문에 불평등이 심화되는 것 아닌가. 민주화된 지 37년이 넘는 만큼, 민주공화국의 정체성대로 '민주 단계'에서 '공화 단계'로 이행해야 하는데 586세대는 여전히 민주 대 반민주, 진보 대 보수라는 시대착오적인 낡은 구호를 고집하고 있다."

- 그럼 어떤 대안적 세계관을 정립해야 하나. 
"586세대는 계몽주의적이고 훈계적인 세계관을 우선 내려놓아야 한다. 애덤 스미스는 '동감(sympathy)'의 원리를 주장했다. 타인에게 칭찬과 인정을 받고 반감을 얻지 않기 위해서는 동료시민들이 자기 마음속에 '공정한 관찰자'의 기준을 세워서 자신의 이기심과 언행을 엄격하게 절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유교에서 상층의 지배엘리트가 백성들에게 수직적인 차원으로 다가가는 방식인 측은지심·역지사지와는 다르다. 동료시민 간 수평적이고 쌍방향적인 소통 방식이다."

- 유교 문화가 깊게 자리 잡은 우리나라에서 세계관을 바꾸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민주주의는 서양의 청교도적 세계관에서 잉태했다. 유교적 세계관은 천인합일, 즉 신과 인간이 하나가 되는 것을 강조한다. 신과 인간을 분리하는 청교도적 세계관에선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기 때문에 서로 연민하고, 죄의 평등을 추구하기에 개인주의에 기반한 시장경제와 민주공화주의 체제가 나올 수 있었다. 민주화를 이룬 우리는 민주주의의 뿌리는 안 가져오고 줄기만 가져다가 유교 뿌리에 끼운 셈이다. 이제는 유교적 뿌리를 도려내야 한다. 인간이 연약하다는 것을 인정하면 동정심이 생긴다. 적대감과 혐오감을 동정심으로 바꿔내야 대화와 타협이 가능해진다. 정치를 공존이 아닌 혐오의 공간으로 만든 것이 성리학적 세계관의 특징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DJ)은 좋은 정치지도자의 덕목으로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의 현실감각을 결합시켜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서생은 유교적 성인군자를, 상인은 일반 시민을 뜻한다. 현장에 기반해 탈유교하라는 것이다."

- '586의 재민주화'를 위해선 어떤 제도적 변화가 필요할까. 

"오픈 프라이머리(완전 국민참여 경선)를 도입하고, 당론제를 폐지해야 한다. 중앙당이 있기 때문에 당대표가 있고, 당대표가 공천권을 가진다. 공천권을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사이에 계파 갈등이 생기고, '비명횡사(비이재명계 공천 불이익)'가 나오는 것이다. 미국처럼 '원내정당화'를 하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원내정당은 국민의 지지를 받는 국회의원 중심의 의원총회가 당의 최고 의사결정기구가 되고 원내대표가 당의 대표를 맡는 방식이다. 이재명 전 대표는 '당원 중심의 대중정당'을 내세웠지만 사실 대중정당은 포퓰리즘 정당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후진적인 정당 개념이다. 개딸 팬덤 정치에 올라타겠다는 것이다."

- 대통령 파면 후 조기대선 국면에서 '정치적 양극화'가 더욱 극심해지고 있다.
 "정당을 지지하는 사람들 안에 중도 성향이 있어야 하는데 이들이 이탈한 것이 정치적 양극화다. 내부에 목소리 큰 사람만 남아 있기 때문에 확증편향에 빠지고 언행이 과격해지는 것이다. 정치적 양극화에는 3가지 갈래가 있다. 이념적·당파적·정서적 양극화다. 이제는 단순한 이념·당파적 문제가 아니다. 사람이 싫은 것이다. 후보가 좋아서 찍는 게 아니라 상대 후보가 싫어서 투표하는 일이 생긴다. 여론조사를 보면 중도층은 항상 40%를 차지한다. 그런데 정치인들은 여기에 부응하지 않고 더 극단적으로 간다. 전략적 극단주의다. 정치인이 중도층의 관점에서 말하고 행동하면 양극화는 사라질 것이다. 전략적 극단주의를 멈추고 중도 수렴을 해야 한다. 선거 국면에서는 강경파만으로 이길 수가 없다. 국민 감정과 진영 감정은 다르다. 진영논리에서 벗어나 당에서 이탈한 중도층을 다시 받아들여야 한다."




김연진 기자 yeonjin@chosun.com



안녕하세요, 김연진 기자입니다. yeonji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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