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생활] 백선엽의 6.25 한국전쟁 회고록 <군과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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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고, 백선엽은 나에게 영웅도 아닌데, 그의 회고록에 2주나 시간을 써버렸다.
- 본래 이 책은 내가 한국전쟁 경험의 기록에 관한 책들을 모으려고 하는데서 2년 전에 구입한 것인데, 이번에 때 마침 그의 죽엄이 뉴스가 되어, 이 기회에 읽고자 한 것이었다. 지난 주의 초 (7월 21일)에 시작하여 4일 정도 예정으로 읽기를 끝내려 했고, 5일 정도에 끝냈다. 그러나 워낙 한국뉴스와 기사에서 그가 전쟁영웅인가, 민족의 죄인인가하는 논쟁이 많아, 그런 글들을 읽느라고 얼마 간 시간을 보내고, 그리고 백선엽에 관한 위키백과, 나무위키 글들을 찾아보고, 또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의 그의 책에 대한 반응이 궁금하여, 영어 번역판, 일어 번역판의 서평들을 찾아 열편 정도 씩 읽어보았다. 그러고 나서 유튜브에 백선엽 논쟁들을 조회수가 많으면서 시각이 다른 것들을 다섯 가지 찾아보았다. 그러고는 책을 다시 꼼꼼히 읽었다. 그러고 나니, 2주가 지나버렸다.
- 이 책은 전쟁의 회고록이므로 전쟁 3년이 주로서, 그 전과 후의 몇년 씩을 짧게 보텐 것이므로 저자의 일생에 대한 회고록이 아닌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만주에서의 만주국군으로의 경험은 짦게 언급되고, 군대 생활이 끝난 후의 이야기도 짧게 나온다. 그는 1946년에 입대하여, 1950년에 한국전쟁이 시작하고서 일개월 만에 30세에 준장이 되고, 3년 후인 1953년에 대장이 된다. 전쟁이 끝나고 일년 후인 1954년에는 참모총장이 되고, 1960년 39세에 군에서 은퇴하여 외교관이 된다.
- 보통 전쟁 경험에 관한 기록들은 피해자의 경험이 많은데, 백선엽의 경험은 피해자의 경험과는 많이 다르다. 그냥 평범한 군인도 아니고, 지휘관으로서의 경험이 많으니 전투경험이다. 나는 평화주의자에 가까우니, 전쟁 지휘관의 전쟁에서의 작전이야기 같은 것은 별로 재미도 없고, 첫번 째 읽었을 때는 머리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그러나 두번째 읽으면서 "XX 작전"하면 언제 어디서, 어떤 부대가, 어떤 상황에 처해있어서, 어떤 결정을 내리고, 어떤 결과가 왔는가가 실감이 나기 시작하여, 읽으며 긴장감까지 느껴지게 되었다.
- 책에 나오는 중요 사건을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1950년 6월 한강전선에서의 패배
1950년 8월 낙동강 피의 공방, 대부동 전투("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1950년 9월 인천상륙
1950년 10월 평양 공격 작전, 평양입성 ("생애 최고의 날")
1950년 10월 말, 압록강 가까이서 정체불명의 대군을 만나다.
1950년 11월 중공군의 역습 - 운산의 비극 - 패배의 원인
1950년 11월 미공군의 대폭격, 크리스마스 공세 - 중공군의 2차 공세와 만남
1951년 1월 참담한 1.4후퇴
1951년 2월 중공군 라운드업 작전
1951년 2월 말, 중부전선 회복을 위한 킬러작전
1951년 3월 서울 수복 (공동묘지 같았다), 북진을 위한 작전, 철의 3각지
1951년 4월 10개월 만에 가족과 재회, 지리산 일대 공비 토벌
1951년 5월 북한군과 설악산에서 치열한 공방전
1951년 5월 대관령에서 중공군의 6차 공세
1951년 6월 전선이 임진강에서 철원, 금화, 거진까지의 선을 형성, 유리한 지형확보의 진지전.
1951년 7월 휴전회담 시작, 전쟁은 계속하면서.
1951년 11-12월 지리산 공비토벌
1952년 7월 육군참모총장이 되다.
1952년 10월 포병의 증강
1953년 1월 4성 장군이 되다.
1953년 4월 포로교환
1953년 5월 미국군사교육시설 시찰차 미국방문
1953년 6월 이승만 대통령의 휴전반대 - 미군 측과 협의 없이 반공포로 석방 - 미 국방부의 이 대통령 제거 계획
1953년 7월 1951년 5월의 중공군의 춘계 대공세 이래 최대 규모의 금성전투 (중공군 6만 6천 사망)
1953년 7월 말 휴전협정 (협정 서명에 한국군 미참석), 전쟁포로 처리
1953년 가을, 미군 철수 시작
1953년 10월 - 1954년에 걸처 한국군 군단창설, 국군의 부대편제
- 전후 민간인을 위한 복구사업,
- 군인의 후생사업
1956년 건군이래 최대의 군기 파동
1958년 7월 한국군 현대화 계획
1960년 군에서 은퇴, 외교관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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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에 쓰여진 일들은 제3자의 시각으로 역사책으로서도 쓰여질 수 있으나, 이 책에서는 백선엽이 거의 대부분의 사건에 참여하였기 때문에 개인의 시각과 참여의 방식과 동기 등에 대한 기록이 있다. 백선엽의 참여는 백선엽이 지휘한 사단 중심의 이야기이다. 한국군 전체의 이야기 보다 첫째로는 백선엽의 사단의 정체성이 중요하게 된다. 백선엽의 지위가 올라가면서 한국군 전체의 이야기가 된다. 여기서 등장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주인공은 미군이다. 미군 전체이기도 하고, 백선엽이 관계하는 미군 지휘관들이다. 물론 한국군의 다른 지휘관이나 일반 군인들에 대한 관찰이 나온다.
- 백선엽의 회고록은 한국군의 형성과 성장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하나의 조직으로서 한국군이 전쟁을 통해 성장하는데, 미국, 또는 미군이 그 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한국측의 백선엽 같은 지휘관이 그 중간 역할을 한다. 책의 제목이 <(한국)군과 나>이지만, 사실은 <미군(또는 미국)과 한국군과 나>라고 해야 더 정확할 것이다. 백선엽 자신이 말한다. "나의 군 생활 전 기간을 통해 뗄 수 없는 부분이 미군이다. ...미군을 떼어놓고 국군을 얘기하기란 불가능하다. 나의 군에 대한 회고 역시 미군과의 관련 부분을 뺀다면 불완전한 것이 된다." (p395)
- 백선엽이 만주군이었을 때 행위가 반민족적이었다고 하는데, 그런 사실이 근거가 있는가 없는가를 둘째치고, 한국군인으로서의 그의 삶은 만주군 시대의 삶과는 관계가 없다고 보인다. 한국군인으로서의 그의 삶은 만주군 경험이 없는 한국 군인의 것과 아무 차이가 없다. 그 뿐 아니라 한국군인으로서의 그의 삶은 중국군이나 북한군의 직업 군인의 삶과도 근본적인 차이는 없다고 해야할 것같다. 모두가 자기 나라를 위해서 싸운 것이다. 한국전쟁에 참가한 중공군의 어느 장군은 과거에 만주군으로서 백선엽과 같은 부대에 있었던 군인이었다. 그는 제국일본이 패망한 후에 중국군에 가입하여 한국전쟁에서는 중국장군으로 오게 된 것이다. 둘 다 자기 나라를 위해 싸운 것이다. 북한군의 장군의 이야기라도 마찬가지 였을 것이다.
- 개인의 자서전이나 평전을 통해 독자가 알고 싶어하는 것은 그 인물의 인품이다. 자서전에 저자가 자신에 대해 쓰는 글은 일반적으로 자기 합리화의 면이 강하나, 이 책에서 그 면을 살펴 보자면, 백선엽은:
1] 출세지향형 인물이 아니다 (승진을 계속하나 자신이 승진을 하려고 노력해서 하는 것이 아닌 것 처럼 보인다),
2] 부하나 민간인에게 공평하고, 권위적이지 않다,
3] 지휘관으로서 책임감이 강하다,
4] 정치에 관심이 없다. (이승만 대통령이 내무 장관직을 맡아달라고 했을 때 , 자기는 군에 있게 해 달라고 부탁한다.)
5] 전쟁 동안에 가족과 해어저서 가족의 행방을 모르던 시기도 꽤 길게 있었는데, 특권을 가지고 가족을 보호하려는 것은 보이지 않았다.
6] 국군의 민간인 학살의 경우에 자기 부대가 아니었는데, 피해자들을 찾아가 무릅꿇고 사과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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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책은 자신의 공를 특별히 끄집어 내는 것 처럼 쓰여저 있지 않다. 한강 방어전선에서의 김홍일 장군의 업적을 칭찬한다.
8] 백선엽 장군이 민간인 학살의 책임이 있다는 이야기나, 뉴스기사들이 돌고 있는데, 이 책에서는 "무기를 버리고 투항하는 적에게는 절대 사격하지 말라는 훈령을 내렸다"는 글이 있다.
9] 미군과의 신뢰관계에 특별히 신경을 썼는데, 그것은 한국군이 특히 초창기에는 미군으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하는 군대였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한국군의 지휘관으로서 그 점을 고치느라고 많은 노력을 한다. 미군의 사고 방식을 고치려는 것이 아니라, 한국군의 질을 높이려 했던 것이다. 물론 미군의 도움을 많이 받는데, 한국군 측의 지휘관으로서 중요한 중간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10] 그의 이승만 대통령에 대한 평가도 상당히 공정한 것 처럼 보인다. 멀리서 보고 들은 이승만이 아니라 직접 만나서 이야기해 본 이승만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하는 관찰들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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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한국인이면 누구나 한번 읽어 볼 만하다. 책을 읽고도 보수우익 시각에서의 영웅이라니, 진보좌익 시각에서의 반민족적이라니, 그렇게 읽는 사람도 있겠지만, 편견을 가지지 않고 읽으면, 그런 간단한 결론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 나의 평가이다. 내가 이 책에서 배운 것은 한국군은 미군이 한반도에서 철수하고, 통치권 면에서 미군에게서 독립을 하여도, 미군과의 땔래야 땔 수 없는 역사적 관계에 놓여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는 좌익측에서보는 <종속관계>라기 보다, 북한군의 중공군이나 소련군과의 관계에서 처럼 <우호관계>의 면이 더 강하다고 보아야 할 것 같다. 이것은 그래야 된다는 것이 아니라, 현재 객관적으로 그렇게 되어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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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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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920년 평안남도 출생부터 1945년 남하할 때까지의 이야기. 만주군관학교 이야기가 여기에 나온다.
5: 패배의 경험
6: 김홍일 장군의 성공적인 방어
7: 참모총장이 되면서 미군사령관에게 조언을 청하다.
8: 국군의 민간인 학살
9: 지휘관으로서 사과하다.
10: 공비토벌에서 새긴 고아들을 위해 고아원을 새우다.
11: 가족과 10개월 만에 재회
12-13: 국군의 희생으로 중공군을 물리치게 하다?
14: 패배의 책임
15: 지휘관으로서의 회한
16: 영국군, 호주군. 호주군이 가장 잘 싸왔다.
17: 휴전 회담에서의 중국 대표와 북한 대표의 비교
18: 전쟁 후에 미군에 의한 민간사회 경제의 복구에의 기여: 300개의 교회를 세우다.
19-21 반란군의 박정희 소령을 살리다.
22-25: 백선엽이 본 이승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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