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향 여성의 시대를 기대한다
전수미 변호사 | 기사입력 2023/05/10 [10:20]
5월 4일, 더불어민주당 북향여성인권위원회 출범식 및 1차 회의가 개최되었다. 지금까지 민주당은 남북관계를 중시한다는 이유로 북한에서 온 대한민국 국민들을 위해 충분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는 비난이 있었다. 하지만 그동안 북한이탈주민특별위원회, 대선 캠프에서 한반도 4.0 위원회를 운영하면서 남한에 거주하는 북한사람들의 상생에 대해 일하고 고민했던 점들은 이념적 비판에 갇혀져 부각되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탈북민이라는 당사자들 상당수
그 명칭을 불편해 하고 있어
그렇다면 왜 이름이 ‘북향’여성인권위원회일까. 필자가 윗동네, 즉 고향에서 온 분들을 지원한지 20여년이 되었지만 북한이탈주민, 탈북자라는 이름의 당사자들 상당수는 그 이름을 불편해했다. 북한이탈주민의 ‘이탈’은 어떠한 무리에서 벗어난 상태를 뜻하고, 북한이탈주민들이 북한을 이탈한 상태에만 집중하고 있어 온전히 대한민국 국민으로 받아들여지지 못한다는 이유였다.
결국 남한 사람들이 일방적으로 붙여준 이 이름으로 인해 북한에서 온 분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진정한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수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인식하에 실향민과 나 그리고 북한에서 온 사람들이 같이 만든 이름이 바로 ‘북향민’ 이다. 우리 중 서울이나 제주도에 고향이 있는 사람이 있듯이 이들은 북한에 고향이 있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뜻이다.
위원회 이름 중 ‘북향’에 대한 이해가 있었다면, 왜 여성위원회인 것일까. 2022년 12월 기준으로 대한민국에 입국한 북향민은 총 33,882명인데, 그 중 남자는 9,510명, 여자는 24,372명으로 여성이 전체 북향민의 70퍼센트를 넘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이들의 목소리는 약 3만 4천여명 중 소수 남성들의 목소리가 전부의 입장인 것처럼 한국 사회에 비춰졌던 아쉬움이 있었다. 그에 따른 불이익은 고스란히 대다수의 북향 여성들에게 돌아갔다. 그러한 이유로 이제 ‘성평등’ 시대에서 북향 여성이 스스로 목소리를 내고, 이 목소리를 정책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위원회가 만들어진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냉전체제의 이데올로기적 대결로 남북으로 분단되었다. 한국의 지배체제가 위기를 맞이할 때마다 이 대결구도가 다시 소환되어 공고해지는 악순환을 겪었다. 이 냉전체제의 잔영은 ‘국가안보’라는 명분 아래 ‘국가폭력’의 모습으로 북향민들에게 투영되고 그들을 옭아매고 있다.
여성의 시선에서 법규범과 체계를
재검토...대책마련과 지원에 주력
전 세계적으로 인간의 존엄성을 중시하는 새로운 패러다임 속에서 더불어민주당 북향여성인권위원회는 남한 중심이 아닌 북향 여성의 시각에서 남한 중심의 형식적인 지원이 아닌 여성의 시선에서 관련 법규범과 체계를 재검토를 통해 구체적인 대책마련과 지원에 주력하려 한다.
그 중 하나가 바로 2016년 여야의 합의로 제정된 ‘북한인권법’의 전면 개정이다. 현재 ‘북한 인권법’에서 지원하고 적용되는 ‘북한 주민’의 범위에 제3국이나 남한 거주 북향민이 제외되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 또한 북향민도 남북 이산가족 상봉 대상자로 선정되도록 추진할 예정이다. 실향민과 북향민은 똑같이 북한이 고향인데도 한국전쟁 시 남한에 내려온 실향민은 이산가족 상봉의 대상자가 되어 가족을 공식적으로 만날 수 있는 기회를 가진다. 하지만 북향민은 한국전쟁 이후에 북한에서 왔다는 시간적 이유로 북한에 있는 가족을 만나지도 못하고 조용히 살아야 하는 현실은 철저히 차별적이다.
앞으로 북향여성인권위원회에서 북향 여성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남한 관련자들의 교육, 북향 여성의 역량 강화를 위한 시스템 구축, 기본 생활 지원, 사회참여기회 확대 등 북향 여성이 겪고 있는 문제 해결을 위한 법과 정책을 재정비하여 일관성 있게 추진할 예정이다. 개인적으로는 북향 여성 스스로가 자강, 자립할 수 있게 지원하여 언젠가 동독의 ‘메르켈’같은 훌륭한 북한 출신 여성 지도자가 대한민국을 통치하는 그 날을 꿈꾼다. 북향 여성이 만드는 한반도 평화와 통일, 참으로 설레지 아니한가. 이제, 북향 여성의 시대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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