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5-17

한일관계의 출구를 모색한다 - 통일신문

한일관계의 출구를 모색한다 - 통일신문

한일관계의 출구를 모색한다
전수미 변호사 | 기사입력 2023/

[포커스] 최근 대한민국 외교부가 바쁘다. 지난 12월 한일 국장급 회의가 도쿄에서 열렸고 이번에는 일본 외무성 후나코시 아시아대양주 국장이 서울에 올 차례였지만, 올해 1월에도 우리 외교부 담당자가 직접 도쿄에 방문했다. 지난 1월 12일 국회 공개토론회에서 외교부는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조속한 해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면서, 속도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해법 안을 마련하기 위해 공개토론회 자리를 준비했다고 발언하였다. 그리고 1월 15일 외교부가 발걸음을 재촉한 곳은 다름 아닌 도쿄 외무성이었다. 일본 후나코시 국장과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긴밀한 협의를 하기 위해 다시 도쿄로 날아간 것이다.




이러한 외교부의 태도는 여러 가지 의문을 야기하고 있다. 강제징용문제는 한국이 피해자, 일본이 가해자로 알려진 한국과 일본의 역사적 문제이다. 피해자인 대한민국 외교부가 무엇이 그렇게 급하고 아쉬워서 도쿄로 수차례 날아간 것일까? 지난 12월 외교부에서 제시했다는 안을 바라보면 첫 번째로 한국 기업만의 출자로 강제징용문제 해결을 위한 자금을 마련한다는 것, 두 번째로 기존 일본 총리의 총체적인 사과를 계승한다는 태도이면 된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일본 측에게는 새로운 사과나 배상과 같은 그 어떤 행위를 하지 않아도 우리가 알아서 해결하겠다는 것인데, 이것이 피해 국가의 태도인지는 의심스럽다. 올해 1월 국회 토론회에서 확인했듯 국내에서 많은 반발이 있음에도 강제징용 문제를 한일 양국의 관계 개선이라는 이름 아래 조급하게 협상을 하는 이유를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오죽하면 상대 파트너인 후나코시 국장의 임기가 곧 끝나기에, 임기 안에 협상을 조속히 끝내려 한다는 소문까지 돌 정도이다.

한일관계에 있어 한국은 일본과 독일의 태도를 늘 비교하곤 한다. 우리가 독일과 일본의 태도에 대해 비교하면, 일본은 독일처럼 우리가 수용소 가스실 학살을 자행했냐며 독일과 같지 않음을 항의한다. 하지만 일본은 한국인들이 생명처럼 생각하는 성을, 일본식으로 바꾸게 하고, 매일 일본 천황이 있는 동쪽에 절을 하도록 강요했다. 우리말과 역사를 공부하지 못하게 하였고 조선 왕이 살았던 궁에 동물원을 만들었다.

또한 독일은 과거에 대해 철저히 사죄하고 어린 아이부터 철저하게 과거 역사에 대해 교육시키는 반면, 일본은 총리 사죄 후 야스쿠니 신사에서 참배를 하여 진정한 사죄가 아니었다는 분노를 일으킨다. 또한 독일은 전쟁에 진 것을 ‘패전’이라고 하는데 일본은 ‘종전’이라고 한다. 독일은 당시 연합군을 ‘점령군’이라고 했는데 일본은 ‘진주군’이라고 표현하는 등 누가 전쟁에 승리했고 졌는지를 알 수 없게 하고 있다. 이러한 표현들은 일본이 역사에 대한 반성이 없다고 비판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은 오늘날까지 한일 갈등을 만들고 있다. 우리는 1910년 한일합병을 불법적 합병이라 규정하지만, 일본은 당시 국제법 상 합법적인 합병이었다고 주장한다. 식민지 지배의 성격에 대해 양 당사국의 해석이 다르기에 거기에 수반되는 강제징용, 위안부 등 수많은 역사적 문제 또한 수많은 논쟁만 지속할 뿐이다. 여기에 양국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일본이 식민지배에 대한 진정한 사과 및 반성이 없다는 문제를 제기한다. 일본은 현재 한국이 강제징용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1965년 청구권 협정 위반이라고 이야기한다. 이러한 양국의 차이를 바탕으로 강제징용 문제 해결을 통해 일본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미래지향적인 신시대의 한일협력을 추구하기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대내적으로 현 정부에서 강제징용문제 해결을 위해 객관적이고 냉정한 관점에 기초하여 한국과 일본의 견해 및 인식차를 재확인해야 한다. 이러한 논의를 종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에서 선제적으로 대한민국 내 강제징용 문제 해결을 위한 범사회적 담론을 건설적인 방향으로 이끌고 나갈 필요가 있다. 그 중 하나로 여야 한일의원연명 대표 원로 의원들의 합의안을 도출한 다음, 관련 피해자, 시민단체. 학계 관계자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 여야합의안에 대한 끝장토론을 한 후 결론을 내는 방법이 있다. 이러한 방법에 따르면 소모적인 쟁론 소지를 줄이고 국민적 여론을 모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현재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범사회적 담론과 한일 간의 견해 차이 등을 설명하고 현재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일본 기업 재산의 현금화를 통한 배상을 원하는지, 아니면 일본 측의 ‘진정한 사죄’를 원하는지 피해자 한명 한명을 직접 만나 재확인할 필요가 있다. 피해자마다 견해가 다를 수 있으므로 각 피해자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피해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분류하여 각 영역별로 지원을 달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한국 정부는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한일관계의 모델로 삼아 열린 마음으로 일본 지도자들과 만나 협의할 필요가 있다. 일본 정부는 대한민국 내 일본기업 재산의 현금화 방지를 최우선 목표로 한다. 이에 한국 정부는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원하는 것이 일본 측의 '진정한 사죄’임을 강조하면서 이를 요청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한국에서는 ‘진정한 사죄’에 대한 구체적 정의가 없었다. 이에 대해 여러 가지 생각이 있겠지만 여기에서 ‘진정한 사죄’란 사과를 표현하는 말과 사과 후 행동이 일치하는 사과를 의미한다고 본다. 이러한 의미에서 과거 일본 총리의 피해자에 대한 편지나 사과는 현직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로 인해 언행불일치가 되어 ‘진정성’이 결여되었기에 책임 추궁이 반복되어 왔음을 일본 측에 강조할 필요가 있다. 결국 일본 현직 총리의 피해자에 대한 직접적 사과 및 사과 후 ‘일관성 있는 모습'이 보장될 때, 한국 측의 사죄 재요구에 대한 논의 또한 사라지게 될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 후 일본이 '진정한 사죄'를 하고, 한국과 일본 기업이 화해와 상생이라는 새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여 자발적으로 강제징용피해자지원재단에 돈을 기부하는 행태를 보일 때, 한일관계가 각 나라 국내 정치의 종속변수로 활용되는 악순환의 고리가 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움직임은 한국과 일본 서로가 아태 지역의 세력변화 움직임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여건을 만든다는 점에서도 의미 있다. 나아가 국제 현실을 냉철히 직시하여 우리의 역량과 위상, 그리고 국민합의에 바탕을 두고 국익을 도모하는 외교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생산적 외교라 할 것이다.

사단법인 화해평화연대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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