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 80주년 기념
<정병준이 복원한, 시대에 응답한 세계인 김규식>
글.김창규 <딴지일보>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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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김규식인가
”한국 근현대사는 우여곡절이 많다. 그렇기에 인식 자체가 극단화되어 있다. 호오가 분명하며, 영도가 분명하며, 그립이 분명한 이들을 애정한다. 허나 역사라는 건 인간의 삶과 행위가 씨줄과 날줄로 엮여 시대를 만들고 흐름을 만든다. 이 역사적 울림을 단순화하고 직선화하여 협소하게 이해한다는 건 실상을 놓치는 일이다. 역사적 성패와는 다른 진정성, 삶에서 우러나오는 공명이 근현대사를 깊고 넓게 만든다.“
왜, 하필, ‘이분법’에서 벗어나 있는 김규식에 천착했는지에 대한 정병준의 답변이다. 우문현답이었다. 이를 증명하기로 작정한 듯, 책은 더없이 세밀한 고증의 연속이다. 정병준이 ‘금기이자 불온한 현대사’ 학자로 생존 중이며 한국 사회에서 자신의 연구를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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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왜 “김규식과 그의 시대”인가
정병준은 11년간의 치밀하고 방대한 연구를 통해 김규식이란 인물을 재구성한다. 김규식의 이야기는 김규식만으론 쓸 수 없는 이야기가 그득하다. 그와 호흡하고 함께한 이들, 그리고 당대를 담지 않고서는 도저히 설명도 증명도 할 수 없기에 “김규식과 그의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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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히 당연한 이야기인데, 이 당연한 이야기의 여정은 고되고 힘들다. 한국 사회에서 환영받지 못한다. 우리가 쉬이 어떤 인물을 신격화하고 영웅시하는 이유다. 그게 쉽다. 나 역시 그러고 산다. 시대를 읽고, 사람을 읽고, 이를 씨줄과 날줄로 엮기는 너무나 고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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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말이 맴돈다. 위인도, 영웅도 없다. 시대에 응답하고 주어진 요구에 최선을 다하는 인간이 있을 뿐이다. 훗날 어떤 평가를 받게 되든, 인간의 삶과 역사는 실로 결과보다 과정에 있음을, 김규식, 그리고 그에게 11년을 바친 정병준에게서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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