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족은 정말 강대국들의 일방적인 희생자인가?
오늘도 어제처럼 약간 도발적인 글을 쓴다. (불편하신 분들은 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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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읽고 있는 '왜 북한은 극우의 나라인가'[ B. R. 마이어스 지음] 를 보면 북한의 공식 이데올로기가 무엇인지 뿐 아니라 한국인들의 내면 가장 깊숙한 곳의 심리 기제에 대해서도 탁월하게 분석하는 걸 볼 수 있다.
북한의 진짜 국가 이념은 당연하겠지만 공산주의도, 스탈린주의도, 그렇다고 유교도 아니며 심지어 주체사상도 아니다. 북한의 진짜 국가 이념은 극단적 인종주의에 기반한 극우민족주의다. 그리고 북한의 극우민족주의의 뿌리는 다름아닌 태평양 전쟁 말기 일본 군부가 지배하던 전체주의 일본제국의 극단적 극우민족주의다.
북한의 극우민족주의의 세계관은 대충 다음과 같다. 전 세계는 이미 너무 오염되고 타락했다. 그러한 더러운 세계 한 가운데 태고 적의 깨끗함과 순결함을 간직하고 있는 조선민족이 있다. 하지만 사악하고 더러운 주변 외세민족들이 마지막 남은 조선민족의 순결함 마저 더럽히기 위해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인류 중 가장 깨끗하고 순결한 조선민족을 사악한 외세로부터 끝까지 보호하기 위해서는 김일성이라는 위대하고 따뜻한 영도자의 지도가 필요하다. 그래서 조선민족은 김일성의 품 안에서 자신들만이 간직한 민족의 깨끗함과 순결을 영원히 지킬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서사는 신의 후손인 가장 고귀한 일본 민족이 귀축영미 로부터 일본과 아시아를 지키고 해방해야 한다는 일본의 극우민족주의에 뿌리를 두고 있다. 북한이야 말로 일본제국의 진정한 후계 국가 였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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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부분을 읽고 진정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보다 더 북한의 정체를 탁월하게 분석 할 수 있을까? 이를 통해 북한을 추종하는 한국의 NL세력이 왜 진보의 탈을 쓰고 있으면서도 가장 반동적인 행태를 보였는지 쉽게 설명할 수 가 있다. NL세력 이 추종하는 북한 자체가 인류 역사에서 가장 사악한 이데올로기였던 나치와 군국주의 일본제국의 인종주의 극우이념을 간직하고 계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기서 중요 한 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러한 순수 민족 신화에 기반한 민족주의 멘탈리티를 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 체제를 신봉하는 한국인들 조차 어느 정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순수한 형태의 단일 민족 신화부터 시작해서 한국인들이 은근히 자신들에게 투영하고 있는 민족의 천부적 우수함과 피해의식은 북한과 공유하는 극우민족주의가 한국인들 조차 완전히 자유롭지 않다는 걸 보여준다. 한국 또한 북한과 마찬가지로 일본제국의 식민지 였으니 동일한 세계관과 멘탈리티를 공유한 다는 게 어쩌면 당연한 것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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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순수하고 착한 민족으로서 타 민족으로부터 피해만 받아왔다는 피해서사는 곰곰히 생각해 볼수록 흥미롭다는 생각이 든다. 하나하나 따지고 보면서 제3자의 객관적 시각에서 이러한 피해의식이 별로 근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은 여전히 한민족(북한까지 포함해서) 지난 세기 역사 이래로 강대국들에 의해 온갖 피해와 고통만을 당해왔다고 믿고 있다. 그래서 주로 가해 대상 국가와 관련된 이슈만 발생하면 자동반사적으로 즉각 반발하며 부당한 처사에 대해 저항해야 한다고 호소한다. 근데 정말 한민족들이 자신들의 믿음 서사에 따라 강대국들의 일방적 피해자이자 희생자일가 맞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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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일제시대 일본의 대외침략이 본격화 된 후 조선인이 단지 일방적인 피해자가 아니라 동시에 가해자이기도 했었다는 이야기는 어제 별도의 포스팅 “반일 감정의 기원”에서 이미 했었다. 그렇다면 해방 후부터 지금까지는 한민족의 서사 대로 정말 피해자였을까? 2차대전 패전 당시 국제법상 일본 영토 였음으로 일본제국과 전쟁을 벌인 교전국이 한반도에 진주 한 것에 대해서 딱히 딴지 걸 수 없다고 생각한다. 거기다가 양쪽에 진주한 미군, 소련군 모두 식민지로 점령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정부 수립 전까지 행정 및 치안 유지 목적으로 일시적으로만 진주한 것이었다. 그리고 한국의 분단 관련하여 과연 나는 일방적으로 미국과 소련 탓만 할 수 있냐 의문스럽다. 당시 조선인들 자체 정치적 역량만 가지고 있었다면 얼마든지 협의와 협상을 통해서 단일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만약 전체 조선 대부분의 정치세력이 똘똘 뭉쳐서 단일 정부 구성을 미소 양측에 제시했다면 아무리 미소가 각각의 친미, 친소 정권을 수립하고 싶었다 하더라도 나는 동의하지 않았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남북한 양쪽 정치세력은 통합 보다는 단일 정부 선택을 선택하였고 남북 양쪽 정권 수립 이후에도 평화로운 통합 협상 진행 보다는 양쪽 다 무력에 의한 해결을 도모했다.
그리고 무력에 의한 해결도 결코 미, 소, 중 강대국이 남북한 양쪽에 강요한 게 아니다. 북한 김일성이 전쟁을 원치 않는 스탈린과 모택동을 기어이 설득해서 전쟁을 일으켰다. 그리고 한국전쟁을 내전이라고 규정했을 때 한민족 스스로 초래한 내전 때문에 원치 않은 전쟁에 부득이 하게 참전한 미국과 UN 참전국, 그리고 중국은 엄청난 인명피해를 당하게 된다. 한국 전쟁에서 죽은 한민족들이야 자기들이 초래한 내전이라 남들 탓할 수 없는 것이며 애꿋은 주변 강대국 들과 인도적 차원에서 참전한 UN군 참전국 군인들은 큰 희생을 치렀다. 과연 한국전쟁의 희생을 외세에 탓으로 돌릴 수 있을까? 착하고 순진하고 무고한 한민족이 강대국들 때문에 큰 희생을 치뤘다고 강대국들 욕을 할 수 있을까? 나는 되려 강대국들이 피해자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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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한국 전쟁 이후에도 기어이 피해의식을 갖고 있는 남북 양쪽의 국가는 본격적으로 후견 강대국을 뜯어먹기 시작한다. 미국과 소련은 전후 남북한에 막대한 원조를 퍼붓는다. 남북 양쪽 다 자신들이 냉전의 최전선에 위치한다는 핑계로 끊임없이 미소에 원조와 지원을 강요했고 미소는 전략적 가치 때문에 외면 할 수가 없었다. 한때 미국의 대외 원조 1위가 한국이었으며 소련은 소련 해체 직전 까지도 북한 퍼주기 때문에 상당한 경제적 부담을 져야 했다. 한국은 미국으로부터 반세기가 넘는 군사적 보호 뿐 아니라 광대한 수출 시장을 통해 기적적인 경제발전의 결정적 토대를 마련 할 수 있었다. 미국으로부터 받는 원조와 막대한 대출금 그리고 각종 기술 지원 그리고 수출 시장 등을 통해 전후 경제적으로 가정 성공한 나라로 도약 할 수 있었다. 게다가 일본일본 부터 도 식민 지배 사죄의 대가로 당시로서는 막대한 돈을 받아내어 역시 경제발전에 중요한 종자돈으로 사용했다. 북한 역시 90년대 까지의 인민들의 비교적 넉넉한 삶의 수준은 소련의 원가 이하로 북한에 판매되는 사실상 각종 원자재와 사회주의권 물품들의 무상원조덕이 아니었으면 절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90년대 중반 발생한 북한의 대기근과 대량 기아사태가 소련의 붕괴로 촉발된 대외 원조가 끊긴 게 결정적인 이유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소련 해체 후 북한은 미국에 대한 자신들의 전략적인 위치를 들어 이제는 중국을 뜯어먹기 시작한다. 한국과 북한이 양쪽의 후견 강대국을 뜯어먹는 동안 강대국은 멀 얻었을까? 아마 냉전 시 자신들의 지역 헤게모니 유지 정도 였을 것이다. 양쪽이 얻은 걸 비교해 보면 나는 비교가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냉전 체제 때도 남북한 정권은 틈만 나면 무력에 의한 재통일 시도를 했었고 미소 양국의 지도자는 극도로 호전적인 김일성과 박정의가 무모한 시도를 뜯어말리기 바빴다. 냉전시 한민족이 다시금 전쟁의 참화를 겪지 않고 평화를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다 강대국 지도자들의 평화를 유지하고자 하는 이성 덕분이었다. 그리고 냉전 종식 후에도 한국은 변함 없는 미군의 군사적 보호를 받고 있으며 미국의 군사적 보호는 냉전 때는 전쟁 억지력의 중요한 기반이 었으며 냉전 후에 한미 동맹은 세롭게 지역 강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의 갑질을 제어할 균형추 역할을 해주고 있다. 냉전 후 미군을 쫓아냈던 필리핀이 중국 갑질을 견디다 못해 미군을 다시 불러들인 사례는 한국에게 큰 시사점을 안겨 주고 있다. 그리고 한국은 미국과의 깊숙한 관계를 통해 전근대적인 문화와 일제가 남긴 전체주의 문화를 일소하고 근대적 민주주의 국가로 거듭날 수 있었다. 또한 한국은 금융위기 이후 급성장하는 중국 경제를 통해 다시금 경제 성장의 중요한 동력을 갖출 수 있었다. 지금도 중국과 발생하는 무역에서 나오는 흑자로 매년 막대한 양의 달러를 비축하고 있다.
나는 아무리 따져 봐도 남북한이 주변 강대국들을 호구로 삼아 뜯어 먹었으면 먹었지 과연 자신들이 진지하게 믿는 신화대로 주변 강대국들에게 온갖 괴롭힘을 당하고 수탈을 당했는지 의문스럽다
. 북한처럼 국가 이념 자체가 한민족 피해 서사에 따른 순수하고 순결한 극우민족주의 정도는 아니지만 한국사람들도 보통 자신들이 주변 강대국들로부터 온갖 괴롭힘과 학대를 받아왔고 그래서 지금도 강대국 관련 첨예한 이슈만 나오면 경기를 일으키며 큰일 날 것 처럼 호들갑을 떤다. 정말 우리가 주변 강대국 때문에 온갖 불행을 당했고 지금도 당하고 있을까? 한국인이 어렸을 적부터 갖고 있던 신화적 서사를 잠시 접어두고 제3자의 객관적인 눈으로 본다면 나는 주변 강대국이 얍삽하고 교활한 한민족들 때문에 호구 제대로 잡혔다는 머 그런 모습들이 더 사실에 부합하게 보이지 않을까 싶다. 외부에서 20세기 역사를 본다면 한민족은 남북한이 상상하는 것 처럼 순결하고 순진하다기 보다는 되려 자신들의 지정학적 미묘함을 적극 활용해 최대한의 이익을 얻어내는 그러며서도 가증스럽게 약자 코스프레에 능한 그런 교활하고 약삭빠른 그런 민족이라는 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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