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5-11
박정희에 대한 과한 찬사를 보면
박정희에 대한 과한 찬사를 보면 그의 마지막을 생각하게 된다. 객관적인 입장에서 그의 마지막 모습을 서술해보면, 박정희는 어떤 위대한 일을 하다가 ‘영웅답게’ 죽은 게 아니다. 그는 그저 꼬추 한번 흔들어보겠다고 여대생들 끼고 술마시며 시위하는 국민들을 어떻게 탄압할지 부하와 논의하다가 이에 반발하는 다른 부하에게 총맞아 죽었다. 부하를 제대로 통솔하지도 못했으며, 국민들을 탄압하겠다는 논의를 통치권자가 하고 있었으며, 추잡하게도 수십살도 더 차이 나는 여대생들을 술자리에 불러서 끼고 놀았다. 늙은이의 더럽고 끈적한 욕망이 낳은 추잡한 죽음에 지나지 않는다. 박정희라는 맥락을 제거하고 어느 제3세계 독재자의 죽음으로 읽어보라. 어느모로 보아도 영웅의 죽음과는 거리가 멀다. 추잡한 죽음을 앞에 두고 “나는 괜찮다”고 한번 말했다고 해서 담대한 영웅이 되는 게 아니다. 솔직히 말해 염치와 수치를 모르는 발언이라 생각한다. 나라면 그런 죽음이 부끄러워 어찌할 줄 몰랐을 것 같다. 70도 넘은 독재자가 여대생 끼고 술마시다가 부하의 손에 살해당한다, 고 역사에 기록된다라.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물론 나는 박정희의 이런 추잡한 모습까지 좋아한다. 한 개인을 온전히 그대로 바라보고 받아들일 수 있어야 비로소 제대로 성찰할 수 있다. 그저 본인이 바라던대로 무덤에 침 한번 뱉으면 그만이지, 대체 무슨 말들이 그리 많은걸까. 박정희 시대에 있었던 주요한 일들이 한국사회에 의미 있는 것들이었다는 점도 인정하고, 그 일들에 박정희의 공헌도 지대하다는 점 또한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영웅이라 칭할 것까지는 없을 것이다. 그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된다. 박정희 시대에 한국에 유의미한 변화가 있었으며, 그 변화에 박정희가 기여한 것이 많았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시대적 소임을 다 하고 영면했다. 이 이상 뭐가 더 필요할까. 독재자에게 그가 받아야 할 마땅한 경멸을 돌려주는 일을 지식인들이 잘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영웅이 없으면 사회를 통합하지 못한다는 건 참 부끄러워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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