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희(저자) | 아토포스 | 2017-08-31
-------------
기억을 탐험하고 삶의 서사를 넘나들며 관능적이면서도 매혹적인 글쓰기로 숱한 독자의 가슴에 파문을 일으켰던 에세이스트 이서희의 세 번째 책. 첫 책 <관능적인 삶>이 과거로부터 유래했던 존재의 기필하고도 절박한 관능을 다룬다면, 두 번째 책 <유혹의 학교>는 한 존재가 다른 존재에 닿기 위한, 목적어에 의지하지 않는 동사의 행위로서의 사랑에 천착했다.
이번에는 작가의 삶에 운명처럼 던져진 사랑의 서사를 다룬다. 첫 책의 존재론과 두 번째 책의 당위 사이에서 부유하던 내밀한 통증의 이유가, 세 번째 책 <이혼일기>에 담겨 있다.
작가의 글쓰기는 아슬아슬한 성적 감각의 충만한 자극을 경유하되 결연히 존재하는 생명의 지극한 본질까지 전진한다. 그는 감각의 표층을 위태롭게, 그러나 오랜 열망을 품은 구도자의 태세로 부유한다. 관능의 문장은 필사적이고 관능의 서사는 생동하며 관능의 존재는 당신을 매혹한다.
제목은 '이혼일기'이지만 섣부른 판단은 사양한다. 사랑을 꿈꾸는 자에게, 사랑을 시작하는 자에게, 사랑하는 연인들에게, 지쳐가는 연인들에게, 결별의 이유가 절실한 이들에게, 헤어지는 사람들에게, 이별 후 홀로 남은 이들에게, 홀로 통증을 견디고 있는 이들에게, 새로운 출발이 필요한 이에게, 한때 타자와의 관계로서 자신을 입증하려고 했던 이에게, 오롯한 자신으로 충만하기 원하는 이에게, 아픔의 연대를 꿈꾸는 이들에게, 그리하여 당신에게 필요한, 당신을 위한 책이 될 것이다.
프롤로그
1.
샤를 드골 에뚜알 공항의 오전 아홉 시
당신을 만났습니다
송두리째의 시간들
행복이란 신화
우리는 어긋나지 않는다
그저 당신
투명해지는 일
잘 지내지 못해요
얇고 찬란한 건 불길하다
이혼일기
괜찮은 남자와도 이혼할 수 있다
2.
어른의 시간
좋아한다는 말
외로운 도시
한 달 반의 싱글 체험기
자라나는 것들의 희망
피아노를 다시 배운다
이별의 왈츠
아이들의 이사
오래전의 육아일기
중심잡기
사랑의 얼굴
봄밤
엄마의 장난감
딸에게 보내는 편지
늙어감에 대하여
이혼 중간 과정 보고
아내 같은 친구
결혼은 누구도 완성하지 않는다
사랑한다면 운명처럼
3.
이혼하는 날
이혼이라는 미친 시간
주홍글씨처럼 새겨진 푯말을 들고
이 세상의 모든 ‘그녀’들을 위하여
그녀들의 폴 댄스 여정
속옷을 입는 시간
나의 백 살 먹은 남자친구
빗속의 방문객
나와 연애 중
아이들, 제롬을 만나다
절반 이상의 하루오, 숨겨진 방
인과
친구의 남편이 외도를 했다
아듀
4.
이혼이 어때서
이별의 이야기를 나눌까요?
사랑과 폭력
쌍년과 나쁜 남자 사이에서
거대한 발기, 사랑의 깃발
데리고 살다, 데리고 자다
페르시아 여자
뻥 차여도 괜찮아
남자친구에 관한 대화
부디 잘 자라다오, 다정한 소년이여
그래도 숨 막히는 날이 온다
아이 없는 주말
우리는 누구의 영토도 아니다
비상에의 공포, 그러나 발화하는 용기
자기만의 방, 열려 있는 집
낭만적 연애와 결혼
따뜻한 몸, 배려의 몸
5.
나의 이름
E=mc2
우울한 당신에게
엉망진창, 형편없더라도
‘당신이 옳다’의 연대
자위하는 남자
밤의 도서관
동전과 남자는 길에서 줍는 거 아닌가요?
장밋빛 인생
고백
나는 아름다워질 테다
프랑스 쌍년
이제는 ‘그 남자’가 되어볼까
다시여행
모성의 관능
재채기처럼
둘째 딸이 물었다
투명인간
비로소 빛의 날
1974년 와인
작가의 말
사랑에 빠지는 순간은 때로 어리석고 무모하고 폭력적인 ‘송두리째’의 시간이다. 다른 두 존재가 새로운 존재로 넘나드는 시간이고 상대의 무게와 함께 사랑의 무게를 더해 모조리 추락할 위험을 내포한다.
_ 송두리째의 시간들
사랑하면서도 어긋나는 삶은 무력했다. 다른 트랙을 달리는 기차의 방향을 틀어 어떻게든 자꾸만 멀어지는 그의 트랙으로 밀어넣기 위해 온갖 힘을 다했다. 그 역시 발버둥치고 있음을 알았다. 나는 어긋난 것처럼 보였고 그는 나를 바로잡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나는 어...
최근작 : <이혼일기>,<유혹의 학교>,<관능적인 삶> … 총 6종 (모두보기)
소개 : 서울 출생.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마치 고 프랑스로 건너갔다. 영화학교 ESEC 졸업 후 파리3대학 영화과 석사 과정을 수료했다. 《관능적인 삶》 《유혹의 학교》를 펴냈다. 2017년 현재 미국 할리우드에 거주하며 신문과 잡지에 칼럼을 쓰고 있다.
사랑은 환호와 조롱 속을 거친 풍랑처럼 헤쳐가는 일이다
사랑은 그러므로 피를 흘리는 일이다. 동시에 살아있음을 확인하는 일이다.
진보를 성취하는 사랑의 서사
이 책은 사랑과 이별에 관한 오래된 이야기가 아니라 자신에게로 향하는 내밀하고도 불온한 연서다. 타자로부터 연유했던 여인은 사랑과 이별의 계절을 거쳐 자신에게로 귀착한다. 그러고는 다시 여행을 준비한다. 이제 비로소 타자에게로 닿을 수 있으니 삶은 다시 뜨겁고 아름답고 충만할 것이다. 무릇 생명은 계절의 관습 속에서 진보한다는 점에서, 사랑은 진보의 근거가 된다. 반복의 습속에 머무는 것은 결코 사랑이 아니다. 그것을 뚫고 진보를 성취하는 것이 사랑, 그렇다면 이 책을 사랑의 서사로 불러도 좋다.
관능적 서사의 유혹자, 이서희 작가의 귀환
기억을 탐험하고 삶의 서사를 넘나들며 관능적이면서도 매혹적인 글쓰기로 숱한 독자의 가슴에 파문을 일으켰던 에세이스트 이서희의 세 번째 책이 출간되었다. 첫 책 《관능적인 삶》이 과거로부터 유래했던 존재의 기필하고도 절박한 관능을 다룬다면, 두 번째 책 《유혹의 학교》는 한 존재가 다른 존재에 닿기 위한, 목적어에 의지하지 않는 동사의 행위로서의 사랑에 천착했다. 이번에는 작가의 삶에 운명처럼 던져진 사랑의 서사를 다룬다. 첫 책의 존재론과 두 번째 책의 당위 사이에서 부유하던 내밀한 통증의 이유가, 세 번째 책 《이혼일기》에 담겨 있다.
“사랑은 환호와 조롱 속을 거친 풍랑처럼 헤쳐가는 일이다.”
“사랑은 그러므로 피를 흘리는 일이다. 동시에 살아있음을 확인하는 일이다.” _ 본문 중에서.
작가의 글쓰기는 아슬아슬한 성적 감각의 충만한 자극을 경유하되 결연히 존재하는 생명의 지극한 본질까지 전진한다. 그는 감각의 표층을 위태롭게, 그러나 오랜 열망을 품은 구도자의 태세로 부유한다. 관능의 문장은 필사적이고 관능의 서사는 생동하며 관능의 존재는 당신을 매혹한다. 작가는 매혹하기 위하여 고통받는 자다. 미려한 문장들로 수놓은 작가의 서사는 진실을 해명하기보다는, 다만 진실을 믿어버린다. 사랑한다는 언명은 실은 그러한 것이기에.
“이해는 언제나 뒤늦게 도착한다. 우리는 대체로 오해로 만나서 오해로 인연을 맺고 오해로 헤어진다. 진심은 결국 절실한 오해들의 부스러기 같은 것. 사랑하는 사람들과 진심으로 엮이는 자들은 운이 좋은 것. 이해는 인간의 몫이 아니거나, 정말 운 좋은 사람들 사이에서나 일어나는 기적 같은 것. 그러므로 사랑한다면 운명처럼 사랑하는 수밖에.” _ 본문 중에서.
이별의 이야기를 나눌까요
이 책의 제목은 ‘이혼일기’이지만 섣부른 판단은 사양한다. 사랑을 꿈꾸는 자에게, 사랑을 시작하는 자에게, 사랑하는 연인들에게, 지쳐가는 연인들에게, 결별의 이유가 절실한 이들에게, 헤어지는 사람들에게, 이별 후 홀로 남은 이들에게, 홀로 통증을 견디고 있는 이들에게, 새로운 출발이 필요한 이에게, 한때 타자와의 관계로서 자신을 입증하려고 했던 이에게, 오롯한 자신으로 충만하기 원하는 이에게, 아픔의 연대를 꿈꾸는 이들에게, 그리하여 당신에게 필요한, 당신을 위한 책이 될 것이다.
“사랑의 이야기가 많은 만큼 이별의 이야기도 무수하다. 사랑과 결혼의 이야기를 즐겨 묻는 것만큼 이혼의 이야기도 궁금할 수 있다. 어쩌면 우리에게는 더 많은 이혼의 이야기가 필요한지 모른다. 행복보다 고통에서 우리는 더 많은 것을 배운다. 말 못할 고통의 시간을 보내는 이들에게 먼저 배운 이들의 지혜와 위안이 줄 수 있는 것은 많다. 이야기를 공유하며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갈 수도 있다. 모든 사랑이 달콤한 사랑의 이야기로 마무리되지는 않는다. 모든 사랑의 이야기는 이별의 이야기로 끝이 난다. 생전의 이별이든 앞선 죽음이든 인간의 관계는 이별을 예비한다. 미리 이별에 압도될 필요는 없지만, 우리는 좀 더 이별에 편안하고 떳떳할 수 있어야 한다.” _ 본문 중에서.
나에게로, 그리고 당신에게로
우리는 모두 타자로부터 유래하였다. 모태에의 열망, 부성(父性) 사회의 습속은 우리를 때로 어찌할 수 없는 존재로 옭아맨다. 작가는 타협하고 순응하기를 거부하고 도망하여 부유하는 자가 되고자 했다. 낯선 언어의 땅으로, 영화라는 비현실의 세계 속으로. 벼락같은 사랑이 구원처럼 보였다. 사랑에 빠지고 결혼을 감행하고 보석 같은 아이들을 낳아 길렀다. 눈부시게 행복한 시간들이었다.
그러나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지 않는 자들은 우울을 감기처럼 앓는다. 벼락같은 사랑이 극진한 좋아함으로 진화하지 못할 때, 사랑의 신화는 고통의 이유로 전락한다. “사랑하면서 발견한 한 사람의 진실은, 헤어지면서 알게 된 진실 속에서 무참해진다.” 작가는 이혼의 시간들을 기록한다. 진실은 추궁하는 것이 아니라 직면하는 것이다. 진실을 직면하기 위해서는, ‘어찌할 수 없는 존재’를 벗어버리고 오직 자기 자신에게로 귀착해야 한다.
작가가 이혼 과정 속에서 두 딸과 나눈 대화는 유쾌하면서도 애틋한 감동을 선사한다. 이혼의 과정은 힘들고 고통스러웠지만 작가에게도 아이들에게도 성장의 시간이기도 했다. 작가는 이혼 과정을 딸들과 공유하고 고민을 나누고 서로를 칭찬하고 격려한다. 딸들이 아빠와 엄마의 집을 오가야 했지만 되레 그것을 기회로 삼으라고, 그녀는 권면한다. 그렇게 그들은 삶의 동지가 되어간다.
“삶은 응원받아 마땅한 거란다. 그래서 엄마는 삶의 연대를 통해 타인의 삶을 응원하고 또 응원을 받으려고 해. 엄마는 너희를 응원할 거야. 엄마의 삶으로, 엄마의 살아가는 재능을 너희들 앞에 펼쳐 보이면서. 그게 바로 너희들의 삶을 가장 기쁘게 응원하는 길이라고도 생각해. 그러니 나의 아이들아, 너희들도 너희들의 삶으로써 엄마의 삶을 응원해줄래? 삶을 살아가는 재능을 만개하면서 말이야. 그와 함께 무럭무럭 자라나면서 말이야.” _ 본문 중에서.
우정과 연대의 자리로
특히 작가는 여성들의 연대에 관심이 많다. 정확하고 서슴없이 자신의 권리를 방어해내는 것은 모든 이혼 당사자들의 권리다. 특히 사회적 약자일 수밖에 없는 여성들에겐 생존을 위한 의례로서도 마땅하다. 그러나 한국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점을, 작가는 안타까워한다. 강남역 여성살해 사건 이후 쏟아져 나온 여성들의 고백을 들으며 함께 울었다. “나 혼자의 문제인 줄 알았던 것이 알고보니 우리 모두의 경험담이라는 걸” 깨닫고 분노하고 슬퍼한다. 이제 작가는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여성들의 모임을 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세계의 역사가, 우리의 사회가 우리에게 고난이었던 것만큼, 우리는 서로를 돌보는 일에 익숙해졌다.” _ 본문 중에서.
자기 자신에게로 귀착한 존재가 비로소 타자에게 닿을 수 있는 법이다. 구원은 저 너머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것도, 자신을 아끼고 돌보는 일에 가장 성실한 자가 되는 것도, 관능의 사랑이 일상의 우정과 동행하기 시작하는 것도, 우정을 넘어 연대의 자리까지 나아가는 것도 그다음에야 가능하다는 것을 이 책은 넌지시, 그러나 확고하고도 담담하게 고백하고 증언하고 기록한다.
“구원은 저 너머에서 오지 않는다. 우선은 다시 태어나서 스스로를 다시 쓰는 일에 전념할 것이다.” _ 본문 중에서.
---------------------------------
도입부가 상당히 좋다.
ann ㅣ 2018-05-06 l 공감(0) ㅣ 댓글(0)
작가의 이혼 경험담이 궁금해서 읽었지만 쉽게 와닿지는 않는다. 이런 사람도 있구나 싶은 정도? 바닥을
단단히 딛은 구체적인 생활인의 냄새가 나지 않아 작가의 매력을 느끼기 힘들다. 하고 싶은 말을 좀 더 단순하게 전달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제발 본인 사진은 이제 그만...
고무고무 ㅣ 2017-11-02 l 공감(11) ㅣ 댓글(0)
총 : 3편
[마이리뷰] 이혼일기 mi ㅣ 2018-04-24 ㅣ 공감(0) ㅣ 댓글 (0)진솔하게 자신의 경험을 풀어내면서, 언니로서, 엄마로서, 다정한 친구로서 다가온다. 사랑이라는 관계에 깊이 생각해 본 사람만이 쓸수 있는 책이다. 특히 246쪽부터 248쪽에 쓰여진 말들은 두고두고 음미하고 싶다.
그녀의 진보적 사랑이야기, 이혼일기 다재다능르코 ㅣ 2017-10-24 ㅣ 공감(3) ㅣ 댓글 (0)
'이혼'이라는 게 꼬리표처럼 누군가를 따라다닌다 하지만 이 책 속 그녀는 '이혼일기'를 써서 우리에게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이혼이라는 것이 그저 실패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발견하고자 했던 하나의 이야기로 넘어간다. 그간 이혼하면 삶의 실패라고 느껴졌다면 솔직하고 관능적인 그녀의 표현들로 가득 찬 이 책을 읽다보면 생각을 바꾸게 될 것이다. 그저 머무는 것을, 버티는 것을 사랑이라 하지 않고 스스로를 위해서 한번더 여행을 떠나기로 마음을 먹은 그녀의 마음을 응원하게 된다. 물론 이 책을 읽다보면 어떤 이들에게는 이해가지 않을 것이다. 부족한 것 없어보이고 영화처럼 만나서 결혼한 그녀가 너무 부러워서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겉으로 드러난 상황들이 아니라 그 상황을 느끼는 그녀의 진짜 내면이라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이 책에는 이런 제목이 있다 "괜찮은 남자와도 이혼할 수 있다", 이혼이 그저 삶의 끝으로 몰렸던 극한 상황이 아니라 그녀는 그녀의 진보를 성취했다.
이혼일기라는 생소한 에세이를 받아들고는 궁금점은 그녀는 과연 이 책으로 무엇을 전하고 싶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이전의 그를 만나는 과정을 그린 글에서는 마치 로맨스 영화를 읽어가는 느낌이였다. 그녀가 겪었던 그 시간들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한 느낌이 가득했다. 영화같았고, 드라마 같았던 첫 만남과 사랑에 빠진 사람의 모습에서는 누구나 흐뭇하거나 부럽거나 두근두근한 설레임이 그대로 책에 베어져있는 것만 같았다. 두 사람이 서로를 이해하고 수용했고, 원하는 방향으로 미래를 준비한 것만 같았다. 이런 감정들이 느껴지기에 처음에는 제목이 굉장히 이질적으로만 느껴졌다. 에세이 가득 남겨두었던 그녀의 행복한 감정이 어떻게 하다가 그렇게 다른 길을 선택하고 마음먹게 했을까라는 의문이 계속 나를 따라오면서 상기시켰다. 그러다가 문득 그녀가 왜그랬을까를 이해할 수 장면앞에 서서야 알 수 있었다. 내내 나를 따라오던 의문이 물음표에서 느낌표로 바뀌는 순간이였다. 결혼하고 그를 사랑하고 첫 아이, 둘째 까지 사랑의 폭격앞에서 그녀는 문득문득 사라지는 자신을 그리워했다. 나에서 아내로, 아내에서 엄마로 시간이 흐르는 동안 점점 사라지고 희미해지는 스스로의 모습을 그녀. 행복을 설득당했다는 표현이 참 많이 와닿았던 것 같다. 그녀의 에세이는 솔직하고 참 감정이 그대로 횟집의 회처럼 날 것으로 다가오게 만들었다.
이혼은 사람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관계의문제다. 라는 말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주변에 많은 결혼하거나 아이를 가진 친구들과 지인들이 떠올랐다. 다들 각자의 삶을 받아들이는 방법이 다르기에 들으면서 왜 이렇게 다른 모습들을 가질까했는데, 이 문장을 읽으니 이해가 가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녀가 이혼을 결정하고 나서의 일들도 굉장히 현실적으로 그려져있다. 솔직한 그녀의 이야기에서 생각을 한다. 스스로를 돌아본다. 그녀의 글에는 '힘'이 있었다. 자신이 겪은 변화들을 과정부터 생각까지 자세하게 그려내주었다. 그 모든 그녀의 경험들을 읽어가면서 그녀를 응원하게되었다. 의문이 느낌표가 된 후, 이제는 따옴표를 그녀에게 전해줄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 글을 책으로 내줘서 참 고맙다"고 전해주고 싶었다. 중반쯤 읽었을 때 그녀에게 이혼은 '생존'이자 '또다른 스스로를 발견하는 방법'이였던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저 버티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제 막 서른에 드러선 나에게 이 책은 많은 배움을 주었다. 꽤나 갇힌 사회에서 나누지 못했을만한 이야기들이 이곳에는 가득했고, 자연스러움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으니까.
요즘은 그 어느때보다 '이혼'이 쉽게 이루어지는 사회가 되었다. 하지만 누구도 결혼과 이혼과의 거리와 가능성, 그리고 이혼 이후는 어떤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보는 것은 꽤나 어려운 일인 것은 사실이다. 허나 이 책을 읽다보면 결혼도 이혼도 그저 법적인 뭔가의 통과의례 같은 것이 아니라 삶의 갈림길이라고 표현한다. 그리고 주변에 많은 것을 바라보는 시선을 조금더 넓게 바라봐야겠다라는 생각을 하게된다. 그녀의 생각 뿐아니라 주변사람들의 생각에까지, 사회의 시선까지도 다채롭게 바라보면서 그 모든 것을 조금씩 변화하며 성장하는 그녀덕분에 나 또한 성장하고 변화를 선택해야지라는 마음을 조금더 가져본다. 곤두서지 않고 여유가 찰랑이는 마음을 가지자며 마음을 먹어본다. 어쩌면 대한민국의 정서에 이 책은 너무 자극적이다라는 이야기를 할지도 모른다. 허나 자연스러움을 자극적이다 야하다라는 표현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보다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하고 올바른 가치관을 가지게 해주는 것이 훨씬 중요하지 않은가라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어나갈수록 처음과는 다른 부러움이 그녀에게 든다. 끊임없이 삶을 만들어가고 있는 그녀를 응원한다. 그리고 생각한다. 세상을 살면서 어떤 일을 만나더라도 그 일의 원인이나 결과보다 그 순간에 나에게 집중해보자고.
많은 그녀들에게 권하고 싶다. 결혼을 생각하는, 혹은 생각하지 않는 그리고 결혼을 한, 아이가 있는 모든 그녀들에게 한번쯤은 스스로를 돌아보라고 이야기하면서 읽어보라고 하고 싶다. 삶을 살아가는 가운데 만나는 갈림길에서 사라지는 나를 잊지말라고 하고 싶어서 - 그래서 그렇게 책을 권하고 싶다. 그리고 깊게 여자로서의 그녀들의 삶을 돌아보라고 하고 싶다.
- 나의 솔직한 이야기를 글로 써보는 것은 참 도움이 되겠다. 누군가의 솔직한 이야기는 나에게 다른 생각을 주고 마음을 열어준다.
"독서는 삶의 가장 바닥에서 나를 바꾸고 또 바꾸어준 가장 특별한 시간이다"
다재다능르코 읽고 배우고 기록하다.
이혼일기 수양 ㅣ 2017-10-23 ㅣ 공감(4) ㅣ 댓글 (0)
전작 <관능적인 삶>보다 낫다. 아마도 작가가 이혼을 했기 때문이리라. 이혼이라도 안 했으면 계속 그렇게 자아도취적이고, 그럴듯한 관념의 유희에 빠져있는, 유한마담이나 룸펜스런 글밖에는 못 썼을 것이다. 이혼이란 건 정말이지 누군가에게는 삶에 리얼해지기 위한 결단이며 도약이다. 그런데 글의 개연성과 무관하게 본문 사이마다 자기 사진 좀 껴넣지 말자. 미모도 감상하면서 읽어달라는 뜻인가? 오글거려서 못 읽겠다. 작가가 이제 곧 생리를 시작할 무렵의 딸에게 알려주는 섹스에 대한 이야기(아래)는 참 좋다. 나중에 내 아들에게도 이대로 전해주고 싶다.
섹스는 특별히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서로에게 기쁨을 주고 자신도 즐겁기 위해서 몸으로 함께 하는 행동 중 하나야. 잘 성장한 성기를 이용하기도 하면서. 신체의 중요하고 은밀한 부분을 보이고 다루어야 하기 때문에 상대방이 불쾌하거나 싫어하는 일이 없도록, 서로를 잘 배려해서 해야 하는 행동이야. 조심스럽게 상대방의 느낌을 이해하려고 하다보면 관계를 친밀하게 하는 데에 도움이 되기도 해. 남자랑 여자랑 할 때도 있고 여자랑 여자가 할 때도 있고 남자랑 남자가 할 때도 있는데, 책임감이 많이 따르는 행동이라서 시작하기 전에 충분히 그 의미를 알고 배워야 하는 일이야.
즐거움에는 보통 책임이 따라. 그리고 상대방과 함께 하는 즐거움이라면 그건 상대방에 대한 일정한 책임까지 떠안게 되는 거야. 왜냐하면 섹스에는 감정과 몸이 개입되는 거고 그로 인해 나도 상대방도 감정과 몸의 변화를 겪게 되니까. 그 변화란 건, 우리가 죄다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서 더 조심스러운 거고. 엄마랑 아빠는 함께 소중한 아이들을 낳아 키우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정성껏 섹스한 뒤 너희들을 얻었어. 섹스는 그만큼 대단한 일이기도 해. 생명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두 사람에 관한 책임뿐 아니라 새로운 생명이라는 어마어마한 책임까지 안을 수 있는 일이야. -112쪽
--------------------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