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5-27

북조선이 경제모델로 생각하는 건 아마도 개성공단 방식


손민석
16 May at 14:49 ·



사실 북조선 입장에서는 완전히 개방하는 걸 원하지 않는다. 당연하게도 내부적으로 소련이나 동유럽 인민민주주의 체제들이 어떻게 무너졌는지 철저하게 연구하고 정보를 모았을 것이기에 국영기업 체제를 갑자기 해체하면 국가가 견딜 수 없다는 걸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지금 북조선의 상황이 계획경제라는 국영체제와 시장경제의 발달을 겨우 접합시키고 유지하는 것이기 때문에 시장경제를 갑자기 확대시키는 걸 원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 중국조차도 아직도 인민의 이동을 억압하며 시장을 조정하고 있다. 따라서 갑작스러운 개방과 미국 자본의 대규모 투자를 반기기는 힘들다. 리비아식이니 뭐니 하는 말들을 북조선 입장에서는 체제 전복을 꾀한다고 여겨지기에 불만일 수밖에 없을 것.

내가 보기에 북조선이 경제모델로 생각하는 건 아마도 개성공단 방식일 것이다. 지역별로 나누어서 지역 인민들에게 공장에 취직할 수 있는 권한이나 경제적 이득을 차등적으로 분배하며 체제에 대한 충성을 이끌어내고 지역적 고립을 이용해 억압력을 유지하는 방식으로 나가며 점차적으로 개방을 확대하는 방식이 북조선으로서는 가장 합리적인 개혁개방 방안일 것.

사실상 전근대의 봉건제 양식으로 회귀하는 방식이고 아시아적 전제국가의 특질이 확연하게 녹아들어 있는 방식으로 나아갈 것이라 생각되는데 이게 가장 합리적으로 통제를 유지하면서도 국가를 유지시키는 방안이라 생각된다. 

지역적으로 묶어 고립된 공동체를 형성하고 그 위에 북조선 노동당 체제라는 전제국가가 지역공동체들을 착취하는 방식으로 한국사에서는 고려왕조가 비슷하고, 역사적으로 볼 때는 봉건제 생산양식과 아시아적 전제국가가 결합한 형태가 되리라 본다. 이렇게 보면 아마 북조선 내에서 화두가 되는 건 체제내에 존재하는 지역간 불평등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가 되리라 보는데..


아무튼 그건 나중의 얘기이고, 전문을 읽어보니 확실히 북조선은 미국 등이 제시하는 발전모델에 반발하고 있다. 그것들은 궁극적으로 체제전복을 목표로 하는 것이라 볼 여지가 많기에 북조선식의 발전모델로 어떻게 전환시킬 것인지에 대한 고민과 미국의 체제보장 약속에 대한 의구심 등이 짙게 나타난다. 이것이 최후의 흥정일지 아니면 파국의 전조일지는 조금 지켜봐야겠으나 전자에 무게를 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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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youngbin Lim 최근에 본 자료에서... 북조선의 '도시화 비율'이 생각보다 높은 걸 봤는데, 한국이 도시집중화로 돌파했던 방식을 취할 수도 있겠다 싶긴 하더라구요.Man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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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석 북조선은 소련형 사회주의 모델에 가까워서 중국식과는 달리 도시화율이 높고 그렇습니다. 근데 이건 사실 개발에 어려운 점을 제공하는 걸로 평가받습니다. 이미 산업화가 되었기 때문에 농촌 중심의 중국과 같이 산업화를 추동해야 하는 모델과 다르고, 당연하게도 한국과도 다른 상태이지요. 

그래서 사실 북조선은 개방하면 소련처럼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들 중국처럼 되리라 생각하는데, 중국은 굉장히 분권적이라 지방정부에 빚을 떠넘기면서 경제개발을 할 수 있지만 북조선이나 소련은 부담을 전가시키기가 쉽지 않거든요. 북조선이 한국•중국식 개발독재를 추진하는 건 역사를 보아도 어렵다고 생각해요.

제가 보기에는 지역적으로 묶어서 떼어내면서 국가가 유통을 장악하는 방식으로 나아가는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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