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jai Jung
etdronSspo0ml0u1tde8gah1l1700as ll0g4t02y9m:Yi0tri7glt75 e30 ·
#조국이라는_전례없던_엘리트_정당_(ft.서울대와 강남좌파)
0.
"조국"이라는 인물과 인사나눈 적은 없지만, 딱 한번 5미터 앞서 본적이 있는데, 아마 2004년 초짜기자 무렵 서울법대 학장실이었다. 당시 안경환 학장은, 강금실 장관과 더불어 노무현 정권의 법조개혁 핵심 브레인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곳서 갓 마흔살의 조국 교수를 흘낏 보았는데, 뒤에서 후광이 비쳤던 기억.
조국 대표 얘기 하기 전에, 안경환 교수부터. 그는, 문재인 정부 첫 법무장관 내정자로, 우리가 상상하는 것 훠얼씬 이상으로 오랜시간 "명사名士"로 군림한 분이었다. "명사"는 이름난 선비를 칭한다. 글재주가 탁월하고, 사람도 술도 좋아하고, 똑똑하다는 수식어는 두말할 필요도 없었으니, 당연히 시대의 "名士"가 된 것이다. 심지어 진보적이었다.
당시 필자가 헐레벌떡 학장실을 찾았는데, 이분이 인삿말로, "내가, D일보 A사장을 알고, B국장을 알고, C부장을 알고, D팀장을 알고...OO 칼럼을 쓰고, OO 책을 쓰고" 자기의 화려한 인맥을 중심으로 10여분을 자랑부터 하시더라. 이분이 그때 동아일보에 "법과 영화 사이"라는 장문의 칼럼을 연재하던 중이었다. 또 언론사에도 문과 엘리트의 끝판왕, 서울법대 출신이 적잖이 포진했을 때다.
1. 名士의 한계
여튼, 서울법대 학장이 자기 자랑만 연신 쏟아내니, 순전히 "기사를 근사하게 안 쓰면, 재미 없을 것"이라는 압박으로 느껴졌다. 짜증이 좀 났고, 만남 자체가 재미가 없어졌다. 반대로 너무도 잘난 사람이, 어리버리한 초짜기자의 질문이 얼마나 한심했을까. 그래서 그분도 기분이 별루고, 나도 꿀꿀한 기분으로, 학장실을 나왔던 기억.
13년 뒤 "저명인사"라는 게 얼마나 허울만 좋은 칭찬인지를 그가 몸소 증명했는데, 법무장관으로 내정되자마자, 우리나라 보수법조계와 언론계의 무차별적 폭격이 가해졌기 때문이다. 거진 40년전 그의 "폭압적 결혼" 의혹을 시작으로, 그의 인간성 자체를 의심하는 저격용 글이 언론을 가득 메운 것이다. 그의 수많은 언론계 친구들도 이를 막아주지 못했고, 결국 2주를 채 버티지 못하고 물러났다.
평소에 그가 얼마나 진보적 언사를 쏟아내 왔고, 특히 페미니즘과 여성주의에 대해 호의적이었는지를 고려하면, 세간의 배신감이 이해되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문제의 본질은, 그를 수십년 "名士"로 칭송하며 술잔을 함께 나눈 언론과 법조계가, 개혁의 목전에선 아무런 방패막이를 하지 않고 오히려 공격에 앞장선 점이다. 비정한 권력투쟁의 냉혹한 현실인 셈이다.
2. 조국신당
필자가 2년 전 쯤 "조국은 결국 선거로만 복권될 것이다"라고 페북 글을 쓴 적이 있는데, 댓글이 단 하나도 달리지 않아 크게 당황했더랬다. 아, "조국 옹호"는 아직은 시기상조로구나, 새삼 느꼈다. 그런데 지난 1년 사이에 분위기가 반전된 것이다. 복합적 배경이 있는데, 검찰과 용산이 어느 임계점을 넘어 버렸고, 조국 가족의 고통과 응전, 이재명 이란 인물이 동시에 검찰의 맹공에 꿋꿋히 버텼던 것도 주효한 느낌이다.
조국 신당의 색깔이나 방향은 뚜렷해 보인다. 무엇보다 "검찰 개혁" "법조계 장악"이다. 전관예우를 바탕으로 "사법의 정치화"라는 탐욕의 늪에 빠진 엘리트 정치의 구조 개혁을 첫 손에 꼽은 것이다. 우리나라 엘리트의 최고봉엔 "서울법대"를 중심으로 "사시+행시" 서열 네트워크가 자리하고, 다시 사법부와 검찰이라는 "법조" 권위가 마치 귀족 계급처럼 자리잡고 있다.
다시말해, 용산 권력과 맞대응하기 위해서는 그에 뒤지지 않는 "엘리트 정당"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도출되는 것이다. 조국신당, 이 뚜렷하게 선언하지는 않았지만, 바깥에서보는 조국신당의 정체성은 "개혁적 엘리티즘"일 것이 거의 확실해지고 있다. 실제로, 신당 멤버들에 주로 "서울대" 편향이 뚜렷히 엿보인다. 영입인사 1,3,4호가 모두 서울대다. 법조인과 운동권 출신이 많고. 조국 당대표와 측근들은 물론이고.
3. 이재명 비토
근래 필자가 목격한 현상 가운데 엘리트들의 "이재명 비토" 현상도 눈길을 끈다. 대개 학벌 좋고 직업 좋은 사람 가운데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좋게 평가하는 사례를 본적이 거의 없다. 언론인과 법조인이 특히 심했다. 무엇보다 "서울법대" 출신 가운데선 아직까지 단 한명의 이재명 지지자를 만난 적이 없다 (혹시 있다면 제보 부탁드린다).
이 대표의 이력은 한국의 보수적 엘리트주의와는 정반대의 지점에 서있고, 또 그것을 장기간 유지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어린시절의 가난함이나 사법고시까지는 친숙한데, 그 이후의 행보는 일종의 "노무현 시즌2"와 겹쳐보인다. 정치적 행보 역시 "없는 길을 만들어 가는 스타일"로, 엘리트주의가 원하는 "법과 질서"와는 상극이다. 그의 거짓말 몇 개와 가족 갈등에 극도의 혐오감을 내비치는 엘리트가 많은 이유가 된다 (필자도 살아온 이력을 반성해보니, 거짓말을 한 1만 번쯤 한 듯).
흥미롭게도 조국신당엔, 과거 이재명을 비토했던 엘리트 출신 진보적 인사들이 많이 포진해 있다. 앞선 설명대로 주로 학벌 좋고 경력이 괜찮은 엘리트가 많은 정당이니, 당연한 얘기다. 그래서 아주 간명하게 "이재명 민주당"과 "조국신당"의 스펙트럼은, 개혁의 방향을 놓고 "대중주의"와 "엘리티즘"으로 갈라진다. 어찌보면 참으로 이상적 조합으로 보이기도 하고, 서로 타협할 수 없는 철학과 노선의 차이로도 비친다. 물론 이번 선거에선 상보적인 관계로 작동할 가능성이 높다. 이재명이 싫은 사람은 조국정당에 투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흥미롭게도 조국신당엔, 과거 이재명을 비토했던 엘리트 출신 진보적 인사들이 많이 포진해 있다. 앞선 설명대로 주로 학벌 좋고 경력이 괜찮은 엘리트가 많은 정당이니, 당연한 얘기다. 그래서 아주 간명하게 "이재명 민주당"과 "조국신당"의 스펙트럼은, 개혁의 방향을 놓고 "대중주의"와 "엘리티즘"으로 갈라진다. 어찌보면 참으로 이상적 조합으로 보이기도 하고, 서로 타협할 수 없는 철학과 노선의 차이로도 비친다. 물론 이번 선거에선 상보적인 관계로 작동할 가능성이 높다. 이재명이 싫은 사람은 조국정당에 투표할 수 있기 때문이다.
4. 강남좌파?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면, 이재명도 싫고 조국도 싫은 엘리트주의자의 고민이 깊어질 듯 싶다. 당연히 이런 노선도 적지 않더라. 필자가 만난 한 명문대 정치과 교수는, 밥먹는 1시간 가까이 조국의 '표리부동'을 지적한 일이 있는데, 이것을 요약하면 "강남좌파"에 대한 혐오성 태도이자, 그 한계에 대한 냉철한 지적이었다.
조국 교수는 2000년대 이래 "진보적 이상주의"를 주장해온 대표적 소장파 학자였다. 즉, 맞는 얘기만 해왔다는 거다. 그것이 가능한 배경엔, 그 집안의 유복함, 그리고 본인의 명석함과 성실함, 집안의 성공적인 투자와 그누구도 속썪이지 않는 반듯하고 화목한 가정에 있었다. 즉, 강남좌파이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비판이다. 조국의 "자유롭고 정의로운 진보성"은 극히 소수에게 주어진 특권이었다는 얘기고, 검찰수사는 그의 집안의 특권적 배경을 까발린 것이니, 아주 속이 시원하다라는 태도다.
이 또한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일종의 "안경환 학장 시즌2"에 해당된다. 최근 조국 대표의 발언과 태도를 보면, 자신에게 드리워진 공격을 적극적으로 방어하는데, 즉 정치적으로 대처하는 것으로 보인다. 즉, 자신의 포지션을 제대로 정치화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학문엔 맞고 틀리고가 있지만, 정치엔 "아와 비아의 투쟁"만이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안경환 학장이 실패한 이유는 본인을 사람좋고 덕망 높은 "명사"로 포지셔닝 했기 때문이었다. 조국도 스승을 따라 "학자"를 포기하지 않고, "명사"로 포장해 청와대에 입성했지만, 치열한 견제를 넘어서지 못했다. 당연히 "명사"를 포기하고 진즉 "정치인"으로 나섰어야 했다. 학자들은 정치인을 주로 "시정잡배" 취급하기도 하지만, "명사" 포지션으로는 절대로 개혁의 "개"자도 꺼낼 수가 없는게 현실이다.
조국신당에 포진한 주요인사 몇몇이 이재명 대표에 거부감을 나타낸 이유 역시, 과거 이분들의 포지션이 "명사"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주로 현실 정치보다는 "진보운동"으로 포장하면서, 자신의 상품성 및 엘리트성을 드러내는데 활용한 이력이 있다는 얘기다. 즉, 본격적으로 정치인으로서 담금질이 안된 인사들이 적지 않은 게 약점이다. 이런 인물이 많을 경우 당의 미래는 단명에 그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5. 다당제?
한국은 세계적으로 아주 독특한 정치체제를 갖고 있는데, "5년단임+대통령중심제"가 바로 그것이다. 단점과 장점이 엇갈리는데, 단점 가운데 "정당의 헤게모니"를 불과 5년 만에 확립한다는게 무척 어렵다는 게 문제로 보인다. 지난 민주당 경선이 대표적으로, 이낙연 vs. 이재명 싸움에서 이재명이 단 1년만에 역전을 해버리자, 당의 주류가 그 결과에 반발, 대선에 자당을 지지하지 않는 결과로 이어졌다. 세상에 이런일도 있구나 싶었다. 정당이 이념만으로 구성된 것은 아니라, 결국 사람이 하기 때문이기도 했다.
조국신당의 등장은, 민주계 정당이 대중주의와 엘리트주의로 쪼개진, 바람직한 현상일 수 있다. 아마도 조국신당 이후에 이런 경향성이 종종 반복될 수도 있겠다. 그리고 훗날 자연스럽게 다당제로 바뀔 가능성도 내포하고 있다.
PS.
0. 이번 총선 뉴스 보는 재미가 쏠쏠함. K-정치의 장점.
1.이번 총선의 가장 큰 "하이라이트"는 비례대표의 면면이 아닐까 싶음. 조국신당에 "서울대" + "법조인" 출신이 몇%일지 궁금해졌음. 너무 많은 것은 큰 문제임. 아니, 오히려 그게 진정한 정체성일 수도.
2. 조국을 거부하고, 이재명을 싫어하는 이런 엘리트들에겐 "이낙연"이나 "국민의 힘"이라는 적절한 선택지가 있지만, 우리나라 엘리트들의 특징은 또 비판하기는 좋아하지만 자신의 보수적 성향을 드러내기엔 너무 소극적이시더라.
+8
All reactions:456하미미, Yuik Kim and 454 others
62 comments
51 shares
Yuik Kim
음 이렇게 얘기하면 싫어하실 수도 있지만, 정호재 박사님은 한국 정치 평론하셨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솔직히 말씀드리면, 한국 정치에 대해 쓰신 글은 정말 소름끼칠 때가 있습니다. 저는 법조계 출신 후보들보다 오히려 2번 후보 소개 들었을 때, 허허... 소리가 절로 나왔어요. "엘리트 정당". 저는 노희찬 의원님이 정말 어떤 분이었는지 잘 모르지만 노희찬 의원님과 조국 대표의 조합은 참 특이한 것 같습니다. ㅎ 그러니까 사민주의가 원래 엘리티즘과 관계가 있는 것인지도 의아했고. 이념적으로는 오히려 기본소득당이나 사민당이 뚜렷한 것 같은데, 이쪽은 뭔지 잘 모르겠거든요. 그래서 저는 조국개혁당의 외연 확장이라는 설명이 잘 감이 안와서 의아했는데 (가족이 도륙당한 것에 대한 단순한 동정심이나 검찰개혁+윤한에 대한 날선 공격이 이렇게 많은 정치적 지지를?) 강남좌파나 엘리티즘으로 설명해주시니 조금 더 확연하네요. 첫 정당가입한 사람들이 많다고 하던데, 그것도 설명이 되네요. 덧붙여서, 예를 들어 이재명을 반대하는 한겨레, 경향에 계신분들이 조국 신당은 좋아할 수도 있는 것일까요? 그리고 덧붙여서 떠오른 생각인데 대중주의와 엘리티즘이 기묘하게 결합된 김어준씨 (뭔가 뒤에서 민주당과 조국개혁당의 연합에 영향을 주고 있는 듯한)의 야누스적 성향도 참 독특한 것 같습니다. 김어준씨와 유시민씨는 그런 측면에서 비슷한 점이.... 변형된 엘리티즘 그러니까 진짜 능력주의자라고 할까. 학벌같은 아비투스가 아니라 실전에서의 찐실력만 인정한다 뭐 그런 느낌.
20 h
Like
Reply
Edited
=====
#조국에게_국회의원_10명_플러스알파란?(ft.엘리트 정당의 필요성)
0.
지난 4년간 페북에 꾸준히 "아시아 정치글"을 써왔는데, 어제 쓴 조국혁신당 관련 내용처럼 이래저래 항의를 많이 받은 글은 처음인 듯 싶다. 그리하여 몇가지 해명아닌 해명을 해야겠다. 아무래도 글을 지나치게 자극적으로 썼나싶은 죄스런 마음이 있다. 외국에 좀 살았다고 필자가 한국 바깥에 있는, 외부인이라고 생각한게 실수라면 실수다.
1. 인격살인
첫번째는 안경환 선생 관련 불손이다. 원래 실명 비판은 웬만해선 해서는 안될 일이다. 하지만 안 교수의 사례는, 사실상 2017년 장관 내정철회 당시 "人格殺人"을 당한 것과 다르지 않다. 이 문제는 거슬러 올라가 "노무현 사건" 얼마전 "이선균 배우" 사건과도 맥락이 동일하다.
원래 공직자 검증은, 언론의 고유한 특권이자 의무에 속한다. 하지만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너무도 고통이 크다. 게다가 한국의 언론 지형이, 특히 민주당에 지나치게 적대적인 환경에선, 그누구도 언론검증 무대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언론이 그의 철학이나 공직자 자질에 집중하기보단, 개인의 사생활 영역을 치고나가도 좋다는 괴물같은 언론 환경이 조성되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나라도 좁은 한국엔 유력언론(?)이 1000개쯤 된다. 그런데 이 많은 언론이 일제히 미확인 자극적 보도 하나를 갖고 떠들어 대면, 성직자를 넘어 성불成佛한 사람이 와도 도저히 견뎌내기 어렵다. 심지어 "너, 나쁜놈, 사악한 놈, 표리부동한 위선자" 라고 온세상이 외쳐대면, 멘붕을 넘어 공황장애가 10번 올 정도의 충격이다. 게다가 그것이, 평생을 대학에서 후학을 가르친, 선생님을 향했다면, 그 충격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2. 현재 진행형
널리 알려졌듯 "안경환 사태"는 "조국 사태"의 예고편에 불과했다. 조국 사태는 장장 6년을 이어가는 중이고, 2020년 총선과 2022년 대선의 최대 화두였다. 이재명 지사를 둘러싼 "대장동 의혹"과 함께 말이다. 조국 사건이 얼마나 민감하고 애매했냐면, 2021년 민주당 초선의원 5인이, "조국사태에 대한 사과"라는 성명서를 독자적으로 발표할 정도였고, 주류언론은 물론 한겨레와 경향 등 진보 언론까지 매일같이, 조국은 사과하고 어여빨리 귀향을 가야한다는 상소를 올렸을 정도.
그런데 안경환 및 조국 교수가 과연 그러한 대접을 받을 정도로 과오가 컸냐라고 반문해 보면, 절대 그러하지 않다는게 적잖은 시민들의 생각이다. 안경환 선생의 죄라면, 서울법대 권력의 최정점에 있는 "저명인사"이자 "학자"가 기득권 법조권력을 개혁해야 한다는, 반주류적 주장을 한게 죄라면 죄였을 것이다.
"우리가 너를 스승이자 명사로 떠받들어 주었는데, 너가 감히, 우리의 주적 문재인 정부와 협력해? 그럼 너는 얼마나 깨끗한지 제대로 까보자." 이러한 전형적 권력 쟁투가 당시 사태 뒤에 깔린 배경이었다. 안 교수는 본인만 털렸다면, 조국 가족은 온 가족이 백주대낮에 저잣거리에 끌려 나가 망신창이가 될정도의 처절한 피해를 입었다. 그 과정에서 사건을 오해한건지, 오판한건지, 내부에 배신자가 있었던건지, 문재인 청와대는 아무 대응을 못했다. 정권이 뒤바뀐 결정적 선택이었다.
3. 고르디우스의 매듭
사건을 뒤로 돌려보면, 근래 법조개혁을 외치거나 검찰의 수사권에 대항한 개혁파 법조인사들이 죄다 숙청당하거나 평판이 엉망일 정도로 추락하고 말았다. 당장 생각나는게 이용구 법무차관인데, 이분은 젊은 판사시절 강력한 개혁을 주장한 순정파 공직자였다. 그러나 어디서 튀어나온지 모를 "택시기사 폭행" 건으로 간단하게 제껴진다. "검찰 캐비넷이 젤 무섭다"라는 말이 나온 사건들이 한두건이 아니다.
고위 검사님이나 판사님이나 20년 넘게 승진하다보면, 대개 서초동 중심의 질서에 포섭이 되고마는 것도 결정적 실패 이유다. 엘리트 법조인은 대개 강남3구에 거주하고, 로펌에 취업만해도 안정적이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의 고액의 보상이 주어진다. 조국 교수가 특이한게 아닐 정도로 대개 엘리트는 "강남우파" 아니면 "강남좌파"라는 범주에 묶인다는 얘기다. 작심하고 털면, 털릴게 어마어마하게 많다는 얘기도 된다.
법조개혁이란 말이 주로 노무현 정부 직후부터 나오기 시작했는데, 구조적으로 대단히 어렵다. 이용훈 대법원장이 임명될 2005년 당시엔, 양심적 대법원장, 검찰총장만 제대로 뽑히면 어느정도 개혁이 되리라 나이브하게 생각한 사람도 많았다. 그러나 내부개혁은 대부분이 아니라, 100% 모조리 실패하고, 양승태 법원 시절엔 오히려 더더 후퇴하는 현상도 있었다.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법조인은 이미 사라진 것이다. 끼리끼리 문화 탓이다.
4. 신당의 의미
민주화 이후 한국에도 "新黨" 논의가 활발해진지 30년도 넘었는데, 그 신당의 가장 적절한 명칭을 "조국(혁)신당"이 차지할지는 미처 예상못했다. 너무도 잘 어울리는 이름이고, 조국 선생의 부친께서, 마치 정당 이름으로 쓰일 것을 예상한 작명일 정도로, 절묘한 정당명이 나왔다. 조국신당은 어마어마한 의미가 있다.
우선 법조개혁의 주무대를 "의회"로 옮긴다는 의미가 있다. 앞선 설명대로 1) 법조계 자체 개혁 2) 정부와 청와대 중심 개혁은 모두 실패했다. 문재인 정부 내내 벌어진 다툼은, 법무장관이 검찰총장을 지휘할 수 있냐, 가 논쟁일 정도로 어이없었고 지지부진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본인이 직접 개혁에 관여하는 것이, 개혁의 취지에 어긋난다고 봤던 것 같다. 그렇게 애매한 스탠스 와중에, 안경환-조국-추미애 선생이 추락했다. 이럴거면 검찰개혁 얘기를 왜 꺼냈나 싶다.
결국 마지막이자 최후의 수단은 "의회"일 수밖에 없다. 당연히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이 중요하고, "예산권" "국정조사권" 등 모든 권한이 결정적이다. 조국신당은, 조국 대표에게 국회의원 10석+알파를 배정하는 것이다. 당연히 최강의 법조개혁 인사를 배치할 것이다. 그게 조국신당 본래 취지에 맞다. 필자가 "엘리트당" 우려를 한 것은 장기적 관점이었다. 당연히 이재명이 이끄는 민주당의 승리가 전제가 될 수밖에 없다. 너무 당연한 얘기다. 과반을 빼앗기면, 조국신당은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5. 착한 엘리티즘?
필자는 주로 동남아 정치를 공부했는데, 2019년 이후 아세안 연구동료들에게 한국서 벌어진 "조국 사태"를 설명하는데 있어 엄청난 애를 먹었다. 아무리 설명해도 알아먹는 이들이 없었다.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관점에선, 정권이 자주 교체되는 것도 신기한데, 언론과 검찰이 자율권을 갖고, 현직 법무장관을 탄핵하거나, 또 수사받는 장관을 위해 시민 100만 명이 서초동에 모였다는 사실 자체가 미스터리였다.
조국 사태는, 아시아 정치 발전 관점에서 지나치게 "포스트모던" 현상이었던 것이다. "국가엘리트가 적당히 부패한게 문제야? 아니면 검찰이나 법원이 적당이 부패하는게 문제야? 권력은 원래 적당히 부패하는 게 당연한거 아냐? 오히려 2009년 전직 최고권력자가 자살하는 게 신기해. 검찰이나 경찰이나 휘어 잡으면 그만 아닌가? 한국엔 권력자가 도대체 누구야?"
국가엘리트가 적절히 고수익과 명예를 독식하는 건, 아시아의 보편적 현상일까? 그 적절한 정도를 어디까지 보장해야 할까? 법조개혁은 어째서 필요하고, 어쩌다가 한국 정치는 검찰이 주도하게 되었을까. 사실 "조국 사태"는 여전히 현재 진형형이기 때문에, 섣불리 결론을 내기 어렵다. 다만 확실한건 검찰당이 여당이기에, 조국을 중심으로 정반대 성향의 엘리트 정당도 필요한 상황이 되었다는 얘기였다. 이번 총선의 가장 결정적 "리트머스"가 되었다.
PS.
1. 혹시 어제 글로 상처를 입으신 몇몇 분들께, 사죄하는 마음을 담아.
2. 엘리트가 동료 엘리트를 개혁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는 것이 어제 글의 본 취지였음. 압도적 대중정당의 후원이 없이는 착한 엘리트 정당이 존재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3. 정의당이 몰락한 배경도 이와 유사함. 시민들이 엘리트 정당에 바라는 것은, 미래의 선명한 "진보 의제" 였음. 과연 조국신당이 내세운 "검찰개혁" 화두는 과연 바로 그 진보 화두일지, 지켜봄.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