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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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한 책이다. 감탄하며 읽었다. 책 날개에 저자 소개가 없어서, 본문을 보니, 1998년에 대학에 입학했단다. 출판사 소개를 보니 1978생이다. 기쁘다. 대한민국에 수십개 언어로 번역될만한 초거대담론을 논한 책을 써낸 40대가 있다는게!!
도서관은 이 책을 정치평론이나 미래학 아니면 사회과학서로 분류할 것 같다. 그런데 인류사의 과거, 현재와 먼 미래를 노래한 장대한 서사시요, 초거대담론에 가깝다.
지금 인류 역사의 신기원을 열어가는 미국인 4명을 통해서 대서사시를 읊는다.
올해 5월 말에 탈고를 해서인지, 계엄령, 계몽령, 탄핵, 쿠데타, 혁명, 개벽 같은 개념어로 인류의 과거, 현재, 미래를 노래한다. 특히 동학의 교리를 많이 인용하는 것이 이채롭다.
시가 그렇듯이 엄청난 압축, 비약, 비유, 운율, 단순화와 머리에 속 들어오는 대비(대칭)가 지천이다. 아니 일품이다. 제비 한마리를 보고 봄의 대향연을 노래하는게 시인이다. 당연히 황당무계한 주장도 많지만, 그 역시 깊이 음미할만하다.
전문가는 본래 인간이든 사회든 자연이든 기술이든 국가든 어떤 대상을 나름의 각도와 층위로 얇게 썰어내는 존재인데, 이 책은 가장 높은 층위를 잘랐다. 그래서 붕붕 날라다니는 느낌이 있다.
치밀한 논증과 묘사를 능사로 아는 과학기술자들은 이 책을 현실에서 발이 너무 붕 뜨서 상상, 몽상, 망상이 버무려진 헛소리로 취급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다른 책에서는 좀체 보기 힘든 통찰이 수두룩하다. 매크로한 우주와 마이크로한 현실을 균형감있게 꿰는 것은 인간의 영역이 아니니, 헐렁헐렁하거나 헛소리라고 치부할 만한 구절이 왜 없겠나?
책 구절 몇 개쯤 소개하면 좋을 것 같은데..... 터이핑 수고를 좀 덜어볼까하여
책을 보니, 한국에서 풍찬노숙 내지 밥 굶기 딱 좋은 경력 같아서 걱정되어 찾아보니 원광대학에 발을 걸치고 있는 모양. 적어도 일용할 양식을 구하는데는 큰 어려움이 없는 것 같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강연 부탁하면 정말 재밌을 것 같다)
사실 제목만 봐서는 내가 결코 집어들 책이 아니다. 그 동안 미국을 얘기한 책들치고, 미국 사회의 속살과 표면, 구조와 현상 등을 균형감 있게 논한 책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항상 느끼지만 자신이 발을 디디고 있는 한국 사회를 종합적, 균형적으로 보지 못하는 자는 외국도 잘 분석하지 못한다. 이런 무지가 바로 진보좌파의 온상이라고 생각한다.
이병한 교수도 약간 좌파 냄새가 나는데, 워낙 통찰이 종횡무진하니 좌파에 갇힐 사람 같지 않다.
아무튼 같이 독서모임하는 분이 8월에 같이 읽을 책으로 추천 하길레 반신반의하며 검증 차원에서 읽어 보고 깜짝 놀랐다.
정치·문화·패권 ‘세 개의 전쟁’… 미국은 어디로 가는가
입력 : 2025-06-21 06:00:00 수정 : 2025-06-19 20:19:50
박성준 선임기자 alex@segye.com
이병한의 아메리카 탐문/ 이병한/ 서해문집/ 1만8500원
현장 중심의 문명 탐사기 ‘유라시아 견문 1, 2, 3’으로 남다른 사유와 인문학적 상상력의 지평선을 보여준 저자는 “미국은 대체 왜”라는 새로운 질문에 통찰력 있게 답한다. 18세기 이상적 국가를 건국하자는 일념에서 시작된 미국이 21세기 디지털 전환기를 맞아 어떤 새로운 문명사적 갈림길에 서 있는지 조명한다. 저자는 이를 ‘뉴-아메리카’라는 개념으로 설명하며 전 세계의 미래와도 직결된다고 본다. 막힘없이 써내려간 듯한 관찰과 분석을 통해 저자는 미국 사회의 심층적 갈등과 시대적 과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특히 내재적 관점으로 지금 미국을 움직이며 미래를 설계하는 핵심 인사 4명을 지목한다. 페이팔 창업자이자 실리콘밸리의 이념적 대부 피터 틸, 우주 개척을 꿈꾸며 미래 문명을 설계하는 일론 머스크,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으로 국가 시스템의 개편을 추진하는 알렉스 카프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 최고경영자, 미국 정계의 새로운 스타로 부상한 부통령 J D 밴스다. 피터 틸의 행정국가 해체, 일론 머스크의 우주 개척과 초가속주의 기술관, 알렉스 카프의 데이터 중심 국가개혁, J D 밴스의 새로운 민족주의적 비전은 단순한 정치적 구호나 기술적 혁신을 넘어 근본적인 미국의 사회·문화적 재편을 암시한다.

이들이 미국을 바꾸기 위해 전개하는 전쟁은 세 가지다. 첫 번째는 워싱턴의 기성 엘리트 체제와 벌이는 정치전쟁이다. 이는 단순한 정당 간의 대립이 아니라, ‘국가’를 운영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려는 시도다. 틸은 선출되지 않은 관료 체제를 ‘딥스테이트’로 규정하면서 이를 기술 기반의 효율적 통치 시스템으로 대체하려고 한다. 머스크 역시 ‘화장실 성별을 놓고 국가적 논쟁을 벌이는 현재의 미국으로는 화성에 가지 못한다’는 극단적 전망 속에 정치 개입을 통해 과학기술 진보의 발판을 마련하고자 한다.
두 번째는 다문화주의와 자유주의에 대항해 전통적 민족주의와 기독교 근본주의를 앞세운 문화전쟁이다. 밴스는 자신이 겪은 빈곤과 소외의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 사회의 ‘정체성 혼란’을 직시하며 이를 바로잡기 위한 정치적 비전을 제시한다. 그는 해병대 출신으로서 근면·가족·신앙 같은 전통적 가치에 뿌리를 두며,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보수주의를 대변하는 인물로 부상한다.
세 번째는 중국과의 기술 패권을 둘러싼 경쟁으로 테크노 중심의 새로운 패권전쟁이다. 미국은 중국이 주도하는 물리AI와 오픈소스 혁신에 대응하지 못할 경우 오랫동안 누려온 대중 기술적 우위가 무너질 수 있다. 알렉스 카프는 이러한 위기의식 속에서 팔란티어를 통해 미국 행정 시스템의 전면적인 디지털 전환을 추진 중이다. 빅데이터와 AI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국가 운영 체제를 제안한 것이다.
책은 디지털 혁명과 정치적 격변이 뒤섞인 21세기 초입의 미국을 입체적으로 조망하는 통찰력이 담긴 보고서로서 술술 읽힌다. 저자는 특유의 심도 있는 인문학적 사유와 생생한 현장 탐문이 현재 미국이 나아가는 방향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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