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림 (지은이) | 나남출판 | 1996-06-25
504쪽 | 210*148mm (A5) | 655g | ISBN : 9788930034777
-----------------------
001. 해방과 초기 질서 : '광기의 순간'
002. 초기 분단질서의 등장
003. 분단의 내화
004. 북한 혁명 : 반정복과 반혁명
005. 혁명적 동원체제의 구축
006. 선거와 이행의 완료
007. 분단국가 형성과 48년질서의 등장
008. 분단국가의 등장과 초기 균열
009. 48년질서의 변환:6월 공세와 토지개혁
010. 미국의 범위와 한미관계
011. 48년 질서와 대쌍관계동학
012. 혁명적 동원체제의 구조
013. 혁명적 동원체제의 변환:군사주의의 등장과 확산
014. 대쌍관계동학과 급진군사주의
015. 전쟁의 의미와 현대한국
------------
저자 : 박명림
연세대학교 대학원 지역학협동과정 교수다. 김대중도서관 관장과 인간평화연구센터 소장을 맡고 있다. 길림대학교 해외 객좌교수이기도 하다.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실장, 하버드 대학교 하버드-옌칭연구소 협동연구학자, 프랑스 고등사회과학원 및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교 초빙교수를 역임했다. 연구주제는 한국정치, 정치이론, 동아시아 국제관계와 평화문제다. 주요 저서로 <한국전쟁의 발발과 기원 Ⅰ, Ⅱ> <한국 1950: 전쟁과 평화> <다음 국가를 말하다> <역사와 지식과 사회> <인간국가...
6·25 발발 46돌 즈음에 나온 박명림(고려대 강사·정치학) 씨의《한국전쟁의 발발과 기원》은 10만 쪽이 넘는 국내외 1차 자료의 섭렵, 관련자 인터뷰, 현장 및 지형답사와 그것의 치밀하고 엄정한 분석에 기초하고 있는 대작이다. 이 연구는 방대하고 복잡한 사실을 탄탄한 역사사회학 및 정치학의 이론적 틀과 방법론에 의거해 조망함으로써 협애한 실증주의와 무책임한 이론주의를 동시에 뛰어넘고 있다.
한국전쟁을 세계적·동아시아적·남북국내적 3가지 수준에서 조망하고 있는 지은이의 총체적 연구는, 식민지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 한국전쟁의 기원을 찾는 근본주의적 시각이나, 6월 25일 하루의 사태에서 전쟁의 책임을 캐려는 현상적 해석 두 가지 모두를 거부하며'기원'과 '발발'의 결합을 시도한다.
'발발'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 제1권에서는, 스탈린 -마오쩌둥 - 김일성·박헌영으로 이어지는 '동아시아 공산주의 삼각동맹'에 의한 전쟁의 구체적 결정과정과 6월 23일∼25일 3일간의 상황을 치밀하게 재구성해, '북침설'과 '유도설'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기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제2권에서는, 이미 1948년부터 한반도에 형성된 두 개의 국가인 남북한간의 '대쌍관계동학'의 급진적·모험적 군사주의를 유발시키는 과정을 분석한다.
남북한의 비교분석을 통해 북한의 '혁명'이 남한의 개혁에 비해 더 진보적이거나 자주적이지 않았고(가장 논쟁적인 부분이다), 따라서 한국전쟁을 단순히 식민지시대의 연장선상에 선 민족해방 전쟁이나 민중과 지배 엘리트를 대표하는 세력간의 혁명내전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을 내세운다.
안타까운 것은, 이런 치열한 객관적 사실 탐구의 결과물이 벌써 한국의 시대착오적 냉전논리의 좌·우 덫에 걸려 많은 부분이 단순화하고 왜곡 전달될 위험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한편으로는 지은이의 주장을 '북침설'의 허구를 입증하는 증거로 축소하며 북한에 대한 남한의 우위와 정당성을 홍보하려는 우익 냉전주의자들의 비학문적 차원의 의도가 보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의 주장을 기존의 '진보론'의 입장에서 일종의 '전향'으로 매도하려는 경향이 보인다. 그것은 그의 말처럼 '한 번 상투화한 고정관념은 모든 것을 명백히 해주는 결정적 자료의 제시에 의해서조차' 얼마나 교정하기 어려운가를 말해준다.
한국학을 세계적 차원으로 끌어올린 브루스 커밍스의《한국전쟁의 기원》을 극복하는 연구가 당분간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필자로서는, 지은이의 몇몇 주장에 대해 입장을 달리하면서도, 사실에 대한 10년간의 구도자적 천착을 통해 좌우 이데올로기의 신화를 깨뜨린 그의 연구에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히 한국전쟁에 대한 사실 탐구에 머물고 있지 않다. 그의 노작은 사회주의 붕괴 이후 새롭게 제기되는 한국전쟁의 의의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며 동시에 한국전쟁 연구를 다학제적인 보편적 이론창출로 발전시켰다는 점에서 우리 인문사회과학의 새로운 고전으로 남게 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 권혁범(대전대 교수, 정치학)
--------------
1 서론 : 한국전쟁 연구의 의미와 방법
1) 첫째, 한국전쟁의 결정과정을 탐색하고, 둘째, 전쟁의 시작과 발발을 다루고, 셋째, 전쟁의 기원과 원인(해방, 48년 질서)을 찾고, 넷째, 전쟁의 성격과 의미를 규명한다.
2) 연구의 준거는 사회의 다수구성원으로서 변혁을 통과해 온 농민들, 언로의 보장과 정당정치의 민주주의 여부, 이념 갈등을 넘어 대결 구도의 핵심이 된 민족주의이다.
3) 48년 질서기의 남북의 '역동적 상호간섭 관계'는 국제적 냉전체제와 동아시아 공산주의 삼각동맹과 통일 지상주의의 분단대립이 맞물려 상승작용을 일으킨 결과이다.
1부 전쟁의 결정 : 과정
2 분단과 국토완정론의 등장
1) 북한은 해방 이후 민족주의와 협력을 모색하는 민주기지론을 고수하다 49년 이후에 무력 통일을 시사하는 '국토완정론'으로 입장을 변경하고 소련의 지원을 약속받았다.
2) 모택동은 전쟁 수행을 위해서 중국 통일과 모스크바의 결정을 선제조건으로 꼽았고, 49년 6월의 미군 철수를 기점으로 조선로동당 합당과 대남 정치선전을 강화했다.
3) 소련이 북한의 군사력 부족으로 전쟁이 장기화되고 미국의 개입, 국제적 반소 기류를 우려하자, 북한은 빨치산의 게릴라 활동을 강화했지만 남로당의 역량만 약화시켰다.
3 최종결정 : 스탈린-모택동-김일성의 합의
1) 중국 혁명의 성공으로 공산주의 삼각동맹이 형성되자 스탈린은 북한에 대한 대규모 군사원조에 나섰지만, 직접적인 군사지원은 배제하고 모택동의 동의를 강조하였다.
2부 전쟁의 결정 : 분석
4 스탈린 : 지원과 은폐의 이중주
1) 확보한 한 지역에서의 사회주의 구축이라는 일(一)지역사회주의를 채택한 스탈린은 미국의 38선 분할 요구를 수용한 2차대전 직후의 입장을 1947년까지 유지했다.
2) 스탈린은 중국혁명의 성공 이후 공세주의로 변화해 개전을 수락했지만, 외면적인 참여를 철저히 거부하고 전쟁 의도를 은폐하여 미국과의 직접적인 대결을 피하려했다.
3) 스탈린은 1950년 가을 전세가 기울자 북한 포기를 천명하면서 중국의 참전을 강력하게 권유하였는데, 그는 사회주의 혁명이 아니라 소련의 국익이 최우선 목표였다.
5 모택동 : 내키지 않는 적극적 동의
1) 모택동은 스탈린의 결정을 존중하고 불편한 중소관계 개선을 위해서, 대만점령 및 중국 완전통일을 위해서, 조중간의 역사적 유대를 위해서 전쟁시도에 적극 동의하였다.
2) 스탈린은 미국 개입을 우려하여 중국혁명을 반대했고, 혁명 후에도 제2의 유고(티토)화를 우려했기에, 모택동은 그의 의심을 풀기 위해 한국전쟁의 항미원조에 나섰다.
3) 조중연대는 만주의 항일공동투쟁 경험과 46~7년의 중국혁명의 배후지 역할을 담당한 연대감을 기반으로 하지만, 주저와 단호 사이에 국익에 대한 고려가 우선이었다.
6 비밀의 늪 : 북한내부의 결정 1
1) 박헌영과 김일성은 권력 배분을 놓고 다퉜지만 공산혁명의 대의에는 합의했고, 박헌영이 전쟁을 반대했다거나 박헌영의 오판에 김일성이 넘어갔다는 주장은 모순이다.
2) 49년 6월 합당 이후에도 대남공작의 남로계열의 주도권을 인정하였고, 중앙위원회 구성도 힘의 배분을 반영했으며, 스탈린?모택동의 회담에 박헌영은 공동 참석자였다.
3) 북한 내부의 협의와 지령 지시, 소련?중국에 대한 지원 요청 등 전쟁과 관련한 결정은 김일성과 박헌영의 합작품이었고, 50년 10월 전세의 역전과 더불어 균열이 갔다.
7 비밀의 늪 : 북한내부의 결정 2
1) 만주게릴라파의 핵심 중 한 명인 최용건을 필두로 전쟁에 반대하는 온건파들이 있었지만, 의사수렴 과정에서 이견을 허용하지 않는 급진적 사회주의는 이를 무시하였다.
2) 김일성과 박헌영은 미군의 참전 가능성이 낮고 그 전에 전국을 장악하는 전격전을 구상했으며, 서울을 점령하면 남한 인민의 봉기가 일어나리라는 자기기만에 빠졌었다.
3부 전쟁의 발발
8 전쟁으로의 이행
1) 49년 말부터 38선 부근 주민들의 소개와 도로 및 교량이 신설됐고, 장비 보강과 동계-검열-하계로 이어지는 군사훈련과 중국 귀환 부대원들의 인민군화를 실시했다.
2) 소련군사고문단의 주도로 작전계획이 수립되자 부대 완편과 하계훈련으로 위장한 전선 집결이 시작됐는데, 이동 중의 정신교육과 위장평화전술은 사기를 진작시켰다.
3) 대남 사전조치로 남측 게릴라들의 월북과 조직화 교육 후의 재남파가 있었고, 수용 불가능한 평화통일 제안과 남한정부에 대한 원색적 비난을 퍼부어 명분을 쌓았다.
9 공격명령 : 6월 25일 직전의 38선 북선
1) 6월 들어 전선에 속속 도착한 부대들은 전투준비를 위해 장비를 점검하고 이동 금지, 비밀 엄수와 군사기율을 고취하였으며, 사상동향을 점검하고 정신무장을 강화하였다.
2) 전선 중앙에 배치된 부대는 서울-수원선 주타격으로 방어선 돌파와 적 주력부대 섬멸, 개성-서울, 춘천-수원 보조타격은 후방 차단 및 북상 부대에 대한 대비를 지시했다.
3) 6월 23~25일의 최후의 순간에는 교육, 선전과 최종결의, 장비점검을 시행하고 공격노선의 최근접 정찰 및 지뢰 제거가 끝나자 포병의 폭격, 파괴사격과 함께 돌격하였다.
10 마지막 조치 : 북침의 주장
1) 북침 주장의 근거는 문학봉과 조소앙 등 북한으로 넘어간 남한 고위층의 폭로와 북벌 의지를 담은 이승만의 편지와 군사계획 등이지만 실제 침공의 증거가 담겨 있지 않다.
2) 해주침공설은 전쟁 초기에 북침의 강력한 증거임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부정한 점, 해주 지휘관들의 영전, 옹진침투 이후 서울까지 귀환루트의 난맥상 등의 허점이 많다.
3) 북침설을 둘러싼 해묵은 논쟁들은 의도를 숨기고 교묘하게 목적을 달성하려했던 북한과, 의도만 드러내고 능력은 형편없었던 남한의 허세의 뒤엉킴에서 탄생하였다.
한국전쟁에 관한한 기존에 알려진 가장 권위있는 저서로는 브루스 커밍스의 <한국전쟁의 기원; The origin of Korean War>을 들 수 있다. 중국학과 일본학에 비해 현저히 떨어졌던 미국내 한국학의 수준을 커밍스는 '기원'을 통해 대번에 끌어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아마 이는 다른 한국학 연구자들에게는 하나의 거대한 장벽으로 느껴졌으리라 여겨진다. 커밍스의 저작을 능가하는 혹은 그 수준에 준하는 한국전쟁 관련 연구는 당분간 나오기 힘들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얘기할 때, 박명림의 <한국전쟁의 발발과 기원>이 출간됐다.
이 책에서 유독 돋보이는 지점은 저자의 학자적 성실성이다. 오래된 과거의 사실, 한국전쟁은 소수 권력자들 내부의 은밀한 회의를 통해 일어났다. 그 은밀성에 힘입어 전쟁의 발발과정을 추적하기 위한 자료수집은 까다롭고 지난한 과정이었음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1950년을 전후로 한 당시의 수많은 자료를 섭렵했고, 동시에 꼼꼼하게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러나 많은 자료를 수집했다고 해서 그 저작이 역작으로 인정받는 것은 아니다. 모아진 자료를 이론적 토대 위에서 치밀하게 재구성하고, 그것을 설득력있게 독자들에게 전달할 때 역작이 탄생한다. 역작의 기준이 이와 같다면 '발발과 기원'은 틀림없는 역작이라고 감히 추천한다. 저자는 '남북관계' '동아시아' '세계정세'의 세 가지 층위에서 한국전쟁의 발발과정을 추적하며, '대쌍관계동학'이라는 이론적 틀을 통해 자신이 구성한 역사를 독자앞에 펼쳐놓았다.
책에서 가장 논쟁적인 지점은 한국전쟁이 북한에 의한 '남침'이냐, 남한이 북한의 남침을 유도한 '남침유도'이냐 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남침'이라고 일관되게 주장한다. 김일성-박헌영의 치밀한 계획과 스탈린, 모택동의 동의 아래 북한의 기습 남침으로 시작된 전쟁이라는 견해. 책 말미에는 '남침유도'라고 주장한 커밍스에 대한 반박도 실려있다.
'한국전쟁이 어떻게 일어났니?'라고 묻는다면,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북한'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것이다. 누구나 이처럼 자신있게 말하는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객관적으로 검증해보려는 이성적 노력은 소원했던 것도 사실이다. 이념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 실증하는 자료없이 반세기 동안 이데올로기의 공허한 메아리에만 의존해오던 많은 사람들에게 엄한 계고를 동시에 하고있는 책이다.
<한국전쟁의 발발과 기원>
커밍스: 80년대 한국학: 구조적이고 역사적 해석- 역사사회학, 정치사회학의 결합.
--한국현대사와 전쟁에 대한 총체적 접근 : 3개의 수준으로 분석.
1. 미국과 소련의 외교정책이 충돌하는 세계적 수준 – 외교사,
2. 전국 수준에서의 남북한간 국내정치의 충돌과 상호작용, - 정치학
3. 남북한 사회의 기층 농촌지방 수준에서의 민중의 조건과 동원–역사사회학과 농민사회학--새로운 방법론과 새로운 자료 : 미국정부문서 연구,
한국전쟁의 초점을 발발 그 자체에 대한 규명으로부터, 일제시기에서부터 시작되고 해방 이후 더욱 갈등이 증폭된 보수지배세력과 혁명적 동력이었던 농민세력간의 힘의 충돌
최장집의 의문: 커밍스연구의 문제점 :민족에 집단적 수난을 가져온 한국전쟁은, 북한체제와 김일성이 소련 및 중국의 동의 아래 역사적 결정을 내리고 이를 감행한 전쟁 그 자체
전쟁은 소련, 중국, 북한체제가 결정적 역할, 커밍스는 남한사회모슨과 갈등의 결과에 중점
북한 사회에 온정적이고 농민혁명적 사태를 과대해석, 남한 사회의 내부모순과 갈등을 중점.
한국학의 이제는 한국에서 해야..(최장집의 지도 노력)
박명림: 먼저 인터뷰, 현장답습 등 1차 자료검토: 정치이론: 구조와 인간을 연결하는 방법.
(국제정치의 주 테미임 by me)
분석수준: 세계적 수준, 한반도적 수준, 지방수준 – 커밍스와 같은 총체적 접근
커밍스는 남한 분석, 박명림은 북한체제분석 :
남한에 대해서도 민주주의와 민족주의, 농민을 해석의 준거로
남북한의 비교(대쌍관계동학) – 구조적 총체성이 아닌, 구조와 사람이 만드는 ‘움직이는 총체성’
김일성의 625는 ‘48년 질서’에서 태동, 북한체제의 성격과 전쟁선택의 상관관계, 전쟁의 수행이라는 기초적인 사실 분석.
커밍스의 문제점: 구조에 집착 (역사사회학자의 문제점 by me)
1. 일제식민통치로까지 그리고 해방이후, 특히 남한의 농민혁명적 사태로까지의 원인규명은 ‘분단의 원인과 전쟁의 원인’의 구분히 모호.
2. 역사적 행위 주체로서의 사람, 지도차, 사고, 이데올로기와 행태의 부차성.
박명림: 분단의 원인과 전쟁의 원인을 분리, 후자를 48년질서.
냉전적 관점을 넘어섰다.
구조적 조건에 직면한 인간행위, 즉 지도자들의 선택의 결과 (투키디데스적 전통)
지도자의 이념의 절대성에 대한 맹신과 이성적 분별력과 결여(북에 대한 비판)
커밍스와 박명림:
커밍스: 해방이후 현대사에서 혁명적 민족주의 세력의 역할을 포함하여 냉전반공주의의 질곡 속에서 금기시되었던 이념적 스펙트럼을 전면적으로 열면서, 80년대 한국사회에서 아래로부터의 민중운동이 고양되었던 시기를 대변하는 한국현대사와 전쟁에 대한 연구
박명림: 북한체제와 혁명적-폐쇄적-근본주의적 민족주의 실험의 총체적 실패, 이것이 만든 민족적 대재앙을 90년대(by me)적 시점에서 이념에 대한 비판적 접근, 민주주의, 권력의 절제와 이성에 기초하여 통일을 준비하는 21세기식 통일 시대를 대변하는 연구
===
한국전쟁은 풀리지않고 있는 수많은 수수께끼들을 가진 전쟁중의 하나이다. 가장 기본적인 문제였던 '남침인가 북침인가'의 문제 역시 오랜 논쟁거리가 되어 왔다. 사실 전쟁직전까지만 해도 38선에서의 양군충돌은 늘 지속되는 일상사의 하나였다고 한다. 때문에 비록 국부적인 전투였다 할지라도 남한에서 선제공격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는데, 어느 학자에 의하면 남한측에서 먼저 옹진반도를 공격함으로써 6.25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주장을 한 개진한 바 있다. 물론 그것은 사실이 아님이 이 책에 의해 밝혀지고 있지만, 모든 책임을 북측에 떠넘길 수도 없는 일이다. 6.25가 북한 최고 지도자의 순간적 충동과 그의 결정 및 명령으로 단순하게 일어난 사건은 분명아니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너무도 많은 사연이 얽혀 있었다. 통일을 지향하는 세력과 반대하는 세력간의 알력이 존재했으며, 또한 이들에 의해 국가수립상의 정통성논쟁이 늘상 개입하는 실정이었다. 불행하게도 전쟁이후의 남한역사는 이러한 진실을 회피하고, 6.25를 단순히 북한의 적화욕과 소련의 팽창정책이 맞아 떨어진 전쟁으로 단순화시키는 오류를 범해 왔다. 이러한 감정적인 대응방식과 접근방식은 도저히 납득이 불가능한 것이었으며, 따라서 일부 사람들은 북한이 남침했다는 견해에 끊임없이 이의를 제기해 왔다.
북한이 남침했다는 것은 분명 사실이다. 그러나 역사적 진실에 의해 이성적으로 한국전쟁에 접근하려는 방식보다, 반공주의적 시각에서 북한을 악의 축으로 내몰면서 감정적으로 대응했기 때문에 아이러니컬하게도 남침에 대한 오해의 소지는 더욱 커지게 되었다. 적어도 이 책이 나오기 전까지 상당수의 지식인들과 반체제인사들이 그렇게 믿고 있었다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이 책은 그러한 역사적 접근 방식을 단호히 거부하고 이성적으로 한국전쟁의 진실을 파헤치고 있다. 6.25가 일어나기 전 북한의 최고 지도층 차원에서 어떤 논의가 있었고, 내부적 결정이 이루어진 후 김일성과 모택동 그리고 스탈린간의 회담에서 어떤 결론이 내려지는가에 대해 저자는 치밀한 추적을 거듭하고 있다. 뿐만아니라, 옹진반도를 남측에서 먼저 침략했다는 주장이 허구임을 논증하고 있으며, 6.25가 어떤 과정으로 전개되었는지에 대해서도 상세히 고찰한다. 제2권에서 6.25의 기원에 대해 더 심도있는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적어도 제1권은 전쟁의 결정과 전개에 대해 탁월한 식견과 정보를 제공해주고 있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좌우를 막론하고 불편함을 느낄 것이다.
한국전쟁에 대한 전통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기존의 우파들(조선일보를 비롯한 극우전체주의 세력은 제외)은 한국전쟁이라는 것이 그리 단순하게 발생한 남북한 간의 전쟁이 아니라는 것에 당황을 할 것이고, 80년대 사회과학의 세례를 받은 좌파들에게 이 책에 가지는 불편함은 우파보다 훨씬 클 것이다.
왜냐하면 이 책은 북한의 남침을 명확히 입증했고, 수정주의 해석(남침유도설)에 대한 분명한 반대의 입장을 표명했다. 하지만 이러한 이데올로기적 판단을 유보하고 이 책을 잘 보면 단순히 이념의 끈에 이끌려서 나온 책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세계적 냉전이 끝난후 저자는 구소련, 미국, 중국의 자료를 섭렵할 수 있었고 우리나라의 국방부에서 숨겨진 자료를 찾아냈으며 당시 전쟁과 관련된 수 많은 사람들을 인터뷰할 수 있었다. 즉, 냉전이 끝난 덕을 저자는 톡톡히 보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의 미덕을 보자. 첫째, 위에도 언급했듯이 저자의 자료수집을 위한 노력, 글을 발로 쓴다는 것을 저자는 이 책에서 충분히 증명했다. 둘째, 이 많은 자료와 사실들을 꿰는 이론적 구성능력을 저자는 보여 주고있다.
한국전쟁의 층위를 '남북간-동아시아 수준-세계수준'에서 보는 거시적시각, 남북한국 내부적으로 농민사회학, 민족주의, 민주주의로 남북한국의 변동을 그리는 것, 그 다음에 48년 질서라는 것을 도입해 한국전쟁의 기원(부루스 커밍스)이라는 것의 함정을 지적하고 구체적으로 전쟁의 발발이라는 것의 중요성을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남북한국 서로가 맞물려 돌아가며 서로간에 긴밀하게 영향을 주는 관계가 저자가 명명한 48년 질서로 확립이 됐고, 저자는 이를 대쌍관계동학이라 부른다. 이러한 이론적 설정은 이론주의라는 혐의를 벗어버릴 만큼 당시 사건들의 재구성에 충실한 뼈대가 되고 있다.
세째, 48년 질서를 통해 저자는 당시의 리더십이 충분히 한반도의 전쟁을 막을 수 있었다고 주장하며,리더십의 중요성을 다시한번 일깨워 주고 있다.
네째, 많은 한국전쟁의 기원에 관한 연구가 남한을 중심으로 북한을 곁다리로 보는 방식을 택해서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기능론적으로 설명한데 반하여,저자는 전쟁을 일으킨 북한을 중심으로 해서 전쟁의 결정과정을 관찰하며 당시의 남북한 지도자의 리더십 문제를 중요한 문제로 삼는다.
다섯째, 당시의 등장인물, 박헌영, 김일성, 이승만 같은 거물뿐 아니라 인민군, 국군, 남북 한국의 농민들에 대한 묘사가 마치 살아있는 듯한 생생함을 주고 있다. 아마 내 생각에 이점이 이 책의 최고 미덕이고 거대한 분량(1,400면)의 책이 마치 거대한 대하소설을 읽는 느낌을 준다.
물론 이 책을 보고 서평자도 완전히 저자의 논리에 동의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지만 저자의 한국전쟁 연구에 대한 거대한 공헌에 비하면 사소한 것이다. 이 점은 저자도 밝히고 있듯이 많은 토론이 요청되는 것이다.
이 책에서 새로이 주장하는 48년 질서와 53년 질서는 남북한의 현재상황과 특히 북한의 대남인식과 대남전략(혹은 남한의 대북인식, 대북전략)을 하나의 틀로 이해할 수 있는 시각을 같게 해준다.
저자가 분석을 한것은 1950년에 발생한 한국전쟁이지만 지금 현재 우리가 통일을 하려면 남북한은 어떻게 해야하나를 우회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즉, 냉전이 무너진후 남북한은 국제관계에서 그 어느때 보다 상대적 자율성을 많이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남북한 지도자의 리더십이 그 어느 때 보다 크게 요구된다는 것이다.
한국전쟁 발발 57주년
소보로 | 2009-04-17
<국가란 무엇인가>에서 인용되거나 소개한 책
1. 토마스홉스 <리바이어던> 정식 제목은 『리바이어던 혹은 교회적 및 정치적 국가의 소재형체 및 권력』이다. 책명 리바이어던은 구약성서 욥기 41장에 나오는 바다의 괴물 이름으로서, 인간의 힘을 넘는 매우 강한 동물을 뜻한다. 홉스는 국가라는 거대한 창조물을 이 동물에 비유한 것이다.성립 과정에 대하여 여러 가지의 억측이 있으나 사실 홉스는 영국에 그때까지 주권의 소재가 명확치 않았던 사실이 내란 혁명의 최대원인이라고 확신하고, 인간 분석을 통해 주권의 필요성을 논하고, 절대주권을 확립함으...
===
한국 전쟁의 기원
한국 전쟁의 기원
브루스 커밍스의 <한국 전쟁의 기원>은 한국사를 보는 중요한 관점을 제시 한다. 그동안 우리가 배운 한국현대사는 친일파에 의해 조작되고 비틀어지고 왜곡된 역사였다. 반공이란 미명하에 수많은 독립군들이 미군정을 등에 입는 친일파들에게 다시 붙들려 죽어야 했다. 우리는 그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브루스 커밍스는 한국 전쟁을 국제관계의 역학에서 찾아내 불가피한 결과였음을 이야기 한다. 한국 사람이 미국 사람이 지은 한국 전쟁 기원이다.
박명림의 <한국전쟁의 발발과 기원>역시 브루스 커밍스와 맞먹을 중요한 책이다. 결코 가볍지 않은 책이다. 전쟁 전의 상황과 과정, 그리고 이후의 일들의 자료를 섭렵하고 인터뷰해서 사건을 재구성한다. 한국 전쟁이 일어나기 전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지금까지 우리는 너무나 쉽게 북한이 '남침'했다고 말한다. 그렇게 교육 받았기 때문이다.
과연 맞는 말일까? 근래에 들어와 나는 역사관의 전화기를 맞이하면서 지금까지 우리가 알기를 꺼려했던 많은 사실과 비밀들이 존재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을 읽고 싶은 이유는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진실을 알아야 하기에.
<한국1950 전쟁과 평화>는 전쟁 이후 일어났던 일련의 사건들을 다시 짚어 본다.
한국전쟁을 보는 시각이 세가지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내가 아는 오직 한 가지는 남침설, 그러나 북침설도 있고, 남침 유도설까지 있다. 박태균의 <한국전쟁>은 세번째 설인 남침 유도설을 지지한다. 난 아직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확하게 모른다. 근래에 들어와 내가 한국현대사에 얼마나 무지했는가를 절실히 깨닫는다. 세월호는 나에게 많은 것을 변화 시켰다.
왕수쩡의 <한국전쟁>은 중국인의 관점에서 바로본 한국전쟁이다. 그는 미국의 오만함이 한국전쟁을 더 크게 벌렸고, 맥아더의 어리숙한 판단이 전쟁을 힘들게 했다고 판단한다. 그러나 그의 주요 업적은 전쟁이 아닌 그 안에서 고통 받는 개인, 즉 병사들과 사람들이었다.
우리는 다음 책들을 주목할 필요도 있다. 거시적 관점이 아닌 미시적 관점에서도 전쟁은 비극이다. 부창옥이 쓴 <한국전쟁 수첩>은 십대의 나이게 군에 들어가 전쟁의 포화 속에서 살아간 이야기를 담았다. 한국전쟁의 비극, 또다른 얼굴이다.
17세 고등학생의 나이로 학업을 중단하고 해병대에 징집된 학도병이 전투현장에서 기록한 참전일기를 엮은 책이다. 1주일의 군사훈련과 1인당 다섯 발씩의 실탄 사격훈련 후 입대 15일만에 인천상륙작전에 투입되었고, 한국전쟁 6대 전투의 현장에 참여하면서 역사책에 나오지 않는 역사의 순간을 무명 병사의 시각으로 기록하였다.
정병준의 <한국전쟁- 38선 충돌과 전쟁의 형성>은 2006년에 출간된 책이다. 90년대 중반 이후 미국과 소련의 문서들이 대거 공개되면서 한국전쟁에 대한 미소간의 충돌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객관적으로 살펴 볼 수 있게 되었다. 정병준은 38선이란 키워드로 왜 그러한 문제가 발생했는지를 주도면밀하게 추적한다.
김동춘의 <전쟁과 사회>는 한국전쟁 이면에 숨겨진 집단학살의 문제를 다른다. 김기진의 <한국전쟁과 집단학살> 역시 국민보도연맹사건으로 알려진 집단학살의 사건을 추적한다. 김기는 미국 기밀문서가 공개되면서 그동안 츠측만 난무했던 이승만정권과 미국의 집단학살 사건이 실제 사건이었으며, 이데올로기로 인하여 이유도 없이 죽어간 수백만의 민중의 한을 들려 준다.
김동춘의 <이것은 기억과의 전쟁이다>는 앞선 <전쟁과 사회>의 후속작이며, 그 이후의 사건을 다룬다.
강준만의 <한국 현대사 산책 1950 1-3>은 10년 단위로 끊어 한국 전쟁 전, 과정, 후를 치밀하게 구성한다. 솔직 담백하게 기술해 나가는 그의 능력은 넓고 크게만 본 일반 책과 다르게 깊고 세밀하게 본다.
박찬승의 <마을로간 한국전쟁>은 암울하다. 한국전쟁은 미소간의 전쟁만은 아니었다. 동족간의 서로 다른 이데올로기로 인한 참극이었다. 농촌 공동체에서 일어났던 상호간의 혈투를 수많은 증언들과 사료들을 중심으로 재구성했다.
데이비드 핼버스탬의 <콜디스트 윈터- 한국전쟁의 감추어진 역사>는 거시적이면서 미시적인 관점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두꺼운만큼 탁월하다. 뛰어난 저널리스트로서의 능력이 책에도 뭍어있다.
백선엽의 <군과 나>는 4성 장성으로서의 한국전쟁 회고록이다. 한국 군인의 눈으로 바라본 한국전쟁은 어떤 의미일까? 그가 말하는 한국전쟁은 무엇을 의미할까?
한국구술사학회의 <구술사롤 읽는 한국전쟁>은 증언, 즉 이야기를 받아 쓴 것이다. 생생하게 그려내는 한국전쟁의 참상을 고스란히 담았다.
아직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북한과의 전쟁이 아니다. 한국 안에서 아직도 전쟁 중이다 친일파, 친미파, 친소파, 친북파 등으로 갈라져 서로의 이기적 욕망을 고집한다. 흡사 <설국열차>의 한 장면 같기도 하다. 공존보다 반목을, 협력보다는 경쟁을 유도하는 이 사회는 무엇이란 말인가? 난 그것이 알고 싶다.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