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성] 서독의 대동독 인권정책 2 (10회포럼)
[ 제10회 한반도평화포럼 자료집]
"대북 인권정책과 인권문제의 세계적 추세"
일시 : 2008년 8월 29일(금) 13:00-18:30
장소 : 프레스센타 19층 기자회견장
*원문은 10회 포럼자료집에 있습니다.
서독의 대동독 인권정책 2
김학성 교수(충남대학교 평화안보대학원)
기록보관소의 조사는 크게 6가지의 수단을 활용하여 이루어졌다. ① 연방국경수비대의 현황보고서, ② 동독 언론매체의 분석, ③ 피해자나 증인들의 개인적 증언 심사, ④ 주 및 연방정부 당국의 조회 요구와 정보의 분석·심사, ⑤ 석방거래된 정치범 및 이주자들의 임시 거주지인 기센(Gießen) 소재 연방수용소에서의 정보수집, ⑥ 동독 인민군으로서 귀순한 자들의 설문 조사 등이다.1)
기록보관소의 활동 역시 동독정권으로부터 많은 비난을 받았으며, 또한 동독을 인정해야 한다는 사민당 좌파들로부터도 곱지않은 시선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통일에 이르기까지 총 4만3천여 건이 넘는 인권침해 사례와 8만여 명의 관계자 이름을 기록하는 성과를 남겼다. 더구나 1969년 민간단체였던 ‘조사위원회’가 내독성 산하의 ‘전독일 연구소’(das Gesamtdeutsche Institut)로 편입된 후, 기록보관소는 동독의 인권을 감시하는 중추 기관이 되었다. 비록 1970년대 이후 내독관계의 발전으로 이 기관의 활동이 여론에 크게 부각되기는 어려웠지만, 존재 자체가 동독정권에 대한 압력으로 작용했으며, 나아가 그 기록들은 통일이후 인권관련 과거청산을 위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었다.
1. 시사점
서론부분에서 이미 언급했듯이 독일사례는 우리의 문제 해결에 필요한 여러 가지 영감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데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이 맥락에서 서독의 대동독 인권정책에 대한 개괄적 검토는 의미있는 대북인권 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하기 위해 우리가 숙고해야 할 것들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먼저 생각해볼 것은 인권문제와 분단현실의 상관관계를 어떻게 이해하고 규정할 것인지에 관한 것이다. 서독과 달리 우리의 정치·사회 문화에서 인권의식은 1980년대 후반 민주화와 더불어 비로소 확산될 수 있었다. 물론 이전에도 사회 곳곳에서 인권 및 사회운동단체들의 활동이 있었으나 안보와 경제발전의 국가목표는 인권의식의 사회적 확장을 억제했다. 특히 안보는 반공주의와 직결된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 사회에서 인권과 분단은 밀접한 상관관계를 맺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즉 냉전시기 분단은 반공주의를 우선시 함으로써 보편적 인권의 가치를 상대적으로 억압하는 주요인으로 작용했다.
민주화이후 지난 20여년간 인권의식이 사회적으로 점차 확산되어온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의 인권의식은 아직도 반공주의적 안보의 관성력을 쉽게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국가보안법의 존립은 상징적인 예이다. 세계적 탈냉전에도 불구하고 한반도에는 냉전적 대결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상황에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은 북한의 도발에 대한 경각심을 지속시키고 있으며, 이에 따라 안보 우위의 현실은 지속되고 있다. 다만 지난 10여년간 남북관계의 발전과 세계화의 큰 흐름 속에서 보수와 진보 그리고 세대간에 가치갈등이 대두되면서 우리 사회는 가치변화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있다. 세계화의 보편적 흐름을 보면, 인권의 비중이 더욱 증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가치의 측면에서 보면 인권과 북한의 위협 및 방어는 별개이다. 그렇지만 우리의 역사에서 양자가 처음부터 서로 엮어진 현실을 무시할 수는 없다. 과거 서독도 마찬가지였다. 서독사회는 과거의 잘못에 대한 반성을 바탕으로 인권문제를 분단문제로부터 독립시킬 수 있었으며, 그러한 노력의 축적을 통해 서독 사회의 인권의식의 진정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에 비해 우리 사회에는 인권의식은 분단현실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 내부로부터도 인권의식의 수준 평가가 그리 높지 못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의 인권개선에 대한 요구가 북한을 포함하여 전지구상에서 얼마나 큰 반향을 일으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따라서 인권문제에 대한 우리 정부나 사회의 관심이 북한을 넘어 우리사회 전반의 인권수준 고양을 비롯하여 국제인권문제로 확대될 필요가 있다.
분단현실을 극복하지 못한 우리 사회의 인권의식은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이해수준에서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민주화에 편승한 인권의식의 급성장에도 불구하고, 그 이전부터 강조되어왔던 이산가족문제를 제외하면, 인권의 관점으로 북한을 바라보는 시선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북한인권문제는 1990년대 중반 북한의 식량난 악화를 계기로 비로소 우리 사회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북한 식량난을 계기로 정부와 민간 차원에서 대북지원이 활성화 되었다. 이 가운데 진보적인 대북지원단체들은 기초적 생존을 위한 경제생활조차 힘든 북한주민의 경제적 기본권에 집중한 반면, 자유적 기본권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과거 민주화는 물론이고 국가보안법 철폐와 같은 국내의 자유권에 대해 개선을 요구하는 반면, 북한주민의 자유적 기본권에 침묵하는 것은 모순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민주세력을 자부하는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역시 남북관계 발전에 우선권을 두면서 북한정권을 자극할 수 있는 북한인권문제를 애써 외면하고자 했다. 유엔인권위원회에서 북한 인권개선 요구에 대한 표결에서 우리 정부가 수차례 기권한 것은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주민의 자유적 기본권 증진을 위한 프로그램은 거의 실천되지 못했다. 일부 보수세력은 북한의 자유를 외쳤으나, 구체적 실천계획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햇볕정책이 추진되는 동안 실질적인 힘을 얻을 수 없었다. 북한인권문제는 오히려 미국의 보수세력을 중심으로 국제문제화 되었다. 이에 편승하여 우리의 보수세력도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목소리를 높였으나, 대부분 국내 인권상황에 대해 반성적인 태도가 전제되지 않았던 탓에 자기모순을 노정했다.
이처럼 우리 사회에서 북한인권문제는 순수한 인권의 차원보다 정치적 맥락에서 인식되고 활용됨으로써 문제의식의 진정성은 물론이고 인권정책 자체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 정부와 사회는 향후 대북인권정책의 방향과 틀을 바로잡아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이를 위해 일차적으로 필요한 것은 북한 인권문제를 어떻게 구체적으로 규정할 것인지의 문제이다. 독일사례는 이에 대해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즉 체제비교의 틀을 벗어나지 못함으로써 정치적 공방이 발생할 수 있는 여지를 최소화 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과거 서독은 자국의 체제가치 대신 국제규범을 내세워 동독의 인권문제를 규정하고 구체적 사안에 대한 개선을 촉구했듯이 우리도 북한 인권문제를 국제적 기준에 입각하여 사안별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북한은 이미 1981년 국제인권협약에 가입했기 때문에 이러한 접근은 충분히 가능하다.
다만 이 경우에 독일사례와 상응하지 않는 두 가지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첫째는 동독의 경우에는 사례를 찾기 힘든 북한주민의 경제적 기본권 보장에 대한 문제이다. 북한이 만성적 식량난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에 경제적 기본권의 보장은 도외시될 수 없다. 근래 대북지원은 개발지원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단순한 식량 및 기초 생필품 지원과 달리 개발지원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체제효율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현재의 북한 정치 및 경제체제 아래서 개발지원의 성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경제적 기본권에 대한 관심 역시 중장기적으로 보면 실질적으로 자유적 기본권과 수렴하게 된다. 이러한 사실을 염두에 두면, 북한주민의 경제적 기본권과 자유적 기본권을 모두 문제해결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는 국제적 규범을 적용해도 떳떳할 만큼 우리의 인권상황에 자신을 가질 수 있는지의 문제이다. 실천과 가치의 양면을 내포하는 인권문제의 경우, 실질적 문제해결 과정은 문제제기의 정당성, 특히 윤리적 측면에 크게 좌우되기 때문에 문제를 제기하는 입장에서는 끊임없는 자기반성이 요구된다. 그렇다면 우리사회는 현 상황의 인권지향적 변화를 위해 비판적이고 반성적인 태도를 꾸준히 견지해야 할 것이다.
북한인권문제를 규정할 수 있다면, 대북인권정책을 어떻게 수립하고 추진할 것인지, 그리고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뒤따른다. 독일사례에서 보듯이 서독의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동독인권문제가 서독이 의도했던 것처럼 개선될 수는 없었다. 동서독 관계에 비해 훨씬 열악한 남북관계를 감안하면, 과거 서독정부가 거두었던 정도의 성과를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더구나 이명박 출범이후 남북당국간 대화가 단절되었을 뿐만 아니라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건으로 남북관계 전반에 먹구름이 덮친 상황에서 아무리 북한인권문제를 잘 규정하고 문제제기를 훌륭하게 하더라도 실질적 개선을 위한 수단이 없다면, 대북인권정책은 명분에 그칠 것이다.
현재의 상황에서는 우선 현실적인 대북정책의 기조를 확립하는 것이 급선무로 보인다. 여기서 유의할 것은 대북인권정책을 대북정책 기조의 하위 개념으로 파악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과거 서독정부는 통일을 잠정적으로 포기하고 분단관리정책을 추진하면서 “독일국민이 분단 상황을 인내할 수 있으며, 동독주민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것을 명분으로 내세웠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명분은 자유와 인권의 개념이 분단관리를 위한 평화 개념과 조화되어야 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1970년대 남북대화가 시작한 이래 우리의 대북정책에는 북한의 변화를 촉진하기 위한 평화적 개입(engagement) 의지가 그 비중을 키워왔으며, 세계적 냉전 종식이후 그 추세는 더욱 증대했다. 비록 우리 사회내부에는 평화적 개입의 방법론을 두고 여러 논란이 제기되었지만, 기본적 추세가 부인될 수는 없다. 대북 평화적 개입은 자유주의 원칙이 침범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장기적인 이익을 위해 북한과 상호 호혜적인 타협을 모색하며, 현실주의적 신중함을 참고하여 경제협력과 상호의존을 확대하는 것을 의미한다. 무엇보다 자유주의 원칙이 북한에게 무력적으로 강요되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세계패권국가인 미국조차 무력과 강압적 개입대신 평화적 개입을 선택했다는 점은 그러한 사실을 여실히 입증한다.
이러한 정책기조는 제한적이나마 북한 인권문제의 개선을 위한 평화적 수단을 확보해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쨌든 북한체제가 근본적으로 변화하기 전에 우리의 노력으로 인권문제의 온전한 해결을 기대하기 어려운 현실을 염두에 두면, 중장기적 관점에서 명분과 실리를 모두 겨냥하는 대북인권정책의 추진이 필요할 것이다. 예컨대 명분의 차원에서는 국제규범에 걸맞게 북한인권문제를 원론적으로 제기해야 할 것이며, 또 북한인권문제는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한 적극적 태도와 병행하여 제기되어야 한다. 실리의 차원에서는 정치적 현실을 감안하여 신중하고 유연하여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대북인권정책이 진정으로 북한주민의 인간다운 삶에 도움이 될 수 있어야 하며, 단지 정치적 홍보용으로 비춰지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남북관계의 현황에 비추어 한동안 ‘조용한 해결’ 방식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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