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전자책] 식민지 불온열전
[eBook] 식민지 불온열전 - 미친 생각이 뱃속에서 나온다
정병욱 (지은이)역사비평사2016-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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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식민지'는 일본이 한반도를 강점했던 시기다. '불온'은 통치 권력이나 기존 질서에 순응하지 않는 태도나 기질이다. 이 책은 일제 강점기 불온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당연하게도 일제 지배층에서 바라볼 때 불온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유명한 독립투사도, 널리 알려진 영웅도 아니다. 그저 평범한 보통사람들이다. 어쩌면 우리 부모나 조부모, 이웃의 삼촌 이야기일 수 있다.
이 책의 주인공들은 중일전쟁기, 곧 전시기에 불온한 언동을 했다는 죄로 일제에 검거된 사람들이다. 그 시기는 식민지 권력이 일상 영역에 침투하고 통제를 강화하며 삶을 옥죄던 때다. 내선일체와 같은 식민정책이 실시되고, 아침마다 궁성요배를 하며, 창씨개명과 일본어 상용이 강요되었다.
일제 통치에 대해, 천황에 대해 불평불만을 얘기하면 여지없이 치안유지법 위반으로 끌려 들어갔다. 비단 독립전쟁을 했던 사람만이, 조직을 만들어 독립투쟁을 했던 사람만이 일제의 감시하에 놓여 있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 감시는 평범하게 살아가는 보통사람들에게도 적용되었다.
이 책은 익숙한 듯하면서도 낯선 이야기를 들려준다. '불온'이 함의하듯 체제와 통치 권력에 저항하는 일제 강점기 조선인들의 삶과 투쟁은 우리에게 익숙한 이야기다. 그러나 그것을 구성해내는 방법과 주인공들은 어쩐지 낯설다. 저자는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이라는 거대 역사 대신, 당대의 작은 개인들의 삶에 주목하고 그들의 삶과 일상, 저항을 복원했다.
목차
경성 유학생 강상규, 독립을 열망하다
천변 풍경|옥구군 옥봉리 남동마을, 부농의 아들|옥구 간척지, 식민지 모순의 전시장|농민의 자식들|보통학교 다니기|동네 노인들이 들려준 영웅전|경성 유학과 주체할 수 없는 불온|학적부와 학생 일기, 그리고 개인 일기|독립의 꿈과 계획|병서와 히틀러를 읽고|독서 취향 : 대중성과 전통성|지도를 들고 들로 산으로|형의 이해를 바라다|도시, 상대적 박탈감과 유흥|불만을 토로하고 생각을 나눌 친구가 필요해|‘국어상용’과 이중 언어생활의 피로|창씨를 할 바에는 개명까지?|설문조사와 급우들의 호응|자율 공간|검거와 신문, 재판|모범과 불온, 양자를 봉합하는 학력주의|입신출세와 민족, 자존감|과연 권력이 이긴 걸까|빼앗긴 들에 봄은 왔건만
자소작농 김영배, ‘미친 생각’이 뱃속에서 나온다
근로보국단 결성식이 있던 날 밤|식민지 권력과 마을이 만나다 : 행정과 자치의 공조|농촌진흥회나 야학에 열심이지만 공출이나 동원은 싫다|경찰, 마을을 들락거리다 : 시국좌담회|“가끔 미친 생각이 뱃속에서 나와” : 불온의 근원|상대적 빈곤|가진 자와 못 가진 자 : 지주제, 온정주의, 동족 의식|사랑방, 재담꾼 김영배의 무대|수다의 정치학, 통합과 배제|공공성 경쟁|투서, 공모, 그리고 사실|사건의 숨은 주인공
신설리 패, 중국인 숙소에 불을 지르다
반중국인 폭동, 일제의 계략인가|민족주의 때문인가|또 다른 시각, 도시화와 갈등|신설리·왕십리 패: 직공과 야채농|불황의 최저점|경마장과 중국 노동자, 조선 소작농|인력 브로커와 방, 노동 통제|만보산 사건은 ‘불난 곳에 기름’|일상적인 경쟁과 이웃의 죽음|군집성, 가진 자와 권력자에 대한 불만|지역 대물림
김창환, 살아서 불온한 낙서, 죽어서 불온한 역사
산간벽지 소학교의 교실 풍경|일본인 교장의 학생 구타와 동맹휴교|불온 낙서를 하기까지|치안유지법으로 가는 길 : 배후가 있다!|홍순창의 역사교육과 불만|김창환과 친구들의 세계 : 모욕의 공감대, 자존감|항일운동의 역사로|‘수복 지구’ 해안면의 기억|불온한 역사
[첨부 자료] 조동걸, 「양구 해안소학교 항일 교육과 맹휴운동」 전문
보론 1: 경성지방법원 검사국 ‘형사사건 기록’
보론 2 : 불온에 관한 7가지 단상
부표 / 미주 / 참고문헌
저자 및 역자소개
정병욱 (지은이)
저자파일
신간알리미 신청
고려대학교 사학과와 동 대학원에서 한국사를 공부하고 ‘일제하 조선식산은행의 산업금융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2011년 2월부터 2016년 2월까지 계간지 『역사비평』의 편집주간을 지냈으며, 저서 『식민지 불온열전』으로 2014년 제14회 지훈국학상을 수상했다. 최근 관심 주제는 민중의 일상과 공공역사다.
주요 논저로 『한국근대금융연구: 조선식산은행과 식민지 경제』(역사비평사, 2004), 『일기를 통해 본 전통과 근대, 식민지와 국가』(공저. 소명, 2013), 『식민지 불온열전』(역사비평사, 2013), 「1931년 식민지 조선 반중국인 폭동의 학살 현장 검토>(『사총』 97, 2019) 『유언비어(1) 아시아태평양전쟁 발발과 ‘불온 언동’』(공편역. 동북아역사재단, 2021) 등이 있다. 접기
최근작 : <한국 근대사 연구의 쟁점>,<유언비어 (1)>,<낯선 삼일운동> … 총 11종 (모두보기)
출판사 제공 책소개
불온이 되어버린 일상,식민지를 살다
당신이나 내가 주인공일수도 있는 식민지에서의 삶과 저항
“식민지 불온열전이라……. 뻔한 얘기 아냐?”
요즘 편집 중이 책이 뭐냐는 친구의 물음에 ‘식민지 불온열전’이라 하니, 대뜸 돌아오는 말이었다. 일제에 저항한 독립투사의 전기가 아니냐고 되묻는다. 덧붙이기를, “어떤 사람 얘기냐, 유명한 독립영웅이겠지?” 한다. 결론적으로, 그의 말은 일부만 맞다.
이 책은 일제 강점기 불온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당연하게도 일제 지배층에서 바라볼 때 불온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유명한 독립투사도, 널리 알려진 영웅도 아니다. 그저 평범한 보통사람들이다. 어쩌면 우리 부모나 조부모, 이웃의 삼촌 이야기일 수 있다. 이 책의 주인공 중 한 사람인 경성 유학생 강상규 이야기를 <역사스페셜>(117회 ‘경성 유학생 강상규의 조선독립 10년 계획’―2012년 10월 11일 방영)로 제작한 KBS PD 김장환은 이렇게 말한다.
“3·1운동 무렵에 태어나 일제 강점기에 청년 시절을 보내고 1·4후퇴 때 가족과 북녘 고향을 떠나온 선친의 삶을 나는 아직도 속속들이 알지 못한다. 아버지 ‘가네모토 나가쿠니’가 불온한 조센징이었는지, 충량한 신민이었는지 알 길이 없다. 정병욱 교수의 글을 통해 이제는 내 곁에 계시지 않은 아버지의 마음을 읽는다.”
이 책의 주인공들은 중일전쟁기, 곧 전시기에 불온한 언동을 했다는 죄로 일제에 검거된 사람들이다. 그 시기는 식민지 권력이 일상 영역에 침투하고 통제를 강화하며 삶을 옥죄던 때다. 내선일체와 같은 식민정책이 실시되고, 아침마다 궁성요배를 하며, 창씨개명과 일본어 상용이 강요되었다. 일제 통치에 대해, 천황에 대해 불평불만을 얘기하면 여지없이 치안유지법 위반으로 끌려 들어갔다. 비단 독립전쟁을 했던 사람만이, 조직을 만들어 독립투쟁을 했던 사람만이 일제의 감시하에 놓여 있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 감시는 평범하게 살아가는 보통사람들에게도 적용되었다.
이 책은 익숙한 듯하면서도 낯선 이야기를 들려준다. ‘불온’이 함의하듯 체제와 통치 권력에 저항하는 일제 강점기 조선인들의 삶과 투쟁은 우리에게 익숙한 이야기다. 그러나 그것을 구성해내는 방법과 주인공들은 어쩐지 낯설다. 저자는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이라는 거대 역사 대신, 당대의 작은 개인들의 삶에 주목하고 그들의 삶과 일상, 저항을 복원했다. 마치 소설처럼 술술 읽히지만, 사이사이 엄밀한 학술적 논증과 분석을 놓치지 않는다.
일제 강점기에 불온 언동을 했다는 죄로 검거되어 재판을 받은 주인공의 신분은 경성 유학생, 경기도 자소작농, 서울 근교 하층민, 강원도 산간벽지 소학교 학생이다. 이들이 신분이나 계층을 대표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이들을 통해 식민지 시기 다양한 계층의 삶과 사고를 엿볼 수 있다. 김장환 PD의 말처럼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어머니·아버지 세대, 할머니·할아버지 세대의 삶을 공감해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그 시대에 살았다면, 우리 자신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들도 우리처럼, 우리도 그들처럼
오늘, 되살아오는 불온
‘불온’이라 하면 반골의 냄새가, 반역의 느낌이 먼저 떠오른다는 사람이 많다. 우리 국어사전에도 ‘사상이나 태도 따위가 통치 권력이나 체제에 순응하지 않고 맞서는 성질’이라고 뜻풀이되어 있다. 그런데 동아시아에서 불온의 오래된 뜻은 ‘편안하지 않다’ ‘순조롭지 못하다’이고, 현재 일본의 사전에도 ‘평온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되어 있다고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에서 ‘편안하지 않다’가 ‘순응하지 않다’로 불온의 의미 변화가 일어나게 된 결정적 계기가 일본이 한국을 강점하는 과정에서 1907년 제정한 ‘보안법’이라고 한다(이 책 230쪽, ‘보론 2 : 불온에 관한 7가지 단상). 그러면서 저자는 통치층의 인식이나 태도가 식민지 시절과 연속되는 점이 많음을 지적한다.
유신시대 일반 시민이 술김에 유신독재에 대해 토로한 울분이 긴급조치에 걸리면서 검거되고 징역을 산 적이 있다. 이른바 ‘막걸리보안법’에 걸린 것이다. 2008년에는 ‘미네르바’라는 필명을 가진 한 네티즌이 인터넷에 리먼 브라더스의 부실과 글로벌 금융 위기에 대해 썼다가 허위 사실 유포죄로 구속되었다. 2010년에는 G-20 정상회의 홍보 포스터에 쥐그림을 그렸다고 검찰에 의해 기소되고 벌금형의 형사처벌을 선고받은 이도 있다. 오늘날의 불온 언동이다. 삐딱한 표현 방식이다. 이들은 조직을 만들어 체제에 항거한 것도 아니고, 사회의 저명 인사도 아니었다.
<식민지 불온열전>의 주인공들이 꼭 이와 같다. 경성에 유학 온 강상규는 자신의 일기에서 독립을 열망하고 천황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경기도 안성에 사는 자소작농 김영배는 자신의 사랑방에서 이웃에게 불온 언동을 했다고, 강원도 산골 소학교 학생 김창환과 그 친구들은 학교 교실 벽에 ‘일본 폐지, 조선 독립’이라는 낙서를 했다고 치안유지법 위반으로 걸려 검경의 신문을 받고 형사처벌을 받는다.
저자는 행위로서 불온에 대해 세 가지를 언급한다. 첫째는 정치나 운동이 아닌 삶의 공간에서는 불온과 순응의 모호한 공존이 일상적이라는 것. 둘째는 불온과 순응이 분리되어 한쪽이 강화될 때, 왜 그런지 역사적·국면적 분석이 필요하다는 것. 셋째는 저항의 뿌리로서 불온이다. 체제에 순응하지 않고 맞서는 불온은 행위자와 그 시대를 보여주는 창이며, 미래를 열어가는 저항의 뿌리라고 저자는 말한다(이 책 236~237쪽, ‘보론 2 : 불온에 관한 7가지 단상). 그리고 이렇게 글을 맺는다.
“불온이 없는 사회에서 독재는 시작된다.”
살아 움직이는 이야기, 날카로운 분석
이해와 공감, 그리고 분석과 검증
역사적 소재를 바탕으로 한 글쓰기에서 팩션(Faction=fact와 fiction을 합성한 신조어)이 유행한 적이 있다. 역사적 사실에 작가의 상상력을 덧붙여 쓰기 때문에 읽는 이의 큰 흥미를 돋운다. 소설뿐만 아니라 역사서 장르에서도 이러한 글쓰기 방식이 독자의 호응을 얻었다. 하지만 지나친 상상력을 덧붙임으로써 역사를 왜곡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저자 정병욱은 이 책을 통해 “역사학의 서사적 전통을 복원”(성균관대 임경석 교수 추천사)하면서, 역사적 사실을 존중하는 글쓰기를 시도했다. 이야기 구성 방식으로 주인공들의 삶을 이해시키고 공감케 하며, 사이사이 분석을 집어넣었다.
1940년 10월 21일 월요일 오후 4시 30분쯤 극장 ‘황금좌’에서 학생들이 쏟아져 나온다. 이날 경기공립중학교 전교생은 오전 수업만 하고 오후에 레니 리펜슈탈의 <민족의 제전>을 단체 관람했다. 4학년 강상규는 해산해도 좋다는 선생의 말이 떨어지자 동급생 김재원과 같이 길을 건너 귀가했다. (…) 강상규가 먼저 얘길 꺼냈다.
“어땠나?”
“손기정, 남승룡 선수가 우승한 장면을 보니 유쾌했는데, 두 선수가 별로 환영받지 못한 것 같아 섭섭하기도 해.”
“유쾌했다고······. 나는 슬펐다.”
김재원이 왜냐고 묻자 강상규의 말보가 터졌다. 일장기가 올라가는 순간 나라 없는 비애를 느꼈다, 지금부터 목숨을 바쳐 반드시 나라를 독립시키고 다음 올림픽은 조선에서 개최하겠다, 그때만큼은 당당히 태극기를 휘날려 우리 민족의 우수함을 세계에 알리고 나의 이름도 후세에 남기겠다, 친구로서 협력을 바란다 등등. 이따금 부는 천변의 바람이 시원할 정도로 더운 날씨다. 친구의 흥분에 김재원은 대답이 궁해 “아, 그런가” 하고 말았다. (…)
강상규는 체포되기 전까지 권력의 시선을 잘 피했던 것 같다. 단순히 피하는 차원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권력의 규율 기술을 자기 것으로 만들고 권력의 시선을 조롱했다. (…) 강상규는 두 종류의 일기를 썼다. 학교에 제출하는 ‘학생 일기’와 자신만 보는 ‘개인 일기’. 먼저 ‘개인 일기’를 쓰고, 그중 군데군데를 골라 일본어로 ‘학생 일기’를 적어 제출하는 식이었다. 예를 들자면 영화 <민족의 제전>을 본 날 밤, 강상규는 흥분이 느껴지는 ‘개인 일기’를 길게 썼다. 손기정을 운동회에서 1등 했으나 아무도 기뻐해주는 이 없는 고아에 비유하면서 조국에 목숨을 바쳐 손기정 같이 우리 조국이 낳은 동포에게 행복이 있도록 하겠다, 후진에게 나라 없는 슬픔이 없도록 하겠다고 썼다. 학교에 제출한 그날 ‘학생 일기’에는 “손·남 선수의 우승에 나는 잠시 열광하였다”고 적었으며, 다음 날에는 전날 느낀 점이라며 “우리 일본의 선수”는 정정당당하여 다른 나라 선수들과 달리 마지막까지 피로한 기색을 보이지 않으니 훌륭하다고 썼다. (…) 이쯤이면 권력에 길들여져 ‘정상화’되는 개인과 다른, 자신을 스스로 주체화하는 개인을 상정해도 되지 않을까. 권력의 ‘규율화’에 맞서서 스스로를 ‘개체화’하는 개인. ‘개체화’도 관찰로부터 시작하며, 그 결과물이 ‘개인 일기’다.
― 본문 17~18쪽 / 42~43쪽.
저자 스스로 ‘불온한 글쓰기’라 이름한, 사실을 존중하면서 행위자에 어울리는 이야기식 글쓰기와 분석과 검증, 그리고 상세한 주를 단 논문식 글쓰기를 병행했다. 저자는 이 글을 쓰기 위해 경성지방법원 검사국의 ‘형사사건 기록’을 샅샅이 검토하고, 당시 신문 자료와 관련 참고문헌을 면밀히 훑었으며, 해당 지역 답사를 통해 친지와 관련 인물의 인터뷰까지 진행했다. 그리하여 주인공들의 불온 언동 사건을 재구성하고 재현해냈다.
<이끼>와 <미생>으로 유명한 윤태호 작가는 이 책을 미리 읽고 이렇게 얘기했다.
그 시대의 억압과 고통을 알고 싶다면 저항의 디테일을 확인해야 한다. 디테일은 개인의 삶을 통해야만 목격되고 웅변된다. (…) ‘식민지 시기’를 기억하는 디테일은 무엇일까? 이 책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식민지 불온열전>은 평범한 개인의 삶에 드러나는 사회상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저자는 그 디테일을 매우 잘 살려냈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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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에 애국지사도 아니고 친일파도 아닌 보통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지, 그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책입니다.
키치 2013-09-16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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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회에서나 지배나 체제에 순응하지 않는 불온의 영역이란 있고, 이 해결은 미래의 과제이다. 불온은 미래를 위한 자산인 셈이다. 불온을 허용하지 않는 사회는 미래를 제거해 버리는 것에 다름 아니다. 불온이 없는 사회에서 독재는 시작된다.
summit 2014-02-12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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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 조선에 대한 논의는 `회색지대`와 `경계지대`라는 개념으로 얘기되고 있지만 실제 연구는 이론적 범주에 그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책은 그 `회색지대`와 `경계지대`의 실상을 이론이 아니라 실제의 모습으로 드러낸다. `공과 사` 또는 `볼온과 순응`이 겹쳐있는 우리로...
대장장이 2014-02-03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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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의 가면을 벗다.
'불온열전' 제목이 매력적이었다. 그리고 그 제목을 보고 독립운동을 소재로 삼은 책으로 알았다. 그러나 이 책은 식민지를 살았던 용기있는 소시민들의 고뇌를 담고 있는 책이었다. 경성유학생 강상규, 자소작농 김영배, 신설리패, 학생 김창환 이들에 대한 짧고도 심도있는 해부가 서술되어있다. 일제강점기를 배우면서 과연 일제 강점기를 살았던 조선인들은 이 시기에 어떠한 생각을 했으며, 일제의 식민지배는 구체적으로 어떠했는지 알고 싶었다. 이 책은 바로 이러한 의문에 약간의 실마리를 제공해주었다.
1. 강상규의 모습에서 나의 모습을 발견하다.
강상규는 독립운동을 열망한 모범생이다. 그리고 시골에서 경성으로 유학온 엘리트다. 남들이 보면 너무도 모범적인 학생이 '불온'을 마음속에 품고 있었다. 그리고 이를 외부에 보여주지 않았다. 그러나 많은 책들을 읽으며 '독립'의 꿈을 품고 있었다. 그리고 구체적인 독립운동의 계획까지 세웠다. 주어진 현실에 순응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새로운 세상을 만들겠다는 생각은 나와 비슷했다. 가난한 시골농가에서 자란 나도, 정의가 살아 숨쉬는 세상을 꿈꾸었다. 물론 강상규 처럼 구체적인 준비를 하진 못했다. 나의 머럿속에 몽상으로 끝났다. 이것이 그와 나와의 차이점일 것이다. 식민지 농촌의 고달푼 삶을 보아오면서 식민지의 모순을 목도하고 이를 변혁하려는 강상규! 그러나 그의 이러한 노력도 일제에 의해서 발각되면서 끝이난다. 그리고 그의 꿈은 광복으로 실현되었으나, 그는 해방공간의 혼동 속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49년 이후 그와 관련된 흔적은 사라진다. 보도연맹에 연루되어 학살되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2. 마을로간 일제강점기
자소작농 김영배는 사진을 통해서 알 수 있듯이 멋쟁이이다. 그리고 재담꾼이다. 그러한 그가 투서에 의해서 시국사범으로 몰렸다. 불온한 사람으로 찍힌 김영배! 그가 갑자기 항일 투사로 변하게 된 것이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불평조차도 용서되지 않던 시기이기에 한장의 투서가 졸지에 그를 항일 투사로 만들었다. 그러나 마을의 권력관계 속에서 그는 저항했고 이를 불쾌하게 생각했던 마을의 기존 권력자가 투서를 던진 것으로 추측된다. 단순한 이념으로 한시대를 설명하려는 너무도 쉬운 방법을 벗어던지고, 당시 사람들의 삶속으로 들어가 과연 그러했는가를 따져보는 연구가 돋보였다. 그리고 광복이 되었다. 김영배는 어떠했을까? 그도 좌익활동을 하다가 흔적없이 사라졌다.
3. 만보산 사건을 새롭게 해석하다.
만보산 사건과 그로 인해서 발생한 한중간의 갈등을 기존에는 일제의 조직적인 민족 이간책으로 보았다. 한홍구는 이를 인정하면서도 왜곡된 민족주의가 사건을 키웠다고 보았다. 그런데 정병욱은 왕십리와 신설리를 중심으로 중국인 쿨리와 조선인 소작농간의 갈등을 중심으로 새롭게 이 사건을 보았다. 중국인 쿨리와 조선인 소작농은 일제 강점기라는 식민지 모순 속에서 생존을 위협받고 있었다. 상위 1%의 갑들이 99%의 을을 통제하는 방법은 을끼리 단결하지 못하고 대립하도록 하는 것이다. 중국인 쿨리와 조선인 소작농들의 대립은 일제의 식민지배의 소산이었고 결국 만보산 사건이 불에 기름을 부은 효과를 만들었다. 이 불행한 사건은 일제 식민지배의 모순을 여실히 보여준다.
4. 김창환, 낙서로 치안유지법에 걸려들다.
꿈많은 어린시절! 낙서를 하고 허풍도 떨 수 있는 시기에 그들은 일본인 교장에 대한 저항을 담아 낙서를 했다. 그리고 이로 인해서 그의 선생님 홍순창과 그의 친구들을 고생을 해야했다. 낙서 조차도 허용이 되지 않는 엄혹한 시기가 바로 이시기였다. 인간으로 살기를 거부하고 노예로, 짐승으로 살도록 강요받던 시기였다. 비이성적인 파시즘의 시대를 보노라면, 웃음이 나오기도 하고 씀쓸한 신물이 올라오기도 한다. 그리고 광복이 되었다. 김창환도 반공자치대원으로 활동하다가 빨치산대에 의해서 학살되었다.
광복이라는 현실은 얼마나 감격스러웠을까? 일제 강점기라는 엄혹한 시기를 살아온 사람들은 희망찬 미래를 꿈꾸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에 나오는 인물들은 광복이후 얼마 살지 못하고 이념의 구렁텅이에서 죽음을 당해야했다. 어떤이는 좌익활동을 하다가, 어떤이는 반공활동을 하다가 죽었다. 부르스 커밍스가 6.25를 일제강점기에 끓어오른 압력 솥이 폭발한 사건으로 보았듯이, 일제강점기에 쌓인 모순은 결국 6.25로 폭발하여 암흑기를 살았던 사람들의 목숨을 거두었다. 그리고 나는 상념에 잠긴다. 이러한 우리 현대사의 굴곡을 어떻게 이해해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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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나루 2017-07-23 공감(15)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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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온이 없었다면 해방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식민지를 들여다보는 여행 안내서 쯤으로 읽혔으면 좋겠다는 작가의 바람은 대단히 성공적이었다. <식민지 불온열전>이라는 매력적인 제목만큼이나 그들의 삶을 따라가는 여행은 가슴 벅차고 안타까우며 감동적인 여정이었다. 마치 다큐멘터리 한 편을 숨죽이고 본 듯한 느낌이랄까. 몇 개의 사건 기록에서 시작한 다큐멘터리는 그들이 살았던 마을을 휘휘 돌고, 그의 가족과 친구들을 훑으며 천천히 진행된다. 주인공이 어린 시절 들었던 옛날이야기들과 독서이력이 빼곡하게 채워지고, 주인공이 망설이고 주저하는 고민의 순간들까지 조심스럽게 복원을 ... + 더보기
애쉬 2013-08-26 공감(6)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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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등생 강상규는 왜 불온한 이중생활을 택했나 [식민지 불온열전]
"권력이 개인의 몸을 길들이는 여러 다양한 기법과 전술을 통틀어 '규율'이라 하는데, 규율에 주로 동원되는 세 가지 주요 수단이 관찰(감시), 제재, 시험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기초가 되는 것이 관찰이다. (중략) 학교는 학생의 마음과 방과 후 생활까지도 관찰하기 위해 일기를 쓰게 하고 제출토록 했다. 강상규는 두 종류의 일기를 썼다. 학교에 제출하는 '학생 일기'와 자신만 보는 '개인 일기'. 먼저 '개인 일기'를 쓰고, 그중 군데군데를 골라 일본어로 '학생 일기'를 적어 제출하는 ... + 더보기
키치 2013-09-09 공감(3)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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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시대 소시민의 저항적 몸부림 - 한국경제
이 책이 드뎌 출간이 되었다. 북펀드에 참여한 도서라 계속 기다렸는데 ㅎㅎ 구독중인 한경신문의 책마을 부분에 실린 소개
알란책방 2013-08-02 공감(3)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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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사유로 개인의 삶을 돌아보다
일제 말 권력의 통제가 끝도 없이 강화되던 무렵, 불온한 언동을 했다는 이유로 검거된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의 죄는 크지 않았다. 단지 체제에 대한 불만을 이웃에 얘기하거나, 벽에 낙서하거나, 일기장에 긁적긁적 했을 뿐. 그러나 식민지 권력은 그러한 행동마저도 전혀 용납하지 않았다. 그들은 개인의 사적 공간까지 침투해 들어와 개개인의 삶을 검열하고, 그 속에서 조그만 저항의 씨앗이라도 찾아내 말살하려 했다.
이 책의 주인공들은 한때 '불온'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밖으로 표출했다가 권력의 감시에 탐지당해 검거된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출세를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먹고 살기 위해 열심히 일했던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의 '불온'이나 '저항'은 유명 독립운동가나 직업적 혁명가들의 것처럼 거창하지 않았다. 자신의 삶을 옭아매는 체제와 권력에 대한 불만 표출 내지는 소극적 저항이 다였다.
그래서일까. 이 책은 같은 시대를 다룬 어떤 역사책보다 감정 이입이 쉬웠다. 책을 읽는 동안 주인공들의 평범한 삶 속에 금세 동화되었던 것. 여기에 개인의 일상까지 감시하고 통제하려는 식민지 권력과 삶을 분절시켜서라도 최대한 자율적 공간을 확보하려는 개인들의 모습은 어느덧 '나 자신'을 돌아보게 만들었다. 과거 식민지시대의 그것과는 다르지만, 오늘날 우리가 권력과 맺고 있는 모습도 본질적으론 그리 차이가 나지 않기에.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여기에 있었다.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손쉽게 자신의 삶과 경험을 돌아보게 한다는 것.
저자는 식민지 공안 당국의 사건 기록을 바탕으로, 사회경제적 분석과 현지답사, 관련자들과의 인터뷰까지 첨가하여 평범한 개인들의 일상적인 삶을 '두텁게' 복원하고 있다. 어느 하나 쉬운 일이 아니지만 이것이 바로 식민지시대라는 '낯선 나라'를 독자들이 큰 거리감없이 여행할 수 있었던 이유이지 싶다.
특히 저자가 개인의 삶을 복원해 나갈 때 하나의 답으로 결론을 내리지 않고 여러가지 가능성을 병렬적으로 펼쳐 보여준 것이 무엇보다 좋았다. 깊은 사유를 거쳐 제시된 듯 보이는 여러가지 가능성들이 독자들로 하여금 개인의 삶을 보다 폭넓게 사유하게 만들고 더 깊이 이해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역사 서술은 이래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분법적인 단순한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깊은 사유로 인간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것. 그리고 독자들 스스로 자신의 삶을 한번쯤 돌아보게 만드는 것. 역사서라면 이 두 가지가 꼭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나에게 이 책은 두 가지 모두를 충족케 했으니, 참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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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 2013-08-30 공감(3)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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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국지사만 있었겠는가
거창한 대의라기보다 팍팍한 지금의 내 삶에 대한 저항이 곧 시대에 대한 저항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 책이다. 경성 유학생 강상규에게는 불만을 털어놓을 친구가 필요했고, 자소작농 김영배는 그저 마을의 스타 이야기꾼이었다. 산간벽지 소학교의 김창환은 낙서에 한 것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왜 아주 평범한 조선 사람들은 일제치하에서 불온이라는 명패를 받아야만 했을까?
열전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이 책은 식민지 시대 다양한 층위의 조선 사람의 생활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그들의 가계와 행적, 당대의 시대 스케치까지 곁들인 이야기는 한 편의 시대극을 보는 듯한 재미를 안겨준다. 저자의 말처럼 조선시대로 자유여행을 떠난 기분이다.
예전에 정말 재미있게 읽었던 <잊을 수 없는 혁명가들에 대한 기록>이란 책도 생각이 난다. 널리 알려지진 않았지만 암울한 시기에 자신의 신념을 지키며 살다간 사람들에 대한 저자의 애정어린 시선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책의 재미는 둘째치고 저자의 풍부한 자료조사와 드라마 같은 이야기 구성이 돋보이는데, 이 책 역시 마찬가지다. 역사서술의 새로운 방법, 지나간 시간과 개인의 삶에 대한 애정, 오랜 연구의 삼박자 어우려져가 대중역사서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다. 많은 사람들이 읽고 역사와 사람에 대한 애정을 키울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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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aret 2013-08-21 공감(2)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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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시대로 떠나는 히치하이킹
식민지시대로 떠나는 히치하이킹을 하고 싶다면, 감히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고려대 정병욱 선생이 내놓은 ‘식민지 불온열전’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자유여행 안내서와 같은 역사책이다.
우리는 흔히 일제시대에 대한 시대상을 ‘지배’와 ‘저항’, ‘친일’과 ‘항일’, ‘근대’와 ‘폭력’ 등의 대립항(하지만 정확하지 않은 대립항)들로 그 시대를 떠올린다. 하지만 사람의 삶이란 것이 그렇게 딱 갈라진 지점 속에서만 살아올 수 있었을까? 정병욱 선생의 ‘불온열전’은 바로 그 사이에 위치했던 식민지의 실제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다.
‘불온열전’이라고 이름붙여진 이 책에서 다루는 대상은 독립을 꿈꾼 경성유학생, 사랑방에서 불온한 수다를 떨었던 자소작농, 중국인에 대해 폭력을 행사했던 신설리패, 졸업식날 불온한 낙서를 남긴 어느 시골학교 소학생들이다. 그들은 거대한 역사 속에 크게 이름을 남긴 적 없었던 그냥 나 자신, 혹은 내 옆의 누군가일법한 한 사람이다. 이들의 삶을 드러내는 것을 통해서 우리는 식민지시대를 보다 가깝게 느끼고 상상할 수 있으며, 현재의 우리 삶에 대해서도 다시 상상할 수 있게 되는건 아닐까?
책 겉표지에 적힌 ‘미친 생각이 뱃속에서 나온다’는 자소작농 김영배의 일갈은, ‘불온’이란 것이 어디로부터 나오는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머리’로부터 나오지 않고 ‘뱃속’에서 나온다는건, 무언가 ‘이성’적이라기보다는 보다 ‘감각’적으로, ‘즉흥’적으로, 하지만 그것이 자율신경적으로 발산된다는 느낌을 갖게 만든다. 머리로 이상이 있다고 알아채기 이전에 몸에서는 감각적으로 식민지시대의 지배와의 불화를 느끼고 반응했던 것은 아닐까? ‘불온’하게되는 것은 어떤 이성적 판단에 기초한 행동이라기보다는, 견딜 수 없는, 감정적인, 그래서 현대의 ‘근대적’ 사회에서는 주저하지만, 하지만 나 자신에게는 보다 솔직하고 정직해, 실제로는 더 제대로된 신체의 반응일지도 모른다.
이 책에서의 중요한 키워드 ‘불온’을 저자는 통치권력이나 기존 질서에 순응하지 않는 태도나 기질이라고 설명한다. 그러한 태도는 통치권력이나 기존 질서를 조금이나마 깨고 나올 수 있는, 미래를 위한 자산인 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다뤄진 주인공들 중 대다수는 분단과 전쟁이라는 역사의 거대한 파도 속에서 ‘불온’을 상실하거나, 죽음으로 치닫았다. 이를 두고 저자는 분단과 전쟁이 우리 사회의 불온, 미래를 제거하는 과정이었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그 결과로 불온없는 사회에서 독재는 시작된다고 말한다.
이러한 저자의 ‘불온’에 대한 분석은 현재 우리가 ‘불온’을 어떻게 대하고 자신의 태도를 어떻게 삼아야할지에 대해서 고민하게 만든다. 과거의 불온에 안주하기 보다는 현재 어떠한 불온을 만들어낼지에 대해 고민하라고 살며시 권하고 있다. 또다시 촛불이 빛나가는 2013년의 여름날, 통치권력이나 기존 질서들이 우리의 삶을 ‘불온’이라고 이름붙일지라도, 실은 우리 사회의 미래이자, 새로운 혁신의 계기는 그 ‘불온’ 속에 깃들어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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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is123 2013-08-25 공감(1)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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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내면을 깊게 파고들며 식민지 말기 조선인의 삶을 이야기하다
식민지시대라고 하면 대체로 저항과 친일의 형상들이 많이 떠오를 것이다. 그러나 친일과 저항은 식민지라는 현실의 문제와 모순을 잘 드러내주지만, 그것이 식민지 사회를 모두 드러내주는 것은 아니다. 지금도 그렇고, 과거 역사가 말해주듯이 일반 사람들이 체제에 저항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이민족에 지배를 당하고 있는 식민지 현실에서는 두말할 것도 없다. 이 책은 어찌 보면 평범한 것으로 보이는 일반 사람들의 내면을 들여다보고자 했다. 경성으로 유학 온 시골학생, 시골에 머물다가 장터에 읍내 구경을 돌아다녔던 농민과 같은 인물, 그리고 그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그 주인공이다. 그런데 그들은 한편으로는 ‘불온’하다는 혐의를 받거나 실제 불온함을 꿈꾸다가 일제 식민권력에 붙잡혔기에 저자를 통해 우리들 앞에 등장할 수 있었다.
‘불온’하다는 것이 뭘까? 그것은 통치자, 지배자의 시선에서 마땅치 못한 어느 감정이 포함되어 있는 용어다. 저자는 그러한 ‘불온’함을 일상적인 불평불만 속에서 잡아내고 있으며, 일상생활이라는 차원에서 식민지 사회가 포착된다. 일상적인 불평불만이 그때뿐이었을까? 물론 아니다. 하지만 불평불만이 포착될 수 있었던 것은 식민지 통치권력이 전시체제기라는 극도의 상황, 권력의 힘이 ‘내선일체’를 표방하면서 개인의 일상생활에까지 촘촘하게 통제를 가했던 상황 변화에서 가능했다.
저자는 지배권력의 시각이 듬뿍 담긴 법원의 형사사건 기록을 파고들면서, 그 이면의 여러 가지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 두고 추리소설과 같이 개인의 내면을 파고들어간다. 그래서 글은 자칫 딱딱할 것 같으면서도 잘 읽히는 편이다. ‘잘 읽히는’ 과정에서 식민지 말기 조선인들의 모습이 드러난다. 식민지 말기 강제동원과 일상적 차별이 더욱 심해지던 공간에서 식민지 치하에서 살던 일반 사람들은 대체로 고단한 삶을 묵묵히 감내해야 했다. 하지만 그 감내의 이면이 여러 차원에서 가능할 수 있었다.
이 책의 주인공 중 하나인 경성유학생 강상규의 경우 일제의 지배에 대한 역겨움을 갖고 있으면서도 입신출세를 위해서라도 학교생활은 모범적이었다. 또 입신출세는 독립된 세상에서 더 잘 될 것이라는 희망도 갖고 있었다. 학적부에 기록된 ‘모범’적인 강상규의 삶은 겉으로 보면 체제의 말을 잘 따르고 협력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었다. 그러나 그가 따로 기록한 일기에는 일제에 대한 비아냥과 분노가 점철되고 있었다. 이러한 사례를 통해 저자는 모범과 불온의 동거, 개인의 이중성을 잘 그려내고 있다. “정치나 운동이 아닌 삶의 공간에서는 불온과 순응의 모호한 공존이 일상적”(236쪽)이었다고 저자는 평한다. 불온과 순응이 공존한다는 차원에서 식민지 사회는 ‘저항과 친일(협력)’을 넘어서서 다채로운 식민지 사회로 바뀐다. 또 개인 차원에서 양자가 모두 가능할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이렇게 식민지 사회의 다채로움, 그리고 그 사회를 살아갔던 사람의 디테일하고 복합적인 모습을 그려냈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이 아닐까 한다.
여담이지만 이런 말을 덧붙이고 싶다. 저자가 얘기했던 것처럼 불온은 저항의 뿌리가 될 수 있다. 다양한 '불온'함은 결국 식민지에서 해방을 가능케 했다. 또한 “불온이 없는 사회에서 독재는 시작된다.”(242쪽) 많은 사람들을 ‘불온’하게 만드는 세상은 결코 좋은 세상이 아닐 것이다. 한편으로 ‘불온’함이 안 보이는 사회, 막혀 있는 사회 역시 바람직한 사회라고는 볼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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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twmaha 2013-09-30 공감(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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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잃어버린 적이 없는 여행은 좋은 여행이 아니다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에 재직 중인 한국근대사 전공 정병욱 교수의 신작이 나왔다.
이 책은 저자가 국편 근무 당시 식민지기 경성지방법원 형사사건 기록을 보다가 발견했던 네 명(또는 집단)의 기록에서 그들의 행적, 나아가 식민지기 삶의 일단을 그려낸 글이다.
사료에 바탕한 팩트와 그 팩트들을 잇는 저자의 역사적 상상력으로 인해 저자의 말마따나 식민지기 여행이 충분히 생생하고 현실감있게 복원되고 있다.
저자가 복원해낸 인물 또는 집단은 총 넷이다.
첫째는 시골 출신으로 독립을 열망했던 경성중 엘리트 유학생 강상규,
둘째는 자소작농으로서 식민지권력에 반항적이었던 김영배,
다음은 1930년대 서울 도시화 과정의 경제적 갈등을 반영하는 신설리패와 중국인 노동자,
마지막으로 식민지교육에 모욕을 느꼈던 교사 홍순창과 소학교 학생 김창환과 그 친구들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다양한 의미에서 불온을 시도하고 드러내고 있다.
하나는 식민지 유산으로서의 불온이다. 중일전쟁 이후 치안유지법으로 조선인의 사상까지 통제하고자 했던 일제당국의 망에 걸린 불온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이었을까? 책은 네 사례를 통해 당시의 불온사건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어떠한 것도 책을 읽기 전 생각했던, 우리가 지금 시대의 관점으로 간주하는 인상과는 적잖이 다르다.
다른 하나는 방법으로써의 불온이다. 저자는 동료 연구자마저 보다 비중있는 인물, 사건을 연구하라고 관심을 두지 않았던 식민지기 소시민들, 작은 사건을 파헤치고자 했다. 그에 따르면 역사에서 민주주의란 이름 없고 역사 없는 사람들에게 제 이름과 역사를 찾아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끝으로 머리말 중 인상깊었던 구절을 옮겨둔다.
"식민지 시기는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역사 전쟁' 지역이다. 그렇다고 실제 다칠 일은 없고 귀환은 보장된다. 그러니 때론 과감히 헤매고 다른 길로 가보기를 권한다. 길을 잃어버린 적이 없는 여행은 좋은 여행이 아니다."
길을 잃어버린 적이 없는 여행은 좋은 여행이 아니다. 비단 이 책에만 적용되는 게 아닌, 인생 전반에 적용될 수 있는 말이 아닐까.
여러 모로 많은 이들이 읽어보았으면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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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tterfjj 2013-09-14 공감(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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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같은 혀를 날름거리는 불온한 사람들
역사를 공부한다는 것은 내가 살아가는 시대의 흐름을 알아가는 과정이고,
대체로 그 시대를 알기 위해서는 가장 대표적이었던 인물과 사건을 공부한다.
이제껏 우리가 배워왔던 역사상의 인물들은 대체로 정치인, 군인, 경제, 종교인 등 사회에 많은 영향을 미친 사람들이었고
그들이 아니라면 그 시대를 설명해낼 수 없다는 일종의 '터부'가 존재했었다.
하지만 저자는 역으로, 식민지시기 범죄자였던 조선인들에 대하여 면밀하게 탐구하고 생기발랄하게 표현한다.
'불온'은 부정적인 뜻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그 시대에 불온했던 인물들은 지금의 시각에서 보면 오히려 애국적, 민족적 인물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것에서부터 저자는 '불온'이 가지고 있는 시대적 의미를 파악하고 시대의 균열을 보여주는 상징으로 대단히 열정적이었던 몇 사람들을 찝어서 보여준다.
이들은 우리의 옆집에 살고 있는 누군가이다. 불온이 너무나 평범하고 도처에 깔려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저자는 논증적 글쓰기에서 과감하게 벗어나 상상도 해보고, 추측도 해보고 있다.
덕분에 학문적으로 인정받을 수 없을 법한 인물들은 저자의 손가락 위에서 다시 살아난다.
저자가 다루는 인물들을 생생하게 접할 수 있는 것에는 그들이 살았던 곳을 답사해 보여주는 사진자료와 생존해있는 이웃주민들의 증언도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
이렇듯 저자는 정말 다양한 방법으로 불온했던 인물들의 뱃속에서부터 그들의 생각과 행동을 끄집어 보인다.
그리고 말한다. 식민지시대에 많았던 불온한 사람들은 해방 후 전쟁과 분단을 겪으면서 사라져 버렸다고.
불온이 없는 세상에 독재가 온다고.
그가 말하는 불온은 가만히 있는 상태에서 낙인찍힌 불온이 아니라, 불같은 혀가 날름거리는 불온이다.
지금 우리 주위에는 어떠한 불온들이 존재하고 있을까?
저자의 한마디는 가볍게 휙휙 넘기던 책장을 몇 분이나 붙잡고 있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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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ita 2013-09-13 공감(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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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WISH LIST 27
출판쪽도 휴가철인 모양인지 뒤적거릴 만한 책이 이 주에는 확 줄어버렸다. 기분탓인지 어쩐지는 몰라도 여하튼 그렇다. 그 속에서 편혜역의 소설집 <밤이 지나간다>가 창비에서 나왔다. 마침 <저녁의 구애>를 읽고 있는데 새로운 책이 나와서 반갑다. 문학동네에서는 비교적 신진작가군에 있는 손보미의 소설집 <... + 더보기
VANITAS 2013-08-11 공감 (1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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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cked out of office
locked out of office 우리 회사가 있는 건물은 밤에 번호키가 달린 전자자물쇠로 문을 잠근다. 정문과 주차장으로 연결되는 후문과 각 층의 출입문에 모두 번호키가 달려있다. 아침에 건물 관리인이 문을 열면, 낮에는 모두 열어놓는다. 밤에만 관리인이 퇴근하면서 다시 잠그는 것 같다. 간혹 야근을 하다 보면 낮에는 잠겨있지 않던 각 문들이 모두 잠겨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문제는 내 기억력이 최악이라는 점이다. 분명히 몇 해 전에 전자자물쇠를 처음 달았을 때, 각 번호키의 비밀번호를 들었는... + 더보기
감은빛 2013-08-14 공감 (1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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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3일] 야구를 사랑한다면 이들처럼, <백인천 프로젝트> 출간!
식민지 불온열전정병욱 지음 / 역사비평사 "불온한 사회보다 불온이 없는 사회가 더욱 나쁘다"사상이나 태도가 권력이나 체제에 순응하지 못하는 상태를 일컫는 ‘불온’은, 권력 관계 속에서 의미가 생겨나며 권력을 가지지 못한 쪽이 권력을 가진 쪽에 대항하는 지점에서, 또한 권력을 가진 쪽이 권력을 가지지 못한 쪽을 억압하는 지점에서 겉으로 드러난다. 한반도에도 이런 불온이 일상화되어 온 사회를 뒤덮은 때가 있었다. 바로 식민지 시기다. <식민지 불온열전>은 일제에 대해 불온한 ... + 더보기
주간편집회의 2013-08-13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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