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산 채로 해부”…경성크리처, 일본 ‘731부대’ 소환하다
731부대 생체실험 다뤄 넷플 세계 8위
정부가 전쟁범죄 부인한 일본서도 2위
기자이승준수정
2024-01-09 08:51펼침
넷플릭스 ‘경성크리처’ 한 장면. 넷플릭스 유튜브 갈무리
최근 넷플릭스 시리즈 ‘경성크리처’를 통해 일본군의 생체실험 부대 ‘731부대’가 재조명되고 있다. ‘경성크리처’는 1945년 경성에서 벌어진 여성 실종 사건을 추적하던 두 주인공이 정체불명의 괴생명체를 목격하게 되는 이야기로, ‘위안부’와 731부대 등의 역사적 소재에 상상력을 더한 작품이다.
한국인들에게는 ‘마루타’라는 이름으로 익숙한 731부대는 지난 5일 경성크리처 파트2가 공개된 이후 일본과 국외 시정차들의 관심도 끌고 있다. 8일 오티티(OTT) 순위 집계 사이트인 플릭스패트롤을 보면, 7일 경성크리처는 전세계 넷플릭스 티브이(TV) 시리즈 부문 8위에 올라 ‘톱10’ 안에 들었고, 일본에서는 2위로 올라갔다.
실제 역사에서 731부대는 어떤 일을 했을까. 인간을 상대로 생체실험을 한 일본군들은 역사적 단죄를 받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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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경성크리처’ 한 장면. 넷플릭스 유튜브 갈무리
인간을 ‘통나무’ 취급한 생체실험
“731부대는 페스트균 등의 세균 병기를 극비리에 연구·개발했고 데이터를 얻기 위해 ‘마루타’로 불리던 중국인 포로들에게 인체실험을 반복했습니다. 그리고 시신은 소각로에서 불태웠습니다.” (‘우리는 가해자입니다-일본이 찾아낸 침략과 식민 지배의 기록’, 아카하타신문 편집국 지음·정한책방)
일본군 731부대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만주에서 활동하면서 조선의 독립운동가와 중국 전쟁 포로 등을 대상으로 생체실험을 자행했다. 전쟁 포로를 세균전용 무기를 개발하기 위한 실험대상으로 삼았다. 생체실험 대상자를 지칭하며 ‘껍질 벗긴 통나무’라는 뜻의 ‘마루타’를 암호처럼 사용했다고 한다. 포로들을 인간으로 바라보지 않은 것이다.
일본 국립 나가사키대의 쓰네이시 케이이치 조교수가 1981년 ‘사라진 세균전 부대’란 제목의 연구서를 통해 처음으로 이들의 만행을 공개적으로 고발했다. 연구서에 따르면 731부대는 마취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실험 대상자들을 절개하고 난도질했다.
“건강한 인간에 병원체를 보유한 진드기를 빻아 넣어 만든 식염수유제를 주사해 , 유행성출혈열에 감염시킨다. 발병으로부터 5일 이내에 산사람으로부터 내장을 적출…병원체가 남아있는지를 조사하기 위해 결국은 산 채로 해부한다…패전 직전에는 증거인멸을 위해 이 실험에 이용한 포로들에게 밥에 청산가리를 타 죽이거나 권총으로 모두 사살했다.”(경향신문 1981년 5월26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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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8월7일 찾은 중국 하얼빈에 있는 제731 부대 유적지를 촬영한 사진. 김봉규 선임기자
희생자 최소 3000명, 세균전 피해자 2만6000명
일본 정부는 731 부대의 전쟁 범죄를 부인했지만 1990년대 이후 731부대의 인체실험 자료가 속속 공개되기 시작했다. 육군참모본부의 지시와 당시 일왕 히로히토의 승인에 따라 731부대의 범죄가 이루어졌다는 정황 증거들과 생체실험에 이용된 사람들의 인적사항, 사진 등이 공개됐다. 조선인·중국인을 비롯해 다양한 국적의 전쟁포로 3000여명이 생체실험에 희생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시민단체인 ‘731부대의 실체를 밝히는 모임’은 2011년에 731부대가 중일 전쟁 당시인 1940~1942년 사이 페스트균 등을 살포하는 세균전을 벌여 2만5900여명의 피해자가 발생했다는 기록이 담긴 극비문서를 공개하기도 했다.
중국 하얼빈에 남아 있는 옛 731부대 동력실 건물 잔해. 한겨레 자료 사진
단죄도 사과도 없었다
하지만 731부대에 대한 폭로와 계속되는 증거 공개에도 불구하고 가해자들은 책임지지 않았다. 일본 정부는 731부대의 존재는 인정하면서도 전쟁 범죄 사실은 부인하는 입장을 유지했다. 731부대원들은 전범재판에서도 처벌되지 않았다. 이들은 전쟁이 끝난 뒤 과거를 숨기고 일본 학계, 병원, 제약회사에 취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이 패전 직전 731부대를 기록한 자료에 대해 소각 명령을 내리고 미국에 중요한 자료를 넘긴 탓에 진상 규명이 속도를 내지 못했다.
다만 지난 7월 731부대 명단이 담긴 공식 문서가 최초로 발견됐다. 교도통신은 해당 문서에 731부대의 구성과 소속된 97명 대원들의 이름, 계급 등 구체적인 정보가 담겼다고 전했다. 731부대의 범죄 내용과 부대원들의 전쟁 뒤 행적을 추적할 수 있는 자료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문서를 발굴한 마쓰노 세이야 메이지가쿠인대학 국제평화연구소 연구원은 교도통신에 “옛 일본군이 작성한 자료가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누가 어떤 식으로 부대에 관여했는지, 전후 어떻게 살았는지 명확하게 밝힐 자료가 될 것”이라고 했다.
넷플릭스 ‘경성크리처’ 한 장면. 넷플릭스 유튜브 갈무리
731부대원 출신으로 당시의 참상을 증언하는 시미즈 히데오(93)는 지난해 8월 문화방송(MBC), 12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마루타를 산 채로 해부하고 보관한 표본실의 기억을 증언했다. 그는 1945년 14살의 소년대원으로 4개월여 731부대에 있었다고 한다. 그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일본 정부는 731부대와 당시 저지른 일을 무겁게 인정해야 한다. 희생자들이 있으니까”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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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알고 싶다면
‘끝나지 않은’ 일본군 731부대 인간생체실험 잔혹사
https://hani.com/u/ODU3MA
마루타 진실 나오나…‘731부대’ 97명 이름·계급 공식문서 발견
https://hani.com/u/ODU3MQ
“일제 생체실험 주범들 여전히 의학계 주류라니…”
https://hani.com/u/ODU3Mg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731부대
마루타
경성크리처
일본
이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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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경성크리처’ 한 장면. 넷플릭스 유튜브 갈무리
최근 넷플릭스 시리즈 ‘경성크리처’를 통해 일본군의 생체실험 부대 ‘731부대’가 재조명되고 있다. ‘경성크리처’는 1945년 경성에서 벌어진 여성 실종 사건을 추적하던 두 주인공이 정체불명의 괴생명체를 목격하게 되는 이야기로, ‘위안부’와 731부대 등의 역사적 소재에 상상력을 더한 작품이다.
한국인들에게는 ‘마루타’라는 이름으로 익숙한 731부대는 지난 5일 경성크리처 파트2가 공개된 이후 일본과 국외 시정차들의 관심도 끌고 있다. 8일 오티티(OTT) 순위 집계 사이트인 플릭스패트롤을 보면, 7일 경성크리처는 전세계 넷플릭스 티브이(TV) 시리즈 부문 8위에 올라 ‘톱10’ 안에 들었고, 일본에서는 2위로 올라갔다.
실제 역사에서 731부대는 어떤 일을 했을까. 인간을 상대로 생체실험을 한 일본군들은 역사적 단죄를 받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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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통나무’ 취급한 생체실험
“731부대는 페스트균 등의 세균 병기를 극비리에 연구·개발했고 데이터를 얻기 위해 ‘마루타’로 불리던 중국인 포로들에게 인체실험을 반복했습니다. 그리고 시신은 소각로에서 불태웠습니다.” (‘우리는 가해자입니다-일본이 찾아낸 침략과 식민 지배의 기록’, 아카하타신문 편집국 지음·정한책방)
일본군 731부대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만주에서 활동하면서 조선의 독립운동가와 중국 전쟁 포로 등을 대상으로 생체실험을 자행했다. 전쟁 포로를 세균전용 무기를 개발하기 위한 실험대상으로 삼았다. 생체실험 대상자를 지칭하며 ‘껍질 벗긴 통나무’라는 뜻의 ‘마루타’를 암호처럼 사용했다고 한다. 포로들을 인간으로 바라보지 않은 것이다.
일본 국립 나가사키대의 쓰네이시 케이이치 조교수가 1981년 ‘사라진 세균전 부대’란 제목의 연구서를 통해 처음으로 이들의 만행을 공개적으로 고발했다. 연구서에 따르면 731부대는 마취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실험 대상자들을 절개하고 난도질했다.
“건강한 인간에 병원체를 보유한 진드기를 빻아 넣어 만든 식염수유제를 주사해 , 유행성출혈열에 감염시킨다. 발병으로부터 5일 이내에 산사람으로부터 내장을 적출…병원체가 남아있는지를 조사하기 위해 결국은 산 채로 해부한다…패전 직전에는 증거인멸을 위해 이 실험에 이용한 포로들에게 밥에 청산가리를 타 죽이거나 권총으로 모두 사살했다.”(경향신문 1981년 5월26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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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자 최소 3000명, 세균전 피해자 2만6000명
일본 정부는 731 부대의 전쟁 범죄를 부인했지만 1990년대 이후 731부대의 인체실험 자료가 속속 공개되기 시작했다. 육군참모본부의 지시와 당시 일왕 히로히토의 승인에 따라 731부대의 범죄가 이루어졌다는 정황 증거들과 생체실험에 이용된 사람들의 인적사항, 사진 등이 공개됐다. 조선인·중국인을 비롯해 다양한 국적의 전쟁포로 3000여명이 생체실험에 희생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시민단체인 ‘731부대의 실체를 밝히는 모임’은 2011년에 731부대가 중일 전쟁 당시인 1940~1942년 사이 페스트균 등을 살포하는 세균전을 벌여 2만5900여명의 피해자가 발생했다는 기록이 담긴 극비문서를 공개하기도 했다.
중국 하얼빈에 남아 있는 옛 731부대 동력실 건물 잔해. 한겨레 자료 사진
단죄도 사과도 없었다
하지만 731부대에 대한 폭로와 계속되는 증거 공개에도 불구하고 가해자들은 책임지지 않았다. 일본 정부는 731부대의 존재는 인정하면서도 전쟁 범죄 사실은 부인하는 입장을 유지했다. 731부대원들은 전범재판에서도 처벌되지 않았다. 이들은 전쟁이 끝난 뒤 과거를 숨기고 일본 학계, 병원, 제약회사에 취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이 패전 직전 731부대를 기록한 자료에 대해 소각 명령을 내리고 미국에 중요한 자료를 넘긴 탓에 진상 규명이 속도를 내지 못했다.
다만 지난 7월 731부대 명단이 담긴 공식 문서가 최초로 발견됐다. 교도통신은 해당 문서에 731부대의 구성과 소속된 97명 대원들의 이름, 계급 등 구체적인 정보가 담겼다고 전했다. 731부대의 범죄 내용과 부대원들의 전쟁 뒤 행적을 추적할 수 있는 자료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문서를 발굴한 마쓰노 세이야 메이지가쿠인대학 국제평화연구소 연구원은 교도통신에 “옛 일본군이 작성한 자료가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누가 어떤 식으로 부대에 관여했는지, 전후 어떻게 살았는지 명확하게 밝힐 자료가 될 것”이라고 했다.
넷플릭스 ‘경성크리처’ 한 장면. 넷플릭스 유튜브 갈무리
731부대원 출신으로 당시의 참상을 증언하는 시미즈 히데오(93)는 지난해 8월 문화방송(MBC), 12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마루타를 산 채로 해부하고 보관한 표본실의 기억을 증언했다. 그는 1945년 14살의 소년대원으로 4개월여 731부대에 있었다고 한다. 그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일본 정부는 731부대와 당시 저지른 일을 무겁게 인정해야 한다. 희생자들이 있으니까”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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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타 진실 나오나…‘731부대’ 97명 이름·계급 공식문서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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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생체실험 주범들 여전히 의학계 주류라니…”
https://hani.com/u/ODU3Mg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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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크리처
일본
이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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