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유하 교수를 옹호하시려는 분들의 상당부분은, 그녀의 주장 그 자체에 동감을 느낀다기보다는 주로 구식 (?)의 한국 민족주의에 대한 혐오감으로 "민족주의 해체의 영웅"으로 보이고 있는 그녀를 옹호하려 하는 듯합니다. 여기에서 한 가지를 분명히 해야 합니다.
"나"에게 혐오감 주는 그 무엇인가에 시원하게 (?) 반대하는 모양을 취한다고 해서, 꼭 자동적으로 "나"의 편이 될 리가 없습니다. 일단 "어떤 입장에서 반대하는가"는 핵심입니다. 예컨대 스탈린이 혐오스럽다고 해서, 스탈린주의를 대러시아 민족주의/반혁명의 입장에서 반대했던 솔제니친의 편을 옹호해야 하는 것인가요? 스탈린의 범죄는 범죄대로 단죄대상이지만, 친파쇼 부역자 블라소브 장군 등을 옹호하고 왕정 (제정러시아) 시대를 실낙원으로 그리곤 했던 솔제니친의 이데올로기 그 자체는 문제투성입니다.
한국 민족주의를 아주 다양한 시각들에세 반대할 수 있으며, 그 모든 "안티 한국 민족주의" 시가들은 다 자동적으로 "진보"가 되는 게 아닙니다. 반대로 상당부분은 한국 민족주의 그 자체 이상으로 반동적이죠. 론스타의 입장에서 "먹튀"를 저지하려는 한국인들을 욕하는 것도 외형적으로 보면 한국민족주의 반대 아닌가요?
어법은 조금 완곡해서 그렇지만, 박유하 교수 입장의 근본은 일본의 보수적 "국민적 합의"에 매우 가까운 시각에서 한국 민족주의를 반박하고 그 해체 작업을 시도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한국민족주의가 싫다고 해서, 태평양전쟁 전장에 끌려가신 조선인 분들을 "우리 성전에 협력하려 했던 동지"로 왜곡하곤 해온 "태평양전쟁긍정론"에 유형적으로 가까운 일본 민족/국민주의의 시각을 수용해야 합니까? 한국 민족주의가 밉다고 해서 미국 내지 일본 민족주의를 긍정하는 게 모순이 아닐까요? 차라리 젠더 내지 계급의 입장에서 모든 (!) 민족주의들을 동시에 뛰어넘고, 피해자 위주로 세상을 다시 바라보면 낫지 않을까요?
<제국의 위안부>를 둘러싼 논쟁에서 어떤 의미를 찾자면 "민족주의 극복의 올바른 방법의 모색"이 그 하나의 의미일 수 있겠지만, 다시 한번 말씀드리자면 강자집단의 논리를 수용한 입장에서 약자들에게 해결이 아닌 "해결" (굴욕적 타협)의 당근을 던지는 것은 민족주의 극복과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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