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01

능력주의, 가장 한국적인 계급 지도 / 유령들의 패자부활전 : 알라딘

능력주의, 가장 한국적인 계급 지도 / 유령들의 패자부활전 : 알라딘


능력주의, 가장 한국적인 계급 지도 / 유령들의 패자부활전 
장석준,김민섭 (지은이)갈라파고스2022-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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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의 선택
"장석준, 김민섭. 한국의 능력주의에 관하여"
이어지는 능력주의 담론. 이번엔 장석준과 김민섭이 한국의 능력주의에 대해 말한다.

장석준은 계급에 주목하여 능력주의 세계관을 풀어간다. 그는 '지식 중간계급'의 탄생과 이에 대한 하위 계급의 열망으로부터 능력주의가 확대되었다고 주장한다. 이 같은 현상은 공교육의 확대라는 배경에서 탄생했는데, 공교육 시스템 속에서 모두가 '지능'이라는 하나의 기준 아래 줄 세워지는 경험을 하며 '지식 중간계급의 하위계급'의 패배감을 키우게 되었다는 설명이다. 박권일의 <한국의 능력주의>가 데이터 비교를 통해 한국에서 공정 담론과 능력주의가 엮인 현실을 파악하고 날선 비판을 했다면, 장석준의 <능력주의, 가장 한국적인 계급 지도>는 능력주의라는 개념을 다시 한번 살피고 현재 한국 능력주의의 계급적 특성에 집중하여 문제의 해결법에 접근한다.

김민섭은 <유령들의 패자부활전>이라는 픽션으로 사회과학적 분석이 미처 담지 못하는 현실의 구체적이고 총체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지방대학이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 속 주인공들은 계급의 경계에서 능력주의 세계관의 아찔한 사다리를 선망하는 동시에 두려워한다. 장석준의 논픽션과 김민섭의 픽션이 합쳐진 독특한 구성을 통해 책은 한국적 능력주의의 현실을 포괄적이고도 날카롭게 보여준다. 능력주의 디스토피아의 현재, 우리는 어떤 사회에서 살고있나.
- 인문 MD 김경영 (2022.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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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수많은 책과 언설로 지능과 노력만 있으면 누구든 사다리 위로 올라갈 수 있다는 ‘능력주의 세계관’의 실상과 한계가 폭로되었다. 하지만 능력주의는 여전히 사회의 강력한 헤게모니다. 능력주의의 바깥은 가능할까? 이 책은 논픽션과 픽션의 시선을 겹쳐 능력주의 세계관의 현실을 총체적으로 포착한다.

논픽션 파트의 저자 장석준은 근대사를 거치며 대두된 ‘지식 중간계급’에 주목해 능력주의의 기원과 한국이 능력주의의 최전선이 된 기원을 추적한다. ‘노동자 정체성’으로 민주사회의 토양을 일구었던 이들은 어떻게 능력주의의 가장 큰 신봉자이자 실패와 체념, 분노로 점철된 자녀 세대를 낳았을까? 자본가와 관리자가 되는 ‘지식 중간계급’의 상위계급이 아닌, 경쟁에서 줄곧 낙오하는 지식 중간계급의 하위계급과 노동계급의 꿈과 세계관, 계급의식은 어떻게 능력주의와 연결되어 이를 단단히 지탱하는 것일까? '계급'에 주목한, K-능력주의의 새롭고 의미 있는 분석이 펼쳐진다.

픽션 파트의 저자 김민섭은 지방대학이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능력주의 ‘사다리 세계관’의 패자들이 모여 사다리 근방을 서성이며 겪는 곤란과 좌절, 분투를 그린다. 학교에서는 ‘교수님’이라고 불리지만 건강보험료도 내지 못해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하는 시간강사 오름, 서울 본교로의 ‘소속변경’을 꿈꾸며 겉돌고 패자라는 좌절감을 느끼며 폭력에 순응하는 또 다른 오름들은 우리를 옥죄는 능력주의라는 좁은 틀을 낱낱이 보여 준다.


목차


들어가는 글

논픽션_능력주의, 가장 한국적인 계급 지도
제1장 능력주의는 계급 문제다
제2장 능력주의의 역사 속 능력주의의 담지자 – 지식 중간계급
제3장 한국, 최첨단 능력주의 사회
제4장 능력주의 대 다원적 능력 사회

픽션_유령들의 패자부활전

나가는 글
참고 문헌



책속에서


P. 47 나는 마코비츠가 지목한 엘리트층이 능력주의의 핵심 담지자이지만, 능력주의를 믿고 지지함으로써 이것이 사회 전체에 헤게모니를 발휘할 수 있게 하는 계층은 마코비츠가 말한 최대치(전체 가계의 10퍼센트선)보다는 더 넓고 두텁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 나는 이들을 일단 ‘지식 중간계급intellectual middle class’이라 부르겠다. 지능을 기준으로 유능함을 인정받아 온 이들이 역사적으로 ‘지식(인)’이라 불려 왔기에 이를 이름에 포함하자는 것이며, 이들이 ‘능력’을 통해 사회 피라미드의 최정상을 바라보며 계층 상승을 지향하기에 일단 ‘중간계급’이라 하자는 것이다. (「능력주의, 가장 한국적인 계급 지도」, 제1장 ‘능력주의는 계급 문제다’) 접기
P. 57 즉, 관료제의 발전과 지식 계급의 성장이 동시에 전개되는 상황(‘능력주의 상황meritocratic conditions’이라 줄여 말할 수 있겠다)이야말로 능력주의의 필수 전제 조건이다. 동아시아의 조숙한 능력주의 사례에서 우리가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영원히 능력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할 동아시아 사회들의 ‘특수한’ 운명이 아니라 오히려 능력주의가 대두하는 이러한 ‘보편적’인 조건이다. (「능력주의, 가장 한국적인 계급 지도」, 제2장 ‘능력주의의 역사 속 능력주의의 담지자 – 지식 중간계급’) 접기
P. 100~101 공교육 확대는 평등의 약속을 실현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앞 세대 노동계급이 견지하던 자생적 평등주의만 약화시켰다. 과거에 비해 더 많은 세월을 학교에서 보내게 된 노동자들은 노동계급으로 남은 현재 처지를 인생의 결정적 시기에 ‘시험’에서 실패한 탓이라 여기기 시작했다. 전혀 다른 세상에서 나고 자란 고용주 앞에서 당황하던... 더보기
P. 110 상위 중간계급은 이런 구조가 지배하는 일상 속에서 실제로 대를 이어 성공하는 경향이 있으며, 따라서 능력주의의 열혈 지지자가 되는 게 당연하다. 반면에 하위 중간계급과 노동계급은 둘 다 패배를 맛보지만, 이 패배에 반응하는 방향은 사뭇 다르다. 노동계급은 경쟁에서 일찌감치 퇴장하며 능력주의를 묵인하더라도 마지 못해 그러는 경향이 있다. 반면에 하위 중간계급은 학교와 관료 조직 안의 경쟁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며 다만 경쟁이 좀 더 ‘공정’해지길 바라거나 아니면 재도전 기회(내가 아니라 자녀를 통해서라도)를 얻길 바란다. 상위 중간계급의 직접적 이익뿐만 아니라 하위 중간계급의 이런 동의와 미련이 능력주의적 사고와 시스템을 지탱해 준다. (「능력주의, 가장 한국적인 계급 지도」, 제2장 ‘능력주의의 역사 속 능력주의의 담지자 – 지식 중간계급’) 접기
P. 141 대도시 아파트 소유와 투자, 자녀의 학벌 취득을 통한 계급 지위 세습, 이것은 1987년 이전에 이미 형성되고 있던 ‘강남 중산층’ 문화의 두 축이었다. 그러고 보면 1990년대부터 지식 중간계급에 확산된 생활양식은 강남 중산층 문화의 확산이었다고 할 수 있다. 오래전부터 신중간계급 문화가 준비되고 있었고, 이것이 사회를 경쟁 사다리로 보는 세계관을 통해 중간계급을 중간계급으로 묶어 준 것이다. 더구나 이 문화는 신자유주의 시대의 전 지구적 흐름과 놀랍도록 잘 맞아떨어졌다. 부동산시장과 자녀 교육 경쟁에 집착하는 전 세계 중간계급의 표준적 생활 양식은 한국 중간계급에게는 이미 낯익은 것이었다. 이들은 어쩌면 ‘준비된’ 대세였다. (「능력주의, 가장 한국적인 계급 지도」, 제3장 ‘한국, 최첨단 능력주의 사회’)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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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소개
장석준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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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연구공동체 산현재 기획위원. 전 정의정책연구소 소장. 저서『세계 진보정당운동사』, 『사회주의』, 『신자유주의의 탄생』등. 역서『길드 사회주의』, 『G. D. H. 콜의 산업민주주의』, 『좌파의 길』등.

최근작 : <문화과학 120호 - 2024.겨울>,<서울리뷰오브북스 13호>,<2023 초등 4학년 필독 세트 - 전5권> … 총 57종 (모두보기)

김민섭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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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쓰며(작가로),
책을 만들며(출판사 ‘정미소’의 대표로),
책을 팔며(서점 ‘당신의 강릉’의 운영자로),
강의하며(말하는 사람으로), 그리고
육체노동을 하며(대리운전을 하는 사람으로) 살아갑니다.
이러한 삶의 이야기가 모이고 환원되는,
당신의 다정함을 연결하는 비영리 사단법인
‘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의 이사장으로도 일합니다.

쓴 책으로 《대리사회》(2016),
《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2021) 등이 있고,
기획한 책으로 김동식 작가의
《회색 인간》(2017) 등이 있습니다.

최근작 : <[큰글자도서] 우리는 조금 더 다정해도 됩니다>,<우리는 조금 더 다정해도 됩니다>,<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 … 총 41종 (모두보기)


출판사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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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작 : <청킹맨션의 보스는 알고 있다>,<정부 위에 군림하는 억만장자들>,<내 어둠은 지상에서 내 작품이 되었다>등 총 76종
대표분야 : 청소년 인문/사회 3위 (브랜드 지수 251,778점), 환경/생태문제 7위 (브랜드 지수 18,645점)





출판사 제공 책소개
새로운 세습 통로가 된 능력주의
K-능력주의의 바깥은 가능한가?

지능과 노력만 있으면 계층·계급의 사다리를 오르는 ‘개천의 용’을 가능하게 한다는 능력주의의 위선과 실상은 이미 폭로되었다. ‘금수저’들의 세습 질서를 깨고 ‘공정’을 실현하는 수단인 듯 보였던 능력주의는 어느덧 중산층 세습화 현상을 지탱해주는 새로운 세습 통로가 된 상황이다. 이렇듯 능력주의가 본래의 의도를 한참 벗어난 지 오래지만, 능력주의를 비판하는 목소리는 너무나 쉽게 열패감으로 낙인찍힌다. “너의 불행은 네가 공부를 하지 않은 탓”이며, “사다리 꼭대기와 사다리 아래가 같은 대우를 받는 것이야말로 불공정”하다는 흔한 말들 속에서 능력주의 세계관의 바깥이 정말 가능할까?

소수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능력주의는 어떻게 사회 전체의 헤게모니가 되었는가?
능력주의 담론의 미도착지, ‘계급’으로 소묘하는 능력주의 세계관의 본질

논픽션 「능력주의, 가장 한국적인 계급 지도」의 저자 장석준은 능력주의 담론의 미도착지, ‘계급’에 주목해 능력주의의 현실을 파헤친다. 특히, 현대 자본주의에 필요한 인력을 공급하기 위해 팽창한 고등교육 과정에서 기존 자본가와 노동자와 구별되는, 지적 노동을 수행하는 집단인 ‘지식 중간계급’이 탄생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전문직-관리자를 꿈꾸는 이들 계급은 생산 사슬이 해외로 옮겨가고 관리 조직이 전 세계로 확장되는 관리자본주의로의 경향성과 정보를 모으고 분석하는 것이 그 어떤 생산 활동보다 큰 수익을 가져오는 신자유주의 흐름 아래서 급성장하며 능력주의의 핵심 담지자가 되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저자는 능력주의로부터 직접 이익을 얻는 이들 핵심 담지자 5~10퍼센트만으로는 능력주의가 이토록 강력함 힘을 얻을 수 없었음을 지적하며 능력주의의 성공은 경쟁에서 주로 낙오하고 불평등을 세습하는 노동계급과 지식 중간계급 하위 계층의 열띤 지지로부터 비롯된다는 아이러니를 짚는다. 동시에 이들의 계급배반적 선택이 ‘평등’의 기치 아래 확대된 공교육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도 환기한다. 능력주의가 갓 부상하던 시기만 해도 전통적 장인 노동의 잔재가 남아 있는 작업을 수행하던 노동계급은 자본가와 관리자가 제시하는 ‘똑똑함’이라는 기준에 주눅 들지 않았을뿐더러 사회(민주)주의, 아나키즘과 같은 여러 좌파 이념을 발젼시키며 자신들을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세상을 만들어 가는 주역으로 인식했었으나, 공교육 시스템 속에서 모두가 ‘지능’으로 줄 세워지는 경험을 하게 되면서, 그 과정에서 풍부한 문화자본을 지닌 계층에 속한 이들과의 경쟁에서 패배하는 경험을 반복하면서, 노동계급은 이제 그들만의 자부심 대신 패배감만을 느끼게 되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능력주의로부터 직접 이익을 얻는 계급보다 이들 노동계급과 지식 중간계급의 하위 계층이 자신을 실패자로 받아들이며 항의의 기반을 마련하지 못한 채 능력주의 세계관에 대해 침묵과 동의, 미련만을 갖게 되었던 상황이 능력주의가 견제 세력 없는 강력한 헤게모니로 자리하게 된 핵심 기반이었음을 역설한다.

픽션 「유령들의 패자부활전」의 저자 김민섭은 지방대학이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지식 중간계급의 하위 계층과 노동계급의 경계선 위에 선 인물들, 즉 능력주의 ‘사다리 세계관’의 패자들이 사다리 근방을 서성이며 겪는 곤란과 좌절, 분투를 그린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위해 서울에서 지방으로 향하는 버스를 탄 이들은 “인생을 서글프게 만드는 힘이 있”는 “그 터미널에 내린 순간”, 그곳이 “어디까지 더 미끄러지게 될 것인”지를 슬프게 체감하게 하는 “미끄럼틀”임을 직감하며 패배감, 좌절감, 무력감 사이를 오간다. 그러나 아직 기회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서울 본교로 ‘소속변경’을 하여 졸업장에서 지방대학이라는 타이틀을 지우고자 하는 학생들과, 건강보험료도 내지 못해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하는 시간강사이지만 교수가 되기만 하면 모든 걸 보상받을 수 있으리라 기대하는 주인공 오름의 앞에 또 다른 좁고 가파른 사다리가 놓여 있기 때문이다. 낙오한 사다리 아래에서 또 다른 사다리를 부여잡는 이들 각자의 패자부활전은 갈수록 비좁고 가파른 사다리 끝에 영원히 매달리게 하는 능력주의의 세계관의 아득하고 좁디 좁은 틀을 생생하게 보여 준다.

”“근데 뭐, 여기는 지방대니까요.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어요. 어쩔 수 없잖아요. 제가 노력 안 해서 여기까지 온 건데. 벌 받는 거죠.”
그의 입에서 ‘벌’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오름은 몹시 슬퍼지고 말았다. 그래. 자신의 삶도 그의 삶도 결국 형벌을 받는 중인지도 모른다. 사유는 단 하나일 것이다. 남들보다 노력하지 않은 죄. 그에 더해 소속을 변경할 수 있는 사다리를 주었는데도 여전히 외면하고 있는 죄.“(261p)

한국은 어떻게 능력주의 디스토피아의 최전선이 되었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와 관련된 인천국제공항 사태, 기간제 교사의 정교사 전환 이슈, 사법고시 부활론 등에서 보듯 한국인들에게는 시험을 통해 모든 사람을 특정한 능력에 따라 서열화할 수 있고 그 서열에 따라 대우와 보상이 달라지는 것이 공정하다는 인식이 특히 만연하다. 한국에서 이러한 무소불위의 능력주의가 나타나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저자 장석준은 K-능력주의의 질주가 제동을 맞을 수 있었던 기회로 1987년을 꼽는다. 넥타이 부대와 함께 민주화의 주역으로 부상한 노동계급이 지식 중간계급과 활발히 소통하며 사회를 수직의 사다리가 아닌 수평적 무대로 바라보는 그들만의 정서, 상식, 이념을 사회 전체에 공유할 수 있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중간계급이 ‘부동산’과 ‘교육’ 투자라는, 87년 직후와는 전혀 다른 지향을 추구하게 되면서 거대한 사다리 세계관이 등장했고, 더불어 전 세계에서 가장 전투적인 노동계급이라는 평가를 받던 한국의 노동자 조직들이 기업별 노동조합 형태를 선택함으로써 대기업 중심으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능력주의의 확산을 견제하는 균형추가 되지 못하고 도리어 노동계급의 상당 부분까지 능력주의에 포섭되게 만드는 통로 구실을 하게 되었다고 분석한다. 이러한 형편은 신자유주의를 거친 미국이나 서유럽에서도 마찬가지였지만, 그들의 경우는 한때 성장했던 노동계급 문화가 쇠퇴한 결과라면, 한국 사회는 노동계급의 문화가 채 등장하지도 못 했음을 짚으며 이것이 한국을 전 세계에서 가장 극단적인 능력주의 디스토피아가 전개되는 공간으로 만든 까닭임을 세밀하게 밝힌다.

능력주의의 바깥을 향하는 길, ‘능력 일원론’에서 ‘능력 다원론’으로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능력주의 사회의 모순에서 벗어나는 대안으로 그간 입시 경쟁과 대학 서열 체제를 흔드는 등의 교육 개혁안들이 줄곧 논의되어 왔다. 이 책은 그 방향성에 공감하면서도 능력주의가 계급 문제인 이상, 계급적 해법을 고려하지 않으면 어떤 방법으로든 특권 확보나 세습 통로를 만들려는 집단은 끊임없이 재등장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이러한 문제의식으로부터 저자가 더하는 새로운 해법은 노동계급식 능력 관념인 ‘능력 다원론’의 새로운 부활이다.

”그러자면 이 시대에 능력주의와 거리를 둘 수밖에 없는 ‘위치’에 선 이들이 누구인지 식별해야 하고, 그들이 그 위치를 열등감이 아닌 항의의 기반으로 새롭게 이해하게 할 ‘이상’이 필요하며, 이 모두에 물질적 힘을 부여할 ‘조직’이 있어야만 한다. 이 요소들의 결합을 통해 ‘주눅 들지 않는’ 주체들이 다시 성장해야 한다. 이런 주체들이 능력주의에 맞설 무기는 결코 무슨 기계적 평등론은 아닐 것이다. 과거 노동운동의 절정기에 노동계급이 그랬듯이, 오히려 그들의 독자적인 능력 관념을 내세울 것이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능력의 다원론일 것이며, 따라서 능력주의의 기만적 외양에 맞서 “자기만의 특별한 역량을 발전시킬” 다원적 능력 사회를 지향할 것이다. 이런 흐름이 대두하지 않는 한, 능력주의는 결코 위축되거나 해체될 수 없다. 지식 중간계급 내부의 각성과 전환을 촉구하는 것만으로는 될 일이 아니다.“(168p)

이 책은 줄곧 패배로 내몰리는 집단들, 즉 ”지식 중간계급의 하위 계층과 노동계급이 만나는 광범한 점이지대“에서 “소유인과 지능인”으로만 환원될 수 없는 다원적 능력 사회를 지향하는 흐름들이 나타날 때 능력주의가 비로소 위축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한 맥락에서 저자가 제안하는 산업별 노동조합과, 이에 기반한 산업별 노동자 숙련 형성 및 평가 시스템 구축 등의 방안을 함께 살피며, 독자는 대기업에 고용됐는지 중소기업에 고용됐는지, 정규직인지 비정규직인지가 중요한 사회가 아니라, 산업별 교섭을 통해 “직종과 기업 규모, 고용 형태 등이 얽힌 거대한 일자리 사다리가 완화된” 사회의 스케치에 보다 선명히 다가간다.

픽션 「유령들의 패자부활전」도 사다리 주변이 세계의 전부였던 이들이 마침내 사다리 바깥을 응시하는 선택을 그린다. 자신이 속한 세계를 “오르기는 어렵고, 머물기 위해서도 분투해야 하고, 누군가의 허리를 잡고 함께 내려가기는 쉬운” “미끄럼틀”로 감각했던 주인공이 건강보험료를 내기 위해 진입한 패스트푸드점 아르바이트와 대리운전 노동에서 “분교, 본교”, “지방대, 명문대”, “시간강사, 교수” 등 자신을 옥죄고 있던 기준들로부터 벗어난 삶을 경험하며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 것이다. 얼떨결에 사다리 밖으로 나와 “모두가 중간계급에 안착하기를 바라는 구조”, 즉 사다리 세계관 자체를 거리를 두고 바라보게 된 주인공 오름은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할 것인가”라는, 타인보다 자신을 의식하는 질문을 시작하며 ‘대학’에 두던 삶의 구심점을 ‘나’로 옮겨 간다. ‘과연 내게 좋은 삶이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곱씹게 하며, 「유령들의 패자부활전」은 읽는 이에게 각자의 능력주의 너머를 좀 더 가깝게 상상하게 한다.

“우리는 스스로 승강기로 걸어 들어간다. 아니, 그 안에 들어가 웅크리고 있기를 강요받는다. 타인의 욕망으로 직조된 그 좁은 공간에는 어떤 버튼이 존재하지 않는다. 바깥에서 누군가가 상승 버튼을 눌러주기를, 그리고 잘 버텨냈으니 이제 그만 나오라며 열림 버튼을 눌러주기를 기다려야 한다. 운이 좋은 누군가는 조금 더 빨리 위로 도착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추락한다. 조금 더 좋은 승강기를 타는 사람도 있고 처음부터 하강 버튼만 있는 승강기를 타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아무도 몰랐지만 그 승강기 안에는 상승과 하강이 아닌, 다른 버튼이 애초부터 존재한다. 열림 버튼이다. 어두운 공간 안에서 잘 보이지 않고 그 버튼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 주는 사람도 없다. 그러나 자신을 향한 질문을 시작하는 순간, 그리고 거기에 답하는 순간 버튼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것을 누르면 타인의 욕망으로 움직이던 하나의 세계가 멈춘다. 오름은 맥도널드에서 일하면서, 그리고 윤과 지훈, 경훈과의 대화 속에서 자신이 대학에서 무엇으로 존재하고 있는지 처음으로 묻게 되었고, 그때 희미하게 빛나는 열림 버튼을 발견했다. 그것을 누르고 대학이라는 승강기 안에서 나온 그를 기다리고 있던 건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이었다.”(283p)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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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주의’를 해부했다. 능력주의는 어떻게 사회전체의 헤게모니가 되었는가? 저자는 현대 자본주의에서 ‘지식중간계급’이 탄생한 것을 주목한다. 아울러 피 터지는 ‘능력 일원론’에서 자기만의 특별한 역량을 발전시킬 ‘능력 다원론’을 해법으로 제시한다.
쎄인트saint 2022-12-15 공감 (29)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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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픽션과 픽션의 구성이 독특하네요.
마이클 샌델의 <공정하다는 착각(The Tyranny of Merit)>에서 다룬 능력주의(meritocracy)와 우리네 상황을 연관지어 읽어보면 좋을듯 합니다.
상선약수 2022-10-19 공감 (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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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력이 가난할수록 대학의 브랜드가 가난할수록 직업의 브랜드가 가난할수록 햇살 비치던 시절로 돌아가 그 기원이 뭘까 탐구해 보라. 그러면 신분제 사회와 아주 닮은 사회 구조에 다다른다. 그로부터 사회를 설계하는 정치 세력의 선택부터 나의 학업, 직업, 모든 게 달라진다.
청아한아이다 2022-10-20 공감 (4)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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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을 외치며 학벌에 따른 차별, 정규직과 비정규직 차별을 정당화하는 지식인 계급을 분석하고, 능력주의에 따른 폐해와 그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글쓰기그림그리기 2022-11-08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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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뷰] 능력주의, 가장 한국적인 계급 지도 / 유령들의 패자부활전

오늘 김민섭 작가님의 강연을 망원역 <카페엠>에서 듣고왔다.

가장 첫 작품인 <지방시>( #나는지방대시간강사다 ) 부터, 최근작 중 하나인, #당신이잘되면좋겠습니다 까지.. 대학원을 나와 맥도날드 알바를 하며 건강보험을 보장받다가 책 출간 후 대리운전을 통해 두번째 책을 쓰는 이야기에서부터 최근 유퀴즈에도 등장한 93년생 김민섭씨를 후쿠오카에 보내는 일까지..

특히 지방시와 맥도날드에서의 모습은 북토크 직전 한 책방에서 완독한, <유령들의 패자부활전>에 너무 잘 묘사되어 있다.

김민섭작가님의 자전적 소설인 <유령들의 패자부활전>에는 지방대학에서 학생회장을 하며 고군분투하는 지훈이나, 대학 시간강사와 맥도날드 알바 일을 병행하는 오름(김민섭 작가님의 모습을 반영한 인물)이 나오지만... 사실 지방대 안에서만 능력주의의 현실 앞에 좌절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는 임용 시험 앞에서, 취업 시장 안에서 능력주의 앞에 좌절을 경험한다.
김민섭작가님께서 작품에 표현하셨듯, W대학의 캠퍼스에서는 소속변경이나 이중전공을 갈구하며 그에 도달하지 못할 때 자신을 패배자로 낙인찍기도 하지만... 실제로 나는 서울에 있는 대학에 진학했음에도 불구하고 늘 사범대학 최저등급을 맞추지 못해 더 빠르게 교원자격증을 취득하지 못한 나에 좌절하느라 대학 1-2학년에 좋은 학점에만 매몰된 학생이었고, 교직이수에 아깝게 탈락해 교원자격증을 취득하지 못한 나에 대해 좌절감에 빠져있다.
그리고 교원자격증을 두개나 취득해버린 지금은 기간제교사라는 불안정한 신분에 처해져 있어 다소간의 좌절감을 늘 느낀다. (기실 이것도 누군가에게는 안정적인 직업일 것이리라.)

그래서일까 , 오늘 강연 후반부에 나온 ‘다정한 경쟁‘ 이라는 표현이 참 좋았다.
경쟁사회 속 승자는 자신의 승리가 온전히 자신의 것만은 주변의 조력과 운이 더해진 것임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패자는 자신에게 자율성과 더성이 있으며 이 한번의 경쟁이 모든 것을 결정하지 않는다는 당당함을 지닐 수 있기를..
그리하여 경쟁을 하더라도 ‘다정한 경쟁‘에 이를 수 있기를 진실로 바란다.

또한 유퀴즈 장면 속 93년생 김민섭씨의 표현을 평생 마음에 간직하며 살아가고 싶다.

‘온전히 나만 잘 되는 길을 선택할 때 머뭇거려지긴 해요.‘

때로는 나만 잘되는 길을, 때로는 다같이 잘 되는 길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율성이 있는 존재지만.. 선택의 기로에서, 한번쯤 머뭇거려지는 사람으로 자리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완벽한 소속변경이라는 것이 과연 가능한걸까. 아니, 애초에 그러한 가능성이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 수는 있는 걸까. 어쩌면 이것은 사람을 불행하게 만드는 패자부활전인지도 모른다.‘

-<유령들의 패자부활전>,222쪽.

‘그때 오름은 그에게 안아달라고 말했다.그만큼 사랑받고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에 와 돌아보면, 그때 윤은 윤 자신에게 말하고 있었다. 자기 삶을 증명하고픈 욕구는 누구에게나 있다. 그도 본교로의 소속 변경이든, 학생회 활동이든 연애든 그 무엇이든....... 그건 존중받을 만한 하나의 일이었음을 인정받고 싶었을 뿐이다.사람은 그 과정을 통해 성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윤을 이해하고 오롯이 응원한 주변인은 없었다. 모두가 그의길이어딘가 잘못되었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렇게 그는 조금씩 자신의 인생이 끝났다고 믿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 <같은 책>, 243쪽.


이전까지 그는 주로 앞에 앉은 학생들에게 줄곧 눈길을 주었다. 학점을 잘 받기 위해 모여 앉은, 그러니까 소속변경이라든가 장학금이라든가 취업을 위해서라든가 하는 이유로 앞자리를 채운 그들이었다. 무슨 말을 하든 호의적인 눈빛과 밝은 대답과 힘찬 고갯집으로 답해 왔다. 오름도 그들이 조금 더 나은 인간이라는 태도를 은연중에 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맥도널드에서 퇴근한 오름의 눈길은 그들뿐만이 아닌 강의실에 앉은 모두를 향해 동시에 닿았다. 의도한 건 아니었다. 다만 누구나 자신의 자리에서 삶을 영위하기 위해 분투하고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그에게 생기고 있었다. 이전에는 볼 수 없던, 인간에 대한 사랑과 믿음이 담긴 부드러운 눈빛이었다.

- <같은 책>,255쪽.



- 논픽션 파트의 #장석준 선생님이 쓰신 #능력주의가장한국적인계급지도 도 마저 읽고 책을 완독 후 다시 서평 남겨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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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dagogy 2022-11-16 공감(18) 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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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주의, 가장 한국적인 계급지도 / 유령들의 패자부활전

글쓴이인 장석준은 1971년생으로 연세대 사회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습니다. 그는 과거에 민주노동당 중앙연수원과 민주노동당 진보정치연구소에서 활동했고, 진보신당 부대표 노동당 부대표를 지내기도 했습니다. 2014년에는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노동당 소속으로 서울시의원 종로구 제1선거구에 출마했으나 낙선했습니다. 현재는 진보정치연구소의 대표를 거쳐, 정의당 부설 정의정책연구소 부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그의 이 책은 김민섭 작가의 논픽션 단편 소설과 합본으로 2022년 10월 국내에 출간되었습니다.

저는 신자유주의와 밀접하게 관련된 능력주의에 관한 글을 찾아보다, 장석준 부소장의 이 글을 발견하게 되었는데요. 처음엔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지만 특수한 한국적 상황에서 능력주의가 어떻게 우리 사회에 내면화 되었는지 논증하고 있어 저에게는 적지 않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저자는 우선 능력주의를 설명하기 위해 과거 자본주의 이행 과정에서, 현재 우리가 관리자본주의 managerial capitalism 적 시대를 살고 있다고 우선 전제하고 있었습니다. 이 관리자본주의는 프랑스 경제학자 제라르 뒤메닐과 도미니크 레비의 논증으로 도출된 용어이기도 합니다. 제2차 산업혁명 이후, 자본주의가 사회에 구축되면서 이를 둘러싼 자본가계급과 관리자계급의 경쟁과 충돌 그리고 때론 협력을 통해, 당시 중요한 영향력을 보이고 있던 노동계급에 맞서는 등의 분명 다른 형태의 자본주의로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미국 아이젠하워 행정부 이후, 노동계급이 점차 지리멸렬해진 점과 이 과정을 통해, 금융과 정보화를 모토로 전세계 자본주의 시스템을 변질 시킨 신자유주의가 능력주의라는 소위 지배 이데올로기적 체제를 정착시켜 왔다고 여겨지는데요. 지금 우리 사회에도 노동자들의 결사권을 국민들이 그저 사전적인 의미로만 이해하고 있지만 노동 조합과 노동 단체에 대한 가히 극렬한 적대감은 앞선 이력과 점차 강화된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의 프로파간다에 기인하고 있는 것은 거의 부정할 수 없을 텐데요. 여기에 저자 고유의 현실 인식이기도 한, 노동 조합과 노동자들의 실질적 힘과 영향력이 사회에서 약화됨에 따라, 이 능력주의적 사고 방식은 그만큼 시민들에게 강하게 내면화 되었다고 보여집니다.

다시 한번 언급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능력주의란 저자의 말마따나 "한국 사회 전체의 지배 이데올로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 정말 공정한 시스템이 기반이 된 능력주의라면 부모의 직업과 사회적 지위를 되물림하려는 시도 자체가 자본주의 체제에서 가능해선 안되는 일이지만 소위 이 능력주의를 기반으로 강화된 세습주의적 논리와 계급적 세습을 충족시키기 위해 현실에서 많은 자원이 투입되고 있는 상황은 이를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이에 저자는 우리의 능력주의적 이데올로기가 사회적 비판의 칼날을 용인하지 않고 있으며, '지식 중간계급 intellectual middle class'과 같이 상위 계급과 이들 밑의 하위 계급까지, 빙산의 일각과 같은 능력주의를 거의 무분별하게 신봉하게 되었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특히, 1945년 해방 이후, 민간에 의한 사립 대학의 확대는 단순히 부의 획득 과정을 떠나, 이 대학 교육을 비롯한 시스템의 확충이 지식 중간 계급의 출현을 이끌었고, 이들이 결국 상위 계층보다 더 견고한 능력주의의 지지자이자, 체제를 지탱하는 지분을 갖게 되었다고 글 전반에 걸쳐, 논증되고 있습니다.

저는 저자의 이 책을 일독하면서 놀랐던 부분은, 무엇보다 신자유주의에 대한 명민한 분석이기도 했는데요. 신자유주의가 지구화와 금융, 그리고 정보화를 기반으로 자본주의를 거의 변질시켰고, 이에 가장 많은 수혜를 입은 집단이 누구보다 엘리트 계층임을 스스로 단언하고 있었는데요. 이것을 그저 확대 해석으로 볼 게 아니라, 능력주의와 이 변질된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는 체제 내의 승리자에게 모든 과실을 몰아주고, 특히나 앞선 관리 자본주의적 속성에서 마땅히 관리 계급이라 볼 수 있는 엘리트 전문가 계층이 마찬가지로 부와 지위를 독점하게 된 것은 우리 사회 뿐만 아니라, 신자유주의적 이행이 완료된 거의 모든 국가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일 겁니다. 이런 신자유주의 체제 하에 능력주의가 자본주의가 쉽사리 용인하지 않는 사회 내의 계급화를 촉진시켰고 신자유주의를 수용하고 나서, 거의 모든 시민 계층이 지지할 수밖에 없는 과도한 엘리트주의를 도출해 낸 것은 분명 아이러니이기도 합니다. 이 부분과 관련해, 마틴 울프는 엘리트 지배 계층이 자신들의 사실상의 이런 수혜가 그저 당연하고 마땅한 것이라 여기지 말아야 할 이유를 몇 가지 논증을 통해 밝히기도 했는데요. 이것은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엘리트들의 헌신'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존중과 사회적 지위를 우선하는 데 있어 사실상 동의를 표한 것이지만, 많은 정치인들이 부르짖는 공정과 또한 적대시 되는 평등에 있어, 이러한 보상 체계가 단순히 합당한 근거 여부를 떠나, 많은 시민들에게는 "살아남기 위해 마땅히 노력해야 하는 사회"로 몰아간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저자는 우리가 능력주의에 대해 진지한 고찰 없이 쉽게 내면화가 가능했던 것은 무엇보다 고려시대와 조선시대를 통해 이뤄진 소위 '관리 선발'이라는 '과거 제도'에 기인하고 있다고 주장하는데요. 과거 제도가 단순히 글을 잘 쓰고, 경전을 잘 외워, 이 부분에 대한 자신의 역량을 검증 받은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이 과거 시험에서 '그 자격이 있는 선비들'이 국가 관료로 일할 수 있게 된 것인데요. 저자는 이러한 맥락에서 해방 이후, 확대되었던 여러 고시들을 매개로 언급하고 있었습니다. '개천에서 용난다'는 미담으로 한층 꾸며진 이 고시 선발 시스템과 한국형 능력주의는 1987년 민주화 과정을 거쳐, 당시 노동자 계급의 민주화에 대한 기여를 지우게 만들었고, 단순히 가진 돈의 총량으로 측정하는 중산층과 같은 일면적인 수단이 아니라, 앞선 지식 중간 계급이라는 지위와 지식 그리고 돈이 결합된 새로운 계급 시스템을 우리가 고안해 낸 것과 거의 동일한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이렇게 시험주의에 전도된 우리의 능력주의는 모두가 아시다시피, 여기에서 낙오된 많은 시민들에게 사회적 차원에서 다시금 줄 수 있는 '세컨 찬스'를 가능하게 할 어떠한 기회와 소위 패자부활전이 필요하지 않는 사회로 왜곡되었습니다. 특히나 기회의 균등과 보편적 평등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기반이 무엇보다 장애물이 되었다고 볼 수 있겠는데요. 평등 자체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무지 내지는 극우에 가까운 인사들이 이를 '철지난 색깔론'으로 매도하기에 이르렀는데요. 평등이 민주주의의 기본 가치 중 하나 임을 분명 알고 있으면서도 이렇게 폐쇄적인 능력주의를 그나마 인간적으로 만들 수 있는 기회와 시도들을 애초에 꿈도 꾸지 못하게 배제되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민주주의는 무엇보다 시민들의 존엄하고 인간 다운 삶을 위해, 이를 보장하고 다각도로 노력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미 기울어진 경쟁이 되어 버린 이 각축장에서, 더 많은 자원을 누가 더 투입할 수 있는가로 결정되는 능력주의적 현실에 눈을 감고, 이런 시스템에서 퇴출될 수밖에 없는 많은 시민들을 구제하는 여건을 자체를 제한하고 오로지 지능과 능력에 몰빵한 더 획일화 되고 폐쇄적인 사회로 치닫게 되었다고 볼 수 있겠는데요. 능력만 있으면 성공하고, 많은 돈을 벌고, 사회적 지위를 누리며,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비꼬고 욕할 수 있는 사회, 과연 이것이 진정 우리가 바라는 사회일까요?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서, 뒤이어 실린 김민섭 작가의 단편은 따로 서평을 남기지는 않겠습니다.







현대 미국 사회의 심각한 불평등은 능력주의의 산물이거나 적어도 능력주의 탓에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문제라고 진단한다.



그러면서 한국적 능력주의는 신자유주의 시기에 성장기를 보낸 한국의 20~30대만이 아니라 그 시기를 함께 겪은 한국 사회 전체의 지배 이데올로기라고 진단한다.



하지만 능력주의와 최악의 자본주의가 결합된 사회를 ‘실제로‘살고 있는 우리로서는 영의 능력주의가 디스토피아가 아니라 유토피아 소설로 보일 지경이다.



하지만 능력주의 속 세계의 20세기 말쯤이 되면, 능력주의 교육 시스템이 어느새 엘리트 신분을 세습하는 통로로 반전되었음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그러나 동아시아 3국에서 과거제를 통해 국가 관료 기구의 상층에 진출하는 것이 출세의 표준이 됐다.



우리에게는 영락없이 조선 시대 양반을 연상시키는 이 생시몽식 엘리트는 한참 뒤 뉴딜 시기 미국의 테크노크라트나 소련 공산당의 고위 간부로 육화돼 지상에 강림한다.



이미 독일 등 몇몇 나라에서 꾸준히 성장하던 새로운 중간계급이 이제 대학 졸업장으로 무장한 채 어엿한 지식 중간계급으로 꼴을 갖춘 것이다.



그 대안들이란 지구화, 금융화, 정보화의 세 가지 커다란 전환이었으며, 이 전환들이 서로 맞물리며 등장해 지금껏 이어지는 역사적 국면을 우리는 흔히 ‘신자유주의‘라 칭하곤 한다.



노동자들은 그저 유식한 척하거나 가방끈이 길어야 더 잘난 사람이라는 생각을 받아들일 수 없었을 따름이다.



하위 중간계급은 확실히 상위 중간계급만큼은 능력주의를 통해 실질적인 이득을 얻지 못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들의 다수는 상위 중간계급과 마찬가지로 능력주의에 적극 동의한다.



이후 법조인뿐만 아니라, 행정 부처와 외무부 고위 관료도 고시를 통해 선발하면서, ‘고시‘는 과거에 ‘과거‘가 그랬듯이 곧바로 엘리트층에 편입되는 시험의 대명사가 되었다.



한국 사회는 지식 중간계급의 세계관이 과도하게 지배하는 사회다.



성별과 빈부를 가리지 않고 모든 시민이 동등한 교육 기회를 누리게 함은 모든 선량한 자유주의자와 담대한 사회주의자의 위대한 이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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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터라이프 2024-04-16 공감(8) 댓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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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주의, 가장 한국적인 계급 지도 / 유령들의 패자부활전』




📓『능력주의, 가장 한국적인 계급 지도 / 유령들의 패자부활전』






✒️장석준(지은이)

사회학을 공부했고, 진보정당 운동의 정책 및 교육 활동에 참여해 왔다. 진보신당 부대표를 거쳐 현재는 정의당 부설 정의정책연구소 부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주된 관심사는 자본주의를 넘어선 대안 사회의 방향과 얼개다. 『세계 진보정당 운동사』, 『장석준의 적록서재』, 『사회주의』, 『신자유주의의 탄생』 등을 썼고, 『포스트 성장 시대는 이렇게 온다』(공역), 『길드 사회주의』, 『코로나, 기후, 오래된 비상사태』(공역) 등을 옮겼다.

✒️김민섭(지은이)

글을 쓰고 작가와 독자를 연결하는 일을 한다. 2021년 봄부터는 바다가 좋다는 아이들의 말에 강릉 초당동에 이주해 지내고 있다. 저서로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 『대리사회』 『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 등이 있다.

📚목차
















들어가는 글

논픽션_능력주의, 가장 한국적인 계급 지도
제1장 능력주의는 계급 문제다
제2장 능력주의의 역사 속 능력주의의 담지자 – 지식 중간계급
제3장 한국, 최첨단 능력주의 사회
제4장 능력주의 대 다원적 능력 사회

픽션_유령들의 패자부활전

나가는 글
참고 문헌

🔖
이 책은 우리에게 능력주의의 문제의식이 교육과 계급이얽힌 어떤 독특한 상황.어떤 역사적 국면에서 필연적으로 부상하는 난제를 환기 시키려는 것임을 잊지 말라고 다그친다.능력주의 비판론은 이러한 애초의 문제의식에 계속 두발을 내딛어야만, 오늘날 우리를 돌아보는 거울로서 제 역활을 할수 있다.
🔖
계급이론의 본산인 좌파안에서도 여태껏 의견이 부분하다.노동계급과 비슷한 구석이많다는 입장에서는 '새로운 노동계급'혹은 '지식 프롤레타리아'라불렀고, 반대로 자본가 계급과 같은 편에 설 가능성이 높기에 옛 프티부르주아지와 더 닮았다고 보는 쪽에서는 '신新프티부르부아지'라고 이름 붙였다. 그런가 하면 관리자본주의라는 새 국면에 주목하는 이들은 '전문직•관리자 계급'이라는 명칭을 고안해 냈고,라이트는 좀더 복잡하게 '모순된 계급 위치'라 판정했다.이 논쟁은 지금까지도 결코 깔끔히 정리되지 않았지만,앞에서 이미 언급한 대로 이 글에서는 일단 '지식 중간계급'이라 칭하겠다. 지식 '중간계급'이라는것은 결국 큰 틀에서 새로운 노동계급이 아니라 새로운중간계급이라는 진단에 동의 한다는 뜻이다.
🔖
다른 어느나라에서도 보기힘든 능력주의 이데올로기의 성공적 지배가 관철되고,그것이 '공정' 논란등을 통해 확인된다.이점에서한국형 능력주의는 과거제도 같은 낡은 기억의 잔재이기는 커녕 '지구자본주의' 전반에 나타나는 능력주의 경향의 최첨단이다.적어도 이대목에서만은 세계는 한국을 꿈꾼다.
🔖
인간이 키워 나갈 수 있는 무수한 능력들을 그것대로 존중하고 인정하며 더욱 발전시켜 나가게 하자는 것이다."풍요로운 삶을 이끌기 위해 자기만의 특별한역량을 발전시킬 기회를 균등하게 누리게" 하자는 것이다.그런 다양한 능력들의 극히 단출한 예시가 곧 "친절함과 용기 ,상상력과 감수성, 공감과 아량"이다.

✍🏻
공정의 논란에서 바라본 시험주의와 능력주의 .한국 사회에서 바라본 능력주의 사회의 해석은 각자의 생각이 다르다고본다 .
📖
펴낸곳 l 갈라파고스

,능력주의가장한국적인계급지도 ,유령들의패자부활전 ,갈라파고스 ,장석준 ,김민섭 ,지식중간계급 최첨단능력주의사회 다원적능력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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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제국 2022-11-14 공감(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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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주의, 가장 한국적인 계급지도』를 읽다.^^

지능과 노력만 있으면 누구도 사다리 위로 올라갈 수 있다고 한다. 능력만 있으면 누구나 잘살고 성공할 수 있다고 한다. 그 사람이 잘 못살고 힘든 것은, 능력이 없거나 노력하지 않아서라고 한다. 능력주의를 신봉하다 보면, 노동계급은 사라진다. 세상은 아무 문제 없이 당연하게 돌아간다. 아직도 모르겠는가. 능력주의는 자본주의의 지배 이데올로기다.
namgo2416 2024-03-31 공감(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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