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기쁨과 슬픔 - 장류진 소설집
장류진 (지은이)창비2019-10-25
전자책
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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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6쪽
편집장의 선택
" '진짜' 화제의 소설, 장류진 첫 소설집 출간"
소설을 다루는 사람 입장에서 더 많은 사람이 소설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소설이 화제의 중심에 서길 늘 바라지만, 소설 그 자체가 화제가 되는 일은 실은 그리 자주 일어나진 않는다. 2018년 창비신인소설상으로 등단한 장류진의 소설은 바로 그 흔치 않은 일을 가능케 한 힘이 있는 소설이다. '하이퍼 리얼리즘'으로 무장한, '웃픈' 직장생활의 현실을 다룬 소설 <일의 기쁨과 슬픔>은 웹사이트에 공개됨과 동시에 SNS에서 말 그대로 화제를 모았으며, 서버가 다운될 정도로 트래픽이 발생했다. 40만건의 조회수가 발생한 이 소설이 단행본으로 엮여 드디어 독자를 찾았다.
결혼식 직전 청첩장을 개별적인 점심모임을 통해 받았다면, 반드시 '봉투'라도 보내야 하며, 실수로 그룹 아이디 계정에 전체회신을 했다가는 전 직원이 나의 부서이동 계획을 알게 되는 불상사가 생길 수 있다. 밥을 사기로 한 동료가 8,000원 짜리 메뉴를 주문했는데, 밥을 얻어먹는 입장에서 12,000원 짜리 메뉴를 주문하는 건 상도에 어긋난 일이다. (<잘 살겠습니다> 中)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미묘한 경계가 파티션 위를 거미줄처럼 얽고 지나가고, 일의 기쁨과 슬픔 역시 경계를 따라 교차한다. '개발적으로' 하고 싶은 일을 다 하게 해주겠다는 말에 스타트업 회사로 이직한 개발자 동료의 짜증까지 기어이 이해하게 되고, 친하지도 않은 그를 위해 생일선물을 충동구매한다. (<일의 기쁨과 슬픔> 中) 비효율과 굴욕으로 점철된 생활, 그러나 월급을 받아 항공권을 결제하면 다시 다음 달이 시작된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뜨고, 우리는 다시 '흐르는 물에 삽을 씻고' 제 자리에서 오늘의 일을 해야 할 것이다. 동료의 한숨 소리에 왈칵 눈물이 나기도 하고, 그 동료의 슬픔을 이해하기에 '쉴드' 치기도 하는 나날. 이야기가 묘사하는 절묘한 기쁨과 슬픔의 순간들, 소소하고 산뜻하고 섬세하다. 탁월하게 우리가 사는 이 시대를 묘사해온 소설가 정이현이 "오늘의 한국사회를 설명해줄 타임캡슐을 만든다면 넣지 않을 수 없는 책"이라는 평과 함께 추천했다.
- 소설 MD 김효선 (2019.10.25)
책소개
2018년 창비신인소설상으로 등단한 이후 단숨에 수많은 독자와 문단의 관심을 한몸에 받으며 센세이션을 일으킨 장류진 작가의 첫번째 소설집. 장류진의 등단작 '일의 기쁨과 슬픔'은 '창작과비평' 웹사이트에 공개된 직후 SNS를 통해 입소문이 급격히 퍼지면서 해당 서버가 다운될 정도로 접속자가 많았고 누적 조회수가 40만건에 이를 정도로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이후로도 발표하는 작품마다 탁월한 재미와 개성을 선사하며 숨가쁘게 이어진 작가의 행보는 등단한 지 꼭 1년 만에 소설집을 출간하는 보기 드문 결실로 이어지게 되었다. 소설가 정이현은 이 책을 두고 "오늘의 한국사회를 설명해줄 타임캡슐을 만든다면 넣지 않을 수 없는 책"(추천사)이라 평했다.
여기 실린 8편의 소설은 주로 이삼십대 젊은 직장인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각자의 애환이 담긴 직장생활의 디테일이 대단히 실감나게 그려졌음은 표제작에 대한 '현직' 독자들의 열렬한 호응에서 이미 증명된 바 있거니와 작가는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 일상의 무게에 힘겨워하는 청년들의 아픔을 세심하게 그려내는 동시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내 반짝이는 우리 삶의 소중한 순간들을 아름답게 담아낸다.
눈물짓되 침잠하지 않고, 힘에 부치지만 자기 나름의 지혜로 잘 버텨나가며, 어떻게든 삶의 기쁜 장면을 만들어낼 줄 아는 바로 우리의 이야기가 이 책 곳곳에 스며 있다.
목차
잘 살겠습니다
일의 기쁨과 슬픔
나의 후쿠오카 가이드
다소 낮음
도움의 손길
백한번째 이력서와 첫번째 출근길
새벽의 방문자들
탐페레 공항
해설(인아영)
작가의 말
수록작품 발표지면
---
책속에서
첫문장
"합시다. 스크럼."
P. 11 나는 언니 앞에 놓인 그릇을 건너다봤다. 아래 깔린 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새우튀김이 빼곡했다. 하나, 둘, 셋…… 보이는 것만 해도 여섯개였다. 언니는 활짝 웃더니 손뼉까지 짝짝 소리가 나게 쳤다.
“이렇게 새우 많이 주는 데는 처음 봤어. 여기 너무 좋다, 그치?”
나는 좀 의아한 마음이 들었다.
“언니... 더보기
P. 50 “사람들이 포인트를 그렇게 좋아하나?”
“다들 좋아하지 않나요?”
“그렇죠. 그래서 또 자신 있게 대답했지. 네, 좋아합니다! 그랬더니 뭐라는 줄 알아요?”
“글쎄요.”
“그렇게 좋은 거면 앞으로 일년 동안 이차장은 월급, 포인트로 받게.” (「일의 기쁨과 슬픔」)
P. 75 지유씨와 이야기를 나눌 때면 그녀가 내뱉는 말의 호흡과 나의 호흡이 잘 어우러져 특유의 리듬감 같은 게 생겼다. 우리는 존대와 반말, 유쾌와 재치, 다정함과 짖궂음을 카드 패처럼 번갈아 내놓으며 놀았다. 그녀는 잘 웃었고 또 잘 놀렸다. 공수에 모두 강했다. 정말이지 지루할 틈이 없었다. (「나의 후쿠오카 가이드」)
P. 146 “오늘은 만원 더 넣었어요.”
그제서야 그녀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아이고, 감사합니다.”
아주머니가 양손으로 봉투를 받으며 고개를 꾸벅 숙였다. 그다음부터 그녀는 우리 집 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신발도 벗지 않은 채로 이렇게 묻기 시작했다.
“오늘은 어떻게, 창틀 청소할까요?”
아무렇지 않... 더보기
굴욕감에 침잠된 채로 밤을 지새웠고, 이미 나라는 사람은 없어져버린 게 아닐까, 하는 마음이 되었다고. 그런데도 어김없이 날은밝았고 여전히 자신이 세계 속에 존재하며 출근도 해야 한다는 사실을 마주해야 했다. - h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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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류진의 소설은 정확한 시간에 여기 도착했다. 열심히 노력하면 삶이 극적으로 나아지리라는 꿈 같은 건 아무도 꾸지 않는 시대, 그렇다고 완전한 절망도 허용되지 않는 시대. 그의 등단작 「일의 기쁨과 슬픔」이 아니었다면 우리가 이 시공간을 건너기 위해 기다려온 소설이 무엇이었는지 알지 못할 뻔했다.
이 책 속의 인물들은 ‘보통’과 ‘특’의 차이를 체화한 채 살아간다. 새우튀김이 더 많이 들어 있는 덮밥을 먹으려면 마땅히 ‘특’을 주문해야 하고 그에 해당하는 비싼 값을 지불해야 하는 것이 이 세계의 약속이다. 그들은 냉정한 ‘리얼 월드’에서 상처받고 회의(懷疑)하고 자기모멸에 시달리면서도 최소한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분투하는 존재들이다. 월급이 카드 포인트로 들어와도 사직서를 쓰는 대신 포인트를 돈으로 바꾸는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 재빠르게 움직이면 어차피 마찬가지라고 애써 믿는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기쁨과 슬픔 사이, 미처 명명되지 못한 여러 결의 마음들이 딱딱한 세계의 표면에 부딪혀 기우뚱 미묘히 흔들리는 순간순간을 작가는 기민하고 섬세하게 포착해낸다. 오늘의 한국사회를 설명해줄 타임캡슐을 만든다면 넣지 않을 수 없는 책이다. - 정이현 (소설가, 『달콤한 나의 도시』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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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향신문 2019년 11월 3일자 '인터뷰'
조선일보
- 조선일보 2019년 10월 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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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 신문 2019년 10월 2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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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일보 2019년 10월 26일자 '200자 읽기'
저자 및 역자소개
장류진 (지은이)
1986년에 태어났다. 연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동국대 국문과 대학원을 수료했다. 2018년 창비신인소설상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일의 기쁨과 슬픔』이 있다. 제11회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수상 : 2018년 창비신인소설상
최근작 : <도쿄의 마야 Maya in Tokyo>,<언유주얼 an usual Magazine Vol.8 : Out 퇴근 퇴사 퇴짜>,<일의 기쁨과 슬픔 (큰글자도서)> … 총 11종 (모두보기)
출판사 제공 책소개
기쁨도 슬픔도 반짝반짝, 이토록 산뜻한 이야기의 등장
우리 문학이 기다려온 대형 신인! 모두가 기억하게 될 이름
2018년 창비신인소설상으로 등단한 이후 단숨에 수많은 독자와 문단의 관심을 한몸에 받으며 센세이션을 일으킨 장류진 작가의 첫번째 소설집 『일의 기쁨과 슬픔』이 출간되었다. 장류진의 등단작 「일의 기쁨과 슬픔」은 ‘창작과비평’ 웹사이트에 공개된 직후 SNS를 통해 입소문이 급격히 퍼지면서 해당 서버가 다운될 정도로 접속자가 많았고 누적 조회수가 40만건에 이를 정도로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이후로도 발표하는 작품마다 탁월한 재미와 개성을 선사하며 숨가쁘게 이어진 작가의 행보는 등단한 지 꼭 1년 만에 소설집을 출간하는 보기 드문 결실로 이어지게 되었다.
소설가 정이현은 이 책을 두고 “오늘의 한국사회를 설명해줄 타임캡슐을 만든다면 넣지 않을 수 없는 책”(추천사)이라 평했다. 여기 실린 8편의 소설은 주로 이삼십대 젊은 직장인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각자의 애환이 담긴 직장생활의 디테일이 대단히 실감나게 그려졌음은 표제작에 대한 ‘현직’ 독자들의 열렬한 호응에서 이미 증명된 바 있거니와 작가는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 일상의 무게에 힘겨워하는 청년들의 아픔을 세심하게 그려내는 동시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내 반짝이는 우리 삶의 소중한 순간들을 아름답게 담아낸다. 눈물짓되 침잠하지 않고, 힘에 부치지만 자기 나름의 지혜로 잘 버텨나가며, 어떻게든 삶의 기쁜 장면을 만들어낼 줄 아는 바로 우리의 이야기가 이 책 곳곳에 스며 있다.
재미, 개성, 시의성 등 여러 면에서 단연 발군의 면모를 갖춘 이 놀라운 신예의 작품은 이제 곧 새로운 십년을 맞이하는 우리 소설이 필히 주목해야 할 중요한 지점이 되기에 충분할 것이다.
“그때까지 언니가, 그때까지 내가 회사에 있을 수 있을까.”
자유자재로 펼쳐지는 이야기, 놀랍도록 다양한 매력
표제작 「일의 기쁨과 슬픔」의 화자 ‘나’는 판교의 IT기업에서 ‘사실상 막내’로 근무하고 있다. 회사에서 운영 중인 중고 거래 어플에 글을 도배하다시피 하는 ‘거북이알’의 정체를 알고자 만남을 가진 ‘나’는 그녀의 기막힌 사연을 듣게 된다. 카드회사 공연기획팀 소속이던 거북이알은 유명 뮤지션의 내한 공연을 성사시키고 특진을 약속받았으나 공연 소식을 개인 SNS에 가장 먼저 올리지 못해 토라진 회장의 심술로 월급을 카드 포인트로 대신 받기에 이른다. 굴욕과 절망에 굴하지 않고 자본주의 시스템을 영리하게 활용해 나름대로 생활을 잘 꾸려나가는 거북이알, 그리고 일과 인간관계에서 오는 압박 속에서도 조성진 리사이틀과 홍콩행 비행기 티켓을 예매하면서 다시 기운을 되찾는 ‘나’의 씩씩한 모습이 담백하면서도 깊은 인상을 남기는 소설이다. 자신을 짓누르는 외부의 압력 아래서도 어느 몫의 자유와 행복만큼은 결코 빼앗기지 않는 밀레니얼 세대의 활력과 당당함을 형상화한 듯한 인물들이 이 매력적인 소설집 전체를 아우르는 주제와 분위기를 자아내는바, ‘장류진표’ 소설의 대표작으로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남을 만한 작품이다.
「잘 살겠습니다」 속 ‘나’는 결혼식을 3일 앞둔 날, 3년간 교류가 없었던 직장 동기 ‘빛나 언니’의 연락을 받고 청첩장 약속을 잡게 된다. 알고 보니 자신도 결혼준비로 정보가 필요해 연락해온 빛나 언니는 그러나 ‘나’의 결혼식에 오지도, 축의금을 내지도 않는다. 예나 지금이나 매사에 눈치 없는 빛나 언니에게 ‘나’는 ‘나라면 저러지 않을 텐데’라며 점점 더 답답함을 느끼지만, 그녀 역시 자신의 자리에서 노력해왔음을 발견하고는 그녀가 잘 살길 응원하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 빛나 언니의 독특한 캐릭터가 흥미롭게 그려지는 한편 주인공이 그녀를 지켜보며 심경 변화를 겪는 과정이 설득력 있게 전개된 수작이다.
「새벽의 방문자들」의 분위기는 두 작품과 다르다. 주인공은 온라인상에서 종일 음란 광고를 필터링하는 궂은일을 한다. 좁고 지저분한 원룸 오피스텔만이 그녀가 안전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지만 어느날부터 새벽마다 처음 보는 남자들이 그곳을 성매매지의 주소로 착각하고 찾아온다. 초인종을 눌러대는 남자들의 천박한 모습을 비디오폰 너머로 바라보던 끝에 실제 성매매 현장으로 의심되어 찾아간 옆 건물 원룸에서 그녀는 자신과 똑같이 불안함에 몸을 갖춘 평범한 여성과 마주한다.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솜씨와 주제의식 모두 상당한 경지를 보여주는 작품 중 하나다.
「도움의 손길」의 화자는 애써 마련한 집을 더 잘 관리하기 위해 민망함을 무릅쓰고 가사도우미 아주머니를 고용한다. 전문가 행세를 하지만 팁 앞에서 비굴함을 감추지 못하는 아주머니는 점점 일을 게을리 하는가 하면 다양한 방식으로 화자의 마음을 괴롭게 한다. 각자 자신이 노동자이되 고용관계, 계층, 세대, 종교 등 여러 면에서 대비되는 화자와 아주머니의 독특한 관계에서 형성되는 묘한 서스펜스가 돋보이는 소설이다.
「탐페레 공항」은 오랫동안 다큐멘터리 피디의 꿈을 품어왔지만 별 볼 일 없는 스펙으로 실패해온 청춘의 이야기다. 더블린으로 워킹홀리데이를 가는 길에 잠시 경유한 핀란드의 탐페레 공항에서 주인공은 백살쯤 된 핀란드 노인과 짧지만 멋진 인연을 맺게 된다. 그에게서 온 편지에 반가움을 느낀 것도 잠시, 취업준비생 신분으로 매일 반복되는 분주함과 불안감 속에서 답장할 겨를이 없어진 노인의 편지는 이내 불투명한 미래를 더 가혹히 체감케 하는 짐이 된다. 꿈을 포기하고 고군분투하는 주인공에게 짠하게 공감하다가 결국 허락된 아름다운 장면에 뭉클해지는 작품이다.
한편 남성을 주인공으로 삼은 두 소설의 개성도 탁월하다. 「다소 낮음」의 주인공 장우는 오랜 여자친구 외에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무명의 뮤지션이다. 낡아빠진 자신의 냉장고를 대상으로 장난처럼 만든 노래가 유튜브에서 대박이 나면서 스타가 되는 문턱에 서기도 하지만, 음악에 대한 고지식함과 시류를 읽지 못하는 순진함 때문에 그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 유튜브 조회 수가 변화하는 과정과 함께 그려지는 장우의 사연과 홍대 인디씬의 풍경이 한편의 블랙코미디처럼 흥미롭게 펼쳐진다. 「나의 후쿠오카 가이드」의 지훈은 한때 애정기류를 형성했던 지유씨를 만나기 위해 그녀가 남편과 사별한 후 혼자 지내고 있는 일본으로 갑작스레 여행을 떠난다. 오랜만에 만난 지유씨에게 다시 특별한 감정을 갖게 된 지훈은 그녀의 마음을 얻기 위해 모든 연애경험을 활용해 매력을 어필하려 한다. 결정적인 순간을 눈앞에 두고 예상치 못한 반전이 벌어지는 이 소설은 대단한 흡인력과 유머로 시선을 잡아끈다. 장류진 소설의 큰 매력 중 하나인 이 흡인력과 유머는 짧은 단편 「백한번째 이력서와 첫 번째 출근길」에서도 십분 발휘되는데, 가까스로 얻은 직장에 처음 출근하는 날, ‘겨땀’과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고민하는 시간이 재기 넘치게 그려진다.
“조금 비싼가 싶지만, 오늘은 월급날이니까 괜찮아.”
짓눌리지 않는 당찬 삶,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이야기
장류진의 소설에는 “특유의 생존감각으로 시스템을 체화하고 탄력적으로 구부려,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앞으로 나아가”는(인아영, 해설) 인물들이 많이 등장한다. 그렇듯 이 작가는 기민한 시각으로 발견해낸 이 사회의 단면들을 다채로운 방식으로 그려내는 중이다. 더없이 재미있고 사랑스러운 소설로 말이다. 지금 우리의 모습을 긍정하고 응원해주기도 하면서.
한국문학의 독자가 많이 줄어들었다는 진단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그러한 분위기에서 오랜만에 대형 신인이라는 호칭이 아깝지 않은 신예의 등장이 더욱 반갑게 느껴진다. 문단의 기대도 크다. 여러 선배 작가들이 『일의 기쁨과 슬픔』을 읽고 흔쾌히 추천의 문장을 보내주기도 했다.
“기쁨과 슬픔 사이, 미처 명명되지 못한 여러 결의 마음들이 딱딱한 세계의 표면에 부딪혀 기우뚱 미묘히 흔들리는 순간순간을 작가는 기민하고 섬세하게 포착해낸다. 오늘의 한국사회를 설명해줄 타임캡슐을 만든다면 넣지 않을 수 없는 책이다.”(정이현)
“흥미로운 시의적 모티프와 현대적 삶의 디테일, 탁월한 가독성, 그리고 예민한 사회적 감각까지. 장류진의 소설이 갖춘 것은 우리 시대의 독자들이 소설에 요청하는 거의 모든 것.”(이장욱)
“장류진은 소문으로 먼저 들었다 독자의 열광은 놀라웠다. 읽고 나서는 정확해서 놀랐다. 장류진이 포착한 이야기는 바로 지금 우리 시대의 이야기다.”(편혜영)
“매일 새로운 것을 개발하고 결국은 자기가 개발한 것에 착취당하는 신자유주의 시대의 ‘회사인간들’, 장류진은 그들의 불안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 작가다.”(강영숙)
“장류진은 조금도 과하거나 모자람이 없이, 현실의 온도로 지금 이 순간을 담아낼 줄 아는 작가이다. 소설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겼을 때 내 마음 속에 서늘하면서도 달콤한 흔적이 새겨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런 일을 가능하게 하는 소설은 흔치 않다.”(박상영)
이미 많은 이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킨 작가이지만, 이제 본격적인 행보가 시작되었다. 우리 문학에 기쁨이 된 작가가 더 많은 이들에게 기쁨을 가져다주길 기대해마지 않는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소설이 당도한 것이다. (*)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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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류진의 <일의 기쁨과 슬픔>을 읽었다. 30대 직장인으로 공감가는 부분도 많았고 지금 내 업무가 아닌 전문직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다. 출근해서 하루 종일 하는 일은 전문적으로 하는 일인가 생각했다. 뭐 어쟀거나 <일의 기쁨과 슬픔>은 IT산업의 주무대인 판교를 상상하기도 했다. 시스템을 만들고 점점하고 직책이나 사원의 이름 대신 ... 더보기
모래 2020-05-29 공감 (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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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없는 사무실에 앉아 별다방 라떼에 얼음을 부어 마시며 리뷰를 쓰는 즐거움이라... 어제 왼쪽 종아리 비복근 부상으로 얼음 찜질까지 하면서, 더 바랄 게 없구나. 샌드위치 데이라 그런지 나를 성가시게 하는 전화조차 걸려 오지 않는다. 살짝 천국에 발을 담근 그런 느낌이랄까. 점심 때 머리 자르러 가서 대기하는 동안 장류진 작가의 <일의 기쁨과 ... 더보기
레삭매냐 2020-05-04 공감 (41)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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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선물이라는 것은 받는 것도 기분 좋고, 주는 것도 기분이 좋단다. 아빠는 가끔, 아주 가끔 주변 사람들에게 책 선물을 하곤 한단다. 그리고 그것보다 더 가끔 책 선물을 받곤 해. 흔치 않은 일이지^^ 그런 흔치 않은 경험을 최근에 한번 했단다. 기분 좋았어. SNS에서 화제를 일으켰던 장류진의 첫 소설집 &l... 더보기
bookholic 2020-04-11 공감 (2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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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사가 무색하다. 그냥저냥 서울 깍쟁이 젊은 여성 (내 편견일 수도 있음)의 자잘한 일상을 읽은 느낌, 내겐 너무 무난하다.
창비? 흠 구매
munsun09 2019-11-04 공감 (87)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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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소설도 빠짐없이 잘 읽힌다. 이렇게 재밌고 쉽게 잘쓴 소설 참 오랜만이다.
등단에 모든 힘을 쏟고 사라지는 작가들이 참 많다.
장류진작가는 아니다. 등단작인 ‘일의 기쁨과 슬픔‘보다 그 이후에 발표한 다른 소설들의 힘이 더 좋다.
앞으로 더욱 기대되는 소설과 작가였다. 구매
김성우 2019-10-24 공감 (5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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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피곤한 날, 당연히 다 읽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시작했고 눈을 들어 시계를 보니 밤 1시였고 좀 울었다. 마른세수를 하고 나의 마음을 추스렸다가 돈도 썼다가 하는 일상과 주인공들이 겹쳐보였고, 우리 다 애틋하게 느껴졌고 힘이 났다. 괴로운 세상속 가볍게 튀어오르는 우리의 이야기 구매
bubblegum11 2019-10-26 공감 (4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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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를 왜 추천하는지 모르겠네요...하하하하.. 구매
엉클씬 2019-11-13 공감 (41)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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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겠습니다를 먼저 읽어볼 수 있었는데요. 짧은 소설에서 여러개의 물음표를 생산해내면서 다소 복잡한 마음으로 소설을 덮었습니다.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나는 내 주변사람들한테 어떻게 여겨지고 있을까. 구매
에스텔 2019-10-25 공감 (28)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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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살고 싶지 않았다 새창으로 보기 구매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 앉아 별다방 라떼에 얼음을 부어 마시며 리뷰를 쓰는 즐거움이라... 어제 왼쪽 종아리 비복근 부상으로 얼음 찜질까지 하면서, 더 바랄 게 없구나. 샌드위치 데이라 그런지 나를 성가시게 하는 전화조차 걸려 오지 않는다. 살짝 천국에 발을 담근 그런 느낌이랄까.
점심 때 머리 자르러 가서 대기하는 동안 장류진 작가의 <일의 기쁨과 슬픔>을 다 읽었다. 지난달에 사서 바로 4개의 에피를 읽을 때까지만 해도 당일로 다 읽을 줄 알았는데 세풀베다의 책에, 츠바이크의 카스텔리오를 위한 변명 등등을 읽다 보니 후순위로 밀렸다. 하지만 마저 읽는 건 누워서 떡먹기 프로젝트여서 금세 다 읽었다.
어느 100자평인가를 보니 서울깍쟁이 여성의 이야기라고 되어 있는데 한편으로는 공감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작금의 염량세태를 대변하는 수작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나의 감상은 아무래도 후자에 가깝지 않을까. 게다가 무척 직설적이고, 감각적이다. 예전에는 돌려치기가 문학의 감수성을 대변했다면 이제는 더 이상 돌려까지 말고 무조건 직진하는 그런 느낌이랄까. 그래서 더 신선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인스타 열컷 만화로 미리 만난 우동마켓에서 신상을 판매하는 거북이알이 등장하는 이야기와 필요할 때만 부르는 회사 언니에 대한 이야기(아, 제목도 잊어 먹었다)에 어찌 공감하지 않으리오. 결혼식에서 1차 인간관계가 정리된다는 말을 절감했다. 굳이 오지 않아도 된다고 하는데, 청첩장을 받아가 놓고선 나타나지 않는 건 기본이었다. <잘 살겠습니다>의 빛나 언니는 좀 너무한 게 아닌가. 정확하게 받은 만큼 돌려준다는 요즘 사람들의 감정이 그대로 드러난다. 그런데 사람이다 보면 실수할 수도 있다. 나도 얼마 전에 친척분이 돌아가셔서 부조 접수를 보았는데 455,000원을 내신 분이 있더라. 아무래도 5만원으로 5천원으로 착각하시지 않았나 싶다. 부조는 갚아야 하는 돈인데, 그럼 갚을 때도 455,000원으로 돌려 드려야 하나 싶더라.
영어학원도 아니고 회사에서 영어식 이름을 부르는 건 좀 아니지 않나. 대표이사 같은 상사야 누구든 하대를 하니 상관없겠지만, 중간 관리자의 입장에서는 좀 그럴 것 같은데. 오래 전 영어 학원 다닐 적에 맥스란 이름을 사용했더니 모두가 앞에다 ‘매드’를 달아서 한동안 곤욕을 치렀던 것 같다.
요즘 세대는 타인의 삶에 개입하는 것도 그리고 누가 자신의 삶에 개입하는 것도 거부한다. 가만 보니 예정에 정이라고 불리던 것들이 어떻게 보면 간섭일 수도 있었겠다는 그런 생각이 든다. 가령 예를 들어 반세기 전에는 백만 명이던 출산인구가 이제는 28만 명 정도로 1/3 토막이 나버렸다. 그 시절에는 인구폭발로 아이를 더 낳지 말라고 난리였다. 둘만 낳아 잘 기르자에서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였는데, 이젠 결혼도 하지 않고 아이도 낳지 않는다. 그 저변에는 자식 세대를 위해 희생한 부모 세대처럼 그렇게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깔려 있는 게 아닐까.
<도움의 손길>에서는 고단한 가사 일에 도움을 받고자 업체를 통해 도우미 아줌마를 요청한 주인공의 관찰일기가 등장한다. 아마 집안 청소를 해본 사람들이라면 잘 알겠지만 청소라는 게 정말 아무리 해도 태도 나지 않는다. 아이들이 있는 집이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바쁜 회사일 만으로도 번잡한 마당에 합리적(어쩌면 이 단어가 이 소설의 주제를 타격하는 핵심 키워드일 지도 모르겠다) 비용으로 도움의 손길을 받을 수 있다면 그 또한 좋은 일이 아니겠는가. 누군가는 감당할 수 없는 비용이겠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그럴 만한 비용일 수도 있겠지. 인간은 만족할 줄을 모른다. 어느 아줌마의 꼼꼼한 청소 솜씨에 반해 정기적으로 방문을 요청하지만, 아줌마는 초심을 잃고 어느 순간부터 매너리즘에 빠져 청소며 빨래를 대충하기 시작한다. 아, 주인공이 요청한 창틀 청소는 정말 고난이도의 작업이라는 점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만 원 더 드려야 한다. 그러다 보니 합리적 비용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관계의 파국이 예상되지 않는가.
<탐페레 공항>에서는 평생 다큐멘터리 피디를 꿈꾸던 소녀가 현실을 직시하고 보통의 회사원이 되는 그런 과정을 담담하게 적어낸다. 피디가 되기 위해, 이력서에 얹을 경험을 얻기 위해 아일랜드 더블린으로 가는 환승지였던 핀란드 탐페레 공항에서 만난 은퇴한 사진작가 양반과의 인연이 중심을 잡고 있다. 눈도 잘 보이지 않는 분이 찍은 자신의 사진이 귀국한 주인공을 기다리고 있었다. 고맙고 반가운 마음에 바로 답장하려는 주인공의 시도는 먹고사니즘에 바빠서 그리고 취뽀를 위해 맹진해야할 시간이라는 자기변명과 합리화로 소멸된다. 그런다고 과거의 애잔한 추억이 기억에서 사라지리라고 생각하는 건 오판이다. 언제고 해결해야 하는 일의 유예일 따름이다. 살면서 가장 후회하는 일로 치환될.
에두르지 않고 직진하는 장류진 작가의 스타일과 작법이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호흡이 짧은 단편과 장편은 또 다르지 않을까. 장류진 작가가 장편을 쓴다면 과연 어떤 스타일로 이 경쾌한 스타일의 리듬감을 이어갈지 궁금해졌다. 그런데 그거는 아시는지. 일에 기쁨이나 슬픔 따위는 없다는 거. 매달 노동과 스트레스의 대가로 주어지는 통장에 따박따박 찍히는 숫자가 제공하는 푹신함만 존재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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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0-05-04 공감(41) 댓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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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권고 사직을 당했다. 죽을 상을 하고 있을 것 같아서, 시간을 내 만났더니 의외로 싱글벙글이다. 퇴직금은 없었지만 실업급여가 나온다나. 쉬는 김에 뱃살타파를 위해 헬스를 끊었다고 한다. 헬스를 다니다 보니, 문득 헬스 트레이너가 되볼까? 싶었다고. 아서라, 배나온 트레이너한테 누가 pt를 받겠냐. 아, 그건 좀 그렇지? ㅋㅋㅋㅋㅋ
너는 어찌 지내냐 묻는다. 나? 야근. 그제도 그그제도 아마도 내일도 모레도. 요가 끊어놨는 데 야근 보름 넘게해서 하루도 못감. 돈을 바닥에 버리는 중이야. 헬스라니 부럽당! 어제는 문득 걱정이 되서 구글에 과로사를 검색해보았어. 근데 나 정도로는 안죽는 대.
이상하다. 짤린건 쟨데, 죽을 상은 내 얼굴이었다. 꿱.
야, 니가 물어보니까 깨달았어. 요즘 삶이 실종됐어. 저녁이 있는 삶은 무슨, ...삶이....없다..... 그러고 보니 네놈의 싱글벙글은 ‘삶’을 가진자의 해맑음이로구나!!! 하나도 안부럽지만 어쩐지 약 오른다!!!!!!!!!
“... 너의 시간이 넘쳐 흐르는 얼굴을 보니 넉달 전 프리랜서 (반백수) 때 내 기분이 생각나”
“어쨌는데?”
“대체로 불안하고 자주자주 행복했어.”
“헐ㅋㅋㅋㅋ표현 찰떡ㅋㅋ넘나 내 기분”
“웅, 내가 말해놓고도 괜찮아서, 놀람ㅋㅋ”
“근데 지금은?”
“지금은 (멋진 표현 생각중..) 불안하지는 않은데 행복하지도 않아. 그래도 불안한 것보단 나은 듯”
어떻게 인생에 중간이 없냐? 극단의 둘중 하나 밖에 없는 거여?? 어쩔수 없잖아. 어차피 빈민청년의 삶은 놀거나 갈리거나다. 그러니, 갈리지 않는 동안은 행복해라. 자주자주. 그러자, 그럽시다!
의미는 없는 데, 재미는 있는 이야기를 하며 쉴새 없이 큭큭댔다. 실업급여에서 나온 짠내나는 커피를 얻어 마시고 ..나는 칼국수를 사줬다. 우리는 끊임없이토크 박스를 굴렸지. 최근에 그가 본 사주 이야기, 나이드는 이야기, 살이 찌는 이야기. 그리고 바로 이 책 이야기를 했다.
*
일의 기쁨과 슬픔.
이 책 재밌더라ㅋㅋ
엇! 나도 읽고 있는 데.
졸라 공감되지.
응. 인간이 치사해지는 모습이 너무 우리들의 이야기야ㅋㅋㅋ
“맞아맞아. 있잖아 근데 말야, 여기서 주인공이 빛나언니가 잘살기를 바라잖아”
“웅 나도 비슷한 경우 있었는 데, 뭐랄까 떨떠름 하면서도 그녀의 방식으로 그냥 잘~살았음 싶던데”
“내 생각엔 주인공이 좀 더 형편이 나았기 때문에 그런거야. 만약에 빛나가 더 좋은대로 시집갔거나, 주인공이 더 못살았어봐. 배아파서 부러워서 잠도 못자고 저부 퍼부음 ㅎㅎ”
그런가.😯
그럴까.🤔
그럴 수도.🤭 (새로운 해석!!)
*
정말 후루루룩 읽히는 리얼리즘(!) 소설이다. 단편 한편 한편이 다 막 공감이 된다.
그래요, 요즘 젊은 것들은 이렇게 치사하고도 계산적이면서 합리화를 잘한답니다😘
아주 막연히 언젠가 내가 소설을 쓴다면 내가 만난 인간 군상들과 나 자신에 대한 풍자소설을 쓰지 않을까 했었다. 그런데 장류진 작가님이 다 써버렸네?... 내가 쓰려던 게 진짜 딱 이런 느낌이었는 데 ㅋㅋㅋㅋㅋ 아쉽다 쩝. 안녕.... 쓰지 않(았)을, 내 미래의 소설이여... 하지만, 다음 책이 기대되는 새로운 동년배 작가를 만난 것이 훨씬 더 반가우니. 내 쿨하게 너를 보낸다. ㅋㅋㅋㅋ
대체로 불안하고 자주자주 행복하던 반백수시절이 그리운.. 야근에 야근에 야근으로 연명하는 연말이다. 요즘 나에게는 유일하게 허락된 독서타임인 출퇴근 길, 좋은 벗이 되어준 소설!
추천합니다! 한 번 읽어보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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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19-12-16 공감(40) 댓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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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운드 한복판에 서 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힘 새창으로 보기 구매
작년, 어느날 '일의 기쁨과 슬픔'이라는 단편이 화제가 되었다. 우연한 경로로 그 전문을 전달받곤 단숨에 읽어 내렸다. 곧바로 메신저의 공유버튼을 눌러, 친한 친구들 특히 IT 기업에 하루 하루 '혁신'이라는 이름아래 고민이 많다 생각되던 친구에게 보냈다.
30분 후, 속속 메신저 스크롤들이 줄달음을 치기 시작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처럼 갑자기, 준비도 없이 맞닥뜨린 장류진이란 작가의 소설이 한 권의 소설집으로 나왔다. 창비 SNS를 통해 들은 소식에 얼른 들어가 보니, 사전 서평단이라는 것이 있어 난생 처음 신청을 해 보았다. 순전히 먼저 읽고 싶은 마음이 앞서였다.
사전 서평단으로서 받아 본 '잘 살겠습니다'는 어느 직장인이 결혼을 앞두고 마주하는 에피소드를 통해 직장내 관계망의 피상성과 경력과 스펙을 누구 못지않게 관리하며 살아온 화자의 현실재인식을 드러내주고 있다. 이러한 현실재인식은 최근들어 동년배작가들로부터 부쩍 자주 살펴볼 수 있는 흐름에 일견 부응하는 작품의 하나로 분류할수도 있다. 하지만 이 작가만의 장점은 관계의 서늘함과 정서의 건조함이 잘 배합된, 소위 현장에서 정말 '굴러본' 사람만이 볼 수 있는 현장성을 획득했다는 점이다.
판교라는 시공간에서 '혁신'과 '미래'라는 이름 하에 손쉽게 허용하고 자행하는 불합리를 드러낸 화제작 '일의 기쁨과 슬픔'에서처럼 '잘 살겠습니다' 역시 광화문 어디쯤, 또는 테헤란 로 어디쯤에 있을 만한 오피스 빌딩에서 일어날법한 현장성이 독자를 소설 화자의 마음 어딘가로 빠르게 소환한다. 그라운드에 한복판에 서 있는 사람은 안다. 저 공이 어떻게 흘러 흘러 나에게 툭 건네질지. 그리고 공 한 번 터치하려고 수 많은 어깨싸움과 태클을 건너 뛰어야 할지를. 저 멀리 관중석과 감독 벤치에서 보이지 않는 잔디의 결과 흙냄새, 부딛친 어깨의 충격이 갈비뼈로 전해지는 느낌까지도. 우리는 일 좀 해본 '선수'의 언어를 통해 본능적으로 알아챈다.
한편, 이 작품에는 낯설게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이 있기에 독자의 현실인식은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심상히 여겼던 청첩장 돌리기 미션, 애자일 스크럽 미팅에 남다른 촉감을 통해 걸러진 시선이 가미되었다. 우리가 얻은 이 시선을 통해 심상한 행위는 더이상 심상하지 않은 공론의 대상으로 발전한다.
감히 한 명의 독자로서 바라건데, 한 권, 한 권 상재해 나가는 작가의 소설을 통해 함께 그라운드에서 구르는 사람으로서 우리인식의 지평이 노동자로서의 계급정체성, 성 정체성 인식, 정치 주체로서의 인식까지 담아낼 수 있는 성찰로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p.s. 어제 저녁 소설집이 도착했다. 2편의 단편만을 읽었기에 아직 6편이 남았다. 오랫만에 이번 주말이 설렌다. 하나씩 우리 '선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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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요 2019-10-25 공감(36)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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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해지고 싶지 않다 새창으로 보기
소설을 통해 얻고자 하는 건 무엇일까? 소설 속 그들과 다르지 않다는 동병상련, 혹은 그래도 그들보다는 나은 것 같다는 나름의 위안. 아니면 단순한 재미와 즐거움을 원하는지도 모른다. 장류진의 첫 소설집 『일의 기쁨과 즐거움』을 읽으면서 내가 소설을 읽는 이유는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알려진 대로 소설은 잘 읽혔다. 지루하거나 무겁지도 않고 숨겨진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해하지 않아도 될 그 정도였다. 그러나 앞선 독자나 출판사, 언론의 칭찬은 과한 게 아닐까 싶었다.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건 맞다. 그러나 특정 세대, 그러니까 딱 30대를 위한 소설이 아닌가 싶었다. 물론 작가가 자기가 느끼고 경험한 것들을 소설에 풀어냈고 그 역시 30대이니 당연할지도 모른다. 소설의 소재나 작가의 시선은 신선하다 할 수 있다.
표제작인 「일의 기쁨과 슬픔」에서 월급이 고스란히 포인트로 적립되었다는 것, 직장 생활의 고단함과 월급의 즐거움에 대한 이야기는 흥미로웠다. 시대가 다르지만 직장인의 스트레스는 여전하니까. 입으로는 모두 등등한 수평적 관계를 유지한다고 하면서도 지위의 권력을 놓으려 하지 않는 모습과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한 후에야 가능할 것 같은 복지에 대한 약속은 씁쓸했다. 제목에서 어떤 공포를 짐작할 수 있는 「새벽의 방문자들」는 혼자 사는 여성의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택배 주문 시 수령인의 남자 이름으로 하거나 무인 택배함을 이용하는 일, 엘리베이터를 혼자 탈 수 없는 두려움. 인상적이었던 건 새벽에 소설 속 주인공이 살고 있는 오피스텔을 찾아오는 남자들의 평범함, 그것을 사회적 문제인 성매매로 연결할 수 있다는 점이 놀라웠다. 그저 하나의 상황을 확장시켜 이야기로 만든다는 점이 장류진의 장점일 것이다.
수없이 많은 이력서와 자소서를 쓰고 아르바이트와 계약직을 전전하다 드디어 첫 출근길 아침 풍경을 묘사한 「백한 번째 이력서와 첫 번째 출근길」과 자신과는 전혀 다른 성향의 직장동료의 결혼 준비를 들려주는 「잘 살겠습니다」, 그리고 결혼 칠 년 만에 장만한 집에 대한 애착과 그 공간을 깨끗하게 유지하고 싶어 하는 마음으로 들인 도우미와의 갈등을 그린 「도움의 손길」은 가장 보편적인 청년의 모습으로 보였다. 급여를 30일로 쪼개어 하루 평균 지출비용을 정하고 살아야 하는 마음, 받음만큼만 돌려주겠다는 의도, 부모 세대의 관심을 간섭으로 여기는 태도. 「도움의 손길」의 경우, 독자가 어느 정도 예상한 결과와 반전이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건 장류진이 소설에서 그들의 깊은 고민이 너무 가볍게 표현된다는 점이다. 그 가벼움의 무게를 내가 체감하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꿈을 위해 현실과 타협할 수 없어 하루하루 위태롭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청년의 일상인 「다소 낮음」, 반대로 다큐멘터리 피디가 뒤고 싶었지만 현실은 식품회사의 회계팀 취직한 「탐페레 공항」에서는 이전 소설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다. 「탐페레 공항」에서 화자는 이력을 위해 졸업 전 휴학을 하고 워킹홀리데이를 선택한 더블린으로 가는 도중에 경유지인 핀란드 탐페레 공함에 도착한다. 그곳에서 짧은 시간 만난 노인에 대한 기억이 찌들어가는 현실을 울컥하게 만든다. 안정적인 직장 생활의 숨 막히는 현실과 불안정한 감정의 조화가 나쁘지 않았다.
어떤 상황이나 사건에 대해 접근하는 방식은 저마다 다르고 표현하는 방식도 다르다. 결국엔 취향의 문제일지도 모른다. 모두에게 좋은 소설이 나에게도 해당될 수는 없다. 베스트셀러가 모두 좋은 소설이 아니듯 말이다. 장류진의 『일의 기쁨과 슬픔』은 처음 맛본 음식과도 같았다. 설렘과 기대가 있었다. 나중에 다시 찾을 음식일지는 모르겠다. 누군가 처음이라 그렇다고 익숙해지면 괜찮다고 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익숙해지고 싶지 않다. 그런 즐거움을 원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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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목련 2020-05-08 공감(32) 댓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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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기쁨과 슬픔』中 ˝잘 살겠습니다˝【장류진,창비,2019】 새창으로 보기
🌲지난달에는 네 개의 결혼식이 있었다. 결혼식 하면 예전에는 종이로 예쁘게 만든 청첩장이라는 게 있었는데 어느 때부터인가 휴대폰으로 전자 청첩장이 온다. 그 속에는 예식장 안내뿐 아니라 예비 신랑 신부들의 사진까지도 들어 있다. 그리고 전화번호와 댓글 쓰는 공간도 있다. 결혼 풍습이 많이 바뀐 것을 실감한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잘 살겠습니다˝라는 청첩장의 문구로 끝이 난다. 요즘 흔히 일어날 수 있는 회사 동료 간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꺼내 놓으며 다소 이기주의적인 면이 있는 회사 언니와 연봉에 대한 남녀 차별 등을 드러내고 있다. 빛나 언니에 대한 주인공인 ‘나‘의 판단이 다 옳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한편으로 보면 미울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보면 이해할 구석이 있을 듯하다. 그러나 아직도 만연해 있는 성차별적 요소는 마음에 걸린다.
단편소설 함께 읽기로 선정된 장류진 작가의 책은 처음인데 문체가 정감이 가고 따뜻했다. 2018년 창비 신인소설상으로 등단했다니 박수를 보낸다. 나머지 단편들도 읽기를 기다린다~~^^
회사 생활을 해보지 않아 회사 분위기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한다. 이 책보다는 더 리얼하지 않나 생각해본다. 잠시나마 나의 결혼 시절을 생각하게 해 주신 장류진 님에게 감사드리고 오늘 결혼하기는 모든 분들께 축하 말씀을 전한다. ˝결혼은 해도 후회요 안 해도 후회한다˝이지만 결혼하신 거 정말 잘 하신 거라고...
2020.1.5.일
˝빛나 언니한테 가르쳐주려고 그러는 거야. 세상이 어떻게 어떤 원리로 돌아가는지. 오만 원을 내면 오만 원을 돌려받는 거고, 만 이천 원을 내면 만 이천 원 축하를 받는 거라고. 아직도 모르나 본데, 여기는 원래 그런 곳이라고 말이야. 에비동에 새우가 빼곡하게 들어 있는 건 가게 주인이 착해서가 아니라 특 에비동을 주문했기 때문인 거고, 특 에비동은 일반 에비동보다 사천 원이 더 비싸다는 거. 월세가 싼 방에는 다 이유가 있고, 칠억짜리 아파트를 받았다면 칠 억 원어치의 김장, 설거지, 전 부치기, 그 밖의 종종걸음을 평생 갖다 바쳐야 한다는 거. 디즈니 공주님 같은 찰랑찰랑 긴 머리로 대가 없는 호의를 받으면 사람들은 호시탐탐 노리다가 뭐라도 트집 잡아 깎아 내린다는 거. 그걸 빛나 언니한테 알려주려고 이러는 거라고, 나는.˝
(p28)
빛나의 결혼식에 참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축하해 주신 마음 잊지 않고 잘 살겠습니다. 상자를 열었다. 분홍색 하트가 그려진 백설기 한 조각과 저마다 색이 다른 경단 네 개, 쑥색 꿀떡 두 개가 들어 있었다. 허기가 느껴졌고, 이내 침이 고였다. 랩 포장을 벗겨내고 샛노란 고물이 포슬포슬하게 묻혀진 경단 하나를 집어 입에 넣었다. 방금 쪄낸 듯, 아직 따뜻했다. 오늘 새벽에 찾았나 보네. 나는 달고 쫄깃한 경단을 우물거리며 생각했다. 빛나 언니는 잘 할 수 있을까? 부디 잘 살 수 있으면 좋겠는데.(p3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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