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가 후꾸시마 오염수를 ‘방사능 폐수’라 부른 까닭 | 계간 창작과비평
문재인정부가 후꾸시마 오염수를 ‘방사능 폐수’라 부른 까닭송기호
인쇄 스크랩
FacebookTwitterKakaoLine
송기호
시간은 힘이 세다. 숨은 의도를 바깥으로 드러나게 한다. 윤석열정부는 출범 1년이 넘도록 일본의 후꾸시마 오염수 투기 문제에 입을 닫았다. 국민과 한마디도 소통하지 않았다. 그러나 일본의 오염수 방출이 임박하자 두개의 틀을 짜 논의를 가두려 한다. 하나의 틀은 문재인정부 때도 오염수 방출에 문제가 없다고 했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믿어야 한다는 논리이다.
이러한 프레임 만들기는 참으로 이명박스럽다. 참여정부를 계승할 뜻이 전혀 없었던 이명박정부는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서만큼은 참여정부를 이용했다. 참여정부가 시작한 일을 자신들이 완성하는 것이라는 홍보 틀을 짰다. 비겁했다.
문재인정부 당시 해양수산부는 일본의 오염수 방출 문제에 대해 오염수를 ‘방사능 폐수’라고 국제사회에 공언하며 해양 투기를 반대했다. 2021년 8월 유엔국제해사기구(IMO)에 오염수 투기에 반대하는 공문서(「후쿠시마 제1원전 방사능 폐수 방출 결정에 대한 우려」)를 발송하기도 했다. 이는 국제해사기구에 ‘LC 43/11/1’라는 문서번호로 지정된 국제적 공문서로, ‘방사능 폐수’(radioactive wastewater)라는 용어를 공식적으로 사용한 원문의 일부는 김영석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논문(「일본의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해양방류에 대한 런던의정서의 적용 검토」)에 잘 소개되어 있다.
문재인정부의 해수부는 왜 후꾸시마 오염수를 ‘방사능 폐수’라 불렀나? 그것은 런던의정서를 적용하여 폐수의 바다 방출을 저지하기 위해서였다. 1993년 11월에 열린 런던협약 당사국회의에서는 저준위 방사성물질을 포함한 모든 방사성폐기물의 해양 투기를 금지했다. 해양에서 인공구조물로부터 폐기물을 투기하는 것도 금지 대상이다.
작년 4월 토오꾜오전력이 오염수 방출에 대해 발표한 ‘방사선영향평가보고서’를 보면 문재인정부 해수부의 견해가 옳았음을 알 수 있다. 보고서에 의하면 일본의 오염수 처리공정은 3단계로 이루어진다. 이른바 다핵종제거설비로 핵종제거를 시도하는 단계, 바닷물을 끌어와 일명 ‘처리수’를 희석하는 단계, 그리고 바다 밑으로 지하 1km 길이의 해저터널을 파 바다의 배출구로 방출하는 단계로 나뉜다.
이처럼 일본의 오염수 방출은 해양에서 이루어진다. 1km 길이의 해저터널에서 방사능 폐수를 방출한다. 즉 해양에서 인공구조물로부터 오염수를 폐기하는 것이다. 이 점에서 일체의 방사능 폐기물 투기를 금지하는 런던의정서 적용 대상이 된다.
일본의 오염수 방출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견해는 단지 한국만의 것이 아니다. 문재인정부는 2021년 7월, 방사성물질을 포함하는 오염수 해양 방출은 유엔해양법협약 위반이라는 토쯔까 에쯔로오 변호사의 일본어 칼럼을 정부 공식 누리집에 실었다. 동경변호사회의 인권상을 수상한 81세의 노(老)변호사는 일본정부의 오염수 방출 결정은 육상오염원으로부터 지속적으로 배출되는 유해물질이 다른 나라로 확산되지 않도록 필요한 모든 조치를 다해야 한다는 유엔해양법협약 제194조의 위반이라고 판단한다. 일본변호사연합회도 작년 1월 20일 후꾸시마 오염수 해양 방출을 반대하는 의견서를 공식 발표했다. 사전예방원칙 국제법 위반이라는 연합회의 의견서 일부를 함께 나눈다. “환경, 건강, 그리고 생물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다는 점에서 예방원칙에 따라 해양방출을 해서는 안 된다.”
나는 2021년 4월, 일본정부가 공식적으로 오염수 해양 투기를 결정했을 때 유엔해양법협정을 근거로 일본을 국제해양법 재판소에 제소하여 방출 시도를 중단시키자고 제안했다.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도 이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것은 사실이다.
윤석열정부는 후꾸시마 오염수에 대한 독자적 안정성 평가를 하지 않으려 한다. 국제원자력기구의 검증은 어떻게 결론 내려질까? 아마 오염수의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내용일 것이다. 그리고 2011년 후꾸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일본정부가 일본 바다를 모니터한 자료를 믿을 수 있다는 내용일 것이다. 오염수로 일본의 바다가 위험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이다. 국제원자력기구를 믿자는 윤석열정부의 말은 후꾸시마산 수산물 수입을 막을 정당성이 없다는 뜻이며, 일본의 바짓가랑이라도 잡고 매달리는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이와 같은 기조의 윤석열정부에는 국제통상법을 조언한다. 후꾸시마산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의 당사자는 국제원자력기구가 아니다. 세계무역기구 위생검역협정상 수입금지의 객관적 근거를 확보할 통상법적 의무는 한국에 있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 나는 박근혜정부, 문재인정부 그리고 윤석열정부에 오염수가 바다와 수산물, 인간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끈질기게 조사하고 일본에 자료를 요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난 8년 동안 한국이 독자적인 근거를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2015년에는 조사보고서를 공개하라는 소송까지 제기했다. 그래서 강조한다. 그저 국제원자력기구를 믿기만 해서는 한국의 검역주권을 지킬 수 없다. 국제법의 시간은 우리의 편이 아니다.
송기호 / 변호사
2023.5.30. ⓒ 창비주간논평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