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과로사 CCTV’ 본 쿠팡 김범석 “시급제 노동자가 열심히 일하겠어?”
쿠팡 김범석-전 CPO 메신저 대화 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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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석 쿠팡아이엔씨(Inc) 의장이 2020년 10월12일 심근경색으로 숨진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 장덕준(당시 27살)씨의 고강도 노동 실태를 축소하라고 지시한 내용이 확인됐다. 고강도·심야노동 체계를 구축한 쿠팡이 노동자 과로사 등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배경에 김 의장의 ‘의지’가 작용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17일 한겨레가 입수한 김 의장과 쿠팡 전 시피오(CPO·개인정보보호 최고책임자) 미국인 ㄱ씨와의 2020년 10월 ‘시그널’ 메신저 대화 내용을 보면, 쿠팡 한국 법인 대표였던 김 의장은 국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장씨의 근무 모습이 담긴 폐회로텔레비전(CCTV) 영상 가운데 회사 쪽에 유리한 대목만 부각시키라고 지시했다.
당시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 대구 칠곡물류센터에서 일하던 장씨가 주 5~6일 저녁 7시부터 다음날 새벽 4시까지 고강도 노동을 한 것이 사망 원인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엄성환 쿠팡풀필먼트서비스 전무를 국감 증인으로 채택한 바 있다.

김 의장은 ㄱ씨와의 메신저 대화에서 “이건 우리가 필요한 게 아니다”, “내일 아침 국회에서 우리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질책했다. 앞서 쿠팡 실무진이 장씨의 근무 영상을 분석한 자료를 김 의장에게 보고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에 강하게 불만을 표출한 것이다.
ㄱ씨가 ‘주요 책임자들이 검토한 내용’이라는 취지로 설명하자, 김 의장은 “다시 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그는 이어 “물 마시기, 대기, 잡담·서성거림, 빈 카트·잭 옮기기, 카메라 밖, 짐 없이 이동하기, 화장실” 등을 언급했다. 장씨의 이런 행동을 영상에서 찾아내, 장씨가 힘들게 일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의장은 특히 “그(장씨)가 열심히 일한다는 메모가 남지 않도록 확실히 해!”라고 지시했다. 이에 ㄱ씨가 ‘그 내용은 메모에는 없고, 구두 보고와 시그널 메신저 내용에 있다’는 취지로 답하자 “그가 왜 열심히 일하겠어!? 말이 안 되지!!!”라고 거듭 질책했다.
ㄱ씨가 “그것은 제 의견이 아니다. 여러 사람이 영상을 검토하면서 공통적으로 한 관찰”이라고 답하자, 김 의장은 “말이 안 된다. 그들(물류센터 노동자들)은 시급제 노동자들이다, 성과가 아니라 시간급을 받는다”고 적었다.
이에 대해 쿠팡 쪽은 “5년 전(2020년) 해임된 전 임원이 당사에 불만을 가지고 왜곡된 주장을 일방적으로 하고 있는 것”이라며 “관련 법정 소송에서 1심과 2심 모두 당사가 승소한 바 있다”고 밝혔다. 현재 ㄱ씨는 쿠팡에 대해 부당해고 소송을 진행 중이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선담은 기자 sun@hani.co.kr
[사설] 쿠팡 내부 자료로 드러난 김범석 노동·보안 경시 경영
- 수정 2025-12-18 01:32
- 등록 2025-12-17 21:00

쿠팡 창업자인 김범석 쿠팡아이엔씨(Inc) 이사회 의장이 17일 개인정보 유출 사태 관련 국회 청문회에 끝내 불출석했다. 김 의장은 국내 법인인 쿠팡㈜의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는 미국 법인 쿠팡아이엔씨의 의결권 74%를 가지고 있으며, 이를 통해 쿠팡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하지만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초대형 사고가 터졌는데도 아직까지 어떠한 입장 표명도 하지 않고 있다. 김 의장의 오만하고 무책임한 태도가 국민들의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쿠팡의 전반적인 사업 방식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한층 커지고 있다. 쿠팡의 초고속 성장 뒤에 가혹한 노동통제, 보안 경시, 납품업체 압박 등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17일 한겨레가 입수한 쿠팡 내부 자료는 김 의장을 비롯한 쿠팡 경영진들이 노동, 보안, 정부 규제 등에 어떤 식으로 대응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김 의장과 쿠팡 전 임원의 메신저 대화 내용을 보면, 2020년 10월 김 의장(당시 쿠팡 대표이사)은 물류센터에서 일하다 숨진 장덕준씨의 시시티브이(CCTV) 영상 내용을 회사 대응에 유리하도록 재구성하라는 지시를 내린다. 김 의장은 “그가 열심히 일했다는 내용의 메모는 절대 남기지 말라. 그가 왜 열심히 일한 사람이지? 말이 안 되잖아. 그들은 시급제 노동자다”라고 말한다. 김 의장이 2018년 배송 알바 서비스인 ‘쿠팡 플렉스’ 출시를 앞두고 개인정보보호 검토 체계를 건너뛰라고 지시한 정황도 나온다. 2020년에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감사를 앞두고 관계자들이 관련 이메일을 조직적으로 삭제한 정황도 확인된다. 또 2018년 한 임원은 당시 쿠팡 배송 직원과 관련한 논란으로 정부가 나설 것으로 보이자 김 의장 대신 다른 한국인을 국내 법인의 대표이사로 임명하는 방안을 해결책으로 언급한다. 이후 실제 2020년 말 김 의장은 국내 법인의 대표이사에서 사임했고, 다음해에는 이사회 의장과 등기이사직에서도 물러난다.
정부는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면서도 한국 내 법적 책임을 피해 가고 있는 김 의장의 행태를 바로잡을 수 있는 제도 개선을 강구해야 한다.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해서도 끝까지 책임을 물어야 한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이날 쿠팡 영업정지 여부에 대한 논의를 공정위와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조사 결과를 토대로 엄중한 판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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