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위안부의 반쪽 진실… 가려진 절반을 들추다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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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8-10 03:00:00 수정 2013-08-31 09:46:08
◇제국의 위안부/박유하 지음/327쪽·1만8000원/뿌리와이파리저자가 그런 천박한 일본 우익의 목소리에 동조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 그 인권침해 범죄의 책임이 일본제국주의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식민지배와 가난, 가부장제, 국가주의의 복합적 산물임을 강조한다. 이 문제를 무조건 일본의 국가범죄와 배상으로 연결지어 위안부 할머니들을 영원한 볼모로 잡아 두는 짓을 멈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인이라면 ‘아니 왜 우리가 오만한 가해자를 철저히 단죄하는 데 인색해야 하지?’라고 반문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정작 우리 자신에게 불편한 내용은 외면하고 일본에 불리한 내용만 확대 재생산하는 기억의 조작으로 이뤄진 것이라면? 그래서 이해와 화해가 아니라 분노와 적대의 악순환만 초래하고 있다면?
그런 저자의 문제의식은 1990년 초 한일관계의 아킬레스건으로 떠오른 위안부 문제가 왜 20년이 지나도록 해결되지 못하고 오히려 악화일로로 치닫는가에서 출발한다. 한국인들은 이를 일본의 우경화 탓으로 돌린다. 하지만 저자는 반대로 한국인들이 충분히 해결될 수 있던 문제를 키워 놨고, 이로 인해 일본 우익뿐 아니라 이 문제에 죄의식을 느끼던 일반 일본인까지 염증을 일으키게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위안부에 대한 일본군의 직접적 강제연행까지 인정하진 않았지만 그 구조적 강제성을 인정한 것이다. 또 강제연행을 부정하는 자민당 의원이 세 배나 많은 국회에서 입법이 불가능해 민간참여를 앞세웠지만 사실상 정부 돈(10년간 1000억 엔)으로 기금을 마련했다. 우리말로는 보상금으로 번역된 ‘쓰구나이’란 표현은 죄를 씻는다는 속죄의 의미가 담겼다.
2003년까지 지속된 이 사업을 통해 필리핀 대만 한국의 위안부 285명이 보상금을 받았다. 한국에선 61명이 이를 수령했다(수령을 강력 거부한 위안부 할머니의 수와 비슷하다). 이 기금의 설립과 운영에 참여한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에 따르면 전체 사업비의 90% 가까이가 일본 정부 국고에서 지출됐다.
문제는 한국의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가 일본의 이런 속사정은 모른 채 ‘국회입법에 의한 국가배상’만 요구하면서 상황이 크게 꼬여 버렸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여기에 위안부 문제를 과거 일본제국의 사과와 반성에 그치지 않고, 현재의 우익에 대한 공격수단으로 삼는 일본 진보진영의 ‘냉전적 사고’가 더해지면서 일본 우익의 내면에 잠들어 있던 ‘악마’를 깨웠다는 것이다. 즉, 국민기금 설립에 반대하지 않던 자민당과 요미우리신문이 종전의 입장을 번복한 배경에는 일본인의 피로감과 반감이 숨어 있다는 것이다.
저자의 이런 도발적 주장에 수긍하기란 분명 쉽지 않다. 하지만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만 매섭게 노려봐 온 우리 자신의 모습도 한번쯤 거울에 비쳐 볼 때도 되지 않았을까.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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