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 Caprio, "Japanese Assimilation Policies in Colonial Korea, 1910-1945 (2009)
일본이 식민지기에 실시한 동화정책을 포괄적으로 살펴본 책이다. 다양한 제국주의 국가들의 동화정책에 대한 개괄로 시작해서, 호카이도와 오키나와 (류큐)를 병합하고 실시한 정책을 거쳐 (타이완과) 우리나라에서 펼친 동화정책을 다룬다. 우리말과 영어로 쓴 책을 통틀어 식민지기 동화정책을 가장 폭넓게 개괄한 책이 아닐까 싶다.
이런 책을 쓴다는 것이야말로 서양 학계의 힘이랄까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 나오는 책을 보면, "1940년대 동화정책: ---를 중심으로" 처럼 특정시기/지역와 특정정책에 국한해서 논의를 전개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반면, 이 책처럼 어떤 주제를 전반적으로 다루는 식의 책은 매우 드물다. 원로학자가 아니라 박사논문으로 이런 책을 낼 수 있는 학문 풍토가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요원하다는 것이 무척 아쉽다.
하지만 이 책이 동화정책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키는데 얼마나 기여했는가를 평가해 보자면 크게 높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다. 이것은 대상을 포괄적으로 다루느냐 여부와는 무관하게, 기본적으로 동화정책이라는 문제를 접근하는 방식이랄까 아니면 층위가 너무 얕기 때문이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동화정책과 관련해서 일본 그리고 식민지 조선의 학자나 정치가들이 어떤 생각을 했는지를 살펴보는데 상당한 지면을 할애한다. 그 대신 식민정부가 조선인의 정체성을 실제로 어떻게 규정했는지 그리고 그것을 법적, 제도적으로 어떻게 구현했는지와 같은 내용은 거의 다루지 않는다. 동화정책 자체를 살펴보는데 있어서도 정책에 대한 소개는 있지만 매우 소략하며, 그 정책이 한국인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와 같은 행동의 영역으로까지 나아가지는 못한다.
혹자는 저자가 우리나라 연구자들처럼 심도있게 연구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생겼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그렇지 않다. 포괄성 여부와 동화정책의 어떤 측면 또는 층위를 파고들 것인가는 완전히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달리 이야기하자면, 우리나라 연구자들의 많은 "구체적이고 특수한" 연구들 역시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에 대부분의 지면을 할애하는 경우가 많다. 나는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느냐보다 무슨 행동을 했는지에 더 관심이 있고, 그런 측면에서 이 책에 별로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는 뜻이다.
물론 이 책은 발간된지 10여년이 훨씬 지났다. 나올 때는 나름 의미가 있었는지 모르지만, 이제는 이 책을 뛰어넘는 새로운 연구가 나올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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