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1-15

1909 Chulhyun Park 강성현 #반일종족주의_비판_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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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일종족주의_비판_2회

1.
이 책은 참 다양한 주제와 소재를 다루면서 기어이 한국의 반일종족주의를 증명하려 애쓴다.
조정래의 소설 <아리랑>, 식민지근대화론의 대척점에 있는 신용하 교수의 식민지수탈론, 강제동원, 조선인의 육군특별지원병/학도지원병, 1965년 한일기본조약의 부속 청구권협정, 백두산과 독도, 쇠말뚝, 구조선총독부 건물 해체, 고종(“망국의 암주”)과 을사오적을 위한 변명, 노무현정부의 강제동원 피해자 지원 사업의 과오, 마지막으로 “종족주의의 아성, 위안부”를 다루고 있다.
그런데 이 주제/소재들은 일본 우익들이 오래 동안 공격해왔던 것들이다. 이명박 정부 이후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한국의 ‘뉴라이트’가 이 공격에 가세해왔다.
한국의 뉴라이트들은 2000년대 노무현 정부 시기에 전개되었던 친일(파) 청산에 저항하면서 등장한만큼 ‘반 노무현’을 ‘에토스’로 삼았다. 그들은 당시 대두하고 있던 탈민족주의 또는 트랜스내셔널리즘에 기반한 ’민족주의 비판’ 논의 일부도 뉴라이트 버전으로 변형해 활용하는 기민함을 보였고, 최근에는 국가주의와 가부장제의 공모를 비판하는 포스트식민주의 페미니즘의 논의도 역사수정주의 버전으로 형해화해 뽑아먹고 있는, 이쯤 되면 참 악랄한 짓도 벌이고 있다. 그들이야말로 초국가주의적, 초민족주의적, 가부장제적 생각과 태도를 공사 양면에서 적나라하게 보이면서 말이다. (그들 내부도 스펙트럼이 다양하니 조합이 다양하긴 하다.) 이영훈의 글 속에 가득한 가부장제적 언어 속에서 여성의 고통이나 자유의지를 통한 계약의 주체, 결정의 주체로 보는 문장들이 착취되듯 뽑혀 나올 때마다 정말 누구 말처럼 역겨워 죽을 뻔 했다.

2.
<반일 종족주의>를 읽은 것만으로 정신이 황폐해지고 아프더니, 가슴이 답답하고 큰 숨을 내쉬게 된다. 토악질 몇번을 해도 시원해질 것 같지가 않다. 어제 조은 선생님 칼럼 <내가 만난 가장 아름다운 여름 정원>을 읽을 때 숨구멍이 좀 트이는 느낌을 받았다. 확실히 <반일 종족주의> 책은 내게, 그리고 많은 사람들에게 정신/몸에 큰 해를 끼칠 거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무엇보다 이 책의 저본인 유투브 이승만 TV 채널의 강의들이 수만에서 수십만 구독/조회를 찍으며, 이 채널에 영향을 받은 파생 유투브 채널이 점점 확산일로에 있고, 이것으로 돈을 벌고 진영화된 관심을 받으며, 무엇보다 일본의 우경화와 서로 시너지를 주고 받는 이 사태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누군가에게 이 책과 유투브 강연은 유해 컨텐츠/미디어인데 반해, 다른 누군가에겐 인기 상품이고 서로 돌려보며 칭찬하는 우수 컨텐츠/미디어이다.
앞으로 한일 부정론/역사수정주의의 연대의 속도와 양이 반전평화인권에 가치를 둔 한일 시민 연대의 그것을 급격히 압도할 것으로 걱정하는 것은 나만의 기우일까? 이영훈 현상, 반일 종족주의 현상을 간과하면 할수록, 관심을 꺼야 사그러질거라고 생각하면 할수록, 다가오는 현실은 그 반대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3.
나는 “종족주의의 아성”으로 꼽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내용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려고 한다.
이 책에는 이영훈이 쓴 “우리 안의 위안부”, “공창제의 성립과 문화”,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진실”과 주익종이 쓴 “해방 40여 년간 위안부 문제는 없었다”와 “한일 관계 파탄나도록”, 총 5개의 글이 있다. 120여 쪽 분량으로 책의 30%에 해당한다. 이영훈은 이 주제를 책의 클라이막스에 배치해 핵심으로 삼았다.
이영훈의 글들을 읽으면서 난 과거 TV토론회에서 자신의 ‘망언’으로 나눔의 집에 찾아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사과한 것에 대한 이영훈의 앙금이 느껴졌다. 이영훈의 와신상담이랄까? 그러나 그렇게 쓴 이 글들은 절치부심은 했는지 몰라도 결코 절차탁마하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영훈이 제시한 통계와 1차 문서 자료, 2차 문헌에 대한 자의적 선별과 해석은 물론, 오독을 넘어 왜곡 수준의 논리와 내용들이 상당했다.

이영훈 글의 시각과 논리 뼈대는 하타 이쿠히코의 <위안부와 전장의 성>(1999)에서 참고한 것으로 보인다.
하타는 일찍부터 제주도에서의 ‘위안부’ 강제연행을 고백하고 반성한 요시다 세이지의 증언의 신빙성을 비판했다. 이것이 아베 내각이 들어서면서 요시다 세이지 증언과 아사히 신문 보도에 대한 이른바 ‘검증’ 사태로 이어졌다.
일본 노무보국회 시모노세키지부 동원부장이었던 요시다 증언에 대한 진실과 진정성 여부의 검토는 그리 간단한게 아니다. 개인의 의도를 넘어서 효과의 문제가 있다. 요시다 증언 일부가 번복되거나 입증되지 않았더라도 그가 말하는 내용 전부가 부인되지는 않는다. 예컨대 요시다 생전에 제주도 성산 주민들의 위안소 및 위안부 관련 증언은 나오지 않았지만, 최근에 성산일출봉 근처 위안소 터와 이에 대한 주민 증언이 나왔다.)

하타는 일본군 위안소를 전쟁/점령 지역의 확대된 공창제도/시설로 해석하는 시각을 제공했다. 그러면서 일본군/정부는 위안소 업자가 위법한 행위를 하지 않도록 단속했다는 자료 선별과 해석을 통한 주장을 전개했다. 이에 대해서 이미 많은 비판이 이루어졌지만, 한국에서는 박유하 교수에 이어 이영훈의 글에까지 이어진다.
하타는 일본군 ‘위안부’가 자신의 자유의지와 의사로 취업 또는 자기영업한 것이며, 그 성적 노동이 고통스럽기는 하지만 그에 대한 정확한 대가를 받았으며, 고수익이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니까 일본군 ‘위안부’는 성노에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하타는 “합법적 계약”이었음을 강조한다. 나쁜 업자에게 속아 유괴되거나 납치된 피해 여성이 있을 수도 있지만, 그런 범죄는 민간업자(특히 조선인 업자)가 한 것이며, 일본군이나 정부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은 이영훈에게 그대로 이어진다. 그는 위안부 “자기 영업”이 “고노동, 고수익, 고위험”이었다고 주장한다. 이 주장을 위한 자료 근거와 해석은 하타나 이영훈이나 거의 같다.

따라서 하타는 일본 정부나 군의 죄는 없으며, 이에 대한 책임도 없다고 주장한다. 비난은 오로지 위안소를 경영한 민간업자에게 있다. 설령 “인간사냥”식의 “강제연행” 케이스가 있더라도 그건 점령지에서 군의 하부 조직이나 병사들이 한 것이고, 일본 정부나 군부 중앙의 명령이나 승인은 없었다고 주장한다.
인신매매와 관련해 좀 부연하면, 아베는 2015년 3월 27일 미국 방문 전에 워싱턴포스트와 인터뷰를 했다. 아베는 ‘위안부’ 피해 여성들이 “인신매매” 그러니까 ”human trafficking”(휴먼 트래피킹) 당했고, “헤아릴 수 없는 고통과 형언할 수 없는 아픔을 겪”었다고 하면서 “가슴 아프다”고 인터뷰했다. 영어로 휴먼 트래피킹은 국가 등 권위적 기구에 의해 저질러진 범죄라는 뉘앙스가 있지만, 한자로 인신매매는 민간에 의한 범죄라는 뉘앙스가 더 강하다. 아베는 인신매매라는 용어를 선택해 미국 및 해외 여론에게 일본이 반성과 책임을 느끼고 있다고 쇼를 했다. 그리고 일본에 와서는 계속 민간 업자의 범죄와 책임으로 돌리고 있으며, 특히 조선인 업자를 강조한다.
이영훈의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진실”이라는 글은 이런 시각과 논리를 반복하고 있다. 

4.
다음 글부터는 이영훈이 쓴 구체적 주장 내용을 들어, 어떻게 자료를 자의적으로 선별 해석했고, 심지어 오독을 넘어 왜곡했는지 주요한 대목을 들어 해설하고자 한다.
지금 내가 느끼는 이영훈 책에 대한 위기의식은 이런 시각, 논리의 내용은 아니다. 1999년 하타 이쿠히코에서 크게 더 나아간 게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이런 내용들에 대한 학계의 비판이 폭을 갖추고 깊이 있게 소개되지 않았다고 판단해, 일일이 다 비판적 해제를 달 수는 없지만 주요 대목을 들어 각 유형별로 비판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사실 이런 것보다는 이영훈 등의 유투브 강연->여러 파생 채널의 등장->일베로만 치부할 수 없는 구독자들의 확산과 네트워킹->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컨텐츠의 상업성->반일종족주의 책 류의 출간->일본 쪽에서 이런 유투브 채널의 대거 유입과 구독/조회의 확산, 네트워킹—>이영훈 류를 일본과 국제사회의 무대에 초청해 일본을 위한 논리를 대변하게 하는 것 등에 대한 위기의식이 정말 크다.
2019년 7월 책이 출간되었고, 지금 10쇄를 찍었다 한다. 

뉴라이트 정치인, 연론인, 학자들이 박근혜의 국정교과서 사태 이후 오랜만에 단단히 뭉치고 있고, 이승만 TV는 일본어 자막을 준비하고 있으며, 주옥순 같은 이가 늘어나고 있다. 

광화문에는 나는 친일파다, 나는 토착왜구다, 북한과 중국에 대항해 한미일 삼각 동맹을 위해서 친일파, 토착왜구를 자처하겠다는 류의 외침들이 지금보다 늘어날 것이라 생각한다. 

‘반문’, 돈벌이, 정치,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위해 무엇이든 하겠다는 사람들이 더 늘어날 거다. 제2, 3의 이영훈, 이우연, 주옥순이 도처에 나타날거다. 자한당 내부에서도 이미 이런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


학기가 시작되고, 강의, 연구, 일들이 쏟아지기 시작하는데, 무엇보다 이런 황폐한 책을 읽는게 정말 곤혹스럽다.
이런 위기 현상에 대응하기 위해선, 이를 분석하고 반박하는 책이나 논문, 대중 교양서 출간 같은 방식으론 역부족이다. SNS 같은 미디어의 속도와 양을 따라갈 수가 없다. 


무엇보다 유투브가 정말 중요하다. 유투브가 ‘주전장’이 될 것이다. ’위안부’ 연구의 전문성 확보를 위한 기반(연구자 풀, 자료 아카이브, 연구소, 역사관 또는 기념관, 그 밖에 국가와 법 중심의 트랙과 피해자와 사회 중심의 트랙에서 전문적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미디어의 특성을 고려한 여론 및 공감 형성과 교육 프로그램의 새로운 방식을 모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운동도 마찬가지다. 정의연 등 중앙과 지방의 지원단체들의 운동 방식과 새로운 플랫폼에 대한 고민이 지금 너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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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현재 유투브에서 <반일 종족주의>를 반박, 비판하고 있는 채널은 황현필, 심용환 등이 검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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