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미 3자 간 먼저 대화여건 조성해야!
[칼럼] 곽태환 전 통일연구원 원장
기자명 곽태환
입력 2023.06.07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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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태환 (전 통일연구원 원장/한반도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
최근 연합뉴스와 서면 인터뷰(6.4)에서 성 김 미 대북특별대표는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 재개 문제와 관련, "북한이 전례 없이 많은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상황에서도 우리는 외교에 계속 전념하고 있다"라고 강조하면서 "우리는 제3자를 통해서도, 직접적으로도, 구두로도, 서면으로도 이런 메시지를 보냈고 여기에는 인도주의적 협력과 코로나19 관련 지원에 대한 구체적인 제안도 포함됐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까지 북한은 아무 답이 없으며 대화에 관심이 있다는 징후도 계속해서 보이지 않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 북한이 왜 미국의 제안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을까? 미국이 과거에도 현재에도 북한에 '조건 없는 대화'에 나오라고만 반복하였다. 그래서 북한이 미국의 대화 제안에 대해 묵묵부답인 이유는 필자의 견해로는 북한이 요구하는 '본질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셈법을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닌가, 추측한다. 그러나 미국이 최근 대화 제안에서 북한이 요구하는 “새로운 셈법”을 제시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북한이 미국의 대화 제안 속에 ‘새로운 셈법’을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이 요구하는 본질적인 문제 해법에 대한 ‘새로운 셈법’을 제안한다면 북한이 미국의 제안을 안 받아들일 이유가 없을 것이다. 본 칼럼의 기본목적은 윤석열 정부의 지난 1년간 대북정책을 객관적으로 평가해 보고 남북미 3국 간 실타래 같이 꼬여 있는 한반도 문제의 해법 모색의 초기 단계로 대화여건 조성을 위해 필자의 정책대안을 제언하고자 한다.
윤 정부의 '힘에 의한 군사안보'는 큰 성과
윤석열 정부의 출범(2022.5.10) 이후 남북관계의 1년을 객관적으로 평가해 보는 것은 한반도의 미래운명을 위해 필요하다. 윤 정부는 문재인 전 정부의 대북평화 정책을 북한의 선의에만 기댄 '가짜 평화'라 강하게 비판하면서 지난 1년간 '힘에 의한 군사안보'를 적극적으로 추진하여 큰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한편, 남북관계는 꽁꽁 얼어붙어 대화여건이 극도로 악화하여 일촉즉발의 전쟁위기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어 한반도의 미래가 불투명하다.
남·북·미·중 4국이 합의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대신에 윤 정부는 '북한의 비핵화' 로드맵인 대북 '담대한 구상' 정책을 제안하였다. 그러나 북한은 이 제안을 즉각 거부하였으며 전혀 호응하지 않고 한미의 대규모 연합훈련과 최첨단 전략자산의 '무력시위'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비판하면서, 핵 무력 강화에만 올인하고 있다. 이와 함께 남북 연락 채널마저 완전히 끊었으며 급변사태 시 남북 간 소통도 할 수 없는 엄중한 위기상황으로 이르게 되었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 "주적은 북한"이라는 글을 올리는 등 취임 전부터 대북 강경. 압박정책을 추진하였다. 윤 정부의 출범 석 달 만에 2022년 8.15 광복절 기념사에서 '담대한 구상'을 북한에 공식으로 제안했다. 핵심내용은 한마디로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진지하게 임하면 초기 단계부터 경제지원을 마련하고, 포괄적 비핵화 합의 도출 후 단계적 비핵화 조치에 상응해 각종 경제협력사업을 확대한다는 것이 골자이다. 여기엔 북한체제 안정을 위한 군사적 정치적 조치도 병행한다고 강조했다. 필자는 윤 정부의 '담대한 구상'을 북한이 성실히 수용한다면 아주 좋은 구상이라고 판단한다. 그러나 북한은 김여정 당 부부장의 담화를 통해 '담대한 구상' 제안에 대해 "어리석음의 극치"라고 비하하면서 이 제안을 거절한 것은 유감스럽다.
한편, 북한은 작년 2022년에 8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포함하여 총 70여 발 탄도미사일을 발사하였고, 지난해 11월에는 분단 후 처음으로 동해 북방한계선(NLL) 이남에 탄도미사일을 쏴 일촉즉발의 전쟁위기 상황으로 몰아갔다. 2023년 들어서도 고체연료 추진 ICBM을 첫 시험 발사와 정찰위성 발사 실패(5.31) 등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면서 도발을 계속하고 있다. 향후 북한의 논리에 따르면 남북 간 합의문을 무시하고 유엔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면서 북한체제의 보장을 위해 핵 무력을 강화하고 무력시위 혹은 군사적 도발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남북미 3국은 한반도 주변 동북아 국제관계에서 작용과 반작용(action and reaction)으로 적대적 상호작용(interaction)이 점철되어왔고, 따라서 누가 먼저 작용하였고 이에 대해 반작용했는가에 관한 판단을 객관적으로 규정하는 것이 어렵고 불확실하다. 이러한 적대적 상호작용 속에서 한미 양 정부는 올해 3월에는 '자유의 방패'(FS-Freedom Shield) 연합훈련을 역대 최장인 11일 연속으로 진행하였으며. 2018년에 중단된 대규모 야외 실기동훈련인 '독수리 훈련(FE)'을 사실상 복원하였다.
따라서 대규모 한미연합훈련 및 육해공군 전략자산 전개를 통한 미국의 확장억제 실행력 강화로 인해 북한의 피포위강박증(siege mentality)을 더욱 자극하여 북한도 핵 무력에 더욱더 올인하는 태도를 보여 한미-북한 간 ‘강대강’ 맞대응을 지속하고 있어 우발적인 무력충돌이 발생할까 두렵다.
더욱이 한미정상회담에서 '워싱턴 선언'(4.26)을 통해 미국의 안정되고 신빙성 있는 '확장 억제력'을 재확인하였고 윤 정부가 지난 1년 동안 18조 원의 거금을 들여 미국으로부터 최근 전략자산을 구매하였다. 이 비용은 문재인 정부의 5년 동안 쓴 신무기 비용인 2조5000억 원의 7배 이상으로 알려졌다. 윤 정부의 노력 결과로 지난 1년 동안 '힘에 의한 군사안보는 성공을 이뤘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한미가 '워싱턴 선언' 이후 한반도에서 실질적으로 '핵 공포의 균형'(balance of nuclear terror)을 이뤄 한반도의 핵 억제력 균형을 유지하게 되었다. 한미-북한 간 핵 균형을 이뤘기 때문에 지금부터는 지속 가능한 한반도 평화 체제구축을 위해 북한과 대화여건을 조성하여 북미/남북 간 대화를 재개하여 우발적인 무력충돌을 예방하고 중장기적으로 한반도 비핵-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외교협상을 재개해야 할 적절한 시기가 도래하게 된 것으로 판단된다.
한반도에서 남북미 3국이 강대강 맞대응 전략을 지속한다면 윤 정부는 미·일과 더욱 밀착하게 될 것이고 한반도 문제 해결에 핵심역할을 할 수 있는 중국과 러시아의 협조가 필요한데 오히려 북·중·러 3국 간 단합의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에 향후 윤 정부는 중국과 러시아 관리가 핵심과제로 부상하게 된다. 한·미·일 대 북·중·러 간 신냉전 구도로 진전되면 동북아의 새로운 적대적 구도가 한반도 문제 해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보여 심히 우려된다.
필자의 정책제언
앞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필자는 지난 1년 동안 윤 정부가 '힘에 의한 군사안보'를 성공적으로 이뤘다고 평가한다. '워싱턴 선언' 이후 한반도의 핵 균형을 이뤄 한반도에서 한미-북한 간 핵 억제력이 무너지지 않는 한 핵전쟁이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아직도 한반도에서는 강대강 맞대응의 구조 속에서 우발적인 무력충돌이 상존하고 있어 이에 대한 실효적인 대응책이 필요하다. 따라서 필자는 남북미 3국이 대화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에 관해 제언하고자 한다.
현시점에서 한미-북한 간 핵 균형을 이루고 있으니 우발적인 무력충돌을 예방하기 위해 다른 대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이제부터 남북/북미 간 대화 재개가 급선무이다. 먼저 남북미 3국이 해야 할 일은 대화여건을 조성하는 것이다. 대화 없이 실용적인 외교협상이 이뤄질 수 없다. 윤 정부의 '담대한 구상'은 한반도의 비핵화, 번영 그리고 평화실현을 위해 좋은 구상이지만 남북 간 대화 없이 윤 정부의 '힘에 의한 평화' 구현은 어디까지나 구호일 뿐 현실적인 정책이 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지속 가능한 '한반도 평화'의 제도화를 위해 남북한 3국이 보다 현실적으로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를 필자가 제언하고자 한다.
그러면, 윤 정부의 대북정책인 '담대한 구상'을 구현하기 위해 북한을 어떻게 하면 대화의 장으로 유인할 수 있는가? 필자가 지속해서 주장한 바와 같이 북한과의 소통을 향해 대화 분위기 조성을 위해 북한이 주장하는 한미의 대북 적대시 정책을 해소하는 방향으로의 정책전환이 필요하다. 현시점에서 남과 북이 강대강 맞대응 전략(hostile tit-for-tat strategy)을 접고 우호적인 선대선 맞대응 전략(friendly tit-for-tat strategy)으로 전환해야 하는데, 이러한 정책전환을 모색하기 위해 먼저 대화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되어 아래 정책대안을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대화 분위기 조성을 위해 남북미 3국이 대화 의지를 굳게 가지고 함께 노력해야 한다. 따라서 남북미 3국 정상이 강단을 보여 6개월 동안 상호비방, 상대방에 대한 적대감 표현자제와 특히 무력시위 혹은 군사적 도발을 유예(모라토리엄)한다면 대화 분위기 조성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둘째, 남북미 3국이 진실로 대화와 외교협상을 통해 한반도 문제 해법을 모색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고 믿는다. 따라서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 대한민국 윤석열 대통령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대화 분위기 조성을 위해 담대한 결단을 해야 할 것이다. 한미가 북한에 대화에 나오라고만 하지 말고 구체적으로 강단 있는 북미/남북 간 창의적인 대화 제안을 하여 상호 적대적 감정을 해소하고 남북/북미 간 대화 재개의 장으로 나올 수 있도록 강단과 지도력(leadership)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셋째,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조선(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합의는 반드시 지켜야 한다. 김 위원장이 제안한 조선(한)반도의 비핵화를 위해 두 개 전제조건인 (1)대북 적대시 정책 포기, (2)북한체제의 보장이 충족되면 핵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약속했다. 따라서 향후 남·북·미·중 4국 정상이 가칭 ‘한반도 평화조약’ 체결을 통해 북한체제를 보장을 하면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것으로 기대되며, 따라서 4국 정상들이 담대한 결정을 통해 한번 시도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러한 노력 없이 남북미 3자 간 강대강 맞대응의 구조가 지속하여 우발적인 무력충돌로 진전된다면 핵전쟁의 개연성이 높아질 것이기 때문에 대안은 건설적인 남북/북미대화 재개를 통해 해법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넷째, 남북미 3자가 상호 '핵심이익'(core interest)을 존중해야 할 것이다. 현실적으로 북한의 핵심이익은 체제보장이다. 따라서 앞에서 지적한 데로 북한지도부는 북한의 체제보장 없이는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남·북·미·중 4자 간 '한반도 평화조약 체결'을 통해 북한체제의 국제적 보장장치와 한반도의 비핵화를 맞교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다섯째, 윤 정부가 '힘에 의한 군사안보'를 통해 전쟁 억제력을 이룬 것은 큰 성과였다고 앞에서 지적하였다. 따라서 군사안보와 함께 경제안보도 국민의 행복한 삶과 안정과 번영을 위해 필요하다. 윤 정부의 강대강 맞대응 전략은 궁극적으로 경제안보에도 위협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군사안보와 함께 경제안보를 증진하기 위해 평화전략을 동시에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여섯째, 남북 당국 간 대화 분위기 조성을 위해 신뢰 구축 차원에서 남북 민간인의 다양한 교류협력이 필수적이다. 특히 남북 민간인 간 물물교환 형태의 '장마당' 사업을 제언하고자 한다. 남북 민간인 간 물물교환을 통해 남북 간 신뢰가 구축될 수 있으므로 이런 사업내용에 대해 구체적이고 철저한 연구가 필요하다. 따라서 남북 간 신뢰 구축을 위해 초동단계에서 당국자가 아닌 민간 NGO 단체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해 본다.
마지막으로 한반도에서 (핵)전쟁은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될 것이다. (핵)전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꽁꽁 얼어붙은 남북관계 개선과 북미대화 재개를 위한 대화여건 조성 차원에서 위에서 지적한 6개 정책 건의를 심각하게 검토해 주길 기대한다.
<곽태환 교수 프로필>
곽태환 박사(미 이스턴 켄터키대 명예교수/전 통일연구원 원장)
한국외국어대 학사, 미국 Clark 대학원 석사, 미 Claremont 대학원 대학교 국제관계학 박사. 전 미 Eastern Kentucky 대학교 국제정치학 교수; 전 경남대극동문제연구소 소장/교수; 전 통일연구원 원장. 현재 미국 이스턴 켄터키대 명예교수, 경남대 초빙 석좌교수, 한반도 미래 전략 연구원 이사장, 한반도중립화통일협의회 이사장(2010-2021)/현 명예 이사장, 통일전략연구협의회(LA) 회장, 미주 민주 참여포럼(KAPAC) 상임고문, 평통 자문회의 LA 협의회 상임고문, 한국외국어대학교 남가주동문회 이사장(2022) 등, 통일뉴스 특별공로상 수상(2021), 경남대 명예 정치학 박사 수여(2019), 글로벌평화재단(Global Peace Foundation)의 혁신학술 연구 분야 평화상 수상(2012). 32권의 저서, 공저 및 편저; 칼럼, 시론, 학술논문 등 450편 이상 출판; 주요저서: 『한반도 평화, 비핵화 그리고 통일: 어떻게 이룰 것인가?』 (통일뉴스, 2019), 『국제정치 속의 한반도: 평화와 통일구상』 공저: 『한반도 평화체제의 모색』 등; 영문 책 Editor/Co-editor: One Korea: Visions of Korean Unification (Routledge, 2017); North Korea and Security Cooperation in Northeast Asia (Ashgate, 2014); Peace-Regime Building on the Korean Peninsula and Northeast Asian Security Cooperation (Ashgate, 2010) 등. Email: thkwak38@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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