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일본 문화=한반도 아류' 인식에 젖어선 안돼"
"'고대 일본 문화=한반도 아류' 인식에 젖어선 안돼"(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 조인성 경희대 사학과 교수가 16일 서울 송파구 한성백제박물관에서 열린 한국고대사 시민강좌에서 '우리 안의 식민사관'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조 교수는 "'고대 일본 문화는 우리나라의 아류에 불과하다'는 식으로 고대 한일관계를 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조인성 경희대 교수 공개 강의…'식민사관' 논란에 적극 항변
(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 조인성 경희대 사학과 교수는 "'고대 일본 문화는 우리나라의 아류에 불과하다'는 식으로 고대 한일관계를 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조 교수는 16일 서울 송파구 한성백제박물관에서 열린 한국고대사 시민강좌에서 '우리 안의 식민사관'을 주제로 강연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한때 사회적 반향을 일으킨 '삼국의 일본 열도 분국설'을 소개하면서 "한반도 문화가 일본으로 건너간 것은 사실이나 이런 정보에만 젖게 되면 일본을 깔보게 되고 양국 간 친선 가능성을 점점 없앨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삼국의 일본 열도 분국설은 일본이 가야에 '일본부'라는 기관을 두고 한반도 남부를 통치했다는 일본 사학계의 '임나일본부설'에 대항해 제기된 것이다.
임나일본부설과는 반대로 삼한시대 일본으로 건너간 한반도인들이 정치·군사적 거점을 만들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조 교수는 "우리 문화가 한반도로 건너간 것도 중요하지만, 그 이후 나름대로 일본의 문화로 정착하고 차곡차곡 쌓여 결국 조선을 식민지로 삼게 됐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한나라 무제가 고조선을 멸망시킨 후 설치한 이른바 '한사군'의 위치 논란에도 입을 열었다.
많은 강단사학자는 한사군이 평양 인근에 있었다는 '한반도북부설'을 지지한다.
그러나 이른바 '재야학계'를 중심으로 한사군은 중국 요서성 인근에 설치됐고, 강단사학계의 주장은 한반도의 위치를 축소하는 '식민사관'을 따른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조 교수는 "한사군이 평양에 있었다는 주장이 맞다 혹은 틀리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전제하면서 "다만 이 주장은 일본인들이 만들어낸 것이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그러면서 "앞서 역사 연구를 많이 했던 우리나라 실학자 대부분도 한사군의 위치를 대체로 평양에 있었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조선 후기 학자인 한진서의 '고금강역도'를 보면 고조선의 위치가 대동강 밑으로 표시돼 있으며, 다산 정약용 또한 비슷하게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한반도북부설은) 전혀 터무니없는 생각이 아니라 상당한 전통을 지닌 학설이라고 할 수 있다"며 "식민사관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것을 어떻게 설명할 것이냐"고 되물었다.
이번 강의는 한국사학회가 단군왕검 신화론, 한사군 위치 논란 등 한국의 상고사·고대사를 둘러싼 주요 쟁점을 두고 지난 9일부터 매주 수요일 진행하는 시민강좌의 하나로 열렸다.
두 번째로 열린 이날 강연에는 강당 300석을 모두 채우고도 계단마다 사람들이 앉을 정도로 많은 인원이 참석했다.
강연 도중이나 쉬는 시간에 강연 내용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이 몇 번 큰소리를 내는 등 참석자들의 관심과 열기도 뜨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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