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광주정신을 묻다'
조지연 기자
승인 2019.11.20
광주공동체, 광주정신 연구를 위한 국제학술대회 개최
오는 22일 오후 1시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사단법인 광주공동체(상임대표 문상필)는 오는 22일 오후 1시 김대중 컨벤션센터에서 광주정신의 가치를 조명하고 계승하기 위한 ‘2019, 광주정신을 묻다-광주정신 연구를 위한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한다.
문상필 사단법인 광주공동체 상임대표는 “도시 이름에 정신이라는 개념적 단어가 붙는 곳은 전 세계적으로 광주가 유일하다"면서도 "그러나 광주정신에 대한 학문적, 혹은 개념적으로 정리되지 못하고 있는 것도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옛 전남도청 전경. ⓒ광주인
문 상임대표는 “민주주의 역사에 중요한 가치를 지닌 광주정신에 대한 장기적이고 집중적인 연구가 필요성에 공감하고 이번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는 1부에서
문 상임대표는 “민주주의 역사에 중요한 가치를 지닌 광주정신에 대한 장기적이고 집중적인 연구가 필요성에 공감하고 이번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는 1부에서
- 윤현선 광주정신연구소 소장이 좌장을 맡아 전성현 광주공동체 이사(고려인마을 광주진료소 설립자.아이퍼스트아동병원 대표원장)가 ‘광주정신과 광주진료소’를,
- 박해연 박사(초당대 초빙교수 . 전라도 천년사 집필위원)가 ‘지석묘 문화와 광주정신’을,
- 임선화 박사(5.18 전임연구원)가 ‘5.18정신은 광주정신이다'를 각각 발표한다.
2부 해외 초청학자 발표에서는 홍콩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 퍼지는데 큰 역할을 한 매리 킹(김패위) 박사가 ‘홍콩인의 의협심 민주주의 정신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라는 주제로 발표하고, 1974년 민청학련 사건 당시 내란 주도 혐의로 기소되어 10개월 복역 후 추방당했던 일본의 다치카와 마사키 기자가 ‘김대중 선생님과 광주, 그리고 나’라는 주제로 발표한다.
문상필 상임대표는 “5.18민주화운동 당시 정의롭지 못한 국가 폭력 앞에 당당히 맞서 저항하며, 나눔과 연대를 통해 이겨냈던 공동체 정신이 바로 광주정신”이라며
“최근 격화되는 홍콩의 민주화운동을 보며 1980년도 광주를 생각한다. 억압과 폭력 앞에 당당히 맞서 민주화의 기틀을 다졌던 5.18민주화운동의 역사가 그 곳에서 재현되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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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정신'과 '광주다움'
서구문화원
날짜 2018-09-05
http://www.gjsgcc.or.kr/ko/20/view?SEQ=1482&page=1
'광주정신'과 '광주다움'
서구문화원
날짜 2018-09-05
http://www.gjsgcc.or.kr/ko/20/view?SEQ=1482&page=1
이용섭 광주시장이 광주 도시철도 2호선 건설 문제와 관련하여 ‘광주답게’하였으면 좋겠다고 말한 보도를 접한 일이 있다. 광주의 모든 행정과 건축, 시설을 설치할 때 ‘광주답게’하자는 의도는 매우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광주답게’라는 개념을 이해하는 것이 그리 쉽지 않다. 선행요건으로 ‘광주정신’이 정립되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두 가지 모두 어느 한 두 사람이 규정한다고 하여 될 일은 아닌 것 같다.
들리는 이야기로 어느 한 시공무원은 업무를 추진하면서 업자에게 ‘광주다움’을 강조하니 당사자는 ‘광주다움’이 무엇인가 어리둥절하였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은 당초 예견된 것이었다.
예로부터 우리 사회에서는 ‘~답게 살아라’라는 말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학생답게’ , ‘사나이답게’ , ‘여성답게’ 라는 등의 말을 즐겨 사용해 왔다. 이 말의 내면에는 ‘학생’ ,‘사나이’ ,‘여성’ 등의 속성을 서로 이해하는 선에서 받아들여졌기 때문에 아무런 의심없이 사용되어지곤 했다.
그런데 여기에 ‘광주답게’라고 하면 그 의미가 쉽게 전달되지 않는다. ‘광주답게’를 이해하려면 먼저 ‘광주정신’ 이 무엇인가를 제시하여야 한다. ‘광주정신’이 공식적으로 정립되어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흔히 ‘광주정신’이라는 말을 쓰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어떤 가치가 ‘광주정신’을 대변해 줄 것인가 궁리하여야 한다. 그런 다음에 ‘광주정신’을 구현하기 위하여 ‘광주다움’이란 무엇인가를 조작적(Operational definition, 操作的 定義)으로 기술하여야 하는데 이러한 내용들은 어느 한 두 전문가가 기술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중국 북경에는 ‘북경정신’이 있다. 북경시는 2011년 11월초 북경정신을 공표하였다. 북경시는 1년 이상의 연구와 논의를 하였고, 북경시민 1,500만 명 중 290만 명이 투표에 참여하여 결정하였다고 전해지고 있다. 북경시의 당 서기는 "애국(愛國)은 정신의 핵심이고, 창신(創新)은 정신의 정화이며, 포용(包容)은 정신의 특징이고, 후덕(厚德)은 정신의 품질"이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2000년초 일본 동경에서는 도민의 의견과 ‘마음의 행동혁명추진회의’에서 제안한 ‘마음의 동경 룰’ 행동플랜을 만들어 실천하고 있다. 「마음의 동경 룰(rule)」의 호소 내용은 첫째, 매일 올바르게 인사를 하도록 시키자. 둘째, 자기 아이가 아닌 아이들도 꾸짖자. 셋째, 아이에게 심부름을 시키자. 넷째, 조르는 아이를 참게 하자. 다섯째, 윗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기르자. 여섯째, 체험을 통해 아이를 단련하자. 끝으로 아이에게 그 날에 있던 일들을 말하도록 시키자 등 7가지이다.
전주시는 전주사람의 자존감과 자존심을 높이기 위해 정립한 전주정신이 다음 세대에 올바르게 전달될 수 있도록 전주정신을 ‘꽃심’이라고 설정하였다. 꽃심은 꽃을 피워내는 힘, 새생명을 틔워내는 강인한 힘을 말한다. ‘세월이 가도 결코 버릴 수 없는 꿈의 꽃심을 지닌 땅’ 전주, 이는 최명희 선생의 작품 『혼불』에서 전주를 ‘꽃심을 지닌 땅’이라고 하였기에 이를 받아들여 정한 것으로 안다.
전주는 모두 함께 멋과 올곧음의 정신으로 새로운 문화와 세상을 창출해 가는 꽃심의 도시라고 한다. 꽃심 속에는 4가지 정신(대동, 풍류, 올곧음, 창신)을 내세우고 있다. 전주시는 2018년까지 제4회에 걸친 ‘전주 기록물 수집 공모전’을 통하여 자료를 수집하여 지난 2월부터 약 3개월 동안 전주정신 다울마당 위원들의 집필과 자문을 통해 전주정신을 선정하고, 이를 교육현장에 반영하기 위해 교과서가 될 표준교육안을 완성했다.
이번에 제작된 교육안은 총 80페이지 분량으로, 전주정신 정립의 필요성부터 전주정신을 대표하는 꽃심의 4가지 정신을 제시하고 있다. 이 교육안은 전주정신의 의미와 역사 등에 대해 다루고 있어 전주시민과 타 지역 거주자 모두가 전주정신에 대해 보다 쉽게 알 수 있게 소개하고 있다.
위의 예에서도 보았듯이 지역의 공통 가치를 설정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며, 전문가 한 두 사람이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몇몇 전문가만이 바라보는 광주를 나타내기 보다는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광주의 성격을 규정하는 것이 선결문제이다. 또한 우리가 보는 광주만이 아니라 외부인이 보는 광주도 고려한다면 더 없이 좋을 성 싶다.
그동안 광주시민은 우리들 스스로 ‘의향’, ‘예향’이라며 자랑스럽게 이야기 하고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광주정신’인가 전문기관에서 고증도 거치고, 시민들의 의견도 거쳐 정해야 될 것으로 본다. 그런 다음 어떻게 하면 광주정신을 살릴 것인가에 대해선 ‘광주다움’에서 제시할 필요가 있다.
‘광주정신'은 광주시민이 지향하여야 할 가치이며 ’광주다움‘은 시민의 행동지침이여야 한다. 따라서 광주시민 모두가 지향하여야 할 가치를 어느 한 두 사람이 지정 또는 선포할 수는 있는 사안이 아니다.
광주시의 모든 행정이 ‘광주다움’의 색채를 띄게 하려는 취지는 매우 바람직한 방향이다. 그렇다고 이 '광주정신' 또는 ‘광주다움’ 이 현대의 가치의 하나인 다원성을 무시하고자 하는 시도는 아니다. 다만 광주에 살기 때문에 공동체 의식을 지니고 우리의 정체성을 더 발현해 보자는 작은 꿈이라고 생각하면 좋겠다. 필자도 우리의 모습뿐만 아니라 외부인이 보는 우리의 모습과 격차가 좁혀졌으면 바람뿐이다.
자랑스런 우리 고장 광주에 살면서 역시 광주시민들은 무언가 다르다는 평을 받게 될 날을 기대해 본다. 따라서 우리 것만 ‘옳다’고, ‘좋다’고 하지 않고 다소 어렵고 불편하더라도 모든 시민이 공감할 수 있는 ‘광주정신’을 찾아 시민들이 행동으로 보여줬으면 한다.
‘광주정신’이나’ ‘광주다움’이 무엇인가를 찾기 위해 광주시가 어느 연구기관에 프로젝트를 맡겨 학계, 언론기관, 사회단체들과 협력을 하여 우리들의 공동가치를 찾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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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광주정신’ 다시 새기겠습니다
https://www.hani.co.kr/arti/opinion/because/1043121.html
등록 2022-05-17
광주시내를 장악하기 위해 도청으로 진입하는 계엄군의 탱크 행렬. 518기념재단
[왜냐면] 안병욱ㅣ전 한국학중앙연구원장
1980년 5월, 80만 광주시민은 이 땅의 민주주의를 위해 목숨 바쳐 투쟁했습니다. 오늘 우리는 42년 전의 위대한 영웅들을 경건히 기리고 추모하면서, 당신들이 남긴 숭고한 정신을 가슴에 새깁니다.
1980년 광주시민군은 성명서에서 “지금 광주에서는 제2의 군부 독재를 저지하기 위하여 젊은 대학생들과 시민들이 피를 흘리며 싸우고 있습니다. (…) 이에 우리 광주시민 일동은 이 고장을 지키고 이 민족의 민주 혼을 지키기 위해 분연히 총을 들고 일어섰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또 너무나 무자비한 계엄군의 만행을 더는 보고 있을 수 없어서 너도나도 총을 들고 나선 것이라면서, 시민을 지키기 위한 시민군이라고 했습니다.
광주시민들은 비록 열흘간의 전투에서는 승리하지 못했지만, 이후 역사에서는 마침내 학살만행의 반란자들을 처단한 영광스러운 승리자입니다. 시민 앞에 살기등등하게 군림하던 자들이 국회 청문회장이나 재판정에 불려 나와 야비한 태도로 비굴한 변명을 늘어놓는 추악한 모습을 보면서, 역사의 엄정함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새삼 옷깃을 여미고 5월27일 전남도청에서 전개된 최후의 결사 항전에서 산화한 영웅들을 추모합니다. 당시 도청은 시민항쟁의 중심이었고 항쟁을 지도한 지도부가 있던 곳입니다. 하지만 소총 몇자루로 무장한 시민군들 힘으로는 장갑차를 내몰면서 자행하는 계엄군의 살육작전에 대적할 수 없었습니다.
뒷날 증언에서 한 시민군은 “도청에 들어간 우리들이 모여 있으니까 돌아가신 윤상원 대변인이 오셔서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는 ‘굳은 각오가 아니면 지금 상황을 헤쳐나가기가 어렵습니다. 굳은 각오와 결의가 없는 사람은 지금 나간다 해도 말리지 않겠습니다’라는 말로 다시 한번 다짐을 주었다”고 했습니다.(전남대생 천영진 증언)
이 증언처럼 도청 사수대원들은 목숨을 잃을 것이 너무도 확실하였지만 열사들은 말 그대로 결사 항전으로 최후의 순간에 생명마저 바치면서, 끝내 광주시민을 지켜내고, 민주주의를 살려내고, 이 나라의 주인들에게 폭압에 굴하지 않을 용기를 북돋워 주었습니다. 비록 당장의 전투에서는 무참히 패배할지라도 생명을 바쳐서라도 이 땅에 민주사회를 세우는 초석이 되려고 했습니다. 모든 사람의 가슴을 저미는 숙연한 역사입니다.
광주의 숭고한 투쟁 정신은 6월항쟁, 촛불혁명으로 계승되고 확장되었습니다. 그러나 500만명의 6월항쟁과 1500만명의 촛불혁명으로도 미완의 민주화 상태입니다. 권력을 움켜쥐고 매 시기 역사를 파탄냈던 독재자들은 역사의 준엄한 심판을 받고 축출되었지만, 특무대에서 중앙정보부 경호실 보안사 안기부 그리고 검찰로 이어지는 조폭적인 통치는 재현되고 있습니다.
반민주의 뿌리를 4·19 혁명으로도, 10·26으로도, 6월항쟁으로도, 촛불혁명으로도 아직 뽑아내지 못한 것입니다. 탱크나 장갑차보다 더 파괴적인 수구언론을 방치하고 용인한 때문입니다. 그들의 요설로 정의를 향한 투쟁정신은 무의미해지고, 이웃과 공동체를 향한 사랑과 양보는 시대착오가 되었습니다. 신뢰보다는 불신이, 화해와 협력보다는 갈등과 대립이 우선시되고 있습니다.
오늘 우리가 당신들의 살신성인 정신을 더욱 절실히 갈구하는 까닭입니다. 광주의 이념과 정신으로 불굴의 투쟁이 필요합니다. 광주 5월의 위대한 영령들이여! 이 나라에 더 이상의 차별과 억압과 적대적 갈등이 없는, 민주 화해 대동의 세상이 되도록 굽어살피면서 이끌어 주십시오. 고맙습니다.
※18일 오전 10시 서울 서대문 독립공원에서 열리는 5·18 민중항쟁 제42주년 서울기념식에서 낭독될 추도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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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의 화이부동
복합쇼핑몰은 ‘광주 정신’을 훼손하는가?
2022.04.13 03:00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
지난 대선 기간 중 광주에서 복합쇼핑몰 유치가 선거 쟁점으로 부각되었을 때 나는 착잡했다. 5년 전인 2017년 내가 사는 전주에서 비슷한 논란이 벌어졌을 때 나는 그간 내가 갖고 있던 복합쇼핑몰 반대 입장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
나는 전통시장 상인들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내 주변엔 찬성파가 더 많았다. 나는 젊은 대학생들의 생각은 좀 다를까 싶어 수업 중에, 그리고 개인적으로 학생들에게 이 문제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놀랍게도, 아니 어쩌면 당연하게도, 쇼핑몰 유치에 반대하는 학생보다는 찬성하는 학생이 압도적으로 더 많았다. 그들은 쇼핑몰을 소비공간인 동시에 문화공간으로 여겼다.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부지런히 검색을 하면서 관련 논문들까지 찾아 읽었다. 전국의 여러 지역에서 비슷한 논란이 있었는데, 지역 내 여론조사상으론 어느 곳이건 찬성파가 훨씬 더 많았다. 광주의 경우도 2021년 7월에 실시한 무등일보 여론조사에 따르면 ‘광주시가 창고형 할인마트나 복합쇼핑몰을 유치해야 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 58%가 ‘적극 유치해야 한다’고 답했으며, 20대와 30대에서는 ‘적극 유치’ 입장이 각각 72.3%, 77.4%로 높게 나타났다.
나는 이게 세대 차이를 수반하는 문제이기도 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2030세대가 복합쇼핑몰 유치를 가장 적극적으로 지지한다는 건 무얼 의미하는 걸까? 공동체 문화를 어떻게 이해하느냐, 일상적 삶에서의 실용주의를 어떻게 실천하느냐에 있어서 세대 차이가 크다는 걸 말해준 게 아니었을까?
그런데 더불어민주당은 ‘광주 정신’을 내세워 복합쇼핑몰 유치에 반대하고 나섰다. 민주당 선대위 산하 을(乙)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는 2월16일 ‘소상공인·자영업자 피눈물 흘리게 하는 복합쇼핑몰 유치가 광주발전 공약인가’라는 제목의 보도자료에서 “명백히 지역 소상공인·자영업자의 고통을 외면하고, 상생과 연대의 광주 정신을 훼손해 표를 얻겠다는 알량한 계략”이라고 비난했다.
‘광주정신이면 다 돼’란 접근은 위험
민주당 의원 조오섭(광주 북구갑)은 2월22일 ‘이준석 대표는 광주를 고립시키지 마십시오’라는 제목의 페이스북 글에서 “전두환은 1980년 5월 탱크와 군홧발로 광주를 고립시켰다. 이 대표는 ‘낙후’와 ‘가난’이라는 거짓 프레임으로 광주를 고립시키고 있다”며 “광주를 타 시·도와 갈라치고 고립을 유도하는 전형적인 ‘일베’의 방식”이라고 비난했다. 또 그는 “정치를 일베식 게임 정도로 여기며 국민을 자신이 가지고 노는 게임 속 캐릭터처럼 취급하는 알량한 제1야당 대표의 장난질에 놀아날 광주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광주시민들도 과연 그렇게 생각했을까? 민주당 광주시당이 대선 후인 3월18일부터 20일까지 광주시민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패널조사와 표적집단 면접조사를 실시한 후 발행한 ‘대선 이후 광주 민심 조사’ 종합결과 보고서 내용이 흥미로웠다. 민주당 대선 후보 이재명은 대선 때 광주지역 공약으로 ‘미래명품 재래시장’을 제시했지만, 광주시에서 가장 중요한 현안으로 ‘중소상인 보호, 전통시장 활성화’를 꼽은 응답자는 2.8%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은 보고서에서 “복합쇼핑몰에 대한 지지 의견이 높은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광주시민들은 광주의 민주화 정신과 복합쇼핑몰 유치가 상충하지 않는다고 인식하고 있고, ‘왜 광주만 안 되는가’에 대한 의구심이 상당해 전향적 자세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물론 아직도 여전히 반대의 목소리는 있지만, 지난 4월8일 광주시 민관협치협의회는 복합쇼핑몰 유치와 관련한 시민 의견 수렴 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해 시에 제안하기로 했다.
그런 일련의 과정에서 광주의 청년 세대가 지역 정치권이 ‘광주 정신’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것에 강한 반감을 보인 건 주목할 만한 일이었다. 그들은 최소한의 시장 논리마저 5·18로 상징되는 ‘광주 정신’ 앞에서 무력화되는 현실에 답답함을 느꼈거나, 민주당이 5·18과 광주 정신이면 광주는 다 된다는 듯한 접근법을 보이는 것에 분노했다.
민주당은 앞으론 광주의 현실적인 문제와 관련해 그 어떤 주장을 하더라도 ‘광주 정신’ 운운하는 식으로 말하지 않으면 좋겠다. 그건 합리적인 논의 자체를 원천적으로 봉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생각에 동의할 수 없는 광주시민들이 있다면, 나는 그분들께 이런 질문을 드리고 싶다.
“광주에서 성역이 없는 내부비판의 자유는 보장되고 있나요? 다른 의견에 대한 관용의 문화가 살아 있나요? 지난 대선에서 특정 정당 후보에게 84.8%의 표를 몰아준 ‘몰표의 전통’을 계속 지켜나가는 게 ‘광주 정신’일까요? 문재인 정권이 어이없는 실정을 저질렀을 때엔 여론조사를 통해서나마 따끔한 회초리를 들어 성찰과 자기 교정을 압박했어야 하지 않나요? 어떤 일이 벌어지건 문재인 정권에게 맹목적 지지를 보낸 게 정녕 잘한 일이었을까요? 문재인 정권의 실패에 광주가 져야 할 책임은 없다고 생각하시나요?”
2030세대는 왜 전혀 다른 생각을 하는지 그걸 이해해보려는 자세를 가져보는 것도 꼭 필요하다. <K를 생각한다: 90년대생은 대한민국을 어떻게 바라보는가>의 저자인 임명묵은 “복합쇼핑몰은 ‘내가 바로 어제 다녀온 서울에서, 내가 당장 휴대전화를 켜면 보이는 게시글에서’ 볼 수 있는 너무나 익숙한 대상이다”라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러나 사실 이들의 마음에 정말 불을 지핀 것은 서울이 아니었다. 서울은 어차피 ‘특별’한 공간이니, 서울과의 격차 자체는 본질적 문제가 될 수 없었다. 하지만 광주와 ‘같은 급’인 다른 광역시들이 광주보다 훨씬 빠르게 새로운 유행을 수용하고 있는 것은 전혀 다르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대구가 가능하고, 대전이 가능하다면 광주가 불가능할 이유는 무엇이 있겠는가?”
청년에 ‘낭만적 공동체’ 강요 안 돼
대구·대전은 가능해도 광주는 안 된다는 게 ‘광주 정신’이라는 건 광주가 그만큼 ‘상생과 연대’를 소중히 한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겠다. 그런데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복합쇼핑몰 유치에 찬성한다고 해서 지역 중소상인들에 대한 배려나 상생·연대의식이 없는 이기주의자로 보는 시각이다. 실제로 이런 시각을 드러내는 사람들이 적지 않기에 하는 말이다.
청년들이 그런 광주를 답답하게 여겨 떠난다면 어쩔 것인가? 혹 ‘광주 정신’이 이른바 ‘낭만적 공동체주의’로 나아가고 있는 건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임명묵이 잘 지적한 것처럼, “소비와 문화, 나아가 삶의 방식 전체가 바뀌고 있는 지금, 지역은 청년들이 빠져나가 활기를 잃은 채 쇠퇴할 것인가, 아니면 서울과의 동시성 속에서 새로운 문화적 모색을 통해 도약의 기회를 만들 것인가”의 문제로 이해하는 것도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젠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모종린이 수년째 역설해 온 ‘골목길 경제학’에 주목할 때가 된 것 같다. 그는 “요새 젊은 사람들은 나다움, 동네다움을 추구하고 자기 동네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기 때문에 동네 브랜드를 어떻게든 밀어주고 싶어한다”며 “동네다움을 갖춘 로컬 브랜드는 대기업도 건드릴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는 로컬 브랜드가 잘되려면 대기업은 경쟁자가 되는 대신 플랫폼 역할을 해야 하고, 지자체와 정치권은 읍·면·동 단위의 상권 관리 시스템을 만들고 창업 지원 예산을 배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물론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모종린이 지난 7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합류함으로써 기업이 소상공인과 상생하는 방향으로 광주 복합쇼핑몰을 유치하는 전략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졌다. ‘상생과 연대’를 실천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오직 한 가지 방법만 존재한다고 믿는 도그마를 깨는 건 아닐까?
나 역시 누구 못지않게 낭만적 공동체주의의 이상에 강하게 끌리는 세대에 속하지만, 젊은 세대에게 그걸 강요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낭만적 공동체주의를 실천하면서 사는 게 문제될 건 전혀 없다. 아니 오히려 장려하면서 칭송할 일이다. 문제는 공적 영역에서 그걸 너무 낡았다고 생각하는 세대와의 소통과 상호이해다. 중소상인들의 생존을 위한 대책과 아이디어 개발이 시늉에 그치지 않고 성과를 낼 수 있는 혁신의 길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2030세대가 지역에서 많이 활동해야 그런 혁신도 가능할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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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통신] 원하면 누릴 수 있는 자유, 그게 21세기 ‘광주 정신’이다
https://www.chosun.com/opinion/essay/2023/02/16/Q3BOYGYVNZH5ZFDICSSX6UWFAI/
강준만의 화이부동
복합쇼핑몰은 ‘광주 정신’을 훼손하는가?
2022.04.13 03:00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
지난 대선 기간 중 광주에서 복합쇼핑몰 유치가 선거 쟁점으로 부각되었을 때 나는 착잡했다. 5년 전인 2017년 내가 사는 전주에서 비슷한 논란이 벌어졌을 때 나는 그간 내가 갖고 있던 복합쇼핑몰 반대 입장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
나는 전통시장 상인들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내 주변엔 찬성파가 더 많았다. 나는 젊은 대학생들의 생각은 좀 다를까 싶어 수업 중에, 그리고 개인적으로 학생들에게 이 문제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놀랍게도, 아니 어쩌면 당연하게도, 쇼핑몰 유치에 반대하는 학생보다는 찬성하는 학생이 압도적으로 더 많았다. 그들은 쇼핑몰을 소비공간인 동시에 문화공간으로 여겼다.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부지런히 검색을 하면서 관련 논문들까지 찾아 읽었다. 전국의 여러 지역에서 비슷한 논란이 있었는데, 지역 내 여론조사상으론 어느 곳이건 찬성파가 훨씬 더 많았다. 광주의 경우도 2021년 7월에 실시한 무등일보 여론조사에 따르면 ‘광주시가 창고형 할인마트나 복합쇼핑몰을 유치해야 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 58%가 ‘적극 유치해야 한다’고 답했으며, 20대와 30대에서는 ‘적극 유치’ 입장이 각각 72.3%, 77.4%로 높게 나타났다.
나는 이게 세대 차이를 수반하는 문제이기도 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2030세대가 복합쇼핑몰 유치를 가장 적극적으로 지지한다는 건 무얼 의미하는 걸까? 공동체 문화를 어떻게 이해하느냐, 일상적 삶에서의 실용주의를 어떻게 실천하느냐에 있어서 세대 차이가 크다는 걸 말해준 게 아니었을까?
그런데 더불어민주당은 ‘광주 정신’을 내세워 복합쇼핑몰 유치에 반대하고 나섰다. 민주당 선대위 산하 을(乙)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는 2월16일 ‘소상공인·자영업자 피눈물 흘리게 하는 복합쇼핑몰 유치가 광주발전 공약인가’라는 제목의 보도자료에서 “명백히 지역 소상공인·자영업자의 고통을 외면하고, 상생과 연대의 광주 정신을 훼손해 표를 얻겠다는 알량한 계략”이라고 비난했다.
‘광주정신이면 다 돼’란 접근은 위험
민주당 의원 조오섭(광주 북구갑)은 2월22일 ‘이준석 대표는 광주를 고립시키지 마십시오’라는 제목의 페이스북 글에서 “전두환은 1980년 5월 탱크와 군홧발로 광주를 고립시켰다. 이 대표는 ‘낙후’와 ‘가난’이라는 거짓 프레임으로 광주를 고립시키고 있다”며 “광주를 타 시·도와 갈라치고 고립을 유도하는 전형적인 ‘일베’의 방식”이라고 비난했다. 또 그는 “정치를 일베식 게임 정도로 여기며 국민을 자신이 가지고 노는 게임 속 캐릭터처럼 취급하는 알량한 제1야당 대표의 장난질에 놀아날 광주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광주시민들도 과연 그렇게 생각했을까? 민주당 광주시당이 대선 후인 3월18일부터 20일까지 광주시민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패널조사와 표적집단 면접조사를 실시한 후 발행한 ‘대선 이후 광주 민심 조사’ 종합결과 보고서 내용이 흥미로웠다. 민주당 대선 후보 이재명은 대선 때 광주지역 공약으로 ‘미래명품 재래시장’을 제시했지만, 광주시에서 가장 중요한 현안으로 ‘중소상인 보호, 전통시장 활성화’를 꼽은 응답자는 2.8%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은 보고서에서 “복합쇼핑몰에 대한 지지 의견이 높은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광주시민들은 광주의 민주화 정신과 복합쇼핑몰 유치가 상충하지 않는다고 인식하고 있고, ‘왜 광주만 안 되는가’에 대한 의구심이 상당해 전향적 자세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물론 아직도 여전히 반대의 목소리는 있지만, 지난 4월8일 광주시 민관협치협의회는 복합쇼핑몰 유치와 관련한 시민 의견 수렴 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해 시에 제안하기로 했다.
그런 일련의 과정에서 광주의 청년 세대가 지역 정치권이 ‘광주 정신’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것에 강한 반감을 보인 건 주목할 만한 일이었다. 그들은 최소한의 시장 논리마저 5·18로 상징되는 ‘광주 정신’ 앞에서 무력화되는 현실에 답답함을 느꼈거나, 민주당이 5·18과 광주 정신이면 광주는 다 된다는 듯한 접근법을 보이는 것에 분노했다.
민주당은 앞으론 광주의 현실적인 문제와 관련해 그 어떤 주장을 하더라도 ‘광주 정신’ 운운하는 식으로 말하지 않으면 좋겠다. 그건 합리적인 논의 자체를 원천적으로 봉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생각에 동의할 수 없는 광주시민들이 있다면, 나는 그분들께 이런 질문을 드리고 싶다.
“광주에서 성역이 없는 내부비판의 자유는 보장되고 있나요? 다른 의견에 대한 관용의 문화가 살아 있나요? 지난 대선에서 특정 정당 후보에게 84.8%의 표를 몰아준 ‘몰표의 전통’을 계속 지켜나가는 게 ‘광주 정신’일까요? 문재인 정권이 어이없는 실정을 저질렀을 때엔 여론조사를 통해서나마 따끔한 회초리를 들어 성찰과 자기 교정을 압박했어야 하지 않나요? 어떤 일이 벌어지건 문재인 정권에게 맹목적 지지를 보낸 게 정녕 잘한 일이었을까요? 문재인 정권의 실패에 광주가 져야 할 책임은 없다고 생각하시나요?”
2030세대는 왜 전혀 다른 생각을 하는지 그걸 이해해보려는 자세를 가져보는 것도 꼭 필요하다. <K를 생각한다: 90년대생은 대한민국을 어떻게 바라보는가>의 저자인 임명묵은 “복합쇼핑몰은 ‘내가 바로 어제 다녀온 서울에서, 내가 당장 휴대전화를 켜면 보이는 게시글에서’ 볼 수 있는 너무나 익숙한 대상이다”라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러나 사실 이들의 마음에 정말 불을 지핀 것은 서울이 아니었다. 서울은 어차피 ‘특별’한 공간이니, 서울과의 격차 자체는 본질적 문제가 될 수 없었다. 하지만 광주와 ‘같은 급’인 다른 광역시들이 광주보다 훨씬 빠르게 새로운 유행을 수용하고 있는 것은 전혀 다르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대구가 가능하고, 대전이 가능하다면 광주가 불가능할 이유는 무엇이 있겠는가?”
청년에 ‘낭만적 공동체’ 강요 안 돼
대구·대전은 가능해도 광주는 안 된다는 게 ‘광주 정신’이라는 건 광주가 그만큼 ‘상생과 연대’를 소중히 한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겠다. 그런데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복합쇼핑몰 유치에 찬성한다고 해서 지역 중소상인들에 대한 배려나 상생·연대의식이 없는 이기주의자로 보는 시각이다. 실제로 이런 시각을 드러내는 사람들이 적지 않기에 하는 말이다.
청년들이 그런 광주를 답답하게 여겨 떠난다면 어쩔 것인가? 혹 ‘광주 정신’이 이른바 ‘낭만적 공동체주의’로 나아가고 있는 건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임명묵이 잘 지적한 것처럼, “소비와 문화, 나아가 삶의 방식 전체가 바뀌고 있는 지금, 지역은 청년들이 빠져나가 활기를 잃은 채 쇠퇴할 것인가, 아니면 서울과의 동시성 속에서 새로운 문화적 모색을 통해 도약의 기회를 만들 것인가”의 문제로 이해하는 것도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젠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모종린이 수년째 역설해 온 ‘골목길 경제학’에 주목할 때가 된 것 같다. 그는 “요새 젊은 사람들은 나다움, 동네다움을 추구하고 자기 동네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기 때문에 동네 브랜드를 어떻게든 밀어주고 싶어한다”며 “동네다움을 갖춘 로컬 브랜드는 대기업도 건드릴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는 로컬 브랜드가 잘되려면 대기업은 경쟁자가 되는 대신 플랫폼 역할을 해야 하고, 지자체와 정치권은 읍·면·동 단위의 상권 관리 시스템을 만들고 창업 지원 예산을 배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물론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모종린이 지난 7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합류함으로써 기업이 소상공인과 상생하는 방향으로 광주 복합쇼핑몰을 유치하는 전략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졌다. ‘상생과 연대’를 실천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오직 한 가지 방법만 존재한다고 믿는 도그마를 깨는 건 아닐까?
나 역시 누구 못지않게 낭만적 공동체주의의 이상에 강하게 끌리는 세대에 속하지만, 젊은 세대에게 그걸 강요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낭만적 공동체주의를 실천하면서 사는 게 문제될 건 전혀 없다. 아니 오히려 장려하면서 칭송할 일이다. 문제는 공적 영역에서 그걸 너무 낡았다고 생각하는 세대와의 소통과 상호이해다. 중소상인들의 생존을 위한 대책과 아이디어 개발이 시늉에 그치지 않고 성과를 낼 수 있는 혁신의 길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2030세대가 지역에서 많이 활동해야 그런 혁신도 가능할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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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통신] 원하면 누릴 수 있는 자유, 그게 21세기 ‘광주 정신’이다
https://www.chosun.com/opinion/essay/2023/02/16/Q3BOYGYVNZH5ZFDICSSX6UWFAI/
대형 복합 쇼핑몰 추진했지만 유력 정치인들 반대로 번번이 좌초
자기 지역구에는 필요하지만 광주에 있어서 안 되는 이유는 뭔가
특정 세력이 지역의 가치관을 정해놓고 멋대로 강요할 수는 없어
박은식 의사·내과 전문의·호남대안포럼 공동대표
입력 2023.02.16.
2018년에 건강이 나빠진 아버지를 간병하러 고향 광주를 자주 방문했다. 지내보니 수도권보다 편의 시설이 부족함을 느꼈다. 그중 복합 쇼핑몰이 하나도 없는 것이 이상했다. 알고 보니 2015년에 광주광역시와 신세계가 복합 쇼핑몰 조성을 추진했지만 소상공인과 서구 의회의 반대로 시간만 낭비하다 유력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후보의 반대로 완전히 중단된 일이 있었다. 신세계가 광주에 하려던 7000억 투자는 대전으로 옮겨가 직간접적으로 2만명 고용을 창출한 복합 쇼핑몰을 탄생시켰다. 코스트코 입점마저 실패로 돌아가자 광주 시민들은 대전이나 수도권으로 원정 쇼핑을 떠나야 했고 젊은이들은 일자리를 찾아 광주를 떠나야 했다.
지역 여론이 들끓자 지난 대선 윤석열 후보는 광주 복합 쇼핑몰 유치를 공약했다.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며 광주’광역시’에 없는 것 리스트가 퍼지고, 동생뻘 광주 청년들이 커뮤니티에서 ‘복합 쇼핑몰에 돈 내고 들어가냐’ ‘코스트코에 놀이기구라도 있냐’고 물어보는 댓글이 박제되어 놀림감이 되는 것이 안타까웠다. 그런데도 민주당과 진보 진영 인사들이 선거 때마다 90% 지지를 보내준 광주를 정치적 가두리 양식장 취급하는 듯한 막말을 이어가자 안타까움은 분노로 바뀌었다.
/일러스트=이철원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당 대선 후보 경선을 하던 2017년에 광주 복합 쇼핑몰 건립을 반대했지만 2021년 경기도지사 재임 시 화성에 복합 쇼핑몰을 건립하기로 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에게 감사 편지를 보냈다. 그런데도 지난 대선 윤석열 후보의 광주 복합 쇼핑몰 유치 공약을 극우 포퓰리즘이라 폄하했다. 심상정 정의당 전 대표는 2016년 이케아 고양점 기공식에 참여해 기념촬영을 했지만 정작 2017년 대선 때는 광주 복합 쇼핑몰 유치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자신의 지역구에는 복합 쇼핑몰이 필요하지만 광주에는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이유가 뭘까?
민주당 법률지원단 설주완 변호사는 ‘가난한 사람들이 명품 시계 찬다고 부자 되는 건 아니지 않으냐’ 며 광주 시민들을 비하했다. 광주 신세계는 2020년 백화점 매출 12위로 다른 지방보다 높은 편에 속한다. 또 호남선 고속터미널과 연결된 센트럴시티에서 호남 사람들의 명품 매출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데도 광주 시민들이 가난한가? 나경채 정의당 전 공동대표는 ‘광주가 복합 쇼핑몰 없어도 5일장이 시개(3개)나 있다’며 구한말 위정척사파 같은 시대착오적 인식을 드러냈다. 광주’군(郡)’도 아니고 ‘광역시’에 5일장이 셋이나 남아있는 게 더 문제 아닌가?
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지역 소상공인의 고통을 외면하고 상생과 연대의 광주 정신을 훼손해 표를 얻겠다는 계략’이라 했다. 복합 쇼핑몰이 많은 다른 대도시 소상공인들은 다 망했나? 아니다. 오히려 유동 인구가 늘어나고 상권이 형성되어 경제가 발전해 진정한 ‘상생과 연대’가 실현됐다. 대형 쇼핑몰 이용객 다수가 주변 상점을 같이 이용한다는 각종 통계와 조사 결과가 그걸 증명한다. 우원식 전 민주당 원내대표는 ‘광주의 투쟁 능력을 약화시키겠다는 속마음이 드러난 것’이라 했다. 광주에 태어난 사람은 좋은 편의 시설을 누리지도 못하고 진보 진영의 이념을 위해 죽을 때까지 투쟁해야 하는 운명을 타고나기라도 했나? 그렇게 광주 정신을 강조하던 사람 중 일부는 광주의 아픈 역사를 정치적 자산 삼아 정치권에 입성한 뒤 모두가 슬픔에 잠긴 5·18 전야제 때 룸살롱에서 접대부 불러놓고 술판 벌이지 않았나.
진보를 참칭하는 자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들에게 광주란 무엇인가? 광주 사람들이 잘 살길 바라긴 하나?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저서 ‘부동산은 끝났다’에 ‘자기 집이 있으면 보수적, 없으면 진보적 투표 성향을 보인다’고 했던 것처럼 호남이 영원토록 경제적 약자, 민주화 투쟁의 도시로 남게 해 당신들만 지지하기를 바라는 것은 아닌가? 광주 정신은 광주 사람들이 추구하는 가치관이고 이는 시대에 따라 변하기 마련이다. 특정 정치 세력이 지역의 가치관을 멋대로 정해 놓고 따르도록 강요할 수 없다는 말이다. 광주 시민은 지금 여러 기업이 제공하는 편의 시설을 누리고 싶어 한다. 즉 자유 시장경제를 추구하는 것이 지금의 광주 정신이고 이는 대한민국이 추구하는 보편적 가치와 전혀 다르지 않다.
민주당이 내세우는 어젠다만을 따르던 예전과는 달리 이제는 내가 활동하는 시민 단체를 포함해 여러 광주 시민이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민주당은 이런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여 복합 쇼핑몰 유치를 흔들림 없이 추진하고, 국민의힘은 이를 대변해줄 대안 세력이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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