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선 ‘대박’ 한국선 ‘눈물’… 영화 바비, 엇갈린 흥행 왜?
미국선 ‘대박’ 한국선 ‘눈물’… 영화 바비, 엇갈린 흥행 왜?
美서 ‘미션 임파서블’ 제치고 1위
한국선 37만 불과… 5위에 그쳐
신정선 기자
백수진 기자
입력 2023.07.31. 03:00업데이트 2023.07.31.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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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비를 울린 것은 한국 남성인가, 라이벌 미미인가. 지난 19일 개봉한 영화 ‘바비’(감독 그레타 거윅)가 국내에서 고전(苦戰)하고 있다. 관객 37만명(29일 현재)으로 박스오피스 5위에 그치며 하루 늦게 개봉한 일본 애니메이션 ‘명탐정 코난’(4위, 55만명)에도 밀린다. ‘바비’는 주연 배우 마고 로비가 아시아 국가 중 한국만 방문하는 등 K-팬심을 잡기 위해 공을 들였으나 예상 이하의 성적에 수입사에서도 당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한국과 동시에 개봉한 미국에선 개봉 첫 주 ‘미션 임파서블7′을 제치고 1억6200만달러(약 2100억원)로 1위를 차지했으며, 개봉 2주 차에도 약 9000만달러를 거둬들이며 흥행몰이를 계속할 전망이다.
‘바비’의 국내 흥행 실패에는 우선 일부 남성 관객의 거부감이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에선 유머와 재미가 풍부한 오락 영화로 여겨지지만, ‘바비’의 유머가 한국에선 통하지 않고 일부 페미니즘 메시지만 남아 “물 건너온 페미 영화”로 오해받는다는 것이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바비가 바비랜드에서 현실 세계로 넘어왔을 때의 박장대소할 유머 등은 한국의 사회적 분위기나 코드와 맞지 않는다”며 “일부 관객에게 성 평등만 강조한 교조적 영화로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네이버 관람객 평점은 여성은 9.31점, 남자 5.98로 엇갈린다. 10점을 준 관객은 “여자라면 꼭 봐야 할 영화” “익숙해진 불평등을 유쾌하게 꼬집었다” 등의 호평을 남겼지만, 1점을 준 관객은 “풍자를 가장한 (남성) 혐오가 난무한다” ”메시지에 잡아먹힌 괴작”이라고 혹평했다. 이 밖에도 “남자친구랑 보면 싸울 듯” “남자들이 싫어할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 평점 봤더니 맞는 듯” 등 젠더 갈등을 의식한 평들도 있다.
미국에서는 바비(왼쪽)가 세대를 넘어 사랑받지만 국내에선 미미가 소꿉친구로 더 친근하다. /마텔·미미월드홈페이지
페미니즘과 상관없이 바비라는 소재가 국내 정서와 맞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미국에서 1959년 출시된 바비는 엄마를 거쳐 딸이 갖고 노는 세대 통합의 상징이다. 반면 40년 넘게 한국 여자아이들의 친구는 바비가 아니라 미미나 쥬쥬였다. 미미는 1982년 국내 완구업체인 미미월드(구 대성완구)가 바비의 서구적 외모를 친근하고 예쁘장하게 바꿔 선보인 국내 최초 패션 인형이다. 비슷한 시기 출시된 영실업의 쥬쥬도 미미와 더불어 한국 여자 아이들의 소꿉친구로 자리 잡았다. 김도훈 평론가는 “미국에선 바비가 지배적인 문화상품이었기 때문에 영화 개봉 전부터 기대감이 컸다”며 “한국에서는 바비가 주류였던 적이 없어 정서적 공감대를 이루지 못해 큰 관심을 받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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