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4-05

1950년대 법에 맞춰 일하는 21세기 MZ세대 근로자

1950년대 법에 맞춰 일하는 21세기 MZ세대 근로자
3대 개혁을 말하다
1950년대 법에 맞춰 일하는 21세기 MZ세대 근로자
입력 2023.03.06

편집자주
오래전부터 우리 사회 최대 숙제였지만, 이해관계 집단의 대치와 일부의 기득권 유지 행태로 지연과 미봉을 반복했던 노동·연금·교육개혁. 지속가능한 대한민국과 미래세대를 위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3대 개혁>에 대한 진단과 해법을 모색한다.


노동개혁 : <2> 근로시간제 개선

3대 개혁을 말하다
1950년대 법에 맞춰 일하는 21세기 MZ세대 근로자
입력 2023.03.06 

편집자주

오래전부터 우리 사회 최대 숙제였지만, 이해관계 집단의 대치와 일부의 기득권 유지 행태로 지연과 미봉을 반복했던 노동·연금·교육개혁. 지속가능한 대한민국과 미래세대를 위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3대 개혁>에 대한 진단과 해법을 모색한다.

노동개혁 : <2> 근로시간제 개선



ⓒ게티이미지뱅크




한국 사회 대격변에도 큰 틀 안 바뀐 노동법
건강·휴식·노사자율성 보장하는 시간제 필요
노동시간제 회생의 '골든타임' 놓치지 말아야





윤석열 정부가 노동시간·임금제도 개편이 포함된 노동개혁에 주력하고 있다.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목표와 방향은 달랐을지언정 노동개혁을 역설했지만, 성과는 그리 찬란하지 않았다. 단임제 대통령제하에서 정권 중·후반기가 되면 노동개혁 이슈는 슬그머니 사라져 버리곤 했다. 노동개혁의 승자는 언제나 세월이었다.



그래픽=김문중기자

근로기준법과 노조법이 1953년 제정됐으니, 올해는 우리 노동법이 70주년 되는 해다. 그사이 우리 사회는 천지개벽했지만, 노동법은 거의 그대로다. 기존 제도는 유지한 채 새로운 제도를 계속 받아들이다 보니 우리 노동법은 '뚱뚱하고 무거운 법'이 됐다. 노동시간 제도가 특히 그렇다. 1950년대의 노동과 2020년대 노동은 노동 형태, 업무수행 방식, 가치관 등 짧게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달라졌다. 그럼에도 우리 노동시간 제도는 기존 틀에 묶여 있다. 우리에게 변화를 거부하는 관성의 법칙이 깊이 새겨져 있는 건 아닐까. 시대에 걸맞은 새 노동시간 제도가 필요하다.

새로운 노동시간 제도는 일하는 사람의 건강권 확보를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한다. 노동법의 태동이 노동시간이었고 노동시간에 대한 규제는 일하는 사람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이를 위해 유럽연합(EU) 회원국이 채택한 근무일 사이의 '11시간 최소 휴식 시간 제도'가 기본이 돼야 한다. 야간노동 대책도 필요하다. 야간노동 실태 파악을 시작으로 야간노동의 최대 허용 시간을 정하고 연간 야간노동 일수를 제한하는 등 야간노동자 보호조치가 강화돼야 한다. 야간영업이 많은 우리에게 야간노동은 흔하디흔한 일이지만, 야간노동은 국제암기구(LARC)가 분류한 발암물질 중 하나다.



그래픽=김문중기자

미래의 노동시간 제도는 노사의 선택과 자율성을 존중하는 제도여야 한다. 우리는 어쩌면 법에서 허용한 최대 노동시간을 활용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는지 모른다. 근로기준법은 최저기준일 뿐이다. 향후 노동시간 제도는 노사 당사자가 근로기준법의 노동시간 제도를 준수하면서 각각의 상황에 맞는 근무형태를 찾을 수 있도록 다양한 선택지를 주는 것이어야 한다.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권고한 연장근로 총량관리제도는 그 일환이다. 이와 관련, 우리 노동현장에 실제로 존재하지 않을 법한 극단적 상황을 가정한 뒤 연장근로 총량관리제도를 비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우리 노동시간 제도는 '휴식 있는 삶'도 보장하는 제도여야 한다. 소득을 위해 우리의 시간을 맞바꾸지 않도록 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최저임금은 기준임금 성격이 짙다. 그래서 소득을 위해 연장근로 등을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노동시간과 임금은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임금체계 개편이 동반돼야 한다. 현행 보상휴가제를 근로시간저축계좌제로 개편하는 것도 검토돼야 한다. 독일과 네덜란드 등의 근로시간저축계좌제는 연장근로 등을 근로시간저축계좌에 적립하여 자기계발이나 안식월 등 장기휴가로 쓸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래픽=김문중기자

노동시간 제도와 관련한 형벌 규정의 재검토가 필요하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노동시간 제도를 위반한 사용자를 징역형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한다. 그러나 실제 징역형으로 처벌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 불기소처분이거나, 기껏해야 소액의 벌금형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제도의 실효성 제고 차원에서 두 가지 방향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반복적으로 위반하고 악의적으로 지키지 않은 사용자는 합당한 형사처벌이 이루어지도록 하되, 그 밖의 경우에는 즉시 과태료를 부과하여 신속하게 시정이 이뤄지도록 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큰 사건, 사고가 터질 때마다 '골든타임'을 이야기를 하고, 이를 놓쳤음을 안타까워한다. 우리 노동사회는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 지금이 노동시간 제도를 회생시킬 '골든타임'일지 모른다. '글로벌 대한민국'에 걸맞은 새 노동시간 제도를 마련할 때다. 때를 놓치고 아쉬워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글 싣는 순서-노동개혁

<1> 왜 노동개혁인가? (정승국)
<2> 근로시간제 개선 (김기선)
<3> 임금체계 개선 (정승국)
<4> 격차해소 위한 제도개선-1 (권혁)
<5> 격차해소 위한 제도개선-2 (정승국)
<6> 미래지향적 노동법제 (권혁)
<7> 자율·책임 노사관계 (박지순)
<8> 노동시장 활력 정책 (고혜원)
<9> 노사법치주의 강화 (권혁)










김기선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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