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담론 - 1990 ~ 2000년대 한국사상계의 한 단면
윤여일 (지은이)돌베개2016-07-18
Sales Point : 240
8.0 100자평(1)리뷰(1)
이 책 어때요?
책소개
1990년대 초반의 탈냉전기부터 2000년대 중반의 참여정부기까지, 국내에 동아시아 담론이 어떤 방식으로 유입됐고 분화되면서 변화를 겪어왔는지 지식사회학의 각도에서 분석한다. 다양한 분야에서 여러 시각으로 풍부하게 논의되어 온 동아시아 담론의 실체에 닿기 위한 과정이자 방향성을 탐색하는 시도인 셈이다.
1부 ‘동아시아 담론의 형성과 이행’에서는 한국사회에서 동아시아 담론의 이행 과정을 살핀다. 주요 학술지 및 계간지에 발표된 논문과 글을 통해 동아시아 담론이 언제 어떻게 등장했는지 추적하고, 1990년대 초기/ 1990년대 중반/ 1990년대 후반/ 2000년대 초반/ 2000년대 중반으로 시기를 나눠서 각 시기별로 동아시아 담론이 어떤 위상에서 어떤 지향을 갖고 활용됐는지 분석한다.
그리고 2부 ‘동아시아 담론의 계열화와 지식계 내외의 조건들’에서는 동아시아 담론들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배치 양상과 경합 논리를 보이는지 분석한다. 이를 위해 네 가지 하위 담론인 ‘대안체제론’, ‘문화정체성론’, ‘발전모델론’, ‘지역주의론’으로 나눠서 지식계 내외 요소들의 변화에 어떻게 다르게 반응하며 변화를 겪어왔는지 살핀다.
목차
서문
1부 동아시아 담론의 형성과 이행
1 동아시아 시각의 출현 : 1990년대 초반
2 동아시아 담론의 형성 : 1990년대 중반
3 동아시아 담론의 정치 : 1990년대 후반
4 동아시아 담론의 지역(주의)화 : 2000년대 초반
5 동아시아 담론의 쇠퇴 : 2000년대 중반
6 담론 이행의 결과
2부 동아시아 담론의 계열화와 지식계 내외의 조건들
1 동아시아 담론의 네 가지 계열
2 동아시아 담론 형성.분화의 지식계 내부 요인
3 동아시아 담론 계열화의 지역적-세계적 수준의 요인
4 동아시아 담론 계열화의 한반도적-지역적 수준의 요인
5 동아시아 담론의 계열화와 차별화
3부 동아시아 담론의 동아시아화
1 동아시아 지역상의 유동성
2 동아시아 지역상의 동아시아적 외연
3 동아시아 지역상의 중층성
4 동아시아 담론의 동아시아적 내포?세 차원의 비대칭성
5 한반도 문제와 동아시아 담론의 동아시아화
결론
동아시아 담론 연구 문헌/ 동아시아 담론 관련 문헌
찾아보기
접기
저자 및 역자소개
윤여일 (지은이)
저자파일
신간알리미 신청
고려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중국사회과학원 방문학자로 베이징에서, 도시샤대학 객원연구원으로 교토에서 체류했다. 제주대학교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 학술연구교수로 제주에서 지내고 있다. 『물음을 위한 물음』, 『광장이 되는 시간』, 『사상의 원점』, 『사상의 번역』, 『동아시아 담론』, 『지식의 윤리성에 관한 다섯 편의 에세이』, 『상황적 사고』, 『여행의 사고』(전3권)를 쓰고, 대담집 『사상을 잇다』를 펴냈으며, 『다케우치 요시미 선집』(전2권), 『다케우치 요시미라는 물... 더보기
최근작 : <모든 현재의 시작, 1990년대>,<‘경계’에서 본 재난의 경험>,<공동자원의 영역들> … 총 44종 (모두보기)
출판사 제공 책소개
동아시아 담론을 한국지성사의 유산으로 삼기 위하여
동아시아 담론은 ‘동아시아’라는 핵심어에서 담론의 목적도 주체도 드러나지 않는다. 실제로 동아시아 담론은 고정된 의미와 일률적 용법을 갖는다기보다 어떤 객관적 조건과 주체적 모색이 결합되느냐에 따라 함의가 크게 달라졌다. 따라서 동아시아 담론을 한국지식계에서 학술 전통으로 정착시키고 동아시아 담론의 현실적 용법을 신장하려면 이제라도 그 혼란상을 정리해야 할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아시아 담론 자체의 인식론적 토대를 되묻는 작업이 필요할 것이다.
-「서문」 중에서
‘동아시아 연구자’ 윤여일의 본격 연구서 출간
쑨거, 다케우치 요시미 등 동아시아 사상가들의 저서를 국내에 소개하는 데 앞장서고, 동아시아 관련 글들을 꾸준히 발표해온 윤여일의 본격 연구서가 출간됐다. 이 책은 1990년대 초반의 탈냉전기부터 2000년대 중반의 참여정부기까지, 국내에 동아시아 담론이 어떤 방식으로 유입됐고 분화되면서 변화를 겪어왔는지 지식사회학의 각도에서 분석한다. 다양한 분야에서 여러 시각으로 풍부하게 논의되어 온 동아시아 담론의 실체에 가닿기 위한 과정이자 방향성을 탐색하는 시도인 셈이다.
‘동아시아’는 저자 윤여일 앞에 늘 따라붙는 수식어다. 이는 그의 연구활동과 집필한 저서에서 기인한다. 윤여일은 꾸준히 동아시아 곳곳의 사상가들을 만나 사상과 사상을 잇는 작업을 해오는 동시에 동아시아와 주변국을 여행하고 머물며, 그곳에서 느끼고 배운 것들을 글로 풀어내왔다. 틀에 박히지 않은 자유로운 형식으로 자신의 사유 과정을 펼쳐내는 글쓰기도 꾸준히 병행한다. 이번에 출간된 『동아시아 담론』은 이러한 그의 지적 횡보 가운데 가장 묵직한 쪽에 속한다. 2015년 2월에 제출한 박사논문 『탈냉전기 동아시아 담론의 형성과 이행에 관한 지식사회학적 연구』(서울대학교 사회학과 대학원)의 큰 줄기를 바탕에 두기도 하거니와 방대한 자료를 자신만의 방법론을 세워 읽어낸다는 점에서 한 권의 사회학 이론서로 볼 수도 있다. 또한 이십여 년간 발표됐던 동아시아 관련 글과 논문을 한자리에 모아 비판적이고 체계적으로 읽어낸다는 점에서 연구에 대한 성실함과 동시대 선배들에 대한 애정을 확인할 수 있다. 동아시아 ‘연구자’ 윤여일의 꾸준한 공부와 필력이 돋보이는 본격 연구서인 것이다.
한국사회에서 동아시아 담론은 무엇이었나?
이 책의 문제의식은 저자가 2008년부터 2년간 일본에 머물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일본에서 전후 사상사를 공부하던 윤여일은 한국의 동시대 사상계의 동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자각이 생겼고, 그간 국내에서 풍부하게 논의되어 왔던 동아시아 관련 글들을 읽으며 결국 동아시아 담론을 연구대상으로 삼은 박사논문까지 준비하게 된 것이다.
동아시아 담론은 1990~2000년대 주요 계간지들의 특집 횟수 및 제목, 발표된 논문의 편수 등으로만 봐도(19~21쪽) 한국 인문사회학계에서 주요한 키워드로 자리하며 적지 않은 연구 성과물을 축적해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저자가 책의 곳곳에서 밝히고 있듯이 동아시아 관련 글들을 읽을수록 그 실체는 뚜렷하게 보이지 않았다. 실제로 동아시아 담론이 어떻게 정의 내려지며 이행해왔는지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말하기가 어렵다. 윤여일은 이것이 동아시아 담론이 일관된 내적 원리를 지니고 있지도 않고, 지향과 논리가 불분명한 채로 흘러왔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렇다면 동아시아 담론의 실체가 무엇이었는지는 어떻게 파악하고 분석할 수 있을까? 이 책의 1부와 2부에서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간다.
1부 ‘동아시아 담론의 형성과 이행’에서는 한국사회에서 동아시아 담론의 이행 과정을 살핀다. 주요 학술지 및 계간지에 발표된 논문과 글을 통해 동아시아 담론이 언제 어떻게 등장했는지 추적하고, 1990년대 초기/ 1990년대 중반/ 1990년대 후반/ 2000년대 초반/ 2000년대 중반으로 시기를 나눠서 각 시기별로 동아시아 담론이 어떤 위상에서 어떤 지향을 갖고 활용됐는지 분석한다. 이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동아시아 담론이 여러 국면의 변화 속에서 여러 갈래로 분기했음을 확인하게 된다.
그리고 2부 ‘동아시아 담론의 계열화와 지식계 내외의 조건들’에서는 동아시아 담론들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배치 양상과 경합 논리를 보이는지 분석한다. 이를 위해 네 가지 하위 담론인 ‘대안체제론’, ‘문화정체성론’, ‘발전모델론’, ‘지역주의론’으로 나눠서 지식계 내외 요소들의 변화에 어떻게 다르게 반응하며 변화를 겪어왔는지 살핀다. 윤여일은 동아시아 담론의 형성, 이행, 분화에 영향을 미친 요인으로 “마르크스주의의 위기, 오리엔탈리즘과 포스트주의의 부상 (……) 등과 같은 지적 조류의 변화와 인문학의 위기, 학진(학술진흥재단)의 전면화, 등재지의 부상 등과 같은 지식정책의 변화”(137쪽) 등을 꼽는다. 이외에도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상황들에 동아시아 담론이 어떻게 직간접적 영향을 받았는지 분석하며 동아시아 담론을 둘러싼 조류를 하나씩 펼쳐낸다.
동아시아 담론으로 한국지식계의 조감도 그리기
『동아시아 담론』은 ‘동아시아 담론’을 연구 대상으로 삼고 있지만 당대 인문사회학계의 주요 흐름을 볼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윤여일은 이 책의 서문에서 “동아시아 담론의 전개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해당 시기 한국지식계의 조감도가 그려진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6쪽)라고 밝힌다. 동아시아 담론의 이행 과정은 한국지식계의 이행 과정과 맞물릴 수밖에 없기에 동시대의 주요 논의들과 흐름을 마주하게 된다는 것이다. 당시는 소장학자였지만 지금은 중견학자로 자리매김한 한중일 연구자들의 이름이 반복해서 등장하기도 하고, 출현하거나 사라졌던 계간지들과 주요 필진, 학계에서 시행됐던 정책 및 학계 동향 등이 자연스럽게 서술된다. 또한 1990~2000년대는 동아시아 담론이 가장 활력을 띄었던 시기여서 당시 내로라하는 연구자들이 각자의 분야에서 동아시아와 관련된 글들을 발표했다. 당시 글들은 논쟁과 새로운 논의를 양산하며 또 다른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 과정이 곳곳에 담긴 이 책은 당시 동아시아 담론과 학계의 상관관계를 포착해내면서 한국지식계의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도와준다.
동아시아 담론을 유산으로 삼기 위하여
최근 인문사회학계에서 동아시아 담론은 자취를 감췄다. 회고의 대상이자 한 시절의 연구물로 전락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책 『동아시아 담론』은 궁극적으로 동아시아 담론을 어떻게 우리의 유산으로 삼을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담고 있다.(“동아시아 담론의 유산화, 논문의 목적이 이것 하나이듯 논문의 주장 역시 하나였다. 동아시아 담론은 동아시아화되어야 한다.” (421쪽)) 3부 ‘동아시아 담론의 동아시아화’에서 저자는 동아시아 담론을 어떤 방향으로 모색해나가야 하는지에 대해 탐색한다. 이 논문 역시 1990~2000년대의 동아시아 담론을 분석 대상으로 삼는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동아시아 담론을 그 “쇠퇴 이후에 되돌아본 것이다.”(418쪽) 그렇지만 윤여일은 동아시아 담론에서 또 하나의 가능성의 실마리를 찾아낸다. 이는 동아시아 담론을 유산으로 삼기 위한 몇 가지 제안이기도 하다. 우선 동아시아 지역상이 지닌 중층성을 살펴보고 국가 형태의 이질성, 국가 간 . 국가관계 간 비대칭성과 같은 ‘동아시아의 내포’를 함께 고려해야 함을 역설한다. 그리고 또 저자가 가장 강조하는 부분은 한국의 특수한 조건에 더욱 천착해 자신의 원리성을 발굴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에서의 동아시아 담론은 그 실체가 명확치 않아 이제까지 ‘~로서의 동아시아’를 발전시키는 데 머무를 수밖에 없었음을 거듭 확인했다. 그러나 윤여일은 이 제약의 조건이 가능성의 조건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이 책이 동아시아 담론의 이행기를 돌아보는 데 그치지 않고, 여러 동아시아적 조건을 고려해 동아시아 담론을 유산으로 삼기 위한 탄력적인 방법을 모색하는 일이 무엇보다 필요함을 제기하며 마무리 짓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접기
구매자 (1)
전체 (1)
공감순
윤여일은 동아시아 체제라는 가상공동체와 기존 유럽식 경제공동체의 해체 위기를 맞이한 현실에서의 동아시아 담론의 균열과 부후함을 정직하게 대면하고 동아시아 담론을 동아시아화 해야 한다는 당위론적 처방을 내리고 있다. 동아시아 담론의 역사와 담론 이행의 과정을 가장 잘 정리하고 있는 책.
나비80 2016-11-18 공감 (1) 댓글 (0)
마이리뷰
‘동아시아 담론‘의 ‘동아시아화‘
'동아시아 담론'의 '동아시아화'
- [동아시아 담론], 윤여일, 2016.
"'동아시아'란 고정된 경계나 구조를 가진 실체가 아니라, 이 지역을 구성하는 '주체의 행위'에 따라 유동하는 역사적 공간이다."
- <창작과비평사>, 2003.
나는 '주체사상'은 읽지 않았다.
적어도 20세기말을 잎둔 1995년의 '주체사상'은 '김주의', 즉 '김일성주의'였다.
남한 자본주의체제의 기본모순을 '계급투쟁'으로, 주요모순'을 '민족분단문제'로 정리한 1995년경의 나는 중국의 '마오주의', 즉 모택동(마오쩌뚱)의 [모순론]과 [실천론], [신민주주의론] 등에 기반하여 남한체제를 사고했다.
스무살이던 1993년에 서구의 마르크스주의를 접했고 1994년에는 마르크스주의를 현실적 혁명으로 실현했던 '레닌주의(마르크스-레닌주의:M-L)'를 학습하면서 그 다음은 '아시아'로 넘어와서 1995년에는 중국의 '마오주의'를 읽었다. 이제 다음은 '한반도'로 범위를 좁혀 '주체사상'을 봐야 하나 잠시 고민했지만, 접었다.
사회주의나 공산주의와 무관하고 인류의 해방과는 거리가 먼 북조선의 봉건세습왕조와 나는 '담론의 지향성'이 달랐다.
그럼에도 체제의 '변혁론'은 내 나라, 내 주변 지역에 천착해야 했다.
오랜 시간이 지나 오십줄에 들어선 지금 '동아시아'가 눈에 들어온 이유다.
1.
"'동북아'의 지역범위는 주로 지정학적 차원에서 한반도와 주변 4강(중-러-일-대만)으로 고정되어 있으나 '동아시아'는 지문화적 시각에서는 한중일 삼국, 지정학적 시각에서는 '동북아' 수준의 지역범위, 지경학적 시각에서는 동북아와 동남아 지역을 아우르는 등 탄력적으로 활용되었다. 그 탄력성이 한편으로는 '동북아 담론'이 아닌 '동아시아 담론'의 부상을 가능케 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동아시아 담론'의 정체성을 모호하게 만들었다."
- [동아시아 담론], <1-6. 담론 이행의 결과>, 윤여일, 2016.
사회학자 윤여일은 2016년에 자신의 박사학위 논문을 [동아시아 담론]이라는 단행본으로 출간했다. 이 책의 부제는 <1990~2000년대 한국사상계의 한 단면>인데, 1980년대 남한체제 변혁이론과 저항적 지식사상계의 계승으로서 1990년대를 풍미한 '동아시아'에 관한 학술논문이다.
1990년대는 윤여일 박사의 주요한 관심사인 듯도 한데, '90년대는 '동아시아'가 다소 모호하고 중층적이지만 거대한 '담론'으로 활발히 기능하던 연대이기도 하다.
이 시기는 소비에트연방의 해체로 인해 미-소간 또는 1세계와 2세계간 냉전이 끝난 '탈냉전'이 그 중요한 시대배경이다.
'90년대 한국 지식계에 회자되던 '포스트(post)~ 주의'는 냉전시대의 주요 변혁이론이었던 마르크스주의로부터의 '탈주'를 의미했고 현실 사회주의권의 붕괴로 인해 마르크스주의적 시각에서 논쟁되던 '사회구성체론'도 남한체제의 구조적 설명의 도구로서 유효성을 상실했다. '신식민지국가독점자본주의'냐 '식민지반봉건사회'냐가 아니라 남한체제는 그냥 '승리'한 '자본주의' 체제 또는 그러한 '세계체제'의 종속변수가 되었다.
그럼에도 사회변혁을 지향하는 진보적 지식계에서는 '80년대의 저항성을 이어가고자 했다. 자본주의가 '승리'했다고 '완전'해지는 것은 아니기에, 오히려 빛나는 경제성장의 이면에 체제모순으로서 '불평등'은 더욱 심화되었기 때문이다. 변혁적 진보진영에게 '포스트'는 '탈주'보다는 '이후(후기)'였다. '후기-마르크스주의'에게 변혁이론은 여전히 유효했다. '7~80년대의 '종속이론'과 '세계체제론'은 주요한 이론적 기초가 되었고, '오리엔탈리즘'을 탈피하여 '동아시아'적 정체성을 굳게 정립하는 것이 저항적 인문학자들의 사명이었다.
저자가 '동아시아 담론'의 시작으로 삼은 <창작과비평사>의 최원식 논문([탈냉전시대와 동아시아적 시각의 모색>)은 1993년 봄에 발표되었다. 내가 스무살 때였는데 <창비>도 알았고 <시대와철학> 등도 읽어봤지만 그 당시의 나는 아직 '동아시아'로 갈 준비가 안되어 있었다.
1990년대 초반, '탈냉전' 시대를 맞은 남한 사회에서 '동아시아 담론'의 포문을 열고 논쟁을 주도한 분야는 단연 '인문학'이었다.
2.
"'동아시아 담론'은 인문학과 사회과학 영역을 망라하는 학제적 담론이다. 하지만 영역에 따라 '담론의 지향성'은 달랐다. 인문학 영역에서는 문학-역사-철학(문사철) 해석에 사용되는 서구에서 유입된 이론, 이념, 개념, 논리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서양중심적 지식체계에 맞서려는 언술들이 도드라졌으며, 그러한 지식체계에 의해 망각되거나 가치절하되었던 사상적 전통을 복원하려는 논의들이 힘을 얻었다. 사회과학 영역에서는 동아시아 지역의 경제적 발전 혹은 쇠퇴를 설명하거나 정치-경제 영역에서 지역협력체제의 제도화를 모색하는데 치중하는 경향이었다... 복수의 하위계열 구분... '동아시아 문화정체성론', '동아시아 대안체제론', '동아시아 발전모델론', '동아시아 지역주의론'... 분류의 기준은 '담론의 지향성'이다... 결국 '어떤 동아시아 담론인가'를 궁극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왜 동아시아인가', '무엇을 위한 동아시아인가'다."
- [동아시아 담론], <2-1. 동아시아 담론의 네 가지 계열>, 윤여일, 2016.
사실, 지식인의 저항성은 본래부터 '인문학'의 몫이었을지 모른다. '사회과학'은 '과학'이므로 추상성보다 현실성을 추구할 수 밖에 없기에 '정책'과 맞물린다. '휴머니즘'과 '인류해방' 같이 뜬구름 잡는 이야기만 하는 '인문학'이지만 그만큼 '저항성'만큼은 전위적이다.
'탈냉전기' 새로운 지식체계의 패러다임 구축을 위해 '냉전기'와 '80년대의 서구중심주의에서 '탈주(post)'하여 '동아시아 담론'의 '네 가지 하위계열' 중 두 가지 계열로서 1) '동아시아 문화정체성론'과 2) '동아시아 대안체제론'을 주장한 인문학계의 '동아시아 담론 지향성'은 저항과 변혁이었다. 서양의 이념으로 안된다면 동양의 사상을 변혁 이데올로기로 새롭게 정립해야 했다. 그러한 차원에서 유교를 재해석하기도 하고 우리의 동학을 재조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마르크스주의가 현실을 거쳐 퇴락해갔듯, '동아시아 담론'도 현실적 정치외교 정책을 거쳐 결론적으로 소멸해 갔다.
1970~80년대 군부독재를 거쳐 1993년 문민정부의 '세계화'와 동아시아 IMF 경제위기를 맞아 한중일의 '동북아'와 '동남아'는 단일한 경제블럭을 구축하고자 했다. 김대중 국민의 정부와 노무현 참여정부 등 부르주아민주정권이 정책적으로 추진했던 '동북아' 구상의 배경이 그러한 시대정신이었다. 이는 동남아 열국들과 동북아 삼국의 결합인 '아세안+3'으로서 지경학적인 '동아시아' 개념이다. 물론, 지정학적으로 '동북아'를 넘어 '동아시아'의 중심국(가교/매개)이 되고자 했던 남한의 시도는 서아시아와 러시아를 망라한 유라시아까지 확장하려는 '대륙세력'인 중국과 미국을 계속 끌어들이는 '태평양해양세력' 일본의 의도와 같을 수 없기에 외교적 현실성이 퇴색되면서 '동아시아 담론'의 쇠퇴를 보여주고 말았다.
3) '동아시아 발전모델론'과 4) '동아시아 지역주의론'이라는 나머지 두 계열은 사회과학자들이 동아시아 자본주의 발전을 설명하고 더욱 확장하려는 '담론의 지향성'을 가졌지만 역시 현실정치 앞에 힘을 얻지는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담론으로서 '동아시아'는,
"왜 동아시아인가"라는 성찰과 "무엇을 위한 동아시아인가"라는 지향성의 문제를 담고 있다.
역시, 인문학 또는 '문-사-철'의 사명인 것이다.
"이처럼 '동아시아'는 서구의 식민주의적 확장을 역사적 배경으로 하여 전후 초강대국 미국이 지역정책의 필요에 따라 구도한 지역상이다. 그것은 '동아(대동아공영권)'라는 일본제국의 지역상이 패배했으며, '극동'이라는 지역상으로 대변되는 유럽중심적 지식권력구조가 미국중심적 지식권력구조로 전이되었음을 의미하고 있다... '동아시아'는 '동아'에 대한 아시아적 해결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로 미국과 소련의 (냉전적) 각축 속에서 분할되었다. 그리하여 위쪽의 동아시아에서는 과거 러시아제국(이후 소련)과 중화제국의 잔영을 간직한 대륙의 사회주의권이 형성되었고 아래쪽의 동아시아에서는 유럽의 '극동'과 대결하여 일본제국이 추구했던 '동아'라는 지역상이 '거대한 초승달(Great Crescent)' 지역을 확보하려는 미국의 지정학적 구도 안에서 온존되었다. 아래쪽의 동아시아는 군사적으로 한미일 삼국관계가 골격을 이루고 경제적으로는 일본 중심의 수직적 경제구조가 짜여 그렇게 일본은 '동아시아'로 복귀했던 것이다."
- [동아시아 담론], <3-1. 동아시아 지역상의 유동성>, 윤여일, 2016.
결국, 인문학의 저항정신과 사회과학의 현실정책은 더 나은 삶을 꿈꾸고 기획하며 실현하기 위함이다. 비록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중층적이면서도 포괄적으로 사상계를 지배했던 '동아시아 담론'이 쇠퇴해 가기는 했지만, 저자 윤여일 박사의 논문의 목적은 이 '동아시아 담론'을 소중한 '유산'으로 삼아 다시금 '역사화'시켜('재역사화') '동아시아'의 현실에 뿌리내리는 것이다.
'80년대의 저항과 변혁론을 계승하고 '90년대의 다양성을 부활시켜 새로운 세기에도 여전히 '더 나은 삶'을 지향하는 인문학과 사회과학의 꿈을 포기하지 말고 계속 그려가야 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오래된 나라이자 젊은 국가다. 중국의 국가형태는 아직 굳어지지 않았으며 중국의 국가형태가 정립되어가는 과정에서 '동아시아' 지역질서는 국제관계라는 시각만으로는 포착할 수 없는 변화를 겪게 될 것이다... 중국의 운동은 한반도의 변혁에서 어떤 의미를 갖게 될 것인가. 한반도 문제의 특수성과 중국 행보의 독자성은 어떻게 '생산적 접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인가. 이 물음들을 남겨둔 채 '동아시아 담론'이 소멸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 [동아시아 담론], <3-5. 한반도 문제와 동아시아 담론의 동아시아화>, 윤여일, 2016.
이 논문이 도출한 본론에서의 소결론은 중국과 일본이라는 '동아시아' 강대국들과 대립하면서도 '생산적 접점'을 찾아가면서 '동아시아 담론'을 지속적으로 계승하고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의 최종 <결론>으로서 '동아시아 담론'의 '동아시아화'는 '동아시아 담론'이 과거의 '유산화'나 현재의 '재역사화'의 대상은 물론, 우리의 '주체성'을 견지하면서 다시금 부활시켜야 하는 미래의 이념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3.
"... '동아시아 담론'의 '유산화'... '동아시아 담론'의 '재역사화'... '동아시아 담론'의 기본적 가치를 꼽는다면 서구의 경험을 일반화한 이론을 수입해 자신의 현실에 적용하고 그 이론의 결론에 자신의 현실을 끼워맞추려는 풍토에서 벗어나 자신의 현실에서 지적 과제를 발굴하고 언어를 개발했다는 데 있을 것이다... '주체성의 문제의식'... 지식식민화와 공동언어의 소실현상이 심각한 한국지식계에서 '동아시아 담론'의 부흥은 분명 사상사적으로 중요한 의의를 지닌 것이었다... '동아시아 담론'의 '유산화', 논문의 목적이 이것 하나이듯 논문의 주장 역시 하나였다. '동아시아 담론'은 '동아시아화'되어야 한다."
- [동아시아 담론], <결론>, 윤여일, 2016.
그렇게 나는 중년에 접어들어서야 비로소 내 나라 내 땅의 문제로서 '동아시아'를 만났다.
우리의 정체성 및 사상과 가치를 찾아 이 책과 저 책을 헤매다가 아예 허접한 '주체사상' 보다는 차라리 600년 전 삼봉 정도전의 '성리학'과 [조선경국전]이 훨씬 '동아시아'적 가치에 맞는 '변혁적 유물론'일지도 모른다는 극단적인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김일성을 중심으로 황장엽 같은 자가 정립했다는 '주체론'과 '품성론' 등을 진지하게 읽어보지는 못했으니 차치한다.
한편으로 이 책에 의하면 북한은 '동아시아 담론'에서는 거의 배제 및 고립되어 있다는데, 북핵문제에서만큼은 '동북아' 6자회담 등의 지정학적 문제에서 "일부이자 전체"([동아시아 담론], <3부>)로서만 그 존재감을 드러낸다고 한다.
앞으로도 '동아시아론'을 가벼이 볼 수 없다는 생각이 강하게 드는 이유는 나의 '주체성'이 이제야 제대로 확립되고 있기 때문이겠거니, 남의 어려운 박사논문을 다 읽고 나서야 그냥 그렇게 생각하기로 한다.
다음 책은, '동아시아론자'인 윤여일 박사의 좀더 읽기 쉬울 것으로 예상되는 대중서인 [모든 현재의 시작, 1990년대](2023)다.
***
1. [동아시아 담론 - 1990~2000년대 한국사상계의 한 단면], 윤여일, <돌베개>, 2016.
2. [모든 현재의 시작, 1990년대], 윤여일, <돌베개>, 2023.
3. [동아시아 자본주의 - 마르크스주의적 접근], 박노자/정성진 외 경상대 SSK연구단 연구총서, <진인진>, 2023.
4. [동아시아 마르크스주의 - 과거,현재,미래], 박노자/정성진 외 경상대 SSK연구단 연구총서, <진인진>, 2023.
5. [지정학의 힘], 김동기, <아카넷>, 2020.
- 접기
beatrice1007 2023-08-26 공감(1) 댓글(0)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