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후보의 ‘반미·반일’ 발언은 지지세력 규합 위한 고도의 계산
기자명 최보식 편집인
입력 2021.11.13
민족주의를 내세워 반미· 반일 입장에서 논쟁을 만들면
국민의 절반을 갈라치기 해 가져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자신에게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대장동 사건’을
훨씬 더 큰 이슈인 ‘반미 역사관’ 논쟁으로 덮을 수도 있다
조선일보 YOUTUBE 캡쳐이재명 후보는 12일 여의도 당사에서 존 오소프 미국 상원의원을 만나 "한국이 일본에 합병된 이유는 미국이 가쓰라-태프트 협약을 통해 승인했기 때문"이라며 "결국 일본이 분할된 게 아니라 전쟁 피해국인 한반도가 분할되면서 전쟁의 원인이 됐다"고 말했다.
이 후보가 미 상원대표단 앞에서 한일합병과 분단, 한국전쟁에 대한 '미국 책임론'을 제기한 것이다. 이에 오소프 의원은 '한국 전쟁 동안 있었던 미 장병들의 희생'을 언급했다고 한다.
허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재명 후보의 발언은 복잡한 국제정치적 원인이 작용해 일어난 역사적 사건을 터무니없이 단순화시킨 반(反)지성적 편견에 불과하다"며 "반미감정을 미국 상원대표단에게 설교하듯 스스럼없이 드러낸 태도 역시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발언의 파장이 커지자, 고용진 민주당선대위 수석 대변인은 "이재명 후보의 '가쓰라-태프트' 발언은 오소프 상원의원이 평소 한일의 역사 및 일본을 거쳐 미국에 온 한인 2-3세의 애환을 이해하고 있는 등 인권과 인도주의, 문화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 자연스럽게 나온 얘기"라며 "'한미관계의 거대한 성과 이면에 작은 그늘'로서 후보가 아주 짧게 언급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의 주장은 전체적인 맥락을 비틀고 선택적으로 문장을 잘라내어 한미 정부와 양국 국민을 이간질하려는 저의"라며 "한미 안보 동맹을 흔드는 이간질을 중단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박찬대 민주당 수석 대변인도 이 후보의 발언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일단은 그 현장에서 문맥의 전후 사정을 다 살펴보고 얘기해야 할 것"이라면서 "관련 발언 있기 전에 굳건한 한미동맹을 기초로 해서 대한민국의 현재의 위대한 성과가 있지 않았나 이런 부분을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이재명 후보는 앞서 지난 7월에도 해방 이후 국내에 진주한 미군을 '점령군'으로 지칭했다. 그는 지난 10일 관훈토론회에서는 '점령군' 발언과 관련해 "주한미군 성격은 시기에 따라 완전히 다르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후보가 굳이 안 해도 될 ‘반미· 반일 성향’ 발언을 하는 것은 선거 전략 차원에서 지지세력 규합을 위한 고도의 계산으로 보인다. 민족주의를 내세워 반미· 반일 입장에서 논쟁을 만들면 국민의 절반을 갈라치기 해 가져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자신에게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대장동 사건’을 훨씬 더 큰 이슈인 ‘반미 역사관’ 논쟁으로 덮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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