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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제국의 위안부’의 저자 박유하(68) 세종대 명예교수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배상할 책임이 없다고 판단한 서울고법 판결이 확정된 것으로 20일 전해졌다. 박 교수는 작년 4월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형사 사건에서 무죄를 확정받은 데 이어, 민사 사건에서도 배상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받은 것이다. 박 교수와 ‘제국의 위안부’를 둘러싼 민형사 소송은 무려 10년 7개월 만에 끝이 났다.

이 사건은 박 교수가 2013년 8월 ‘제국의 위안부’를 출간하면서 시작됐다. 이 책은 ‘위안부의 불행을 낳은 것은 식민 지배, 가난, 가부장제, 국가주의라는 복잡한 구조였다’ 등 위안부 문제에 대해 종전과는 다른 서술로 논란이 됐다. ‘위안부 문제를 보는 폭넓은 시각을 제시했다’는 호평도 받았지만, ‘일본의 국가적 책임을 경시하는 잘못된 논점을 담았다’는 부정적 평가도 받았다. 2014년 6월 고(故) 이옥선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들은 “책에 쓰인 허위 사실로 명예를 훼손당했다”며 박 교수를 상대로 민형사 소송에 나섰다.
박 교수는 10여 년간 이어진 법정 공방 끝에 모든 법적 책임에서 벗어나게 됐다. 심급별로 판결이 엇갈리긴 했지만, 박 교수는 민형사 소송에서 모두 “학자의 표현 자유가 존중돼야 한다”는 법원 판결을 받아냈다.
민사재판 1심은 2016년 박 교수가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9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지만, 2심은 이를 뒤집었다. 서울고법 민사12-1부(재판장 장석조)는 지난달 22일 “박 교수의 견해는 학계·사회의 평가 및 토론 과정을 통해 검증함이 바람직하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위안부 피해자들이 상고하지 않으면서 이 판결은 지난 19일 확정됐다.
박 교수는 형사재판에서도 허위 사실이 아닌 학문적 의견을 표현했다는 판단을 받았다. 검찰은 2015년 11월 책에 나온 ‘위안부의 자발성’ 등 표현 35개가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며 박 교수를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했다. 박 교수는 2017년 1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같은 해 10월 2심에서 벌금 1000만원의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2023년 10월 “책 속 표현은 학문적 주장 또는 의견으로 평가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고, 작년 4월 파기환송심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박 교수는 20일 지인들에게 “(재판이 끝난 건) 긴 시간 함께해주시고 도와주신 분들 덕분”이라며 감사의 뜻을 표하면서도, 책의 삭제판을 되돌리는 가처분 재판이 남았다고 덧붙였다. 법원이 2015년 위안부 피해자들이 낸 출판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하면서, 문장 34개가 삭제된 채 책이 출간되고 있다.
학자들은 대체로 “학문적으로 자기 의견을 말한 학자를 법정에 세웠던 것은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명교 연세대 명예교수는 “일본 제국주의·친일 문제 등이 복잡하게 얽힌 사안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해야 하는데, 특정 학자를 악마화했던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심지연 경남대 명예교수는 “1인당 국민소득이 일본을 추월한 상황에서, 친일·반일 등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 일본 콤플렉스에 따른 피해자 의식을 벗어날 때가 되지 않았느냐”고 했다. 한때 해당 책을 비판했던 임지현 서강대 석좌교수도 “이번 재판 결과는 학문적인 영역에 대한 정치적 개입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사회의 상식을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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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경 "제 비겁함, 박유하 교수에게 사과…마녀사냥 방관, 학문의 자유 외면"
박태훈 선임기자
박태훈 선임기자
업데이트 2025.02.21 오전 08:59
본문 이미지 - 2022년 8월 31일 박유하 세종대 교수가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제국의 위안부' 소송관련 현황과 한일 현안 긴급제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News1 송원영 기자
2022년 8월 31일 박유하 세종대 교수가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제국의 위안부' 소송관련 현황과 한일 현안 긴급제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News1 송원영 기자
(서울=뉴스1) 박태훈 선임기자 = 하태경 보험연수원장이 '제국의 위안부' 저자 박유하 세종대 명예교수에게 '내가 비겁했다'며 사과했다.
국민의힘 3선 의원 출신인 하 원장은 21일 SNS를 통해 박 교수가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형사 사건에서 지난해 4월 무죄를 확정받은 데 이어 최근 민사소송에서도 '배생책임 없다'는 서울고법 판단을 받은 사실을 소개했다.
이에 하 원장은 "박유하 교수께 정중히 사과드리고 또 축하드린다"고 했다.
사과하는 까닭에 대해 하 원장은 "2013년 8월 박 교수가 위안부에 대해 다른 시각을 가졌다는 이유로 대중과 언론으로부터 맹폭을 당하고 재판까지 갈 때 (초선의원이었던) 저는 '학문의 영역은 학계에서 평가받고 정리되어야지 법원 판사가 결론 낼 문제는 아니다', '학문적 자유는 보장되어야 한다'는 소신이 있었지만 그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하지 못했다"라는 점을 들었다.
하 원장은 "당시 위안부 문제는 무척이나 예민한 이슈였고 이에 따른 대중적 반일 광풍이 불고 있는 마당에 나섰다가 뼈도 못 추리고 질식사할 정도의 분위기가 두려웠다"며 "저도 웬만큼 소신 있고, 당당하다고 자부하는 정치인이었지만 반일 이슈엔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하 원장은 "박 교수가 마녀사냥당하는 모습을 보고도 방관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제 모습이 너무 한심했다"며 "그 일을 반면교사 삼아 2021년 비슷한 논쟁이었던 '5.18 역사 왜곡 처벌법'에 대해 강력 반대했다"고 밝혔다.
이어 "다시 한번 박유하 교수께 축하드리는 한편 정치인이자 동시대의 같은 지식인으로서 당시 학문의 자유를 지켜내지 못한 저 자신을 반성하며 사과한다"고 재차 고개 숙였다.
buckba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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