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Facebook 어제 오늘 너무 '따지는' 글을 쓰는데 '따질 건 따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읽어주길 바란다.
한인이 미국으로 이민 가면 Korean-American으로 불린다. 미국뿐만 아니라 캐나다, 브라질 등도 마찬가지라서 Chinese-Canadian, Japanese-Brazilian (Nipo-brasileiros) 라고 부른다. 스페인어권은 조금 다른데 너무 복잡해지니 일단 무시하자.
그런데 인도인이 영국으로 이민을 가면 British-Indian으로 부른다.
이용애가 잘 알겠지만 독일에 정착한 한인은 Deutsche-Koreaner(영어식으로 German-Korean)으로 부른다. 유럽뿐만 아니라 호주의 경우도 영국식을 따르는지 중국인 이민자를 Australian-Chinese 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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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아시안 아메리칸과 브리티시 아시안은 모두 '아시안', 즉, '아시아계'다. 사실 나는 '계'라는 말을 쓰기 싫다. 그렇게 하려면 미국 백인들은 유럽계 미국인으로 불러야 정당하다. 하지만 절대로 그러지 않는다. 즉, '계'가 붙으면 이민자고 소수자고 '유색'의 딱지가 붙는다.. 정리하면 '계'와 '국'의 순서가 다르다. 미국은 '계'가 앞에, 영국은 '국'이 앞에 온다. 억지로 시비를 걸자면 French-Canadian은 캐나다로 이민을 온 프랑스인인지, 프랑스로 이민 온 캐나다인인지 헷갈린다. 앞으로 이런 일은 점점 많아질 것이다.
그러니 최소한 영어가 제1언어인 영국, 미국, 캐나다, 호주 네 나라의 학자들은 '맥락에 따라 해독가능한 암호같은 용어'를 더 많은 인류가 이해하도록 최소한의 용어법 통일을 논의하기 바란다. 이런 말을 들을 인간들이 아니라는 건 알지만. 심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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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게 그들 사이만의 문제가 아니다. 외국동포에 대해 비판적으로 연구한 신호미는 러시아와 중국도 유럽식을 따르는 것을 발견하였다. 다름 아니라 루스키 카레이치와 중국 조선족이다. 전자가 이른바 '고려인', 후자가 '조선족'이다. 즉, '나라 먼저, 민족 나중'은 '유라시아식'이다.
그런데 이들이 한국에 와서 외국인등록을 하려면 조선족은 '한국계 중국인', 고려인은 '한국계 러시아인(혹은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인)'이라고 하는 것이 '강요'된다. '조선'도 '고려'도 사라지고 '한국'만 남는다.
게다가 이를 영어로 표기할 때는 Korean-Chinese, Korean-Russian 으로 하라고 한다. 즉, '아메리카식'으로 하라고 '동포'에게 요청한다. 개인 이름도 무조건 영어(로마자)로 쓰라고 한다. 사실 Korean Chinese 는 오랫 동안 '한국화교'라는 의미로 영어 문헌에 등장했었다. 실제로 한국에서 조선족과 화교는 구분되지 않고 그냥 '짱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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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erican Exceptionalism 을 아는가? '미국은 너무 특수하고 예외적이어서 기존 이론으로 설명될 수 없다'는 특권을 요구하는 주장이었다. 그러니 이 '미국 예외'는 '일본 특수성'이나 '중국 특색'만큼이나 고약하다. 예외였던 것이 보편이 되었고, 그 보편이 가장 강력한 나라는 한국으로 보인다. 일본과 대만과 남베트남도 만만치 않았는데 요즘은 단연 한국이다. 이제까지 한 말에서 '그게 뭐가 문제야?'라고 생각했다면 당신은 아메리카 보편주의자다.
'로컬 국뽕'은 '글로벌 족뽕'으로 진화해서 조금 있으면 코리안 익셉셔널리즘, 그리고 코리안 유니버설리즘이라도 만들어 낼 기세다. 무서워 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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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족
이런 상황에 문제를 느끼지만 두뇌를 사용하기 귀찮은 사람들은 '식민지', '신식민지', '속국', '괴뢰국' 등의 아주 편리한 용어로 때우려고 한다. 그리고 얼토당토하지 않은 '민족자주'를 내세운다.
이 복잡한 세상을 단어 몇 개로 돌려막기하고 살지 말자. 제발, 두뇌 사용하면서 생각하고 살기 바란다.
Hyuk Bom Kwon and others
Miae Lee늦었지만 이 책 고맙게 잘 읽었습니다. 박사 연구할 때 이 책으로부터 도움 많이 받았습니다. 참고로 프랑스에서는 프랑스 국적 한국인을 franco-coréens이라고 하니 유럽 표기법에 충실한 모양입니다. 그래서 저도 제 논문에서 재불 조선족을 Chaoxianzu 또는 풀어서 sino-coréens이라고 썼긴 합니다.
Miae Lee repli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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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H Cha미국에선 world 란 단어가 그저 미국을 의미할 때가 많다죠. 미국 내 야구 대장 뽑는 경기가 월드 시리즈...
Hyunjoon Shin repli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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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탁공부마니시켜주어서
감사합니다

김신철'미국이 지우고 싶어하는 대표적인 차별/혐오의 역사 세 개'로 1.흑인 노예 2.아일랜드 이민자 3.(2차 대전 중) 일본계 시민권자의 집단격리를 언급하더군요. 그때 Irish American이란 단어가 사용되었습니다. 아일랜드인을 유럽인종 중에서도 미개한 거로 간주한 거겠지요.
(미국의 중학교 교과서에서 본 내용입니다. 인디언 원주민 학살은 없는데, 아마도 건국 이후 시민권이란 개념이 형성된 이후부터 셈하였기에 그런 거 같습니다.)
Hyunjoon Shin repli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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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許修禎, Chee-Kwan Kim and 36 others신현준의 유라시아 버내큘러 히스토리(7): 신디(Sindhi), 테일러 그리고 시리얼 킬러
남아시아는 제게 아직도 미지의 땅입니다. 일단 몇 번 가 본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막상 가더라도 낯선 문자 때문에 '인식작용'이 대폭 줄어듭니다. 이 글 읽는 분들 가운데 한자문맹자들이 중국이나 일본에 갈 때랑 비슷합니다(재수 없다고 항의하세요!).
그래도 한 가지 알아낸 것은 '인도어', '파키스탄어', '방글라데시어' 같은 나랏말, 즉. 국어는 없다는 점입니다. 인도의 경우 힌두어 사용자가 가장 많지만 동쪽은 벵갈어, 서쪽은 펀잡어 등이 지배적이고 그 밖에 무수히 많은 언어들이 있습니다. 첫번째 지도만 보아도 그 복잡함에 머리가 지끈거립니다. 타밀어를 비롯한 남인도 언어들은 고려하지도 않은 지도인데도 말입니다.
이 언어가 민족어인지, 지방어인지 따지는 건 생략합니다. 단지, 하나 더 알아낸 것은 로마자로 표기할 때 지역 이름 뒤에 'i'를 붙이면 언어나 사람이 된다는 점입니다. 'Bengali'는 벵갈어나 벵갈 사람, 'Punjabi'는 펀잡어나 펀잡 사람입니다. 단, 'Hindi'는 힌두어는 맞는데 힌두 사람이란 뜻은 없습니다. 장소 개념으로는 '중원' 혹은 '중부지방'으로 부릅니다. 다시 한번 위의 지도 보시든가 넘기든가 하시면 됩니다. ------------------
오늘 이야기할 신디(Sindhi)도 마찬가지입니다. 신드(Sindh)가 지역 이름이고 신디는 언어이자 사람들입니다. 로마자 표기에서 'h'는 붙이기도 하고 떼기도 하는데 저는 붙이겠습니다. 갑자기 '신디 더 퍼키'가 떠오른다는 분에게는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는 말씀 전합니다.
그런데 현재 신디는 인도가 아니라 파키스탄의 한 주(州: Province)입니다. 신디 사람들 대부분이 무슬림이라는 뜻이죠. 특히 수피(Sufi)교가 강한 지역이라 그와 연관된 문화가 뿌리 깊습니다. 제가 수피교도인 것은 아시나요? 저는 각 종교의 마이너 분파를 연합하는 트랜스종교인입니다. 특히 교리보다 가무를 즐기는 분파
그렇지만 이슬람이 남아시아에 들어온 것은 7세기이니 그 전까지는 힌두교와 불교가 오랫 동안 뿌리를 내렸습니다. 심지어 현장법사가 (손오공과 함께?) 여기 다녀와서 "불교가 융성하고 있지만 쇠퇴하고 있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위키피디아에 나오는 이야기니까 믿든가 말든가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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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드는 지금도 파키스탄에서 힌두교의 영향이 가장 강한 곳이랍니다. 그런데 1947년 영국 식민주의자들이 인도 지배를 끝내고 인도가 분단될 때 신디 힌두교도들은 난민 신세가 되어 인도로 대량이주했습니다. 인도 밖으로도 많이 떠났구요. 언어가 같고 문화가 같아도 종교라는 이데올로기 때문에 분단이 일어나네요. 남의 일이 아닙니다.
그 전부터 신디 사람들은 여기저기로 이주했습니다. 영국인들이 진출하는 곳마다 인도인들이 따라 갔고, 그들의 '기본' 직업은 커리 식당과 맞춤 정장이었습니다. 아마 지금도 전세계 테일러(Tailor) 가운데 인도인이 가장 많을 겁니다. 오키나와 카데나 미군기지 앞에서도 여럿 봤으니까요. 식민지 시대 면화 재배로 시작한 섬유산업은 지금도 세계 2위라는 정보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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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가운데 한 명의 신디 사람이 1940년대 프랑스 지배 하의 사이공으로 흘러 들어왔습니다. 테일러 사업을 경영하면서 고리대금업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점원으로 일하던 베트남 처녀와 눈이 맞았스빈다. 그러다 덜컥 한 남자아이가 태어났죠. 1944년의 일입니다. 이 남자는 4년 뒤 여자와 아이를 내팽개치고 떠납니다. 그리고 여자는 프랑스 군인과 결혼하여 아이는 프랑스 국적을 얻습니다.
그의 이름은 홑찬드 바우나니 구루무흐 샤를 소브라쥬(Hotchand Bhawnani Gurumukh Charles Sobhraj), 줄여서 샤를 소브라쥬입니다. 문화연구자 훙내내서 말하면, 그는 "영국의 인도 식민지배와 프랑스의 베트남 식민지배가 복합되고 중첩된 포스트콜로니얼하고 트랜스콜로니얼한 교차와 조우와 전결의 불확정적 산물"이었던 것이었던 것입니다.
그는 파리와 사이공을 잇는 이른바 히피 트레일(hippy trail)을 종횡무진 오가면서 살아갑니다. 히피가 나오기 전부터 그렇게 살았습니다. 물론 그는 히피가 아닙니다. 사실 백인이 아니면 히피로 처주지 않습니다. 아시아인은 죽어도 히피로 끼워주지 않습니다.
아마도 그래서 그는 히피 킬러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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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족
중간에 쓰면 이용애가 옆으로 샌다고 싫어할 것 같아 뒤로 돌립니다.신드 주(州) 서쪽(왼쪽)의 주(州) 발로치스탄(Balochistan)의 문화는 인도보다 이란 및 아프가니스탄에 가깝습니다. 이 발로키 사람들은 실제로 파키스탄, 이란, 아프가니스탄에 걸쳐서 삽니다. 지도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Indo-Iranian'이나 'Indo-Aryan'라는 말이 있으니 이 세 나라 사람들의 혈연(혹은 색연 色緣) 관계는 '많이 다르지 않다'고 봐도 될까요? 더 넓게 보면 'Indo-European'이니 말입니다. 차이를 존중하고 동일성을 해체하되 계열의 형성과 그 복합적 전개는 주시하는 것이 호미니즘입니다.
단, 본질론, 목적론, 운명론은 개나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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