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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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보수) 없는 세상이라는 판타지
1. 이재명의 민주당 중도보수론은 86세계관
이재명의 중도보수론은 1) 유럽식 이념스펙트럼으로 보면 민주당은 중도보수, 2) 그런데 한국에선 이상하게 진보로 취급받음, 3) 이것은 국민의힘이라는 수구정당이 보수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 4) 그래서 이참에 국민의힘을 없애고 민주당이 보수정당하고, 진보정당들이 진보 역할을 하면 됨. 이라는 오래된 86세계관을 설명한 것 뿐이다.
진보정당들이 이를 비아냥거릴 필요는 없다. 같은 세계관을 공유해왔다면 진보당 반응처럼 긍정하는 것이 본래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이재명의 민주당 중도보수론은 이재명이 보수적이라서 혹은 우클릭을 해서라기보다, 반대로 이재명이 86세계관이라는 진보진영의 주류적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발언인 셈이다.
2. 그러나 국민의힘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정치는 역할극 놀이가 아니다. 국민의힘이라는 존재 자체를 지우고 그 자리를 민주당이 대체할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망상이다. 그렇게 된다고 해서 지금의 민주당 정도의 규모와 책임을 진보정당들이 가질 수 있다는 구상 자체도 판타지에 불과하다.
일단 양당제 민주 국가에서 한 정당을 실질적으로 소멸시키고자 하는 정치적 목표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 상대 진영을 절멸시키고자 하는 정치적 목표를 가진 제1야당 대표라니. 얼마나 섬찟한 일인가. 현 국민의힘이 군부독재의 후신이라는 말도 프레임이자 레토릭일 뿐 내용적으로는 그렇지 않다.
국민의힘 역시 민주당과 함께 민주화의 한 축이라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역사 해석이다.(하나회를 없앤 건 김영삼이지 김대중이 아니다) 국민의힘이 군부독재의 후신이고 그래서 그 정당의 검사 출신이 대통령하면 검사독재라고 말하는 것은 86세계관에서나 통하는 이야기일 뿐이다.
국민의힘(보수)의 소멸은 실질적으로도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붕괴론과 비슷한 것인데, 북한이 스스로 붕괴될 것이기 때문에 기다렸다가 통일하면 된다는 주장과 유사하다. 아무리 대북제재를 하고 지도자들이 죽어도 북한은 망하지 않았다. 그래서 북한붕괴론은 일종의 저주가 전략인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진보진영(특히 NL계열)은 비아냥 거리곤 했는데,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없는 세상 역시 86세계관 안에서의 주문 같은 것이다.
설사 국민의힘이라는 형식적 정당이 사라지더라도, 그 자리를 대체하는 것은 민주당이 아니라 국민의힘 계열의 전통을 계승하는 정치집단일 것이다. 이 정치집단 역시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정체성의 주된 일부이기 때문이다. 86세계관이 이런 대한민국 정체성을 부정하고자 하는 심정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적화통일을 주장하고 내란을 도모할 것인가? 민주당과 그 친구들(위성정당들)의 내심이 그럴진 몰라도 공개적으로 그렇게 말하지 못한다면, 국민의힘(보수)이 대표하고 상징하고 있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정체성 역시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
만약 국민의힘을 소멸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민주당도 동시에 소멸해야 한다고 말해야 한다. 국민의힘을 인정할 수 없다면 국가정체성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는 논리인 셈인데, 할 거면 대한민국 국가정체성을 지탱해온 두 정당 모두가 다 사라져야지 왜 하나만 없어져야 한다는 것인가.
3. 내란동조 낙인찍기라는 무책임 정치
윤석열 탄핵 반대와 계엄 찬성은 동일하지 않다. 계엄에 동의한다면 내란동조일 수 있지만, 탄핵 반대는 그렇지 않다는 말이다. 애초에 탄핵은 민주당이 주도했다. 탄핵국면으로 진입한다는 것 자체가 찬탄과 반탄을 둘 다 의견으로 포용한다는 것을 전제한다. 그래서 사법부에서 이를 다투고 판단하는 것 아닌가? 애초에 탄핵 찬성만이 정답이라면 왜 헌재가 이를 논의하겠나. 형식적으로라도 이를 다툴 수 있는 안건이라고 보는 것이 민주주의다. 탄핵은 인용되어야 마땅하지만 그 반대 의견 역시 관용하고 논쟁하는 것이 책임정치다. 시민단체도 아니고 제1야당이 내란동조라고 낙인찍기하는 전략을 활용하는 것은 무책임한 방식이다.
이렇게 상대진영을 낙인찍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놈의 반독재 민주화 세계관 때문이다. 아직도 독재정권과 싸우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독재에 부역하는 정치세력을 소멸시키는 것이 책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독재국가가 아니다. 윤석열이라는 독재지망생이 있었지만 다행히도 시도에 그쳤고, 이를 막아낼 수 있었던 것은 민주당과 86이 이뤄낸 민주화라는 성취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데 민주당은 이미 완성된 민주화 서사를 종결시키지 않고, 끊임없이 제2의 전두환을 만들어내 싸우고 있다. 심지어 자기들이 정권을 잡았을 때도 그랬다. 자기들이 대마왕인데, 대마왕과 싸우는 용사 행세를 하니까 문제인 것이다.
반독재 민주화 그 다음의 정치적 과제를 고민하고 실행하는 것이 지금 한국 정치의 책임이다. 이를 못한다면 민주당이야말로 민주화 특수 정당으로 전락할 것이다. 제2의 전두환이 등장하지 않는다면 존재할 필요가 없는 정당이다. 국민의힘은 사라지지 않아도 민주당은 사라질 수 있다. 현 시기 민주당이 진보정당의 역할을 대체하고 있는 것처럼, 언젠가 진보정당 혹은 또 다른 중도정당이 민주당의 소멸과 이를 대체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국민의힘 소멸론보다 더 합리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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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omseok Kim
적의 적은 친구이며
적의 친구는 적맞겠지요.
그래서 대표님은 국힘과 친구가 되고 국힘은 극우정당이니 님도 명의만 진보정당일뿐 극우와 비슷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 다음에, 소멸을 이야기한 사람이 없는데 소멸을 언급하시니 논리적 비약도 있는 듯 보입니다.
부디 민주당 증오에서 벋어나시기를 바라며 그래야 대표님의 길도 보일 것 같습니다.(증오에 갇혀 있으면 시간만 낭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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