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7-02
"수령과 어깨를..."북한, 정말 많이 변했나? : 조선pub(조선펍) > 칼럼 >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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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령과 어깨를..."북한, 정말 많이 변했나?
김정은의 어깨 위에 실린 무거운 짐을 덜어주는 간부들, 무엇보다 김정은의 ”팔을 끼고, 어깨겯고 함께 헤쳐나간다.“는 수평관계의 표현이다. 지금껏 북한에 수령과 어깨가 같았던 간부들이 과연 있었나?
글 | 장진성 뉴포커스 대표
군부대를 시찰중인 북한 김정은./ 조선DB
노동신문을 흝어보던 중 의외의 정론 하나를 발견했다. 3월 21일자에 실린 “멸사복무”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북한이 이렇게까지 변했나? 싶었다. 제목부터가 변했다. 별 수식어도 없이 단마디로 “멸사복무”라고 했다. 다른 기사도 아니고 노동신문 정론인데도 말이다.
정론은 곧 노동신문의 얼굴이다. 사설, 논설, 기사는 정책에 대한 논리적 설명에 그친다. 그러나 정론은 논리와 함께 정서적 호소력이 강해 이념체제인 북한의 최고 선전수단이 된다. 그래서 노동신문은 수령의 교시와 당정책이 새롭게 나오는 특별한 경우에만 정론을 내놓는다.
노동신문 정론이 가끔 당원들의 “당학습” 제강, 혹은 “전국발표경연” 주제로 선정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당연히 그 집필자들은 노동신문사 내에서도 부주필 직급의 높은 우대를 받는다. 지난 3월 노동신문에 소개된 정론 “멸사복무”는 제목부터가 매우 흥미롭다.
지금껏 수령과 당을 위해 “결사충성”하자는 호소는 많았다. 그러나 북한 정권 역사상 인민을 위해 “멸사복무”하겠다는 “의지”는 처음이 아닐까 싶다, 물론 “결사”와 “멸사”, 그리고 그 뒤의 단어들인 “충성”과 “복무”의 용어차이에서 수령과 인민을 명백히 차별화 했다.
설령 그렇다 할지라도 김일성 정권에서는 “인민을 위하여 복무함!”이 고작이었다. 그런데 그 손자대에 와선 죽도록 복무하겠다는 “멸사복무”가 됐으니 그만큼 정권심리가 더 초조해진 것이다. 특히 놀라운 점은 수령과 인민을 동급으로 설정한 점이다.
“인민! 우리 당에 있어서 그것은 곧 위대한 수령님들이시다. ...태양을 받드는 높이에 인민을 올려 세운 우리 당의 복무가 어찌 멸사가 아닐 수 있겠는가,” “수령님들을 모시듯이 인민을 받들라, (노동신문 발췌)
외부시각에서 보면 사실 이 문구들은 국민에 대한 심각한 모독이다. 그러나 수령 신격화 체제인 북한 특성상 인민을 수령의 위치에 올려놓는 것 자체가 엄청난 비약이다. 예전에는 수령을 무조건 태양이라고 했는데 이제는 인민도 그 하늘처럼 우러러야 할 상대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누가? 정론 ”멸사복무“의 주 호소대상은 다름아닌 간부들이다. 그런데 그 간부들의 위치도 이전과 확실히 달라졌다. ”그이의 어깨우에 실린 무거운 짐을 하나라도 덜어드려야 할 사람, 멀고도 험난한 복무의 길을 그이와 팔을 끼고 어깨겯고 함께 헤쳐나가야 할 사람들은 혁명의 기수들인 우리 일군들이다.“(노동신문 발췌)
이 문구들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김정은의 어깨 위에 실린 무거운 짐을 덜어주는 간부들, 무엇보다 김정은의 ”팔을 끼고, 어깨겯고 함께 헤처나간다.“는 수평관계의 표현이다. 지금껏 북한에 수령과 어깨가 같았던 간부들이 과연 있었나? 마치 김정은이 갑자기 작아졌거나 간부들이 커졌다는 말처럼 들리는 대목이다.
물론 정론의 주인공은 시종일관하게 김정은이다. 또 수령주의에서 한치도 탈선하지 않는다. 그러나 ”멸사복무“가 드러낸 정권의 심리적 요소들을 보면 과거에 없던 큰 변화들이 있다.
첫째는 북한 노동당이 인민의 ”심부름꾼“에서 ”멸사복무“로 비장해진 점이다. 비록 선전문구라 할지라도 정권의 구차한 변명이 더 커진 셈이다. 그만큼 주민불만과 압박이 더 거세졌다는 설명으로 된다.
둘째는 간부들의 달라진 위상과 역할의 주문이다. 정론의 형식적 주인공은 수령이지만 모든 호소는 간부들에게 집중된다. 과거처럼 단순히 수령의 책임을 간부들에게 떠넘기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수령의 팔을 끼고 어깨겯고 함께 헤쳐나가는 일꾼들“로 격을 높여 미화하지 않는다.
수령이 위대해서 수령만 따르면 다 된다는 수령만능주의에서 현실적인 호소로 발전한 것이다. 즉 간부들에게 이제 더 이상 물러서면 정권멸사라는 위기의식 세뇌와 함께 각자의 위치에 맞는 역할과 노력을 강하게 선동하는 것이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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