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별아를 따라 천년왕국 신라를 산책하다
기자명 홍성식 기자
입력 2023.07.25
'월성을 걷는 시간'을 읽는 즐거움
홍성식 (객원기자ㆍ시인)
소설 <미실>로 제1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했고, 조선 여성 3부작으로 불리는 <채홍> <불의 꽃> <어우동, 사랑으로 죽다> 등을 발표하며 문단 안팎의 주목을 받은 김별아의 ‘천년왕국 신라 산책기’를 읽는다. 이름하여 <월성을 걷는 시간>.
(김별아, '월성을 걷는 시간', 해냄, 2022)
책엔 오랜 시간 계획을 세워 경주 월성 일대를 직접 돌아본 김별아가 독자들에게 들려주는 월성을 포함한 신라 역사 이야기가 실렸다. 여기에 현재 경주에서 살아가는 이들과의 만남도 담아냈다.
소설가 김별아는 경주의 진면목을 찾기 위해 지난 2019년부터 2022년까지 경주 월성과 주변 지역을 여러 차례 답사했고, 서라벌을 근거지로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책에선 '조심스레 얼굴을 드러내는 역사의 속살'이라는 부제를 단 월성 이야기를 시작으로, 고문헌인 <삼국사기> <삼국유사> <화랑세기> 등에 기록된 월성과 그 주변 유적들에 대한 이야기 등이 흥미롭게 전개된다.
경주 중심부에 위치한 신라시대 궁궐이었던 월성은 그 안에 갖가지 사연과 수많은 유물을 지니고 있는 한국 역사의 보물 같은 공간이다.
김별아는 꼼꼼한 사전 취재와 여러 차례의 현장 답사를 통해 그곳을 독자들에게 한 걸음 더 다가서게 만들고 있다. 책을 읽노라면 그런 느낌은 더욱 강해져 마치 소설가와 월성 주변을 산책하는 기분이 든다.
김별아는 보다 정확한 정보와 역사 지식을 전달하고자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관계자, 월성 발굴 작업반장 등도 만나는 수고도 아끼지 않았다.
'개의 이빨처럼 맞물려 있던 시절'이란 글에서는 백제와 고구려의 궁궐은 신라와 어떻게 달랐는지도 확인해 볼 수 있다.
책을 펴낸 출판사는 "한해 방문객 수만 1270만 명이 넘는 도시 경주. 한국 최고의 역사·유적 도시로서 수학여행의 단골코스이자, 힙한 황리단길로도 유명세를 떨치고 있지만 정작 우리는 경주가 품고 있는 역사와 공간적 의미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라고 묻는다. 의미 있는 질문이다.
(김별아 작가. 사진=구창웅 촬영)
이와 관련 김별아는 책의 서두에 실린 작가의 말에서 "경주로 가는 발걸음은 언제나 설렌다. 신라와 서라벌에 대해 우리는 이미 많은 것을 아는 듯하지만 여전히 많은 것을 모른다. 그리하여 월성이라는 비밀의 열쇠를 풀고 경주로 향하는 마음은 이미 알고 있는 것들과 여전히 모르는 것들 앞에 달떠 두근거린다"고 썼다.
신라의 역사와 경주 사람들에 관한 애정이 담긴 이 말로 미루어 보자면 김별아는 월성과는 또 다른 '신라' 혹은 '경주' 이야기로 독자들 곁에 돌아올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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