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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명철 교수 “美명문대 한국史 전혀 몰라, 中‧日 역사왜곡 막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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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3.03.30
美 예일대서 한국 고대사 최초 강의, 윤명철 교수 인터뷰1
“예일대 첫 강의에서 우리 민족의 자의식과 정체성, 고구려의 국제관계 이런 걸 설명하고자 했는데 막상 참석자들에게 충격을 준 것은 만주가 우리 민족의 역사 강역이었다는 사실이에요. 당연한 사실을 모르거나 왜곡해서 알고 있어 제가 더 충격이었어요.”
예일대에서 최초로 한국 고대사 강의를 하는 윤명철 동국대 명예교수(현재 우스베키스탄 국립사마르칸트대학 교수). 사진 강나리 기자.
윤명철 동국대 명예교수는 지난 2월부터 미국 명문대인 예일대학교 동아시아연구원 초청으로 한국사 특강을 진행 중이다. 한국 고대사 연구자로서는 예일대 강단에 선 최초의 사례이다. 또다시 예일대 특강을 위해 출국하기 전 인터뷰에서 그는 역사학자로서 느낀 소회를 밝혔다.
현재 우즈베키스탄 국립사마르칸트대 교수로 현역으로 활동 중인 그는 중국과 일본계 교수가 다수 활동하는 예일대에서 중국의 동북공정, 일본의 역사 수정주의로 왜곡된 한국사를 바로 잡고, 제대로 알려야 할 이유와 시급한 대책에 관해 이야기했다.
미국 학계에서 한국 역사에 대한 관심은 어느 정도 인지?
그동안 한국 역사에 대한 관심이 없어 한국사 연구자들도 거의 없죠. 동아시아 연구는 예일대 동아시아연구원과 하버드대의 라이샤워연구소, 옌칭연구소가 허브인데 주로 중국과 일본 연구에 집중되어 있어요. 예일대 동아시아연구원만 해도 중국 관련 연구자가 20명, 일본 연구자가 9명, 한국 연구자는 현재 불교사를 연구한 김환수 교수 1명뿐입니다.
이런 현상은 미국 전역에서 마찬가지예요. 예일대 특강 때 통역을 맡은 미시건대 안준영 교수도 한국 근대사 연구자는 그나마 조금 있지만, 그 이전 조선이나 고려 연구자는 거의 없고 고대사 연구자는 한 명도 없다고 실정을 이야기했어요.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깊은 절망감을 느꼈습니다.
이건 우리가 잘못한 것이죠. 지금 우리 정부나 학진에서 학자를 파견하거나 아니면 외국 사람에게 도움을 줘서 한국사를 공부하고 교수가 되게끔 해야 하거든요. 그런데 우리는 그걸 못하고 중국과 일본은 막대한 자본을 투자하고 있다는 게 다릅니다.
예일대는 미국의 손꼽히는 명문대입니다. 여기 한국사를 제대로 알려야 하는 이유는?
올해 323주년을 맞는 예일대에서는 그동안 미국 대통령 5명과 노벨상 수상자가 62명이 배출되었어요. 미국의 미래를 이끌어갈 인재들을 배출하는 한 축인 셈이죠. 그런 이들에게 중국과 일본에 의해 왜곡된 동아시아 역사관을 심어주는 것은 매우 큰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주목할 사례로 지난 2017년 미‧중 정상회담 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한국이 원래 중국의 일부였다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들었다”고 밝혀 논란이 된 적이 있죠. 그런데 중국의 동북공정, 일본의 역사 수정주의에 노출된 인재들이 정계에 나가고 사회를 이끌면서 친일파, 친중파가 될 수밖에 없어요. 보고 배운 대로.
중국이나 일본이 서구 학계에 대한 연구비 투자 규모가 크다고.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어요. 엘빈 토플러나 제럴드 다이아몬드처럼 우리나라에서도 널리 알려진 유명한 석학들도 받지 않은 경우가 드물다고 할 정도죠. 교수들은 기본적으로 프로젝트로 움직입니다. 중국이나 일본은 이렇게 국가 단위에서 외국학자들에게 연구비를 지원해 자국의 이익에 우호적인 세력을 만들고 있죠.
윤명철 교수가 영어로 집필한 저서 '한국 역사와 문화의 이해' . 윤명철 교수는 우리 학자들이 외국 대학에 나가 강의하고 영어로 책을 써서 우리 역사를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고 한다. 사진 강나리 기자.
일본 단체와 정부로부터 금전적 지원을 받은 존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가 위안부 왜곡 발언을 했죠. 이와 같은 사태가 또다시 일어날 수 있다고.
(램지어 교수의 하버드대 공식 직함은 ‘미쓰비시 일본 법학교수’로 일본 재벌 미쓰비시 그룹이 하버드 대학교에 연구기금을 조성해 만들어진 자리이다)
램지어 교수의 역할이라든가 개인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그런데 미국에서 교수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달라요. 미국에서 정교수는 ‘테뉴어(Tenure, 종신재직권을 보장받은 정교수)’라는 극히 적은 수죠. 그들을 빼고는 대부분 연구 프로젝트를 받아 그걸 연구함으로써 교수 직위를 유지하는 것이죠. 언제든지 해고하면 그냥 나가야 합니다. 램지어 교수는 일본에서 받았지만, 지금은 주로 중국이 공자학원을 통해 주도하고 있죠.
현재 중국은 20여 년에 걸쳐 정교하게 만들어낸 동북공정 논리를 전 세계에 널리 퍼트리는 전파공정 단계에 있습니다.
예일대 특강 때도 참석자들이 만주가 우리 민족의 영토였다는 것에 충격을 받고 질문을 했어요. 너무나 당연한 사실인데도 모르는 거죠. 과거 중국 주은래(周恩來) 총리도 만주에 관해 언급한 적이 있지만 지금은 완전히 반대로 말하고 있죠. (주은래 총리는 “도문강, 압록강 서쪽은 역사 이래 중국 땅이었다거나, 심지어 고대부터 조선은 중국의 속국이었다고 말하는 것은 황당한 이야기”라고 했다)
그리고 국내 학자들이 잘 모르는데 중국은 만주를 비롯해 서북공정으로 신장위구르 지역에 대해 엄청난 양의 연구논문을 내고 있어요. 저는 고구려를 많이 연구했고 제 학설 이론을 가지고 그들의 논리를 깰 수 있는 있는 것이지 연구 성과 양으로는 게임이 안 됩니다. 중국은 기본적으로 제국주의적 성격이 강해요. 주변에 있는 모든 나라를 다 자기 것으로 하려는 문화이기 때문에 우리가 끝없이 저항하지 않으면 잡혀 들어가요.
그런데 기본 틀이 있잖아요. 한국학자들은 그걸 강조하면 되요. 만주에 살던 종족의 성분들을 분석해보면 우리와 직접 관련이 되어 있고, 그들이 내려가 중국에 정복왕조를 세웠다는 것이죠. 제 이론은 “중국은 국가 개념이 아니다. 적어도 전근대에는. 질서와 문명 이런 개념이니까 우리는 달리 봐야 한다” 이렇게 중국에 대한 기본 틀을 깨야 하죠.
지난해가 동북공정 20주년이었죠. 그 논리가 교묘해 자칫 말려들 위험이 큰 것 같습니다.
우리 학자들이 미시적인 역사 사실만 가지고 공부해서는 중국에 제대로 대응할 수가 없어요. 역사를 거시적 본질적으로 보지 않으면 중국 학자들의 논리에 끌려 들어갑니다. 중국 문명의 태동부터 그들의 역사발전 메커니즘까지 전체를 봐야 해요. 저는 공개적으로 중국 정부가 나를 초청해서 논쟁을 하자고 합니다. 직접 맞부딪히자는 것이죠.
이번 예일대 한국사 특강이 새로운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되겠습니다.
그렇죠. 지난 한국사 강의에 대한 호응이 컸고 예일대에서 유튜브로 공개했기 때문에 다 보게 되었어요. 앞으로 초청이 오거나 “한국이 이런 나라였어? 한국 역사가 이래?”라며 궁금해서라도 우리 학자들을 부르겠죠.
그리고 제가 지금 외국 대학에 있잖아요. 그렇게 우리 학자들이 외국 대학으로 나가고 특강도 해야 합니다. 또, 영어로 책을 써서 알려야 하죠. 우리 역사를 그동안은 우리를 비하하는 중국이나 일본이 하거나 그걸 대충 공부한 서양인이 주도했어요. 그건 잘못된 거잖아요. 왜 우리 역사를 남의 나라한테 맡깁니까? 우리가 해야죠. (2편에서 계속)
강나리 기자 heonjuk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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