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들이 진정 원하는 것?] 제가 재직하고 있는 오슬로대는 한국의 7곳 대학들과...
- Vladimir Tikhonov
[20대들이 진정 원하는 것?]
제가 재직하고 있는 오슬로대는 한국의 7곳 대학들과 자매결연을 한 상태입니다. 자매결연이 돼 있으면 교원과 학생들의 교환이 가능해지는데, 한국으로 가는 노르웨이 교원이나 학생들은 극소수에 불과하지만 한국에서 오슬로대로 교환 학생 신분으로 오는 사람들은 학기마다 수십 명에 달합니다. 이와 같은, 실은 다소 한쪽으로 쏠린 '교환' 덕분에 제가 지난 19년 간 비록 몸은 오슬로에 있어도 한국 젊은층의 동향을 나름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물론 여기에서는 '대표성'의 문제는 좀 있을 수는 있죠. 오슬로에 오는 학생들은 대부분 (약 7할 이상) 여성이며, 사회-경제적 성분으로는 중간 계층이나 그 이상은 대다수이었습니다. 출생지는 대부분 광의의 수도권이었고요. 그러나 이와 같은 한계를 가지더라도 대체로 민주화 이후 시대의 20대들의 사고와 열망의 일부분을 어느 정도 접할 수 있었다고는 생각합니다.
(미국이 아닌) 노르웨이에 갔다고 해서 다 자유주의자나 '좌파' 되는 것은 전혀 아닙니다. 고전적 의미에서의 '좌파' (계급론적 세계관의 소유자)는 한국 사회 전체에서도 제가 오슬로나 국내에서 만난 20대 중에서도 대체로 소수이었습니다. 많아야 10-15% 정도 되는 거죠. 대부분은 중도 자유주의자나 중도 우파에 가까웠습니다. 그런데 좌 내지 우의 성향을 떠나서 다들 이구동성으로 현존의 한국 사회에서 다음과 같은 부분들을 가장 부정적으로 보곤 해왔습니다:
- 서열 사회. 학교 교원이나 직장 상사의 무조건적 반말질부터 18-19세에 한 번 본 수능의 결과로 전 인생의 과정이 바로 정해지는 학벌 서열까지, 이 모든 것들은 젊은 한국인들에게 비합리적으로 느껴집니다. '근대'의 정의가 여러 가지 있고 서열 사회의 표본에 가까운 일제 시대의 사회도 많은 의미에서는 '근대'에 속했지만, 한국형 서열 사회는 한국 20대들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그 '근대'의 그림과는 전혀 맞지 않습니다.
- 과로 사회. '자기 실현', 그리고 자기 실현을 위한 여유를 원하는 이 세대로서는 직장이 하루 종일, 전 인생을 식민화하듯 하는 것이 감옥 그 자체입니다. 어차피 소외된, 즉 본인이 경영 참여하거나 관리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없는 자본제 사회의 노동인데, 그게 인생의 '전부'가 된다면 인생을 빼앗기는 거나 마찬가지라는 사고입니다. 그래서 상사의 무조건적 폭언, 명령투, 하대 그다음으로 잔업 강요가 '문제'로 꼽히고, '칼퇴근'은 꿈 그 자체가 됩니다.
- 불안 사회.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자기 실현'은 일단 안정적 소득을 그 전제로 하는 것이고, 건물주 등 자본가가 아닌 이상 안정적 소득을 '정규직'을 뜻합니다. 그래서 제가 본 20대들 중에서는 국내에서 공무원이 되거나, 외국에 나가서 정규직이 되는 삶을 꿈꾸는 이들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국내 대기업 정규직은 "과로"와 "서열" 속에서의 "복종"을 전제로 하는 만큼 훨씬 덜 선호되는 것 같았습니다.
굳이 세계 20대들을 '성향'별로 분류한다면, 한국의 20대들은 아마도 '중도' 정도 될 듯합니다. 폴란드나 일본만큼 보수화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이미 신자유주의로 만신창이가 된 영국이나 프랑스처럼 상당수가 아예 "자본주의 이후"를 꿈꾸는, 그런 급진화가 보이는 것도 (아직) 아닙니다. 한국 20대들은 자본주의는 이미 공기 같은 것이고, 그들이 글러벌 자본주의의 피해자들과 연대하는 것보다 좀 편하게 살 수 있는 승리자 국가, 즉 북구나 호주, 뉴질랜드 등에 사회 편입하여 사는 것을 훨씬 더 자주 꿈꿉니다. 그들이 북조선에 대해 무관심한 경우들이 상당히 많은데, 역시 여기에서도 한국과 이미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낮은 북측의 "1인당 GNP"는 문제일 겁니다. 결코 민주 국가는 아니지만, 영어를 쓰고 유럽 만큼 잘사는 싱가포르에 대한 호의적 태도와는 사뭇 대조되는 태도죠...한국 젊은이들이 "자본주의 그 다음"보다는 북구처럼 "잘 관리되고 공공 부문이 강한" 수정 자본주의를 훨씬 더 강하게 선호합니다. 상사로부터 폭언 들을 확률이 낮고 제 시간에 퇴근해도 되고 대학에 무료로나 싼 값에 다니고 그담 쉽게 정규직을 얻어 모기지론을 받아 자기 집 마련에 빨리 나설 수 있는, 그런 사회를 원하는 것이죠.
그러니 앞으로 한국 정치의 관건은, 이 세대의 표심을 누가 잡을 것이냐에 달려 있습니다. 문 정권은 만약 학벌 서열의 완화, 민간 부문 정규직화 진척, 그리고 '칼퇴근' 문화 정착, 직장 갑질의 근절 등에 성공한다면 어쩌면 젊은 표심을 다시 얻어 정권 재창출에 성공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특히 민간 부문의 정규직화 진척 등은 대자본과 이해 충돌의 가능성이 높은 부분이기에 아마도 이 정권으로서 불가능할 것 같기도 합니다. 그만큼 지금과 같은 상대적 고인기의 유지도 앞으로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자유주의자들에게 실망한 젊은 고학력자들이 투표 그 자체를 거부할 경우 결국 특정 지방과 강남의 "광의의 보수/극우"블럭이 이기고 말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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