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麗大노동문제연구소 한국노동운동사 2 - 일제하의 노동운동 1920 ~ 1945
김경일 (지은이)

목차
제1장 서론
제1절 일제하 노동운동의 성격과 의의
제2절 노동운동에서 시공간의 문제
제3절 노동운동의 자료와 방법
제1절 근대 자본주의의 이입과 식민지 공업의 전개
제2절 노동자의 내부 구성과 특성
제3절 노동조건과 생활상태
제1절 3·1운동의 영향과 노동문제의 대두
제2절 노동조합의 조직
제3절 노동운동의 전개와 양상
제4절 일본에서 초기 노동운동
제1절 노동조합의 조직과 형태
제2절 노동운동의 이념과 활동
제3절 노동운동의 전개와 성격
제4절 일본에서 노동운동의 발전
제1절 산업별 노동조합의건설과 혁명적 노동조합으로의 이행
제2절 개량주의와 어용 노동조합
제3절 노동운동의 고조와 지속
제4절 일본에서 노동운동의 심화
제1절 전시체제로의 이행과 노동력 동원
제2절 노동운동의 존재 양상
제3절 일본에서의 노동운동
제7장 맺음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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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서론에서 제7장 맺음말에 이르기까지 본서는 일제하 한국 노동운동의 통사를 세밀하게 복원한다. 식민지라는 특수한 시공간 속에서 전개된 노동운동의 구조와 역학을 분석하고, 나아가 국내뿐만 아니라 일본 현지에서 이루어진 재일 조선인 노동운동까지 포괄하여 입체적인 시각을 제공한다.
1. 요약
식민지 자본주의와 노동자의 형성 (제1장~제2장)
일제하 노동운동의 성격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먼저 식민지 공업화의 전개 과정을 이해해야 한다. 일제의 식민지 자본주의 이입은 조선 고유의 경제 구조를 왜곡하며 진행되었다. 이 과정에서 형성된 조선인 노동자 계급은 민족적 차별과 계급적 착취라는 이중의 억압 구조에 직면했다.
노동자의 내부 구성을 살펴보면, 농촌의 몰락으로 양산된 저임금 미숙련 노동자가 다수를 차지했으며, 여성과 아동 노동의 비중도 높았다. 이들은 비인간적인 장시간 노동, 살인적인 저임금, 그리고 일본인 노동자와의 극심한 격차 속에서 비참한 생활상태를 유지해야 했다. 이러한 객관적 조건은 차후 노동운동이 단순한 생존권 투쟁을 넘어 항일 민족운동의 성격을 띠게 만드는 토양이 되었다.
1920년대 노동운동의 전개와 분화 (제3장~제4장)
1920년대 전반기 노동운동은 3·1운동의 영향 속에서 폭발적으로 대두했다. 이 시기에는 최초의 현대적 노동조합들이 조직되기 시작했으며, 원시적 형태의 동맹파업이 빈발했다. 일본 현지에서도 조선인 노동자들이 독자적인 조직을 결성하며 초기 노동운동의 발판을 마련했다.
1920년대 중후반기에 접어들면서 운동은 질적인 전환을 맞이한다. 소수의 지식인 중심에서 벗어나 노동자 대중에 기반한 조직 형태를 고민하기 시작했고, 사회주의 이념이 본격적으로 유입되면서 운동의 방향성을 둘러싼 치열한 논쟁이 전개되었다. 노동조합의 전국적 연대 노력이 가시화되는 동시에, 일본 내 조선인 노동운동 역시 일본 노동운동 세력과의 유대 및 갈등을 거치며 독자적인 발전을 이룩했다.
전시체제기 비합법 운동과 종전기 (제5장~제6장)
1930년대 들어 일제의 탄압이 극도에 달하자, 노동운동은 비합법 영역으로 침잠한다. 이 시기는 혁명적 노동조합운동기로 규정된다. 합법적인 활동이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운동가들은 지하로 들어가 산업별 노동조합을 건설하고자 했으며, 계급 투쟁의 강도를 높였다. 한편에서는 일제의 회유에 넘어간 개량주의 및 어용 노동조합이 등장하여 운동 내 분열을 획책하기도 했으나, 현장 노동자들의 자발적이고 지속적인 저항은 멈추지 않았다.
1930년대 후반부터 1945년 해방 직전까지의 종전기는 전시체제 확립에 따른 강제 동원의 시대였다. 일제는 국가총동원법을 통해 조선의 노동력을 병참기지화에 맹목적으로 동원했다. 극단적인 통제 속에서 표면적인 대규모 조직 운동은 억제되었으나, 태업, 탈출, 소규모 사보타주 등 생존과 저항을 위한 소리 없는 투쟁이 국내외 현장에서 종전 직전까지 끈질기게 이어졌다.
2. 평론
식민지성과 계급성의 유기적 결합
본서의 가장 큰 학문적 성과는 일제하 노동운동이 지닌 <식민지적 특수성>과 <자본주의적 보편성>을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설명해 낸 점에 있다. 저자는 노동운동을 단순히 민족해방운동의 하위 범주로 환원하거나, 반대로 계급 투쟁의 관점만을 고집하여 식민지라는 특수 상황을 간과하는 이분법적 오류를 극복한다. 식민지 권력이 곧 자본의 주체였던 상황에서 노동자의 계급적 각성은 필연적으로 반제국주의 항일 투쟁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었음을 구체적인 통계와 사례로 증명한다.
시공간적 지평의 확장: 재일 조선인 노동운동의 포섭
각 장의 마지막 절마다 일본에서의 노동운동을 배치한 구조는 본서의 독창성을 돋보이게 만든다. 당시 조선인 노동자들은 한반도라는 지리적 경계에만 머물지 않았다. 일본 본토의 탄광, 군수공장, 조선소 등으로 이주한 수많은 조선인 노동자들은 그곳에서 제국주의 핵심부의 모순을 온몸으로 겪었다. 저자가 시공간의 문제를 제1장에서 제기하고 이를 책 전체에서 관철한 것은, 한국 노동운동사를 동아시아적 차원, 나아가 이주 노동의 역사라는 현대적 관점으로까지 확장하여 이해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한다.
역사적 한계와 현대적 의의
다만, 비합법운동기와 종전기를 다룸에 있어 사료의 한계로 인해 노동자 개개인의 내면적 인식이나 일상적 저항의 미시적 궤적을 완벽하게 복원하는 데는 일정 부분 아쉬움을 남긴다. 최고 지도부나 조직 중심의 기록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사학계의 한계가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1920년대부터 1940년대까지 가혹한 탄압 속에서도 꺾이지 않았던 노동자들의 주체성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일제하 노동운동은 단순히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국가 권력과 자본의 결탁 속에서 노동자가 어떻게 스스로의 권리를 옹호하고 조직을 건설해 나갔는지를 보여주는 거울이다. 식민지 자본주의라는 극단적 환경 속에서 피어난 저항의 서사는, 오늘날 세계화된 신자유주의 체제 하에서 파편화된 현대 노동자들에게도 연대와 주체성 회복이라는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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