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질병 치료야말로 한의사의 업” | 한의신문
“사회적 질병 치료야말로 한의사의 업”
한의사의 사회 운동 이야기
고은광순 평화어머니회 대표 인터뷰
[한의신문=윤영혜 기자]지난달 28일 서울 교대역 대법원 앞에서는 1인 시위가 있었다. ‘고도의 정치행위라는 대법원 주장, 부끄럽지?’라는 현수막을 목에 건 이는 한의사인 고은광순 씨다. 2013년 헌법재판소가 긴급조치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렸는데도 대법원이 국가를 상대로 피해자들이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대통령의 긴급조치권 행사는 고도의 정치성을 띤 국가행위로서 국민 개개인에 대해 민사상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볼 수 없다”는 판결을 내린 데 대한 저항이었다.
그는 촛불로 대표되는 민심이 정권을 교체한 요즈음에도 광화문 광장을 찾는다. 충청북도 옥천군 청산면 산자락에 위치한 솔빛한의원을 운영하며 텃밭을 가꾸며 일군 수입으로 줄어든 소득만큼 소비도 줄이며 자연 속에 산다는 고은광순 원장은 본래의 업인 한의사보다 반전, 평화, 여성운동에 앞장서는 사회 운동가다.
1984년에 대전대 한의학과에 입학해 한의사가 된 뒤 안티미스코리아 운동, 호주제 폐지운동, 내 제사 거부하기 운동 등 여성주의 운동은 물론 종교법인의 재정 투명화, 최근의 반전 평화시위에 이르기까지 사회 각 분야에서 선도적 역할을 해왔다.
지난 2015년 6월25일부터 전쟁을 추억하자는 그간의 프레임을 ‘평화를 일구자’로 바꾸기 위해 평화어머니를 조직하고 미국 대사관 앞에서 평화협정을 위한 화목시위를 하고 있는데 최근 180회를 넘겼다고 한다. 지난해부터는 ‘여성평화밴드’를 꾸려 월 1회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평화를 춤추자’를 주제로 플래시몹을 하고 있다. 그렇게 2년을 활동한 끝에 최근에는 단체로 등록했다는 고은광순 평화어머니회 대표를 직접 만나봤다.
여성 문제에 동참하게 된 계기를 묻자 “넷째 딸로 태어나 아들,딸 차별을 많이 보고 컸습니다. 한의사가 된 후에 아들 낳는 한약을 지어 달라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는 걸 알고 놀랐습니다. 남녀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며 호주제 폐지운동을 시작하게 됐고 당시 함께 활동했던 여성단체연합의 사무국장이 지금의 남인순 의원”이라고 답했다.
고은 대표는 당장 눈앞의 먹고 사는 문제 뿐 아니라 사회적 문제에 동참하는 길이야말로 한의사로서 사회적 질병을 치료하는 데 기여하는 일이라는 생각도 밝혔다.
“한의학에 병이 도진 뒤 고치는 걸 하의, 병이 나기 전에 예방하는 의사를 상의라고 하는데 사회적으로 불안정하고 젊은이들이 취업, 결혼, 출산을 포기하고 헬조선을 말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회 환경이 분노와 증오를 부추기고 화병과 우울증 등을 야기하죠. 한의사가 더불어 사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나서 상의가 되는 게 건강한 사회로 가는 지름길이 아닐까요?”
고은 대표는 한의계 이슈에도 앞장서서 활동했다고 했다. 90년대 초 약사법 분쟁 때 전면에 나서 투쟁했던 그는 최근 한의계 이슈인 의료기기 사용 문제에 대해 소수가 이기심 때문에 독점을 해서는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최근 은행효소를 다루다 옻독이 올라 눈이 안 떠질 정도로 얼굴이 부어 병원에 갔는데 이유도 안 알려주고 무작정 엑스레이를 찍더라”며 “의료가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이익을 창출하는 도구가 되다보니 환자 역시 도구 취급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양의사라는 소수집단이 과학의 산물인 의료기기를 독점하다보니 이익을 위한 도구로 의료기기를 남용하기도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어 “의료계가 대승적 견지에서 환자를 위해 필요하다면 이기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처음에는 한의사가 청진기도 못쓰게 하지 않았나. 과거가 경쟁, 독점의 시대였다면 이제는 협동과 합리주의의 시대로 의료계도 진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의협에선 1인 1정당 갖기 운동이 한창”이라고 기자가 운을 떼자 그는 “밥숟가락 하나 뜨는 것부터 사람 사는 세상에서는 모든 게 정치”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치적으로 무관심하거나 기득권에 편승하려는 세력들 때문에 한국은 오랫동안 어두운 세월을 겪었는데 이것을 밝게 바꾸는 게 정치의 힘이라고 봅니다”라고 했다.
적합한 지도자를 뽑는 일에도 직접 참여해야 하고 또 지도자를 뽑은 이후에도 촛불 광장은 정권이 교체돼도 살아있어야 한다는 것. 그래서 정부가 제대로 개혁하자 못할 때 국민이 대신 앞에서 말하고 뒤에서도 압박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는 “한의사들이 정치적으로 정치인들을 후원하는 것도 마찬가지”라며 “거시적 관점에서 최종적으로 국민에게 이익이 되는 정책들이 결정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는 27일에는 파주 휴전선을 따라 여성평화 걷기 행사가 예정돼 있다는 고은 대표. 그는 “이 작은 행보를 통해 판문점까지도 걸어서 가기를 희망한다”며 “사회적 난제를 해결하는데 평화어머니회가 적극 나설 수 있도록 회원들의 후원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평화어머니회는 최근 QR코드(사진)를 활용한 후원방식을 새로 마련했으며 온라인을 통한 후원은 http://www.ihappynanum.com/Nanum/B/IYTQXXWDAU으로, 계좌로는 국민은행 870301-04-052045로 이체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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