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오코노기 마사오]문재인 정권이 親北-親中정권이 아닌 이유
[세계의 눈/오코노기 마사오]문재인 정권이 親北-親中정권이 아닌 이유
오코노기 마사오 게이오대 명예교수 동서대 석좌교수입력 2017-06-16 03:00수정 2017-06-16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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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민족주의 계승한 문재인 정권 유화적 對北정책은 중국의 대북정책과 유사
중국의 역할 확대하려는 미국과 트럼프를 대북 협상 테이블로 유도하려는 중국
美-中 사이 주체적 외교 실천해야 건전한 민족주의 성장할 수 있어
오코노기 마사오 게이오대 명예교수 동서대 석좌교수
일본에서 “문재인 정권은 친북 정권 아니냐”는 질문을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좌파 민족주의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일본에서 좌파는 이데올로기적으로 사회주의 세력이고, 민족주의는 우파의 점유물이다. 그러나 한국에선 우파보다 좌파가 민족주의적이고, 원리주의적이다.
그렇다면 문재인 정권을 포함한 한국 좌파 정권의 ‘대북 유화적 성향’이란 무엇일까. 우파의 민족적 충성심이 대한민국에 한정된 반면, 좌파에는 거기에 더해 반(反)분단·통일 민족주의가 짙게 존재한다고 생각된다. 물론 이는 사회주의도, 친북도 아니다.
그런 이유로 한국의 역대 좌파 정권은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 스포츠 교류, 경제 교류 등에 열심이었다.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사업이 김대중 정권에서 시작된 것도 우연이 아니다. 여기에 김대중·김정일 정상회담에서 남북의 연합제·연방제 통일 방안이 논의되고, ‘민족 경제의 균형적 발전’이 명문화됐다.
그러나 잘 생각해 보면, 이런 좌우의 민족주의 논쟁은 해방 직후로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남한에서 처음 단독정부론을 주장했던 사람은 이승만 박사였고, 그에 추종한 것이 우파인 한국민주당이었다. 이들은 남한에 대한민국 정부를 수립하고, 그 정통성을 북한으로 확대하려 했다.
반면 대한민국 정부 정통성의 근원이라 할 수 있는 충칭(重慶) 임시정부를 유지해 왔던 김구 주석과 김규식 부주석은 그런 ‘선(先)독립 후(後)통일’ 노선에 동조하지 않았다. 김규식은 여운형과의 중도파연합으로 활로를 찾으려 했고, 김구는 김규식과 평양을 방문해 김일성과의 남북협상에 마지막 꿈을 걸었다. 모두 반분단·통일 민족주의였다.
김구와 김규식의 시도는 실패로 끝났다. 동서 냉전이 발흥하는 가운데 국제정세, 특히 미국 사정에 정통하고 냉전을 예측한 이승만과 소련의 지원을 받은 김일성이 유력해진 것이다. 김일성의 민주기지론은 이승만 이상의 철저한 선독립 후통일 노선, 즉 북한을 근거지로 한 대남무력해방론이었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에 이어 새로 출범한 문재인 정권은 한국 좌파 민족주의의 전통을 계승하고 있다. 대통령의 외교·안보담당 특별보좌관은 통일도 담당하게 됐고 노무현 정권에서 정상회담을 준비했던 서훈 씨와 조명균 씨가 각각 국가정보원장과 통일부 장관에 지명됐다.
그런데 하나 흥미로운 점은 문 정권의 대북정책과 중국의 대북정책 사이에 유사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김대중, 노무현 시대에도 잠재적으로 존재했던 것이지만, 중국이 대국화하고 발언력이 증대할 때까지는 표면화되지 않았다.
예를 들어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명시한 대북 3원칙, 즉
그렇다면 문재인 정권을 포함한 한국 좌파 정권의 ‘대북 유화적 성향’이란 무엇일까. 우파의 민족적 충성심이 대한민국에 한정된 반면, 좌파에는 거기에 더해 반(反)분단·통일 민족주의가 짙게 존재한다고 생각된다. 물론 이는 사회주의도, 친북도 아니다.
그런 이유로 한국의 역대 좌파 정권은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 스포츠 교류, 경제 교류 등에 열심이었다.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사업이 김대중 정권에서 시작된 것도 우연이 아니다. 여기에 김대중·김정일 정상회담에서 남북의 연합제·연방제 통일 방안이 논의되고, ‘민족 경제의 균형적 발전’이 명문화됐다.
그러나 잘 생각해 보면, 이런 좌우의 민족주의 논쟁은 해방 직후로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남한에서 처음 단독정부론을 주장했던 사람은 이승만 박사였고, 그에 추종한 것이 우파인 한국민주당이었다. 이들은 남한에 대한민국 정부를 수립하고, 그 정통성을 북한으로 확대하려 했다.
반면 대한민국 정부 정통성의 근원이라 할 수 있는 충칭(重慶) 임시정부를 유지해 왔던 김구 주석과 김규식 부주석은 그런 ‘선(先)독립 후(後)통일’ 노선에 동조하지 않았다. 김규식은 여운형과의 중도파연합으로 활로를 찾으려 했고, 김구는 김규식과 평양을 방문해 김일성과의 남북협상에 마지막 꿈을 걸었다. 모두 반분단·통일 민족주의였다.
김구와 김규식의 시도는 실패로 끝났다. 동서 냉전이 발흥하는 가운데 국제정세, 특히 미국 사정에 정통하고 냉전을 예측한 이승만과 소련의 지원을 받은 김일성이 유력해진 것이다. 김일성의 민주기지론은 이승만 이상의 철저한 선독립 후통일 노선, 즉 북한을 근거지로 한 대남무력해방론이었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에 이어 새로 출범한 문재인 정권은 한국 좌파 민족주의의 전통을 계승하고 있다. 대통령의 외교·안보담당 특별보좌관은 통일도 담당하게 됐고 노무현 정권에서 정상회담을 준비했던 서훈 씨와 조명균 씨가 각각 국가정보원장과 통일부 장관에 지명됐다.
그런데 하나 흥미로운 점은 문 정권의 대북정책과 중국의 대북정책 사이에 유사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김대중, 노무현 시대에도 잠재적으로 존재했던 것이지만, 중국이 대국화하고 발언력이 증대할 때까지는 표면화되지 않았다.
예를 들어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명시한 대북 3원칙, 즉
①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②비핵화 ③대화와 협의에 의한 해결은
그대로 문 정권의 대북정책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
게다가 통일 문제에 대한 중국의 정책은 마오쩌둥, 덩샤오핑 시대부터
자주적·평화적 통일(장기공존, 평화통일)이며, 연방제 통일이다.
현재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둘러싸고 한중 대립이 심각해지고 있다. 그러나 박근혜 정권 말기에 한중관계가 급속히 악화된 데에는 중국이 박 대통령의 친미노선과 대북 강경노선에 실망한 측면도 있었다고 생각된다. 한편 문 대통령은 한국 측의 성의를 보여주며 한중의 대립점보다는 일치점을 강조하려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여전히 형성 과정에 있지만, 가장 큰 특징이 버락 오바마 정권과의 차별화이고, 중국의 역할을 한층 확대하는 것이라는 점은 이미 명확하다. 그런데 그런 중국이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를 확대하면서도, 북-미 협상이나 6자회담 재개를 요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을 북한과의 협상으로 유도하고 싶은 것이다.
29∼30일로 정해진 한미 정상회담, 그리고 다음 달 7∼8일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는 출범한 지 얼마 안 된 문 정권에 있어 외교의 기본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기회다.
현재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둘러싸고 한중 대립이 심각해지고 있다. 그러나 박근혜 정권 말기에 한중관계가 급속히 악화된 데에는 중국이 박 대통령의 친미노선과 대북 강경노선에 실망한 측면도 있었다고 생각된다. 한편 문 대통령은 한국 측의 성의를 보여주며 한중의 대립점보다는 일치점을 강조하려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여전히 형성 과정에 있지만, 가장 큰 특징이 버락 오바마 정권과의 차별화이고, 중국의 역할을 한층 확대하는 것이라는 점은 이미 명확하다. 그런데 그런 중국이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를 확대하면서도, 북-미 협상이나 6자회담 재개를 요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을 북한과의 협상으로 유도하고 싶은 것이다.
29∼30일로 정해진 한미 정상회담, 그리고 다음 달 7∼8일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는 출범한 지 얼마 안 된 문 정권에 있어 외교의 기본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기회다.
대국의 이해가 복잡하게 뒤얽힌 가운데 한국이 주체적 역할을 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그러나 그런 노력 없이는 건전한 민족주의가 성장하지 않는다.
오코노기 마사오 게이오대 명예교수 동서대 석좌교수
원문보기: http://news.donga.com/Main/3/all/20170616/84892646/1#csidx46268bc7a64009992e4623a632ca8f1
오코노기 마사오 게이오대 명예교수 동서대 석좌교수
원문보기: http://news.donga.com/Main/3/all/20170616/84892646/1#csidx46268bc7a64009992e4623a632ca8f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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