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2-24

<김영환 선생의 한반도 중립화통일론 비판에 대한 反論>

<김영환 선생의 한반도 중립화통일론 비판에 대한 反論>

2017.12.23 윤태룡(건국대 정외과 교수, peacetr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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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세중립국이 된다는 것은 외교권의 상당 부분을 스스로 제한하겠다는 것
--> 국제관계에서 국가간 "협력"을 다른 말로 표현하면 뭘까요? 바로 "상호간 주권제한"입니다, 물론 외교권의 일부를 포함해서요. 아닌가요? 제멋대로 하는게 다름아닌  깡패국가이구요. 어떤 나라를 새롭게 중립국으로 만든다는 것은 일정한 방식으로 관련국이 서로 주권을 제한하기로 약속함으로써 특정국가로 인해 관련국들이 전쟁에 휘말리는 것을 방지하려는 고도의 정치행위, 즉 국제적인 레짐형성 작업입니다. 관련국 모두가 더 큰 국가이익을 고려하여 서로 주권을 제한하기로 약속하는 것이죠. 스위스, 오스트리아, 트루크메니스탄, 코스타리카의 외교권도 당연히 제한을 받아왔지만, 그 덕분에 더 큰 국가이익을 챙겨왔다고 볼수 있죠.

2. 스위스와 같은 나라의 역사 속에서는 그러한 결정이 이해가 되는 측면도 있지만, 우리나라와 같은 강대국이 취할 외교정책이 아니다. 
--> 일단 스위스에 비해 우리가 더 강국이긴 하지만, 강대국이란 표현은 아직은  부적절합니다. 통일이 되면 강대국에 접근할 수 있을지 모르나, 분단된 상태로는 어림없어 보입니다. 주변국에 비해서는 여전히 상대적 약소국이구요. 우리의 역사가 증명하듯, 주변강대국의 세력경쟁의 와중에 현명한 외교정책을 취하지 못하면 또 다시 지역분쟁의 씨앗이 될수 있습니다. 최근 북핵문제를 둘러싼 분쟁은 바로 그것을 또다시 증명해 보이는 것이구요.

3. 영세중립국이 된다고 해서 침략을 받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 이건 정말 하나마나한 말입니다. 그럼, 중립국이 아니면 침략받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나요! 냉엄한 국제관계에서 중립국이든 아니든 독립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군사력을 절대로 소홀히 해서는 안됩니다. 스위스, 오스트리아는 군사력을 포기한 나라가 아닙니다. 저는 남한의 중립화든 남북한의 동시중립화든 기존 군사력의 유지는 물론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오히려 군사력을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여성의무징병제를 포함해서요. 물론 공격적 성격의 무기체계는 제한할 필요가 있고, 방어적 무기는 더 강화할 수 있습니다. 비무장 중립화나 갑작스러운 군비축소를 절대로 지지하지 않습니다.

4. 영세중립국이라고 하는 것은 단지 다른 나라와 동맹을 맺을 권리와 의무를 모두 포기하겠다는 뜻은 아니다.
--> 이 발언을 한 이유가 무엇인가? 중립국 지위는 군사동맹과 양립할 수 없다. 이 발언이 실로 김영환의 표현이라면, 그는 중립국의 개념조차 알지 못하면서 중립화방안을 비판하는 어이없는 논객이다.

5. ‘영세중립국’의 지위 그 자체가 다른 나라를 침략하거나 다른 나라로부터 침략받는 것에 특별한 제한을 가할 수 없다.
--> 중립국이든 아니든 어떤 강대국이 실로 반드시 특정국을 침략하고자 한다면 결국 그 특정국은 당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 두 경우에 중립국을 침략하는 경우가 훨씬 더 국제사회의 비난이 침략국에게 쏟아 질 것이고, 침략을 하기 전에 좀 더 고민을 하게 만들 것이다. 이는 강대국이 중립국을 침략할 경우 국제사회의 움직임에 더 신경쓸 수 밖에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중립국 최후의 보루는 그 자체의 군사력 + 국제사회의 도덕적, 군사적 지지를 이끌어낼 외교력이다.

6. 제2차 세계대전의 경험을 보더라도 ‘중립국’이라는 지위가 결코 안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 5번에 대한 비판과 동일. 단, 중립국이든 아니든 독립을 유지하는 원리는 동일하다. 힘이 있고, 외교력이 있어야 한다. 중립론자들 중에도 이 점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나이브 한 분들이 적지않다. 그런 이들에게 결코 우리 국가의 운명을 맡겨서는 안된다. 그리고, 그런 나이브한 중립론자들은 크게 반성하고 좀더 이론적으로 무장되어야만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오히려 중립화통일에 방해가 될 수 있습니다.

7. 그때 스위스가 피해를 입지 않았던 것은 스위스가 독일에 대해 어느 정도 협조적인 자세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지 ‘중립국’ 지위 때문이었다고는 보기 힘들다. 독일에 협조적이지 않았던 중립국들은 피해를 입었던 것이다. 
--> 스위스는 산악지대여서 독일군도 큰 희생이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이를 흔히 지리적 불통과성(geographical impassibility)라고 표현한다. 독일이 취할 수 있는 여러 옵션 중 스위스 침략 보다 독일의 희생이 적은 방식을 취했던 것 뿐이다. 벨기에의 중립이 쉽게 깨질 수 있었던 것은 스위스와 대조적으로 통과하기 쉬운 위치에 있었기 때문이다. 중립국들을 모두 한 묶음으로 취급하는 것은 매우 아마츄어적인 분석일 뿐이다.

8. ‘중립국’ 지위보다는 차라리 집단안보체제가 안보에 훨씬 더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다.
--> 일단 개념정리가 필요하다. 집단안보(collective security)와 집단방위(collective defense)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CS는 유엔이 유일하고, 설립 당시 아직 드러나지 않은 내부의 잠재적 침략자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CD는 NATO 처럼 다자조약이나 일반적인 양자동맹조약으로 설립당시 부터 특정 국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김영환씨는 두 개의 차이가 뭔지 조차 안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 유엔의 집단안보가 제대로 작동한 것은 한국전쟁과 이라크전쟁 딱 2번 뿐이다. 회원국중 상임이사국의 만장일치가 없이는 발동될수 없기 때문이다. 6.25전쟁 때도 소련이 기권하였기에 CS가 작동했지, 그렇지 않았다면 발동될 수 없었다. 그러니, CS나 CD를 과신하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것이다.

9. ‘중립국’ 지위라는 것은 이웃나라의 도덕과 UN의 힘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UN이라는 것은 안보문제와 관련해서는 바로 이해당사국인 중국과 미국의 거부권행사가 있으면 아무런 힘도 쓸 수 없다.
--> 여러 경우가 있어 일반화를 함부로 해선 안된다. 중립국 스위스가 국제연맹 혹은 국제연합과 무관하게 성립되었듯이, 케이스 마다 다르다. 중요한 것은 중립화의 과정에서 서로 적대관계에 있는 주요강대국의 보장이 긴요하다는 것이다. 때로는 그 보장국이 UN상임이사국이 될수도 있고, 지리적으로 인접한 강대국이 될수도 있다. 코스타라카 처럼 일방적으로 선언한 경우도 있다. 
--> 중립화가 이웃나라의 도덕에 의존한다는 것은 왜곡된 표현이다. 최후의 보루는 중립국 자신의 힘과 의지이고, 강대국의 보장을 포함한 중립화레짐 형성은 기본적으로 보완 내지 강화수단이다. 따라서, 중립화는 안보적 측면에서 플러스(+)로 봐야지, 마이너스(-)로 봐선 안된다.

10. 일본도 멀지 않은 장래에 상임이사국이 될 가능성이 많다. 이런 조건에서 ‘중립국’ 지위라는 것은 우리에게 그렇게 큰 힘이 되기 힘들다.
--> 확실치 않은 가정이다. 한국이 통일되면 충분히 강대국 반열에 들어설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중립화라는 방식을 "독창적으로" 선용할 필요가 있다.

11. ‘중립국’ 지위라는 것이 오히려 UN의 결정이 없는 조건에서 다른 나라들의 도움을 받기 어렵게 만드는 장애물이 될 가능성도 있다.
--> 이 진술자체가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아마 남북한이 UN의 보장을 받는 중립국으로 통일된 후 그 보장국 중의 하나가 거부권을 행사하눈 경우를 말하는 것 같기는 하다.  하지만, 구체적이지 않은 상황에 대해 논평할 수가 없다. 다만, 저는 분단의 세월 만큼 돌아서 가더라도 올바른 방향으로 가면 된다는 의미에서 <남한만의 중립화-> 북한만의 중립화-> 남북한 동시 중립화>를 주장하고 있죠.

12.우리의 안보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의 힘이며...
--> 이 점에 100% 동의한다. 그런데, 반대론자들이 중립화론자가 국제관계에서 군사력의 중요성을 무시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전혀 근거가 없는 비난에 불과하다. (물론 과거의 중립론자들도 그런 오해를 일으킬 만큼 이론적, 논리적으로 취약했음을 통렬히 반성해야만 한다.)

13. 그 다음 중요한 것은 ‘영세중립국’과 같은 소극적 ‘중립’의 방향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 ‘중립’의 길, 다시 말해 이해충돌이 예상되는 당사자들과 함께 집단안보체제를 만드는 것이다.
--> 동맹, 집단안보, 중립의 개념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던지는 근거없는 비난에 불과하다. 중립화가 소극적이라고? 천만의 말씀이다. 지금까지 1~12까지 나의 반박을 읽고 이해하셨다면 더 이상의 부가적 반박이 필요치 않을 것으로 본다.

14. 우리는 이를 유도하는 데 (= 집단안보체제를 유도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 김영환씨는 양자 또는 다자동맹을 "집단안보체제"라고 표현하는데, 그의 아마츄어리즘을 엿볼수 있음. 그는 결국 북한을 적으로 상정하는 한미 양자동맹을 다자동맹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참으로 비현실적인 주장이다. 지금 한미동맹에 합류할 나라가 과연 있을까?

15. 서두에 말한 것처럼 지금 동아시아는 세계 많은 나라 사람들의 선망의 대상이며 동시에 두려움의 대상이다. 기회의 땅이자 위기의 땅이다.
--> 뭐, 구태여 반론하고 싶지 않다.

16. 우리나라는 세계 전체로 놓고 보면 강대국이긴 하지만 동아시아 지역의 다른 나라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약소국이다. 
--> 중견국(middle power)  정도로 보는게 합당할 듯.

17. 이것이 우리에게 위기의 이유도 되지만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 우리가 하기에 따라서는 앞으로 우리나라가 협상을 이끌어내고 갈등을 중재하고 긴장완화를 주도해내는 역할이 점점 더 커질 것이다.
--> 동의한다.

18. 21세기 세계의 중심축이 될 것이 확실한 동아시아에서 결정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우리 앞에 온 것이다. 
--> 동의한다.

19. 우리는 일본이든 미국이든 중국이든 그 어느 나라도 배척하거나 적대시하지 말아야 하며, 또 어느 한 나라에 지나치게 매달려서도 안 되고 그런 인상을 주지도 말아야 한다. 
--> 동의한다. 중립화론자의 생각도 마찬가지이다.

20. 매우 자주적이면서도 관계를 원만하게 잘 풀어나가야 하며 상호관계의 수준을 높이는 데 누구보다 앞장서야 한다. 이것이 소극적으로는 우리의 자주권을 지키는 길이요,  적극적으로는 우리가 세계평화와 인류발전에 더 많이 기여할 수 있는 길이다.
--> 동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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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환 선생의 원글:

<김영환의 글>

우리나라를 영세중립국으로 만들자는 논의가 오랫동안 있었다. 나도 한때 이러한 주장에 솔깃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영세중립국이 된다는 것은 외교권의 상당 부분을 스스로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스위스와 같은 나라의 역사 속에서는 그러한 결정이 이해가 되는 측면도 있지만, 우리나라와 같은 강대국이 취할 외교정책이 아니다. 그리고 영세중립국이 된다고 해서 침략을 받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영세중립국이라고 하는 것은 단지 다른 나라와 동맹을 맺을 권리와 의무를 모두 포기하겠다는 뜻은 아니다. 그리고 ‘영세중립국’의 지위 그 자체가 다른 나라를 침략하거나 다른 나라로부터 침략받는 것에 특별한 제한을 가할 수 없다. 제2차 세계대전의 경험을 보더라도 ‘중립국’이라는 지위가 결코 안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그때 스위스가 피해를 입지 않았던 것은 스위스가 독일에 대해 어느 정도 협조적인 자세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지 ‘중립국’ 지위 때문이었다고는 보기 힘들다. 독일에 협조적이지 않았던 중립국들은 피해를 입었던 것이다. ‘중립국’ 지위보다는 차라리 집단안보체제가 안보에 훨씬 더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다. ‘중립국’ 지위라는 것은 이웃나라의 도덕과 UN의 힘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UN이라는 것은 안보문제와 관련해서는 바로 이해당사국인 중곡과 미국의 거부권행사가 있으면 아무런 힘도 쓸 수 없다. 일본도 멀지 않은 장래에 상임이사국이 될 가능성이 많다. 이런 조건에서 ‘중립국’ 지위라는 것은 우리에게 그렇게 큰 힘이 되기 힘들다. ‘중립국’ 지위라는 것이 오히려 UN의 결정이 없는 조건에서 다른 나라들의 도움을 받기 어렵게 만드는 장애물이 될 가능성도 있다.   우리의 안보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의 힘이며, 그 다음 중요한 것은 ‘영세중립국’과 같은 소극적 ‘중립’의 방향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 ‘중립’의 길, 다시 말해 이해충돌이 예상되는 당사자들과 함께 집단안보체제를 만드는 것이다. 우리는 이를 유도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서두에 말한 것처럼 지금 동아시아는 세계 많은 나라 사람들의 선망의 대상이며 동시에 두려움의 대상이다. 기회의 땅이자 위기의 땅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전체로 놓고 보면 강대국이긴 하지만 동아시아 지역의 다른 나라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약소국이다. 이것이 우리에게 위기의 이유도 되지만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 우리가 하기에 따라서는 앞으로 우리나라가 협상을 이끌어내고 갈등을 중재하고 긴장완화를 주도해내는 역할이 점점 더 커질 것이다. 21세기 세계의 중심축이 될 것이 확실한 동아시아에서 결정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우리 앞에 온 것이다. 
 우리는 일본이든 미국이든 중국이든 그 어느 나라도 배척하거나 적대시하지 말아야 하며, 또 어느 한 나라에 지나치게 매달려서도 안 되고 그런 인상을 주지도 말아야 한다. 매우 자주적이면서도 관계를 원만하게 잘 풀어나가야 하며 상호관계의 수준을 높이는 데 누구보다 앞장서야 한다. 이것이 소극적으로는 우리의 자주권을 지키는 길이요, 적극적으로는 우리가 세계평화와 인류발전에 더 많이 기여할 수 있는 길이다.  ● 이 글은 「푸른사람들」 회보(1997년 6월호)에 게재되었던 글임을 밝힙니다.-알라딘 eBook <김영환, 시대정신을 말하다> (김영환, 시대정신을 말하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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