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2-27
‘마녀사냥식 종북몰이의 희생양’이라는 신은미의 주장을 반박한다 조선pub(조선펍) > 뉴스 &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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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사냥식 종북몰이의 희생양’이라는 신은미의 주장을 반박한다
집권 기간 간부·주민 400명 가까이 죽인 김정은을 무시무시한 지도자 아니라고 한 신은미
⊙ 최순실 사태에 편승하려 했나?… 강제 출국된 신씨 2017년 1월 자신이 종북몰이의 희생양이란
주장 담은 책 발간
⊙ “김정일, 노동자 위해 맛있는 맥주 개발”
⊙ “개성공단 사업으로 이득 본 것은 오히려 우리(남한)”
⊙ “국가보안법은 말도 안 되는 법”
⊙ 북한 외국인 노동자는 충성자금 압박에 자살하는데, 해외에 나가서 돈 잘 번다고 이야기하는
신은미
글 | 최우석
2017년 1월 열린 광화문 촛불 집회는 막장을 보여줬다. 광장 한복판에 박근혜 대통령의 나체 성행위 그림 걸개가 걸렸다. 저질스러웠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에 전시한 박근혜 대통령 합성 누드화는 저리 가라였다. 최순실 사태에 편승해 사익(私益)을 챙기려는 세력이 고개를 든 이 시점(2017년 1월 3일) 오마이뉴스는 2016년 12월 23일 신은미씨와 국제전화와 이메일로 인터뷰한 내용을 보도했다. 신씨는 본인이 출간한 《남과 북의 오작교가 되어》를 홍보하면서 자신이 마녀사냥식 종북몰이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 요즘 상황을 보면 토크 콘서트 수사와 신 선생님 강제 추방에도 최순실씨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았을까, 의심이 든다. 어떻게 보시나?
“당시 서울에서 마녀사냥식 종북몰이를 당할 때 주위의 일부 사람들이 ‘정윤회 문건 사건’을 ‘물타기’ 하기 위한 공작이라고 말했다. 당시 저는 이 이야기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이를 희석시키기 위해 평범한 해외동포를 종북몰이한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종북 콘서트 논란으로 2015년 1월 10일 미국으로 강제 출국된 신은미씨는 최순실 사태가 한창일 2017년 1월 《남과 북의 오작교가 되어》를 내고, 자신이 마녀사냥식 종북몰이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하루 뒤인 1월 4일 인터넷 매체 ‘민중의 소리’는 신씨의 책을 이같이 소개했다.
“2014년 몰아쳤던 종북 마녀사냥의 광풍은 우리 사회의 전근대성과 후진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종편이 총동원된 것은 물론 정권이 직접 마녀사냥에 나섰다. 책은 한 재미교포 아줌마의 종북 마녀사냥 수난기인 동시에 오늘도 이어지는 종북 마녀사냥을 어떻게 극복하고 이겨낼 수 있는지 수난의 가운데서 철저하게 피해를 입었던 가슴 벅찬 깨달음도 담겨 있다.”
‘민중의 소리’는 경기동부연합(1991년 결성된 NL(민족해방·범주체사상) 계열 운동권 조직)이 중앙 정치 무대로 진출하는 과정에서 조직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의심을 받는 매체다.
‘재미교포 아줌마’ 신은미씨의 이름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2014년 11월 19일부터다.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북한 정권의 인권 범죄를 국제형사재판소에 세우자’는 결의안이 채택된 날이다. 바로 그날 신씨는 서울 조계사에서 황선 전 민주노동당 부대변인과 함께 ‘신은미&황선 전국 순회 토크 문화 콘서트’를 열었다. 북한을 바로 알자는 취지라지만, 이들은 북한을 인권·복지국가로 묘사하는 등 실상과 동떨어진 소리를 했다.
황 전 부대변인은 범청학련·한총련 등 대법원이 이적(利敵) 단체라고 판결한 조직에서 주로 활동해 왔고 2005년엔 만삭의 몸으로 북한에 들어가 평양에서 출산했다. 2012년 총선 때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15번을 받았다가 부정 경선 사건으로 제명되기는 했지만, 국회의원이 될 수도 있었던 사람이다.
신씨는 ‘종북 콘서트’ 논란으로 2015년 1월 10일 미국으로 강제 출국됐다. 판결에 반발,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장을 상대로 강제퇴거 명령 취소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재판부는 “신씨가 토크 콘서트에서 한 발언은 북한의 사회주의 체제와 정권의 정당성을 인정하고, 북한을 인권·복지국가로 오인하게 할 만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며 “북한에 대한 직접 경험이 불가능한 대한민국 사회에서 이 발언이 가지는 파급력은 크다. 신씨가 콘서트에서 한 발언과 행동이 대한민국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칠 우려가 있었다는 사정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그럼에도 신씨는 여전히 종북몰이 타령이다. 과연 신씨는 종북몰이의 피해자일까. 《월간조선》은 신씨의 토크 콘서트 발언록을 입수, 객관적 근거를 토대로 정밀 분석했다. 신씨가 실제 ‘마녀사냥식 종북몰이의 피해자’인지 아니면 실제 ‘북한 체제를 추종하는 아줌마’인지를 검증하기 위해서다.
신은미의 15가지 발언 검증
2015년 1월 10일 미국 LA공항에 도착한 신은미가 친북 인사들로부터 환영을 받고 있다.
①“평양에 있는 수양딸 설경이가 임신을 했는데 제가 갔던 2013년 9월에 만삭이었어요. 제가 미역하고 고기하고 사 가지고 갔었어요. 인상적이었던 것이 그때가 예정일이 한 열흘 정도 남아 있었어요. 그런데 예정일 한 달 전 정도부터 산원에서 이틀에 한 번씩 온다는 거예요. 집으로 직접. 내가 막 요리를 해준다고 하니깐, 조금 있으면 산원에서 온다고, 이런 얘기를 하면서 열흘 전부터는 매일 온다는 거예요. ‘왜 그러냐’고 했더니 만삭이 되고 그러면 왔다 갔다 하다가 다치거나 사고 나면 안 되기 때문에 산원에서 사람을 보낸다는 거예요.”
(평양시 대동강구역 문수동에 있는 여성전문병원인 평양산원은 아무나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탈북자 효주씨는 언론 칼럼을 통해 “최신식 의료시설을 갖춘 평양산원은 간부 집의 산모들만 갈 수 있는 곳”이라며 “대부분의 여성은 집에서 출산한다. 이런 여성들은 아이를 낳다 질 입구가 찢어져 고생하는 경우가 많다. 나도 둘째를 낳고 난 이후 오랫동안 괴로움을 겪었다”고 밝혔다. 북한 여군 장교 출신인 김정아씨는 “평안남도의 군(軍) 병원에서 첫째를 낳았다”며 “여건이 낫다는 그 병원에서도 ‘산모 피 닦을 걸레가 없으니 천을 내라’ 그래서 내 옷 세 벌을 찢어 피를 닦았다”고 했다.
이른바 ‘꽃제비’ 생활 중 양강도 혜산역 보일러실에서 몸을 풀었다는 이순실씨는 “아이에게 먹일 게 없어 소똥에서 여물 콩을 골라 입에 넣어준 적도 있다”라며 “평양산원은 조선노동당과 북한 군부 최고위층만이 이용하는 ‘VIP 전용 산부인과’”라고 강조했다. 북한은 사회주의 의료 시스템의 우월성을 선전할 때마다 평양산원을 자주 활용하고 있다. 외부에서 평양을 방문한 사람들에게도 평양산원 참관은 필수 코스다. 2015년 8월 평양을 방문한 이희호 여사도 평양산원을 방문해 의료시설을 둘러봤다.)
②“2013년 9월까지만 해도 휴대전화 보급이 250만 대 정도이고 평양에서는 남녀노소 어린이들조차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2013년에는 자체 생산하는 스마트폰도 출시됐어요. 방문 당시 안내원들이 우리와 똑같이 동영상으로 부모님 모습, 아이들 피아노 치는 모습을 촬영해서 보여주곤 했어요.”
(미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의 북한 전문 웹사이트 ‘38노스’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800달러에 불과한 북한에서 200만명 이상이 휴대전화를 쓴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이야기”라고 분석했다. ‘38노스’는 “북한 2400만 인구 가운데 보안상의 이유로 휴대전화 휴대가 금지된 군인(100만명)과 10세 미만 인구(300만명)를 제외하면 10명 중 1명이 휴대전화를 쓴다는 주장인데, 이는 과장된 것”이라고 했다. 실제 북한의 휴대폰 시장가격은 구형의 경우 북한 돈 약 156만원, 스마트폰은 북한 돈 330만원 정도다. 양강도 혜산시장에서 쌀 1kg에 5000원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구형 휴대폰 한 대를 구입하는 데 드는 비용으로 쌀 300kg 정도를 살 수 있다. 스마트폰을 사려면 쌀 660kg을 살 수 있는 돈을 써야 한다.)
③“우리나라로 치면 생맥줏집인데, 그곳에서는 ‘까스맥주집’이라고 해요. 고급 맥줏집부터 서민 맥줏집들도 있는데 고급 맥줏집에 가면 주로 외국인들이 있느냐, 그게 아니고 북녘 동포들이 와서 마시고 있어요. 딱 보면 당 간부 같은 사람이 아니라 평범한 미남 미녀들이 멋을 내고 와서 마시고 있어요. 여자들끼리 와서 마시는 경우도 있어요.”
(맥주는 북한에서 귀한 술이다. 집에서 몰래 담가 먹는 밀주(密酒)나 값싼 소주가 대표적인 ‘서민주’이고 맥주는 특별한 날에, 특별한 사람만이 즐기는 특별한 술이다. 2014년 9월 10일 《한겨레》에 게재된 ‘요즘 북한 최고 인기 음식은 바로 이것’이라는 제목의 기사 일부분이다. 〈대동강 맥주 등이 남한 사람들에게도 알려져 있지만 보통 사람이 마시기 쉬운 술은 아니라고 한다. “옥류관 가면 신선로가 있어요. 1인분 주문하면 맥주 2병이 같이 나오는데, 그거 마시려고 일부러 2인분을 주문하기도 합니다.” 맥주는 주로 외국인들을 상대로 하는 외화상점에서 판다. 그러다 보니 밀주를 만들어 장마당에서 파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남한처럼 도수가 낮은 술은 거의 없다. “도수 낮으면 안 팔려요. 25도인 도토리 술은 다음날 머리도 맑고 깨끗하지요.” 술을 좋아하기로는 남이나 북이나 마찬가지인가 보다.〉 AP통신에 따르면 북한 대동강 맥줏값은 1리터당 북한 돈 500원이었다. 북한의 초고액 연봉자 월급이 한 달에 60만원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비싼 편이다. 지방 사람들이 식료공장에서 맥주를 빚는다는 소문이 나면 맥주 맛볼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사람들이 안간힘을 쓰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한 탈북자는 “큰 그릇을 준비해 가 막걸리처럼 받아오는 이 맥주를 ‘바라 맥주’라고 부른다”며 “맥주 냄새가 나는 정도지만 워낙 귀하니 감지덕지했다”고 회상했다.)
④“노동자들이 마시는 술은 일반 맥주보다 도수가 높고 소주보다는 도수가 낮아요. 노동자 술이 나오게 된 것은 김정일이 맥주를 마셔보고는, 이 정도로는 안 된다, 고생한 노동자들이 노동 후에 피곤도 풀리고 기분이 좋아지도록 술을 만들라고 하여 특별히 개발된 거라고 해요. 그 맛이 폭탄주 저리 가라 할 만큼 맛이 좋아요.”
(김정일은 프랑스산 코냑 광이자 맥주 애호가였다. 그는 2001년 러시아 방문 당시 상트페테르부르크 발티가 맥주공장을 방문해 “영국 장비를 들여와 북한에 맥주공장을 세우겠다”는 의향을 밝혔다. 2002년 김정일은 장성택에게 이를 지시했고, 장성택은 영국 양조장을 통째로 들여왔다. ‘어셔’라는 회사의 양조장 문짝과 바닥 타일, 변기 뚜껑까지 싹 쓸어 왔다고 해서 화제를 모았다. 김정일이 맥주공장을 세운 것은 본인의 과시욕과 맥주 애호 때문이었지, 노동자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 아버지를 닮아서인지 김정은도 맥주를 즐긴다. 독일 일간지 《빌트》에 따르면 김정은은 2013년 양조장을 갖춘 독일 맥줏집 비어가르텐을 평양에 열어달라고 독일 맥주회사에 요청했다가 거절당했다.)
⑤“북한에도 구매력을 갖춘 시민들이 많이 생겼는데요, 주로 장사를 하거나 무역을 하는 사람들, 해외에 나가서 돈을 버는 사람들인데 쿠웨이트나 중국에 나가는 사람들은 못 벌어도 매월 300불, 보통 500불, 많게는 1000불까지도 버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런 사람들이 그렇게 돈을 쓰는 거죠.”
(외국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들의 불만은 거세다. 간부들이 노동자들의 임금을 가로채기 때문이다. 간부들은 ‘벼룩의 간’까지도 빼먹는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악랄하다. 월급 150~200달러를 받는 노동자들에게 좋은 보직을 대가로 상습적으로 뇌물을 받아 챙긴다. 노동 강도가 상대적으로 덜한 데다 뙤약볕이 아닌 실내에서 작업해 노동자들이 선호하는 밀주 제조책이 되려면 간부에게 3000달러를 뇌물로 바치기로 약속해야 한다. 노동자들은 고물가를 감당하지 못해 제대로 된 식사 한 끼 하기 어렵다고 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도하의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노동자 김모씨는 2015년 6월 섭씨 50도에 육박하는 무더운 날씨 아래 중노동을 견디다 못해 16cm 길이의 숟가락을 삼켰다. 그는 도하의 대형 병원 응급실로 이송돼 장시간 수술 끝에 간신히 살아났으나 강제 북송됐다. 카타르의 북한 건설사 5곳 중 하나인 1건설(수도건설) 소속 나모씨는 2014년 7월 도하 중심가인 시티센터의 고층 빌딩 공사 현장에서 대낮에 투신자살했다. 그의 동료는 “나씨가 고된 노동 환경 때문에 평소 자살하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진술했다.)
2014년 12월 1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이순실 외 뉴코리아여성연합 회원들과 탈북단체 관계자들이 황선, 신은미 규탄 기자회견을 가지고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⑥“저는 밤낮으로 대동강변을 많이 거닐었지요. 거닐다 보면 우리 한강의 고수부지에서 볼 수 있는 모습과 똑같아요. 부모가 아이들 데리고 와서 롤러스케이트 타는 모습, 남녀가 걸어가는 모습, 친구들끼리 나와서 앉을 수 있는 곳만 있으면 앉아서 그렇게 공부들을 해요. 희미한 불빛만 있으면 불빛 밑에 나와서 책들을 많이 읽어요.”
(평양 대동강변에서 롤러스케이트 타는 모습, 남녀가 걸어가는 모습 등을 볼 수는 있다. 이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평양의 1인당 소득은 북한의 다른 지역보다 최대 3배에 달했다. 이 연구위원은 “북한의 소득 수준은 평양과 평양이 아닌 지역으로 양극화되어 있다”며 “평양은 상대적으로 매우 월등한 경제 상황을 누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평양 대동강변의 단면을 북한 전체로 해석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북한에서 엘리트 학생들을 가르친 경험을 바탕으로 북한 실상을 담은 책 《당신이 없으면, 우리도 없다(Without you, there is no us)》를 쓴 재미(在美) 작가 수키 김씨는 2015년 1월 22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평양에도 화려한 길거리와 공연장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풍경은 북한 당국의 연출일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북한에 들어가면 일단 여권과 휴대전화가 압수됩니다. 어느 경우에든 안내원(감시원)이 따라붙지요. 그들이 원하는 대로만 움직이니, 그들이 원하는 것만 보게 되는데 이게 과연 북한 실상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모두가 각본대로 움직여 주인공 한 사람을 속이는 영화 〈트루먼쇼〉와 다를 바 없다고 봅니다.”)
⑦“평양 유동인구가 50만명이랍니다. 상주인구가 250만이니까 실제로는 300만명이 사는 셈이고요. 유동인구가 이렇게 많다는 것은 왔다 갔다 하는 것이 자유롭다는 뜻이 아닐까요?”
(다수의 탈북자를 인터뷰한 이광백 국민통일방송 상임대표와 북한 고위직 출신 탈북자들에 따르면 북한의 경우 당이나 국가기관이 직장 및 거주 이전을 명령해야 거주지를 옮길 수 있다. 지방에서 평양으로 거주지를 옮기려면, ‘중앙당 파견장’이나 ‘내각 파견장’을 받아, 평양 거주 승인번호를 받아야 한다. 파견장 없이 개인이 ‘평양에서 살고 싶다’는 이유로 평양 거주 승인번호를 요청하는 사람도 없고 설사 요청한다 해도 승인장이 떨어지지 않는다. 자발적 거주 이전은 불가능하다. 또 평양으로 이동하려면 ‘평양 여행 승인번호’를 받아야 한다. 이는 인민보안성이 발급한다. 뇌물을 주고 불법으로 승인번호를 받을 수는 있지만, 공적인 출장 이외에 사적인 여행을 목적으로 ‘평양 여행 승인번호’를 받을 수는 없다. 지방에서 지방으로 이동하는 것도 출장증명서와 여행증명서를 당국으로부터 받아야 가능하다. 여행증명서의 경우, 친족이나 가까운 일가친척이 사망하지 않는 한, 발급되지 않는다. 요즘 유행하는 힐링을 위한 자유로운 여행 같은 개념이 북한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⑧“북한에서도 건물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한 적이 있는데 그때 지도자들이 나서서 주민들에게 사과했죠. 우리나라의 세월호 사고 같은 사건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것 같아요.”
(2014년 5월 평양 평천구역 안산 1동 23층짜리 충복아파트가 붕괴,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하는 참사가 빚어졌다. 신씨의 주장대로 이례적으로 김정은은 건설 책임자들이 주민들 앞에서 공개 사과하도록 했다. 이유가 있었다. 거주자 상당수가 북한 권력의 핵심 기관인 국가안전보위부와 인민보안부 간부들, 평천구역당과 인민위원회 간부, 외화벌이 일꾼이나 장마당 전주(錢主) 등 김정은 정권을 보위하는 핵심 세력이었기 때문이다. 북한 사정에 밝은 소식통은 “건설 책임자가 사과한 곳은 무너진 충복아파트가 아니라 인근 다른 아파트 내 공터였다”며 “당국이 주민들을 멀쩡한 인근 건물 쪽에 집합시켜 놓고 사과하는 장면을 연출했다”고 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사고 현장을 보여주지 않으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⑨“김정일 사망 당시 운구차가 지나가자 사람들이 옷을 벗어서 깔고 울면서 하는 모습들에 대해 언론에서는 연출된 것이라는 이야기가 많이 있었잖아요. 저희가 갔을 때 안내원에게 물어볼 수가 있었어요. 그런데 물어보기도 전에 안내원이 눈물을 흘리면서 자신은 장군님께 아무것도 해드린 것이 없는데 너무 많은 것을 달라고만 해서 저렇게 먼저 가신 것이 안타깝다면서 계속 우는데 더는 물어볼 수가 없었어요. 금수산 궁전에 김일성·김정일이 안치된 곳에서도 안내원이 하염없이 우는 거예요. 자기가 안내원으로 울지 말고 잘 설명을 해야겠다고 계속 다짐을 했는데도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울더라고요. 그걸 보니까 의심의 여지가 없었어요.”
(벌어지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카메라에 담는 다큐멘터리가 북한에 가면 철저하게 기획된 연기로 가득 차게 된다. 함부로 행동하다가 어떤 일을 겪게 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전(全) 주민의 상시 연출 시스템이 작용하는 셈이다. 연출이 세련되고 치밀할 수밖에 없다. 2011년 11월 22일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는 “김정일이 사망한 뒤 보인 북한 주민들의 통곡은 쇼”라고 보도했다. 한 탈북자는 《LAT》와의 인터뷰에서 “그나마 북한 주민들에게 널리 존경을 받았던 김일성이 사망했을 때도 가짜 통곡이 대부분이었는데 북한 경제를 파탄시키고 주민을 기아로 내몬 김정일 사망을 진정으로 슬퍼할 사람이 있겠느냐”고 밝혔다. 탈북자 출신 컴퓨터 공학 교수는 “카메라가 얼굴을 향하는 순간 시험받는다는 느낌이 들 수밖에 없다”면서 “그러면 가능한 한 격렬한 슬픔을 표현하게 된다”고 말했다. 중국 인민대학 사회학과 저우샤오정 교수는 이런 현상은 북한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라며 중국에서도 마오쩌둥이 사망했을 때 같은 일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LAT》는 이 기사 말미에서 북한에 납치돼 김정일 위원장을 자주 만났던 신상옥 감독의 회고를 소개했다. 군중이 ‘김정일 장군 만세’를 외치는 행사장에서 김정일 위원장은 신 감독에게 “인민들은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 저건 다 가짜”라고 말했다고 한다.
북한은 본격적인 ‘김정은 시대’의 개막을 선포한 제7차 노동당 대회 과정에서도 거짓 선전을 하려다 망신을 당했다. 북한 당국은 김일성 생일을 지칭하는 ‘태양절’ 준비 과정을 다큐멘터리로 담으려 러시아의 거장 비탈리 만스키 감독을 초청했다. 이 감독은 주인공인 소년단 여자아이 진미를 닦달해 김정은 체제를 미화 분식하려는 데 분개, 감독은 비밀리에 모든 걸 카메라에 담아 영화 〈태양 아래(Under the Sun)〉로 내놓았다. 지도원의 강압에 어쩔 줄 몰라 하다 결국 김일성·김정일 찬양시를 암송하며 눈물을 터트리는 8세 진미의 영혼 없는 얼굴은 북한 민중의 속살이다.)
⑩“2012년 열병식에 참석하였을 때 보니까 사람들이 젊은 지도자에 대한 기대감이 많이 차 있어요. 뭔가 활기차 보여요. 그리고 희망들을 가지고 있어요. 젊은 지도자가 나타나셔서 삶을 더 발전적으로 이끌어가 줄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어요. 그걸 피부로 느낄 수가 있더라고요. 어떤 분이 저희가 미국에서 왔다니까 김정은 만나서 사진 한 번 찍고 가시라고 그렇게 쉽게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무시무시한 지도자가 아니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김정은은 아버지 김정일과 비교할 수도 없이 잔인하다. 아예 살려두지 않는다. 고모부 장성택은 만고의 역적으로 공포된 뒤 비참하게 처형됐고, 고모 김경희는 생사조차 알려지지 않았다. 말레이시아에서 김정남을 살해한 데에도 김정은이 개입했을 것으로 의심된다. 이뿐 아니라 장성택이 부장으로 있던 노동당 행정부는 과장 이상급까지 모두 처형했고, 나머지는 가족과 함께 정치범수용소로 끌려갔다. 김정남과 친했던 사람들도 이미 오래전에 숙청됐다. 2011년 말 집권한 김정은은 북한 권력층을 해임하거나 숙청하는 이른바 ‘공포정치’를 통해 권력 기반을 강화해 왔다.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최근 ‘김정은 집권 5년 실정(失政) 백서’를 통해 “김정은이 3대 세습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 고위 간부와 주민 340명을 공개 총살하거나 숙청하는 반인륜적 행위를 자행했다”고 밝혔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정은은 앞으로도 공포정치로 부족한 카리스마를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보다 더 잔인하고 무시무시한 지도자가 있을까.)
2014년 12월 9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아트홀에서 열린 재미교포 신은미씨와 황선 전 민주노동당 부대변인의 토크 콘서트에서 신은미씨가 관객들에게 자신의 견해를 말하고 있다.
⑪“생각해 보세요. 솔직히 개성공단 사업을 통해 북한에 많은 것을 퍼준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오히려 우리가 엄청나게 퍼왔죠. 중국에만 가도 500불 받을 수 있고 기술자들은 중동에 가면 몇천 불도 받아요. 그렇게 많은 돈을 벌 수 있었음에도 개성공단에서 몇십 불 받고 일해준 것은 그들이 돈을 벌기 위한 의미가 아니라 민족의 화해, 화합의 통로로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지난해 개성공단이 문을 닫을 당시 5만5000여 명의 북한 근로자가 일을 했다. 개성시와 주변 지역에 이들을 실어나르는 통근버스가 287대였다. 근로자 1명에게는 월평균 160달러 정도의 임금이 지급되고, 사회보험료·수당 등이 더해진다. 돈은 100% 미국 달러화로 현금 지급되며 북측 중앙특구개발총국을 통해 김정은의 통치 자금을 관리하는 노동당 39호실로 들어간다. 근로자들은 대신 임금의 10~20%가량을 당국으로부터 북한 돈 또는 지정된 상점에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쿠폰 형태로 받는다. 일단 39호실로 들어간 돈의 사용처는 김정은과 그 측근들만 알 수 있다. 남측이 지급한 개성공단 임금이 북한 핵이나 미사일 개발에 쓰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의심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그동안 개성공단을 통해 북한에 유입된 돈은 총 6160억원”이라며 “이 자금이 (핵·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쓰였다는 우려가 있었고, 그 우려를 해소하는 차원에서 이번에 가동 중단 조치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6160억원은 북한의 전체 핵·미사일 개발 비용(약 32억 달러)의 5분의 1가량에 해당한다”고 했다.)
⑫“제가 북에 다녀오고 책을 쓰고 하니까 새터민들로부터 편지를 많이 받습니다. 그분들이 하는 얘기가 70~80% 아니 80~90%의 새터민분들이 조국이 받아준다면 다시 돌아가고 싶다고 해요. 첫 번째 이유가 무엇일 거 같으세요? 차별입니다. 그리고 또 중요한 이유가 고향의 사람들, 가족, 형제·자매들이 그리워서입니다.”
(이 발언 직후인 2014년 12월 3일 2002~2007년 사이 탈북한 이순실·김정아·송지영·한선화·김진옥씨는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에서 놀다 온 그대들(신은미·황선)은 그곳이 그리 좋으면 짐 싸 들고 평양에 가서 2년만 살아보라. 그러면 이 꽃제비 엄마의 절규를 그곳에서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들은 이어 “편한 시간과 장소를 맞춰 우리와 함께 합동 토크 콘서트를 열어 제대로 된 북한 이야기를 해보자”며 공개 토론을 제안했다. 신씨는 거절했다. 며칠 뒤인 12월 11일 동포사랑전국연합회와 북한민주화위원회, 탈북자동지회 등 19개 탈북단체는 신씨를 명예훼손으로 의정부지검에 고소했다. 신씨는 “‘탈북자의 70~80%가 북으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는 강연 내용은 북한이 좋아서가 아니라 두고 온 고향과 친지, 가족들이 그립고 한국에서 차별을 받기 때문이라는 맥락에서 한 말”이라고 발을 뺐다.)
⑬“인권이야기를 했잖아요. 그런데 세계 어느 곳에 사랑하는 가족들을 못 만나게 하고 살아가는 그런 야만적인 나라가 어디 있습니까. 인권 유린이죠.”
(2017년 3월 3일 미 국무부는 〈2016 국가별 인권 보고서〉에서 “북한은 김일성을 시작으로 60년 이상 김씨 일가가 이끄는 독재국가”라며 “북한 정권은 언론, 집회·결사, 종교, 거주, 노동의 자유와 권리를 포함한 여러 측면에서 주민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중국으로 넘어간 여성 탈북자들은 인신매매의 희생양이 되고 있고, 국내외 노동자들은 교화를 명목으로 강제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는 “북한은 김정일 폭압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국제사회의 압력에도 정치범수용소를 더 확대 운영하고 있다. 북한 내부에서 부는 남한 바람을 차단하기 위해 남한 드라마와의 전쟁이라는 해괴한 명분을 앞세워 국가보위부 등 폭압기구가 총동원되고 있다. 북·중 국경을 감옥처럼 만들고 중국에서 북송돼 오는 탈북자들을 야만적으로 고문하고 처형하면서 국경 붕괴를 막기 위해 최후 발악을 하고 있다”고 했다.)
⑭“거기 가면 이런 구호들이 쓰여 있어요. ‘철천지 재미원수 뭉기자, 철천지 미제를 짓밟아 뭉게자.’ 나는 재미동포에다 남쪽 출신이잖아요. 적의 조건들을 다 갖추고 있어서 말을 못하고 있었는데 안내원들이 ‘이분들은 남조선 출신에 재미동포입니다’ 이렇게 말했더니 ‘아 먼 길 오셨습니다. 우리 동포로군요’ 하면서 손부터 덜컥 잡고 ‘우리는 함께 손잡아 살아야 하는 동포입니다’ 이렇게 말을 하더라고요. 반대로 우리는 철천지원수, 무찌르자 공산당 그러면서 그렇게 교육을 받고 자랐기 때문에 벌써 벽을 탁 치지요.”
(《월간조선》이 입수한 북한 역사사전에 대한민국은 ‘남한괴뢰정권’으로 표기돼 있다. 〈남조선괴뢰정권은 철두철미 식민지적이고 예속적인 《정권》이며 남조선에서의 실제적 통치자는 미제침략자들이다. 남조선에서 모든 권력은 [주한미국대사관] [주한미국제개발처] [미중앙정보국남조선지부] [주한미군사령부] 등을 비롯한 미제의 남조선지배기구들에 집중되어 있다. 그러므로 남조선 괴뢰정권은 미제의 남조선지배기구들이 하라는 대로만 움직이며 상전에게 무조건 굴종하면서 오직 미제의 침략정책을 충실히 집행하는 기구에 지나지 않는다〉는 설명이 붙어 있다. 미국에 대해서는 A4용지 2장에 걸쳐 설명해 놨는데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북아메리카 대륙에 자리 잡고 있는 현대의 가장 야만적인 침략적인 제국주의국가. 가장 잔인하고 야수적인 전쟁의 방법으로 세계의 가는 곳마다 온갖 강도적 약탈 만행을 다 하였으며 수억만 인민들의 고혈로써 살쪄왔다. 썩을 대로 썩어가는 미제국주의는 반드시 멸망하고야 말 것이다.〉)
⑮“통일의 대상이 어디예요. 북한이에요. 북한이 종북의 종주국인데 북한에 대하여 관심을 갖는 데서 시작하는 거죠. 북한을 껴안고 가야 하는 상황인데 친북이든 종북이든, 친미든 친일이든 다 함께 가야 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것도 안 된다. 저것도 안 된다 하고, 통일하자, 화해하자 하는 게 잘못하는 건가요. 그게 진정한 국가안보가 아닌가요. 그런데 국가보안법이라는 말도 안 되는 법에 다 걸려서 다들 10년씩 수배생활 하고.”
(북한은 무력통일과 별도로 비(非)군사적 통일 전략을 추구한다. 북한과 남한 종북(從北) 세력의 합작에 의한 ‘연방제’ 통일 음모가 그것이다. 남한에 용공(容共) 정부를 세워 국가보안법(국보법)을 폐지하고 주한미군을 철수시킨 후 연방정부를 구성해 북한 주도로 통일하겠다는 것이다. 국보법은 자유민주체제를 수호하기 위한 최후의 법망(法網)이며 반국가단체의 국가 파괴·전복 행위를 규제하는 데 필수불가결하다. 국가보안법의 핵심은 7조 ‘찬양·고무죄’인데, 이는 ‘사상과 표현의 자유’ 명목하에 행해지는 공공연한 이적 선동을 통제하기 위한 것이다. 국보법 7조가 없다면 연방제 통일, 주체사상, 주한미군 철수 등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하는 북한의 대남선동을 공개장소에서 노골적으로 찬양·전파해도 규제할 수 없게 된다.)⊙
[월간조선 2017년 4월호 / 글=최우석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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