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ilo Kalia
oodrntepsS 28hmi41J 18:g8fu623ma26i26259lh1y89u5ftf 9c080t14 ·
아! 김민기
“주여, 이제는 여기에”
나는 이 노래를 들으며 29개월(4개월 교련 혜택) 군 복무를 잘 끝낼 수 있었다.
주일 아침 군인교회에서 들리는 양희은의 낭랑하고도 슬픈 목소리, 애절하고도 천상적인 목소리를 들을 때면 한 주간 억눌렸던 감정이 다 풀리고 다시 나는 나와 화해할 수 있었다.
이 음반을 작은 전축 판에 놓고 바늘을 조심스럽게 떨리는 손으로 처음 눈금에 맞춰 올리는 사람은 바로 나였다.
“얼어붙은 저 하늘”은 얼어붙은 내 마음이었고
“태양도 빛을 잃어”는 신의 은총이 사라진 하늘이었으며
온통 얼굴 여윈 사람들뿐, 헤메이는 저 눈, 메마른 손길뿐이었다.
그래서 이 기도는 간절하고 애절했다.
“주여 이제는 여기에 오 주여 이제는 여기에
오 주여 이제는 여기에 우리와 함께 하소서”
깊은 밤, 내 온 팔다리가 저레 온다
이자 모든 거이 다 끝장나 버랬나
뼛속 깊이 시레오는 이 아픔
아하, 아직 내가 살았다는 등거이디
자, 싸우러 가자우-
한 발짝씩, 한 발짝씩, 아주 조곰씩만
양말 한 짝을 신은 것두 이긴 거이디
계단 한 칸 올라가는 것두 싸움이디
옳지 젊은 놈들한테 또 한 번이겠구나 (지하철 1호선, 곰보할매 1)
“쓸쓸함, 맑음, 쾌활함, 이 세 가지였다.
버림받은 외로운 슬픔, 그 가없는 쓸쓸함을 관통하는 티없는 맑음 때문에 어둠은 오히려 씩씩한 쾌활함으로 바뀌고 있었다.
그의 노랫말에는 죽음이 배어 있다.
그러나 그의 음악을 들으면 부활의 기쁨이 느껴진다.
밑을 흐르는 세계와 삶에 대한 짙은 사랑과 잃어버린 유년의 고향으로 이끌어주는 듯한 강렬한 종교성은 죽음과 고문의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그 자체로서 하나의 저항이었고 대안이었다.” (김지하)
하늘에 계실 하늘님, 땅 밑에 계실 땅님, 우리를 도와주세요
우린 모두 다 한 식구, 더는 헤어질 순 없어
오, 제발 살려만 주세요, 제 모든 정성 바쳐 빌어요
-<아빠 얼굴 예쁘네요> 중에서
어이하야 그의 목소리는 그리도 깊었을까
왜 그의 목소리는 어둠 속에서 들리는 이다지도 낮은 목소리였을까
그러나 그의 목소리는 새벽을 기다리는 소리, 새벽을 부르는 소리
어둠 속에서 “긴 밤 지새우고 풀잎마다 맺힌 진주보다 더 고운 아침 이슬처럼” 눈물겹도록 영성적이며 눈부시도록 우주적이지 않은가
김민기가 가는 길, 김민기가 걷는 길은 늘 새벽길이다.
1.
새벽에 일어나 어두컴컴한 길을 걸어가보세 흠-
구둣방 할아범 벌써 일어나 일판 벌여 놓았네 흠-
밤새 하늘에선 별들이 잔치 벌였나
어느 초라한 길목엔 버려진 달빛 고였나
희뿌연 바람이 해진 옷 새로 스며들어 오는데 흠-
2.
해말간 새벽길 맨발로 걸어가 봐도 좋겠네 흠-
두부장수 종소리 깔린 어둠을 몰아가듯 울리네 흠-
밤새 하늘에선 별들이 잔치 벌였나
어느 초라한 길목엔 버려진 달빛 고였나
희뿌연 바람이 해진 옷 새로 스며들어 오는데 흠-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