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1-01
초록불의 잡학다식 : 기억을 둘러싼 투쟁 - 친일파 문제에 대한 고민
초록불의 잡학다식 : 기억을 둘러싼 투쟁 - 친일파 문제에 대한 고민
기억을 둘러싼 투쟁 - 친일파 문제에 대한 고민 *..역........사..*
by 초록불
2008/03/28 09:59
orumi.egloos.com/3679152
덧글수 : 14
기억을 둘러싼 투쟁-
김민철 지음/아세아문화사
저자인 김민철은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 기획총괄과장이며 경희대 사학과 겸임교수라 한다.
우선 이 책의 한계부터 이야기하고 가자.
이 책은 저자가 그동안 언론매체 등에 발표한 글들을 모아놓은 것이다. 이런 경우의 책은 단점이 금방 드러난다. 같은 이야기가 반복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책도 그런 점을 가지고 있어서 책의 후반부로 가면 앞에서 든 예시가 반복적으로 등장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양적으로 많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한 권으로 깔끔하게 정리된 책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또한 저자의 인식 지평이 최근에 가까이 올수록 넓어지고 유연해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은 반대파들과의 논쟁을 거치며 그들의 인식을 이해했기 때문에 일어난 변증법적인 발전이라 하겠다. 그러나 그 이전의 인식 하에 작성된 글과 그 이후에 작성한 글들이 무차별하게 뒤섞여 있어서 이 책은 간명한 이야기를 난해하게 읽게 만들어버리고 말았다.
가령 2005년에 쓴 글에서 저자는 친일파-친미파-분단,독재세력으로 이어지는 도식화에 찬성하지 않는다. 이런 인식의 변화는 매우 큰 것인데, 이 전 시기에 쓴 글에서는 그렇지 않았던 인식의 한계를 보이는 것들이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일독을 해볼 필요가 있는 책이다.
저자는 자기 주장만 늘어놓거나 친일청산 문제의 반대편에 서 있는 사람의 주장을 간과하지 않는다. 그것이 옳고 그름을 떠나서 이런 식의 이야기 방식은 언제나 찬성해야 한다. 우리 사회에는 자기에게 불리한 이야기는 감추는 것이 너무 오랜 관행이니까.
그럼 이 책에서 친일파에 대해서 주장하는 내용을 간략히 정리해 보자. (이 정리는 단순히 책의 내용을 요약하는 것이 아니라 내 이해를 포함한 정리다. 따라서 내 부정확한 이해에 따라 저자의 생각과는 다른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 저자의 생각을 정확히 알고 싶은 사람은 역시 이 책을 읽어보아야 할 것이다.)
친일파는 무엇인가?
친일파는 부일협력자(일제 지배에 협력=식민통치, 침략전쟁 협력), 반인륜행위자(고문, 학살, 일본군 성노예 관련자 등)와 민족반역자(매국, 독립운동 탄압)로 분류할 수 있다. 친일파의 규정으로 다음의 분류를 가지고 있다.
1) 독립운동가를 토벌, 체포, 살상, 방해한 자와 변절한 자 (민족반역자)
2) 망국 과정에 참여하여 지위를 얻거나 유지한 자 (민족반역자)
3) 일제 침략전쟁에 적극 참여하거나 협력한 자 (부일협력자)
4) 일제의 식민통치에 참여하여 통치기구나 관변단체에 가입, 적극 활동한 자 (부일협력자)
* 반인륜행위자는 저 안에 분포되어 있음
이중 4) 항목의 경우 단지 일제의 식민통치기구, 즉 일제의 관리로 활동했다고 해서 무조건 친일파의 범주에 넣을 수 없으며, 강제로 가입되었을 관변단체의 회원도 마찬가지의 문제를 가지고 있다. 문제는 그 활동의 적극성을 판별할 기준을 잡기가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그리고 이 경우 일제강점기를 살았다면 모두가 친일파, 아무도 단죄할 수 없다는 논리가 이 틈을 타고 들어온다.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었다는 논리도 그 중의 하나다.
따라서 일제강점기에 살았다면 자신은 친일파가 되지 않았을 것인가라는 의문을 제기한다. 이 이야기는 그러므로 그 시대를 살지 않은 사람은 그 시대의 사람들을 단죄할 수 없다는 논리에 이용된다. 그러나 행위에는 책임이 따른다. 도덕적 심판(죄없는 자만 돌을 던져라)이 아니라 역사적 심판을 할 때, 이 관점은 의미를 잃게 된다. 즉 책임의 문제에 있어서 도덕적인 책임만 묻게 된다면 책임의 주체를 소멸시키고(그 시대에는 어쩔 수 없었다) 친일파에게 면죄부를 주게 되지만 협력의 구조적 체제와 개인의 책임(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도 적극적인 행동과 소극적인 행동은 구분될 수밖에 없다)은 둘 다 따져야만 하는 것이지, 어느 하나에만 초점을 두어서는 안 된다.
이런 관점에서 목적적 친일행위자와 결과적 친일행위자를 구분한다.
목적적 친일행위자 (민족반역자)
1) 직업적 친일행위자 (고위 관리)
2) 자발적 친일행위자
결과적 친일행위자
1) 수동적 친일행위자 (일제에 의해 강제동원된 지식인 등)
2) 기능적 친일행위자 (하급 관리)
이중 결과적 친일행위자를 친일파로 보아야 하는가가 큰 문제고, 결국 이 부분에서 친일청산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이른바 물타기도 나타난다. 가령 저자는 김은호, 서정주, 이은상 등의 친일 행위에 대해서는 소극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러는 한편 이것을 전체로 확대해 모두에게 면죄부를 주려는 행위는 극력 경계하고 있다. 즉 이광수, 윤치호, 조병옥 등의 발언과 관련하여, 일제 지배에 순응하면 친일파라거나 먹고 살기 위해서는 시키는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는 논리를 내놓는 것을 반박하고 있다.
이로써 간략하게 친일파에 대한 관점을 정리해 보았다. 이 책에는 이 외의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이 있다. 친일파 문제에 대해서 관심이 있다면 한번 읽어보기를 권한다.
한국사, 역사, 친일파, 일제강점기, 민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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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파 떡밥을 한번 물어볼까요? by 자그니 2008/08/20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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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리 : 도서 2008/03/28 10:00
태그 : 민족, 한국사, 역사, 친일파, 일제강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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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불의 잡학다식 : 민족대표 33인 2009-03-01 00:25:39 #
... 태그만 보아도 그런 유치만발한 친일 기준 따위는 내게는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모르는 모양입니다. 친일파 문제는 기준이 굉장히 중요한 문제가 되지요. 기억을 둘러싼 투쟁 - 친일파 문제에 대한 고민 [클릭] 기왕 나온 문제니 관심이 있는 분들은 이 포스팅도 참고해보시기 바랍니다. ... more
덧글
아롱쿠스 2008/03/28 10:44 #
'4) 일제의 식민통치에 참여하여 통치기구나 관변단체에 가입, 적극 활동한 자 (부일협력자)'의 경우는 아쉬운대로 '양적' 판단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단체 모임에 몇번을 참석하였고 학병연설은 몇번을 했으며 관련 글은 몇편을 썼는지 하는 것이, 질적 판단까지 이르지는 못해도 정도껏 판단하는 기준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사실 그 자신이 아니고서야 그들의 마음속까지 알기는 매우 힘들죠.
그리고 통치기구, 관변단체 등에 가입한 사람은 이름만 걸어놓은 '유령회원'도 있을텐데, 이런 사람은 '친일' 논의에서 제외하는게 좋겠습니다.
PolarEast 2008/03/28 10:45 #
친일파 구분 기준은, 기존의 것보다는 훨씬 설득력이 굉장히 있군요. 하워드 진의 2차대전 당시의 프랑스인 부역자 논의보다 한 발 더 앞서 나가는거 같습니다...
眞明行 2008/03/28 12:04 #
기준의 모호함을 지적하는 것을 가지고 물타기로 매도해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저런 기준이라면 이땅에는 최소 17만명의 친일부역자들이 존재해야 합니다. 그것도 1920년 이전의 숫자는 제외된 것이죠. 저런 식의 인식을 가지고 과거청산한 사례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심지어는 프랑스조차도 드골의 주력부대가 비시정부하의 괴뢰군대라는 사실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지요.
또한 저자의 시각은 양쪽의 시각을 균형있게 다루었다기보다는 까기 위한 용도로 인용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는 생각을 해보게 되는군요. 저 책을 아직 보지는 않은 상태라 구체적으로 지적하기는 어렵지만 기존 친일파 군상론과 별다른 차이가 없어보입니다.
이미 보셨는지도 모르겠지만 복거일의 저서 "죽은자를 위한 변호"와 같이 읽어보시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초록불 2008/03/28 12:36 #
眞明行님 / 저는 반대파의 견해라도 꼭 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저 책의 문제는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저자의 인식이 발전하여 최종 결론에 도달한 부분을 집중 조명하지 못한다는데 있습니다.
물타기란, 모두 공범이니 아무도 책임질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를 가리키는 것이며 저는 아마도 그런 경지에는 도저히 도달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제 생각에는 17만명의 친일부역자가 있었다는 것은 그다지 큰 문제가 아닙니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인정해야죠.
사실 저 책을 읽고 더 큰 문제로 다가온 것은 식민지의 독립운동이란 어떤 의미인가라는 점이었습니다. 대학 때 제 인식은 민족주의에 가까운 것이어서 당연하게 넘어갔던 문제가 그리 쉽게 정의할 수 없는 문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게 문제랄까요? 확실히 근대사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고 생각하고 차근차근 양측의 견해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복거일의 책은 보았습니다만, 옛날 일이라 다시 한 번 볼 필요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초록불 2008/03/28 12:37 #
아참, 추가한다면 저자는 당연히 양측의 견해를 균형있게 다루지 않습니다. 저자는 친일청산을 주장하는 입장에서 양측의 견해를 다루고 있지요.
이준님 2008/03/28 13:58 #
1. 사실 저 입장에서의 "나름의 공정"은 공격패턴을 파악한거지요. -_-;;; 다른 편에서의 공격패턴이 복거일의 저서(좀 지나친 감이 있지만)이듯이 말입니다.
2. 아롱쿠스님 말씀대로 "유령회원" 문제도 있고 하니 "여운형" 같은 사람이 버젓히 "학병권유"같은데 이름이 올라 있으니 대략 정신이 멍할 정도이지요. 임종국 선생같은 경우는 그런 경우라도 빠짐없이 기록했습니다만 아무래도 "우리편"이라고 생각되는 사람들은 "그건 아무래도 그냥이야"라거나 "더 이상 자세한 것은 생략"하는 지경으로 갔습니다.(심지어 최규하!도 친일파로 몰던 사람들이 말입니다. -_-;;) 결국 그런 자체 모순에 대한 변명이랄까 그런점으로 서정주 같은 사람을 소극적으로 다룬거지요
제갈교 2008/03/28 14:46 #
결과적 친일행위자...(외조부께서 총독부에서 지질조사원인가 뭔가로 일하셨다고 들었는데, 어떤 범주에 들어가는지 모르겠네요. 뭐 은행장을 하셨다던 분의 따님(외조모)과 결혼하셨지만...)
이준님 2008/03/28 15:14 #
3. 이 경우는 애매한게 사실이지요. 계급별로 짜르자면 부사관이었던 김창룡은 용서할수 있지만 고위급이었던 이종찬은 걸리게 됩니다. 악독행위로 본다면야 그 기준이 어떤지도 애매하게 됩니다. -_-;; 전시에 사람을 살상한 범위의 문제인지? 중국전선에 종군했는지 남양군도에 종군햇는지의 문제가 되지요. 아예 독립운동하고 거리가 멀게 살았던-태어날때 이미 일제 식민지 연간이었던 시대의 야심있던 젊은이들이 관료계층에 편입된 사람이 도덕적으로 정당한지 아니면 "전향"한 사람이 정당한지. 그리고 그런 이야기는 후세에 어떻게 평가하는지의 문제도 나옵니다.
이준님 2008/03/28 15:18 #
4. 더군다나 1930년대 일본 사회 자체가 군국주의화 된 이상 상당히 많은 중.하류층의 젊은이들이 거기에 편입되는 문제가 벌어지지요. -_-;;예, 기준에 따라서 처리하면 될겁니다. 그러나 기준대로 하는 경우가 거의 없어요 -_-;;; 일제 헌병대 부사관 출신이라도 김영주-일성 아저씨 동생-을 친일파라고 하는 경우는 없거든요 -_-;;; 심지어 "나는 좌파중에서도 친일파를 찾는다"라는 모 책(심지어 최규하도 친일파로 간주하는)의 경우마저도 "북한 정권에서 일성이를 반대한 계파"에서만 찾기도 햇지
요
이준님 2008/03/28 15:21 #
5. 친일 이야기를 볼때 자꾸 생각나는게 "탄백" 정도는 아니더라도 최소한의 고백은 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친일과는 전혀 무관한 이태준 조차도 해방 연간에 문학인 대회에 참가했을때의 정신분열적인 양심의 가책 상황을 자전적 단편 "해방 전후"에서 소름끼치게 그렸습니다. 서정주나 모윤숙에 비해서는 친일 혐의가 발톱의 때만큼도 없는 채만식 조차도 "화류계에서 놀던 여자가 이제와 요조숙녀 행세한다 해도 어찌 받아들일수 있는가"라면서 자신의 일제 말엽의 행각을 공개적으로 반성했습니다. 그러고 보면 문제는 양심의 문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초록불 2008/03/28 15:39 #
이준님 / 기준이 명확하고 만인이 동의할 수 있었다면야 오늘날까지 논란이 되지도 않았겠지요. 물론 모두 동의하지 않는다해도 대체로 동의할 수 있는 기준을 잡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정치권에서 여러가지 방법으로 친일파 문제를 악용해왔고, 선정적인 언론과 빌붙어 이 문제를 폭로주의의 문제로 만들어온 결과, 오늘날에는 더 풀기 어려운 실타래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4번 항목의 이야기야 지금까지의 연구가 부족하거나 혹은 역시 정치적 논리에 의해서 왜곡되었던 것으로 파악해야 하지요.
저는 이 문제를 사람들이 너무 어렵게 보는데 오히려 함정이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어릿광대 2008/03/28 20:41 #
한번 읽어봐야 하는 책일듯 하네요
친일파를 구분하고 그에 대한 문제는 왠지 모르게 어렵고 난감할듯 하네요 후우
자그니 2008/08/20 18:56 #
해방 전후에 있었던 일들은 살펴볼때마다, 누가 좋고 누가 나쁘고의 흐름으로 이해할 수가 없게 됩니다. 뭐랄까, 각자 명분을 가지고 각자 자신의 욕망(?)을 위해 싸웠다고 해야할까요. 그러면서도 어떤 면에선 한없이 순진하기도 하고. 영화 몇 편은 만들만한 스토리가 수도 없이 잠재하고 있더군요....
항상 조심해야 한다고, 냉철하게 보자고. 스스로에게 다짐하고 있습니다. 좋은 책 소개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matercide 2010/08/19 22:01 #
이승만과 미국만 아니었어도... 어차피 대한민국의 기득권층은 머릿속이 식민지 근대화론을 바탕으로 하잖습니까? 일본재벌 도요타(재단)의 뒷돈을 먹은 어용학자집단인 교과서포럼의 근현대유사역사교과서는 괜히 나온게 아닙니다. 대한민국 기득권층의 사상을 고백한 것 뿐이죠. 다만 이런 걸 공개적으로 내놓으면 안으로는 민중을 세뇌하기 어렵고 밖으로는 북한과의 정통성 경쟁에서 지기 쉬우니까 차마 말 못하는 것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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