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6-03

BUYOUNG LEE 몽양의 ‘큰 대화’를 그리워하신 여해 강원용 목사님

몽양의 ‘큰 대화’를 그리워하신 여해 강원용 목사님 <여해상 수상소감>

BUYOUNG LEE·SATURDAY, 10 JUNE 2017
한반도를 싸고돌던 전쟁기운이 다시 대화로 기울고 있는 이 즈음, 몽양여운형선생기념사업회에게 여해 강원용 목사님의 탄신 100주년을 기리는 여해 상이 수여되는 것은 강원용 목사님의 깊은 뜻이 담긴 일이요 영광이기도 합니다. 해방의 기쁨이 분단의 슬픔으로 표변한 가운데 대화를 통해 어떻게든지 자주독립통일국가를 세워보려던 몽양 선생의 발자취가 탄압당하고 지워져버린 역사가 지난 분단 대결사였습니다. 여해상 수여는 다시 더듬어 그 뜻을 높이 세워보라는 강원용 목사님의 권고가 담겨 있는 것입니다.
한반도의 운명이 심상치 않아 보이던 지난 한 해, 한국의 민주시민들이 제기한 집단적 대화운동인 촛불시위는 불통권력의 국정농단에서부터 핵전쟁위기에 이르기까지 다시 몽양 여운형 선생의 ‘큰 대화’의 명제를 뚜렷이 세웠습니다. 이 비폭력 평화운동에 대답하지 못한 권력은 물러나고 답변하겠다는 새 권력이 들어섰습니다. 민주시민들의 요구가 선거를 통해 새로운 권력을 창출하는 최고수준의 ‘대화’에 성공했던 겁니다. 이제 시간이 걸리더라도 몽양 선생이 이룩하고자 하셨던 남과 북의 대화를 통한 공존과 재통합, ‘큰 대화’를 성취하는 일이 과제로 남아있습니다.
제가 현실정치에서 한발 물러나기 시작한 2005년부터 강목사님과 자주 만나 뵙게 되었습니다. 당시 6.15시대를 맞아 몽양 여운형 선생의 좌우합작과 남북대화 과정을 깊이 토론해야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던 때여서 몽양에 대해 자주 말씀을 듣게 되었습니다. 강목사님의 몽양 선생에 대한 존경과 애정 그리고 그리움은 지극한 것이었습니다. 해방 당시 청년으로서 몽양의 애국심에 대해 가지고 계셨던 심경을 그대로 전해주셨습니다. 회고록 ‘역사의 언덕에서’에도 쓰셨습니다. 깊은 관조를 거친 귀한 말씀이었습니다.
2007년의 몽양여운형선생 서거 60주기 학술대회를 준비하는 제게 강목사님은 앞으로 남북대화 교류협력 평화공존 평화통일의 시대가 긴 세월에 걸쳐 진행될 텐데 몽양선생 기념사업회 일을 맡아서 착실히 준비해보라는 당부를 하셨습니다. 이 말씀은 제게 주시는 간곡한 유언이 되었습니다. 저는 강목사님이 주신 유지를 받들어 기념사업회를 섬기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강목사님이 제기하신 ‘대화’가 전방위적으로 다시 절실하게 필요한 때가 왔습니다. 한반도에 핵전쟁의 위기가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으며, 세계 최고의 자살률과 존비속 살해율이 말해주듯이 비인간화가 깊어지고 있습니다. 사람 사이, 부모 자식 사이, 부부 사이, 영호남 지역 사이, 계층 사이, 정부와 국민 사이뿐 만 아니라 특히 남과 북 사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이웃 강대국들과 우리 사이에 대화가 필요한 때입니다. 이런 때가 오리라는 것을 예상하신 듯, 이미 60년대부터 때로는 오해를 받으시면서도 대화로 우리 사회의 벽을 허무는데 강 목사님은 앞장서셨습니다. 그 어른의 깊은 뜻은 세월이 갈수록 되새기게 됩니다.
이렇게 여해상을 수상하면서도 제 가슴의 응어리가 풀리지 않습니다. 몽양여운형선생기념사업회는 올해 70주기 추모사업을 여러 측면에서 조명하고자 준비해왔습니다. 그러나 건국훈장 대한민국장 1급 독립유공자 몽양 여운형선생은 아직 대한민국에서 복권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2016년 정부예산에 신청된 몽양여운형선생 70주기 추모행사 예산은 국가보훈처 박승춘 전 처장에 의해 대부분 삭감되었습니다. 또한 경기도 양평군은 몽양 유족과 함께 유지를 받들어온 몽양여운형선생기념사업회를 몽양기념관에서 추방하려고 온갖 모해를 가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탄압은 문화계 블랙리스트나 마찬가지로 우연일 수 없습니다. 그 진상이 규명되어야 하겠습니다. 이 같은 시련 속에서 송사에 매달려야 했던 기념사업회는 70주기 추모사업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권이 교체되었다고 하지만 아직도 이 사회 곳곳에서는 이념적 족쇄에 갇혀 냉대를 겪고 있는 그늘이 적지 않습니다. 오늘 영광스런 여해상을 수상하는 이 자리가 몽양 여운형 선생에 대한 냉전적 차별을 거둬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우리 사회와 나라를 위해 지칠 줄 모르고 일하셨던 몽양 여운형 선생님과 여해 강원용 목사님을 따라 배워서 어떤 난관도 이겨내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감사합니다.
2017년 6월 9일
몽양여운형선생기념사업회 이사장 이 부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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